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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 페어링

와인 문화가 확대되면서 와인 안주에 관한 관심도 대단하다. 와인을 마실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안주 중엔 치즈가 있다. 취향에 맞는 치즈와 와인 페어링을 찾고 싶은 분들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 페어링을 정리해본다.


[치즈가 빠지지 않는 이탈리아 식탁 풍경, 사진 출처: unsplash, @Taylor Wilcox]


이탈리아 치즈

이탈리아 식탁에서 빵, 치즈, 올리브유, 그리고 와인은 필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피자에는 모짜렐라, 파스타에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요리에 치즈를 자주 쓴다. 이탈리아 치즈의 시작은 기원전 1000년경까지 거슬러 오르며 지역과 시대별 치즈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최근에 발전시킨 치즈까지 있으니 이탈리아에선 정말 다양한 치즈가 생산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연간 22,651,606톤이다. 생산량으로는 미국이 세계 최대 치즈 생산국이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순으로 치즈를 만든다. 4위에 오른 이탈리아 치즈 생산량은 연간 1,253,742톤이다. 이탈리아는 2,500가지 이상 전통 치즈가 생산된다고 추정되는데, 이중 상업성을 갖춘 치즈가 약 500종이고, 원산지 보호를 받는 치즈는 300종 이상이다. 앞서 이야기한 원산지 표시가 붙은 치즈 300종 중 유럽 연합 원산지 보호 지정을 받는 치즈만 52개다. 즉, 유럽 연합 원산지 보호 지정 받은 이탈리아 치즈만 한 주에 한 종류씩 먹어도 1년이 걸릴 정도로 다양한 걸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고 친절한 전문인이 내게 가까이 있다면, 언제든 물어보고 치즈와 와인을 고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안 크고 넓은 판매대에서 절망하는 대신 편안하게 치즈와 와인을 고르는 방법은 없는 걸까?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건 한국에서 장어에 복분자주를 곁들이듯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을 고르는 거다. 이 경우 페어링은 거의 정답이다. 예를 들어, 라구사노(Ragusano)와 같은 시칠리아 치즈에는 시칠리아 샤르도네나 레드 와인이 짝을 이룬다. 또 다른 방법으로 딱딱한 치즈에는 아마로네(Amarone)처럼 진한 와인, 모짜렐라(Mozzarella) 같은 부드럽고 신선한 치즈에는 피아노(Fiano)처럼 부드러운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정도 치즈와 와인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 페어링을 시도해보면, 거의 무한대 조합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제 막 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분들을 위해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이탈리아 치즈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정리하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는 날 이탈리아에서 맛보면 좋은 치즈와 와인 페어링을 소개한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 추천


[모짜렐라 치즈로 만든 인살라타 알라 카프레제(Insalata alla Caprese), 사진 출처:  unsplash @Farhad Ibrahimzade]


트라디시오날 모짜렐라 Traditional Mozzarella STG

모짜렐라는 피자와 샐러드에 많이 쓰이는 나폴리 지역 신선한 생 치즈다. 모짜렐라 치즈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관해 여러 전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나폴리 치즈 공장에서 직원이 실수로 커드를 뜨거운 물통에 떨어트려 탄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피자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모짜렐라의 독특한 식감은 파스타 필라타로 불리는 방식에 있다. 커드를 뜨거운 물 속에서 반죽하면 독특한 결을 만들 수 있고, 이후 뜨거운 물 속에서 반죽을 뜨는 과정을 모짜투라(Mozzatura)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모짜렐라 치즈 이름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 방법을 응용해 훗날 탄생한 치즈가 바로 찢어 먹는 스트링 치즈다.


모짜렐라는 물소 우유로 만드는데 나폴리 근처에서 처음 등장했다. 과거엔 냉장 시설이 거의 또는 전혀 없어서 치즈 유통 기한이 매우 짧아서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만 모짜렐라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냉장 기술과 보관 용기가 개발되며 모짜렐라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모짜렐라는 신선한 우유향을 내며 싱거우면서도 맛이 있고 약간 신맛이 느껴진다. 원래 신맛이 있지만, 만약 너무 신맛이 진하다면, 치즈가 전성기를 지났다고 봐야 한다. 계절에 따라 소가 풀을 뜯는 양이 달라서 풀을 더욱더 많이 먹었을 때 치즈를 만들면 그 색이 노랗게 변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연히 맛이 더 진하고 풍부하다.


