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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와인 포스트 2탄] 2022년 워싱턴주의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 Top 7

어느새  워싱턴주 와인들이 우리에게 꽤 익숙해졌다. 지난 5~6년 사이에 벌어진 가파른 성장이다. 이제는 마트 와인 코너에도 워싱턴주 와인들이 제법 눈에 띈다. 미국 와인 통계를 보면 주변 생산량에서 캘리포니아가 85%로 압도적인 1위다. 2위에는 워싱턴주가 자리하고 있지만 5%에 불과하다. 생산량 차이가 이렇게나 큰데 워싱턴주 와인이 과연 얼마나 다양할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워싱턴주 와인은 직접 접해 봤을 때 그 진가를 알게 된다. 꾸밈 없고 순수한 맛이 일품이고 론(Rhone) 품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번 기사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겐 아직 낯설지만 품질과 다양성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와 와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워싱턴주 와인을 많이 마셔본 분께는 새로운 와인을 접할 기회를, 아직 워싱턴주 와인이 익숙치 않은 분께는 구입에 참고할 만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 그럼 이제 와이너리를 하나씩 만나 보기로 하자. 와이너리 별로 추천 와인도 하나씩 선정해 보았다.



카이유즈 (Cayuse)


[카이유즈의 돌투성이 밭으로 포도를 수확하러 가는 사람들 (사진 출처: cayusevineyards.com)]


카이유즈의 설립자인 크리스토프 바롱(Christophe Baron)은 1677년부터 프랑스 샹파뉴에서 대대로 와인을 생산해온 집안 출신이다. 부르고뉴에서 공부할 때 미국 친구와 친해진 것을 계기로 그는 1993년 왈라왈라 밸리(Walla Walla Valley)의 한 와이너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3년 뒤 단순히 친구를 방문할 목적으로 다시 찾은 왈라왈라에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우연히 발견한 4만 ㎡의 땅에 야구공 만한 돌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바로 샤토네프 뒤 파프를 떠올린 것이다. 그가 늘 꿈꾸던 땅이었다. 이듬해 크리스토프는 바로 그 땅을 구입하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와이너리 이름도 불어로 돌을 뜻하는 카이유(cailloux)를 따서 지었다. 다들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 척박한 땅이야말로 양질의 포도를 내어줄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은 곧 현실이 됐다. 카이유즈의 와인들은 이제 워싱턴주를 넘어 미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부상했다.


Try this wine! – 갓 온리 노즈(God Only Knows)

샤토네프 뒤 파프를 닮은 땅에서 자란 그르나슈는 어떤 맛일까? 'God only knows'가 어쩌면 돌땅에 처음 그르나슈를 심으며 크리스토프가 한 말은 아닐까? 이제는 그 그르나슈가 자라 와인이 됐다. 맛을 보면 보디감이 그다지 묵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두, 체리, 말린 장미 꽃잎, 마른 허브 등 풍미가 폭발한다. 매끈한 질감 속에 자리한 여러 겹의 아로마 레이어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느낌이다. 최신 빈티지인 2018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7점, 와인 어드버킷으로부터 96점을 받았다.



루크 (Luke)


[루크 와이너리가 자리한 워싱턴주의 Wahluke AVA (사진 출처: washingtonwine.org)]


루크는 토마스와 크리스틴 보겔(Vogele) 부부가 2012년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시애틀 출신인 토마스는 대학 졸업 후 갤로(E&J Gallo)를 시작으로 트린케로(Trinchero)와 로버트 몬다비 등에서 일하며 와인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와인에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와인에 대한 열정은 일을 하며 뒤늦게 불타 올랐다. 마침내 직접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그가 선택한 땅은 왈루케(Wahluke)였다. 왈루케는 토착민의 언어로 '물을 주는 땅'이라는 뜻이다. 건조하기로 유명한 워싱턴주 안에서도 물이 있는 땅이니 천혜의 와인 산지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토마스 보겔은 그 어떤 와인도 모방하지 않으며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와인을 만들어 가고 있다.


Try this wine! – 메를로(Merlot)

워싱턴주는 평론가들이 보르도 다음으로 우수한 메를로를 생산하는 산지라고 평가하는 곳이다. 루크 메를로는 워싱턴주을 대표하는 메를로 답게 농익은 베리 향, 부드러운 타닌, 매끈한 질감의 어울림이 꽤나 매혹적이다. 체리, 자두, 블랙베리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담배, 삼나무, 정향, 바닐라, 커피 등이 복합미를 이룬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우아하게 마지막을 장식한다.



