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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Try 칠레 14탄] 칠레 와인의 혁명, 몬테스(Montes)

우리나라에 ‘국민 와인’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불쑥 물으면 대체로 제일 먼저 꼽는 것이 몬테스다. 착한 가격대로 사 마실 수 있는 클래식 시리즈부터 특별한 날 여는 알파 엠(Alpha M)까지 몬테스의 와인들은 늘 우리를 만족시킨다. 이렇게나 친근한데도 정작 우리는 몬테스에 대해 잘 모른다. 워낙 유명한 와인이니까 대단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을 거라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몬테스의 역사는 35년이 채 안 된다. 그 짧은 시간에 몬테스는 칠레 와인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몬테스를 설립한 네 명의 전문가들]


1988년 네 명의 와인 전문가가 뜻을 모았다. 와인메이커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마케터 더글러스 머레이(Douglas Murray), 재무 전문가 알프레도 비다우레(Alfredo Vidaurre), 기술 디렉터 페드로 그란드(Pedro Grand). 이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칠레 와인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 다양한 토질과 기후를 가진 칠레는 천혜의 와인 생산국이다. 이 조건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세계 수준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믿음이었다. 남들처럼 대단한 투자나 후원을 받진 못했지만 네 명의 설립자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계획을 착실히 진행했고 그 결과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기자가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말이었다. 당시 그는 2012년부터 새롭게 시도한 드라이 파밍(dry-farming)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다. 드라이 파밍이란 물을 주지 않고 포도를 경작하는 것이다. 칠레는 건조한 나라지만 물을 주지 않고 포도를 기르면 포도는 지하수를 찾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이 생긴다. 뿌리를 내리는 일은 포도에겐 힘든 일이다. 당연히 포도 생산량이 감소한다. 하지만 포도의 맛과 향은 더욱 진해진다. 수확량은 줄어도 품질은 좋아지는 것이다. 드라이 파밍은 지하수나 강물을 마구 끌어다 쓰지 않음으로써 환경도 지킨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2016년에 다시 만난 몬테스 회장은 드라이 파밍의 결과가 와인의 품질 향상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와인 맛이 더욱 좋아질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며 익어가는 몬테스 와인]


몬테스는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칠레에서 제일 먼저 가파른 경사지에 포도밭을 조성했고, 새로운 테루아를 찾아 산지도 개척했다. 태평양에서 겨우 7km 떨어진 자팔라(Zapallar), 칠레 남쪽에 위치한 섬 메추케(Mechuque)가 그런 곳이다. 반면에 와인을 만들고 숙성시킬 땐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럽다. 누구나 몬테스를 방문하면 가장 인상 깊어하는 곳이 배럴 룸이다.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지는 몬테스 배럴 룸에 서있으면 마음이 경건해질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익어가는 와인과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마저 든다.


스페셜 퀴베(Special Cuvee)

스페셜 퀴베는 품질 향상을 위한 과감한 시도가 가장 잘 반영한 와인이다. 흔히들 몬테스 ‘블랙 라벨’이라고도 부르는 바로 그 와인들이다. 스페셜 퀴베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누아가 있다. 이 와인들은 품종 별로 생산지가 다르다. 포도 별로 최적지에서 길러 품종의 순수한 맛을 최대한 발현했다.


[몬테스 스페셜 퀴베 4종]


카베르네 소비뇽은 해안 산맥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마르치궤(Marchigue) 밭에서 생산됐다. 태평양을 향해 서서히 낮아지는 구릉지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속에서 천천히 익으며 풍미를 응축시킨다. 와인의 65%가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되는데 오크 향보다 품종 고유의 특징을 더 살리기 위해 새 오크와 1~2회 사용한 중고 오크를 섞어 사용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85%에 시라 10%와 카르메네르 5%가 섞여 자두, 체리, 라즈베리 등 과일향도 다채롭다. 담배, 가죽, 토스트 등 오크 숙성으로 얻은 풍미는 복합미를 더한다. 부드러운 타닌과 묵직한 보디감도 매력적이다. 양념한 고기나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아주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은 바다에서 겨우 2km 떨어진 레이다(Leyda)에서 생산된다. 태평양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바로 맞는 이곳은 소비뇽 블랑처럼 상큼한 포도가 자라기엔 최적지다. 몬테스는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포도를 이른 아침에 손수확하고 섭씨 11~12도의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하며 섬세한 풍미를 최대한 살렸다.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6~8개월간 효모 앙금과 함께 숙성을 거쳤으며 앙금 젓기도 매주 실시했다. 라임, 자몽, 파인애플, 구아바 등 과일향이 경쾌하며 오렌지 꽃 향이 우아함을 더한다. 굴이나 성게 등 다양한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자팔라 포도밭 전경]