모짜렐라에는 선드라이드 토마토, 바질 페스토를 곁들여 즐길 수 있다. 와인은 피노 그리지오, 모스카토 다스티, 프로세코가 잘 어울린다.



모짜렐라 디 부팔라 캄파니아 Mozzarella di Bufala Campania

모짜렐라 치즈의 기원이라 볼 수 있는 치즈로 물소 우유를 재료로 쓴 생 치즈다. 물소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더 복잡하고 강한 풍미를 지니며, 완성된 치즈는 일반 모짜렐라보다 식감이 강하다. 이 치즈는 두부처럼 하얗고 소금물에 담긴 채 판매된다.


역사 자료에 따르면, 물소는 7세기에 이탈리아에 전해졌다. 물소는 힘이 세고 습지대를 잘 걷기 때문에 농사에 쓸모가 많았다. 그러던 물소는 12세기 이후 치즈를 만드는 데 쓰이면서 새로운 효용 가치를 더하게 됐다. 최근엔 이탈리아에서 물소 개체수가 줄어 일반적인 모짜렐라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모짜렐라 디 부팔라 캄파나는 이탈리아 중남부 습지 평원 지역 특산품이 됐다.


모짜렐라 디 부팔라 캄파니아는 물소 우유에서 나오는 미묘한 풀과 이끼 향이 난다. 치즈 애호가라면, 이탈리아 국기를 닮은 바질과 토마토, 치즈로 만드는 인살라타 알라 카프레제(Insalata alla Caprese)를 만들 때, 모짜렐라 원조인 모짜렐라 디 부팔라 캄파니아를 사용하시길 추천한다.


모짜렐라 디 부팔라 캄파니아는 신선한 향과 우유 맛을 최대한 살려주는 그레코 디 투포(Greco di Tufo), 피아노 디 아벨리노(Fiano di Avellino), 키안티 와인과 참 잘 어울린다.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그라나 파다노, 사진 출처: Unsplash @Micheile Visual Stories]


그라나 파다노 Grana Padano 

이탈리아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라나 파다노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와 함께 항상 냉장고에 갖추게 되는 치즈다. 그래서 그라나 파다노 치즈는 '부엌의 남편'이라 불린다. 그라나 파다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수도사에 의해 탄생한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치즈다.


소젖으로 만든 딱딱한 치즈로 최소 9개월 정도 숙성해 출시된다. 그라나(Grana)라는 말은 곡물(Grain)에서 왔는데 이는 '알갱이처럼 부서진다'를, 파다노(Padano)는 비옥한 파다노 평원에서 생산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라나 파다노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부서지는 성질 때문에 그라나족(Grana family)으로 분류된다.


그라나 파다노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보다 저렴한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탈지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라나 파다노는 협회가 정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딱딱한 치즈 껍질 주위에 클로버 잎 상표가 붙어 판매된다. 보통 조각으로 잘라서 팔지만, 통으로도 살 수 있다. 이 치즈는 숙성 기간에 따라 3종류가 있다. 그냥 그라나 파다노는 9~16개월 숙성해 크림 같은 질감이고 입자가 거칠지 않다. 그라나 파다노 올트레(Oltre)는 16개월 이상 숙성해 부서지기 쉬우며 더 진하고 뚜렷한 맛을 지닌다. 그라나 파다노 스트라베키오 오로 델 템포(Stravecchio Oro del Tempo)는 20개월 이상 숙성해 거칠고 부서지기 쉽고 치즈 애호가를 위한 진한 맛을 낸다.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건 그라나 파다노로 연한 노란색을 띠며, 발효 버터와 비슷한 향, 감칠맛이 좋으며 순한 치즈다. 리소토나 파스타 요리를 할 때, 소금 대신 그라나 파다노를 갈아서 넣으면 짠맛과 감칠맛, 깊이 있는 맛을 더할 수 있어 좋다.


은은한 단맛, 짠맛, 감칠맛이 함께 느껴지기에 둥글고 신선하며, 타닌이 적고, 과실 향이 풍부한 와인이 잘 어울린다. 잔잔한 기포와 단맛이 있는 람브루스코(Lambrusco), 이탈리아 대표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 이탈리아 로제 와인이 추천된다.