캔버스백 (Canvasback)


[캔버스백이 자리한 Red Mountain AVA (사진 출처: https://www.canvasbackwine.com)]


캔버스백은 나파 밸리의 명장 덕혼(Duckhorn)이 2011년 워싱턴주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나파 밸리와 워싱턴주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계속 비교하던 덕혼은 워싱턴주만의 개성이 분명함을 확신하고 워싱턴주 남동부에 위치한 레드 마운틴(Red Mountain)에 캔버스백 설립했다. 1975년에 와인 산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레드 마운틴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품질이 탁월한 곳이다. 캔버스백은 이곳에 포도밭을 일궜지만 와인 양조시 자사 포도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와인의 품질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그들은 직접 재배한 포도와 클립선(Klipsun), 라 코예(La Coye), 쇼(Shaw), 퀸테센스(Quintessence) 등 명품 밭에서 매입한 포도를 블렌드해 와인을 만들고 있다.


Try this wine! –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 84%에 메를로, 말벡, 프티 베르도 등을 섞어 다채로운 풍미를 도모했고, 프랑스산 오크 배럴(45% 새 오크)에서 16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갖가지  베리의 달콤함이 가득하고 감초, 계피, 육각, 담배, 계피 등 향신료 향이 와인의 깊이를 더한다. 탄탄한 질감, 풍부한 과일향, 적당한 신맛의 조화가 뛰어나다.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스타일이다.



마크 라이언 (Mark Ryan)


[마크 라이언의 설립자 마크 라이언 맥닐리 (사진 출처: https://markryanwinery.com)]


마크 라이언은 1999년 마크 라이언 맥닐리(McNeilly)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마크는 와인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그는 유통업과 외식업에서 일하면서 와인을 접했는데,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진 뒤 워싱턴주의 유명 와인메이커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독학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친구의 차고를 빌려 와인을 만들 정도로 시작은 미미했지만 2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와인 스펙테이터 Top100 에 이름을 올리는 와인메이커가 됐다. 그 와인이 바로 디시던트(Dissident), '반체제 인사'라는 뜻이다. 와인 이름처럼 그는 정규 과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그가 만든 결과물에서는 정통성이 느껴진다. 그는 매 빈티지마다 우수한 포도로만 소량 생산하며 품질 위주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Try this wine! – 더 디시던트(The Dissident)

2016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 Top 100에서 46위를 기록한 바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 70%에 메를로 21%, 카베르네 프랑 7%, 프티 베르도가 2% 섞인 보르도식 블렌드 와인이다. 퀸테세스, 클립선, 레드 윌로우(Red Willow) 등 컬럼비아 밸리를 대표하는 명품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고, 발효시 펀칭 다운만 시행해 타닌을 부드럽게 추출했다. 프랑스산 오크 배럴(60% 새 오크)에서 18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과일 풍미가 깊고 진하며 토스트, 감초, 향신료, 미네랄 풍미가 그윽하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자랑하지만 바로 마시기에도 좋은 스타일이다.



그래머시 (Gramercy)


[사진 출처: https://gramercycellars.com]


그래머시는 2005년 맨해튼에서 마스터 소믈리에로 일하던 그레그 해링턴(Greg Harrington)이 워싱턴주 와인에 반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왈라왈라로 이주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한 밭에서 생산된 최고의 포도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 하되 인내심을 가지고 생산량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레그의 신념이다. 그 결과 그래머시는 과일 향의 집중도가 뛰어나고 흙 향이 은은하며 밸런스가 탁월한 스타일로 탄생했다. 오크 사용을 극도로 제한해 순수함도 살아있다. 현재 그래머시는 연간 약 1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보르도와 론 품종에 집중하고 있다.


Try this wine! – 비오니에(Viognier)

프랑스 남부 론 지방을 대표하는 청포도인 비오니에는 론과 기후가 유사한 왈라왈라와 궁합이 잘 맞는 품종이다. 워싱턴주 비오니에 중에는 묵직하고 과일향이 달큼한 것이 꽤 많지만, 그래머시는 레몬과 자몽 등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이 신선하고 신맛이 상큼해 와인이 경쾌하다. 그레그가 론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맛본 콩드리외(Condrieu)와 스타일이 닮았다. 왈라왈라에서도 서늘한 곳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했으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와인의  40%를 중립적인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해 와인의 부드러운 질감을 추구했다.