피누 누아와 샤르도네는 둘 다 바다에서 7km 떨어진 아콩카과(Aconcagua) 해안 인근 자팔라(Zapallar)에서 생산됐다. 이곳도 태평양의 서늘한 냉기가 포도의 상큼함을 보존하고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포도의 완숙을 돕는 곳이다. 샤르도네는 섭씨 13~14도의 낮은 온도에서 25일간 발효되는데, 이중 40%는 배럴에서 발효해 복합미를 도모했다. 부드러운 신맛을 위해 와인의 30%는 유산 발효를 거쳤다. 자몽, 복숭아, 파파야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바닐라, 견과, 토스트 등 배럴 숙성으로 얻은 2차 아로마도 매력적이다. 신선하고 질감이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다.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고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즐겨도 좋다.


피노 누아도 낮은 온도에서 발효했고 섬세한 풍미를 최대한 살렸다. 와인의 35%는 225리터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16%는 새 오크),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10~12개월간 숙성을 거쳐 아로마의 다양성을 추구했다. 맛을 보면 마치 검은 베리와 붉은 베리가 뒤섞인 듯 과일향이 풍성하고 다크초콜릿, 페이스트리, 견과, 토스트 등 복합미도 은은하다. 가볍고 매끄러운 질감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버섯 리조토, 파스타, 페스토, 부드러운 고기 요리 등과 두루 잘 어울리고 카망베르 치즈와 즐겨도 별미다.


퍼플 엔젤(Purple Angel)



보랏빛 천사라는 이름처럼 퍼플 엔젤은 칠레를 대표하는 명품 카르메네르 와인이다. 세계적인 비평가들이 퍼플 엔젤을 ‘다른 행성에서 온 와인’이라 칭할 정도로 이 와인은 품질과 개성이 남다르다. 와인의 생산지는 몬테스가 맨 처음 자리 잡은 콜차과(Colchagua) 밸리, 그곳에서도 최고의 테루아로 손꼽히는 아팔타(Apalta)다. 카르메네르가 풍부한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익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손수확한 포도는 우수한 포도알만 골라 섭씨 10도의 낮은 온도에서 5~7일간 저온 침용을 거치며 색과 향을 추출했다. 발효는 섭씨 26~29도에서 12~15일간 진행했고 발효가 끝난 뒤에도 탄탄한 보디감을 위해 발효 후 추출(post-maceration)을 거쳤다. 숙성은 와인의 80%를 프랑스산 새 오크 배럴에서, 20%는 1~2회 사용한 중고 오크에서 18개월간 진행했다. 블랙베리, 블루베리, 체리, 자두 등 과일향이 풍성하고, 토스트, 견과, 계피, 바닐라 등 복합미가 우아하다. 강건한 보디감, 달콤한 풍미, 산뜻한 신맛, 긴 여운 등 프리미엄 카르메네르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춘 와인이다. 허브를 얹어 구운 양고기, 양념한 돼지갈비 등 육류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마시기 한 시간 전에 디캔팅을 거치고 섭씨 17~19도로 마시면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폴리(Folly)


[몬테스 폴리]