아니체 (AniChe)


[사진 출처: https://anichecellars.com]


아니체는 2009년 콜럼비아 고지(Columbia Corge)에 설립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설립자인 레이첼 혼(Rachael Horn)은 자신이 와인에 재능이 있음을 뒤늦게 알고 늦깎이로 와인에 뛰어 들었다. 처음엔 낡은 창고를 개조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지금 아니체는 연간 약 6만 병을 생산하는 중견 와이너리다. 특이한 점은 아니체의 주요 팀원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이들이 만든 와인은 테루아와 빈티지를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독창적이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 압착하지 않은 프리런(Free-run) 포도즙만 사용해 와인 맛이 부드럽고 오크의 사용을 최소화해 순수한 맛이 살아 있다. 아니체는 블렌딩의 장점을 상당히 잘 활용하는 와이너리기도 하다. 단일 품종보다는 블렌드가 품종 별 단점을 보완해 와인의 풍미가 더욱 풍성해 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Try this wine! – 세븐 게이블스 (7 Gables)

아니체가 위치한 콜럼비아 고지는 워싱턴주의 최남단 오리건과의 경계에 위치해 론 스타일 와인을 생산하기 적합한 곳이다. 그런 환경에서 생산된 세븐 게이블스는 시라 약 70%에 무르베드르, 쿠누아스Counoise), 생소(Cinsault), 그르나슈 등이 블렌드된 샤토네프 뒤 파프 스타일 와인이다. 잘 익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바이올렛, 후추 등 향신료 향의 조화가 복합미를 더한다. 탄탄하면서도 적당한 보디감과 매끄러운 질감이 매력적이다. 아니체 와인들은 현재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이 와인들을 다시 국내시장에서 만나 보길 희망한다.



트레베리 (Treveri)


[사진 출처: http://www.trevericellars.com]


트레베리는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전문 와이너리다. 2010년에 설립되어 역사는 짧지만 설립자인 위르겐 그리브(Juergen Grieb)는 와인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자 상당한 실력파다. 그는 독일에서 와인을 만들던 집안 출신으로 와인메이커로서는 그가 5대째 자손이다. 트레베리라는 와이너리 이름도 조상이 독일에서 살던 고향의 로마식 명칭이다. 위르겐은 1970년대에 독일 트리어(Trier)에서 와인을 공부했고 모젤(Mosel)에서 젝트(sekt)를 만들며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3년부터는 워싱턴주 왈루케에 위치한 독일인 소유의 와이너리에서 일했고 이후 트레베리 설립 전까지 여러 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트레베리 와인이 인정받는 것은 위르겐의 탄탄한 실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트레베리는 모든 와인을 샴페인과 똑같은 전통방식(Methode Champenoise)으로 생산하고 있다.


Try this wine! – 블랑 드 블랑 브뤼 (Blanc de Blancs Brut)

샤르도네 100%로 만든 와인이다. 24개월간 숙성을 거쳐 질감이 무척 크리미하다. 신선한 사과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이 상큼하고 멜론 같은 열대과일 향이 달콤함을 더한다. 향신료와 갖구운 빵의 풍미가 우아하게 와인을 장식한다. 주말 브런치 타임에 치즈가 살짝 녹을 정도로 따뜻하게 데운 토스트와 함께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트레베리의 와인은 현재 수입이 중단된 상태여서 국내 시장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수입이 재개되어 다시 맛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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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이미지김상미 칼럼니스트

작성 2022.02.25 16:00수정 2022.04.20 11:20

2005년부터 유럽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와인에 올인, 영국 Oxford Brookes University에서 Food, Wine & Culture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논문 'An Exploratory Study to Develop Korean Food and Wine Pairing Criteria (한국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2014 Global Alliance of Marketing & Management Associations(GAMMA) Conference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학술지 'Beverages'에도 게재됐다. (http://www.mdpi.com/2306-5710/3/3/40). 2015년 영국 런던 Wine & Spirit Educational Trust(WSET)에서 Diploma를 취득했으며, 그리스, 마데이라, 스페인 등 국가별 와인 공인 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 5년간 주간동아에 와인칼럼을 연재했으며, 2019년부터는 이코노미 조선에 칼럼을 연재중이다. 한림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WSA와인아카데미 대표강사로 WSET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와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취미로 와인을 즐기는 분들께 쉽고 재미나게 와인을 강의하고 있고, 기업체, 공무원, 럭셔리 브랜드와 백화점 VIP 등을 위해서도 '인문학과 와인' 등 다양한 주제로 인기 있는 특강을 진행 중이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아시아 와인 트로피, 한국 주류대상 등의 심사위원 및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캘리포니아, 스페인, 그리스, 호주 등 와인 세미나의 페널과 통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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