폴리는 시라 100%로 만든 와인이다. 이 와인을 만드는 시라는 아팔타에서도 가장 경사가 급한 곳에서 생산된다. 처음 그곳에 밭을 일굴 땐 주위 시선이 곱지 않았다. 왜 구태여 그렇게 험한 곳에 포도를 심느냐며 다들 바보라고 놀렸다. 그래서 와인 이름이 바보라는 뜻의 폴리가 됐다. 하지만 몬테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척박하고 물이 잘 빠지는 땅에서 시라는 맛과 향의 집중도가 뛰어난 포도를 생산해 냈다. 포도는 손수확한 뒤 섭씨 10도에서 5~7일간 저온 침용을 거쳐 색과 풍미를 추출하고, 섭씨 26~29도에서 12~15일간 발효를 거쳤다. 와인의 80%는 프랑스산 새 오크 배럴에서, 20%는 1~2회 사용한 중고 오크에서 14~18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폴리를 맛보면 풍부하고 진하다는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블루베리와 블랙베리 등 검은 베리 향이 달콤하고 바이올렛 향은 은은하게 풍미를 장식한다. 향신료, 삼나무, 다크초콜릿, 바닐라 등 다채로운 풍미는 와인의 깊이를 더한다. 잘 숙성된 타닌의 매끄러운 질감도 고급스럽다.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디캔팅은 적어도 마시기 한 시간 전에, 음용 온도는 섭씨 17~19도가 적당하다.


알파 엠(Alpha M)


[몬테스 알파 엠]


알파 엠은 명실상부 몬테스를 대표하는 아이콘급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80%에, 카베르네 프랑 10%, 메를로와 프티 베르도가 5%씩 섞인 클래식한 메독 스타일의 블렌드 와인이다. 이 와인도 콜차과 밸리 최고의 테루아인 아팔타에서 생산됐다. 이른 아침 손수확한 포도는 여러 번 골라내 건강하고 우수한 것만 기계로 으깨지 않고 바로 탱크에 담았다. 포도의 무게로 눌러 자연스럽게 포도가 으깨져야 씨가 깨지면서 쓴 기름이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발효가 시작되기 전 섭씨 9도에서 5일간 저온 침용을 거치면서 색과 풍미를 충분히 추출했고, 발효는 섭씨 28도에서 10일간 진행했다. 발효가 끝난 뒤에도 포도 껍질을 와인에 10일 정도 더 담가 타닌을 추가 추출했고, 유산 발효를 거쳐 한층 부드러운 맛을 도모했다. 와인의 80%는 프랑스산 새 오크 배럴에서 나머지는 1~2회 사용한 오크 배럴에서 18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체리, 블랙베리, 무화과 등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하고 토스트, 계피, 바닐라, 담배, 흙, 토피 등 복합미도 다채롭다. 묵직한 보디감과 매끈한 타닌이 입안을 부드럽게 채우고 과일향과 신맛의 밸런스도 탁월하다. 여운에서는 달콤한 과일향이 오래 맴돈다. 다양한 육류와 두루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마시기 적어도 한 시간 전에 디캔팅하고 섭씨 17도에서 즐길 것을 추천한다.



프로필이미지김상미 칼럼니스트

작성 2022.02.18 13:00수정 2022.02.17 13:24

2005년부터 유럽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와인에 올인, 영국 Oxford Brookes University에서 Food, Wine & Culture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논문 'An Exploratory Study to Develop Korean Food and Wine Pairing Criteria (한국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2014 Global Alliance of Marketing & Management Associations(GAMMA) Conference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학술지 'Beverages'에도 게재됐다. (http://www.mdpi.com/2306-5710/3/3/40). 2015년 영국 런던 Wine & Spirit Educational Trust(WSET)에서 Diploma를 취득했으며, 그리스, 마데이라, 스페인 등 국가별 와인 공인 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 5년간 주간동아에 와인칼럼을 연재했으며, 2019년부터는 이코노미 조선에 칼럼을 연재중이다. 한림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WSA와인아카데미 대표강사로 WSET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와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취미로 와인을 즐기는 분들께 쉽고 재미나게 와인을 강의하고 있고, 기업체, 공무원, 럭셔리 브랜드와 백화점 VIP 등을 위해서도 '인문학과 와인' 등 다양한 주제로 인기 있는 특강을 진행 중이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아시아 와인 트로피, 한국 주류대상 등의 심사위원 및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캘리포니아, 스페인, 그리스, 호주 등 와인 세미나의 페널과 통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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