[숙성 중인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 사진 출처: Unsplash @Max Nayman]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Parmigiano Reggiano

'이탈리아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주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단단한 치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긴 이름은 파르마와 레지아노 지역 이름에서 왔다. 그러나 이 치즈는 파르마(Parma),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 모데나(Modena) 그리고 볼로냐(Bologna) 일부, 그리고 롬바르디아 만토바(Mantova) 포 강(Po River) 남쪽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탈리아 법에서는 오로지 위에 언급된 지역에서 생산된 치즈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로 이름 붙일 수 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비살균 우유로 만들며, 젖소는 반드시 풀이나 건초만 먹어야 한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보통 24개월에서 36개월 숙성해 출시하는데 바퀴 모양으로 생긴 치즈 덩어리는 그 모습이 웅장하다. 이 치즈에서 영감을 얻어 가루 치즈로 만든 걸 파르메산(Parmesan)이라 부른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단단하지만, 결이 곱다. 씹을수록 촉촉하게 느껴지며 간간이 유난하게 씹히는 입자가 있는데 아미노산 결정체다. 은은한 견과류, 과일 향을 내며, 감칠맛과 견과류 맛, 바삭한 질감이 훌륭하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보통 폴렌타, 파스타, 수프를 만들 때 갈아서 넣거나, 깎아서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큼직하게 썰어 치즈 플레터를 차릴 때 쓴다. 치즈 플래터에는 발사믹 식초나 크림을 곁들이거나, 포도와 열매 같은 과일을 곁들이면 복합적인 풍미를 꽉 차게 즐길 수 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견과류와 과실 향을 지녀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 람브루스코,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와 페어링할 수 있다. 이탈리아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지오, 리슬링(이탈리아 북부에서 리슬링이 생산된다)도 잘 어울린다. 만약 레드 와인을 선호한다면, 피노 누아(이탈리아 피노 네로), 메를로, 키안티, 바르베라, 바롤로처럼 붉은 과실 향이 풍성한 와인이 좋은 궁합을 이룬다. 숙성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에는 마르살라(Marsala)도 잘 맞는다.



[단단하지만, 부서지기 쉽고 기막힌 짠맛을 내는 페코리노 치즈, 사진 출처: Unsplash @Jacek-Dylag]


페코리노 Pecorino

페코리노는 이탈리아어로 '양'을 뜻하는 페코라(Pecora)에서 이름을 땄다. 양젖으로 만드는 치즈로 작고 납작한 덩어리 모양 신기하게도 단단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치즈다. 흰색부터 노란색, 주황색, 호박색까지 다양한 색을 띨 수 있다. 페코리노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5종으로 나뉜다.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3종을 알아봤다.


페코리노 로마노 Pecorino Romano

페코리노 로마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치즈 중 하나다. 과거 로마 황제 식탁에 올랐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페코리노 로마노는 로마 시대 카치오(Cacio)라 불렸으며, 숙성된 양젖으로 만든 이 치즈는 장기간의 행군을 견디는 군인들의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쓰였다. 당시 로마 제국 황제는 하루 인당 27g의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할당해 배급했다고 한다.


이름은 페코리노 로마노지만 양젖은 로마나 라치오 주변 시골이 아닌 사르데냐 섬에서 주로 얻는다. 왜냐하면, 사르데냐는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이 사는 섬으로 토착 허브와 풀로 가득한 목초지에서 풀을 뜯으며 사는 고품질 양젖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늘날 페코리노 로마노의 96%는 사르데냐 섬에서 생산된다.


페코리노 로마노는 최소 8개월 이상 숙성 후 출시된다. 치즈는 짠맛이 강하고 부드러움과 풍성한 풍미를 자랑한다. 숙성할수록 매운맛이 나면서 날카로워진다. 전통적으로 까르보나라와 아마트리치아나 같은 파스타 요리에 쓰이며, 이탈리아 음식을 조리할 때 짠맛과 감칠맛을 더하고 싶을 때 쓰면 매우 유용하다. 짠맛과 풍미가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며, 카베르네 소비뇽, 키안티, 바르바레스코, 바롤로 등과 잘 어울린다.



페코리노 사르도 Pecorino Sardo

페코리노 사르도는 페코리노 로마노와 같은 원료로 만들지만 덜 강렬하고 짠맛이 적다. 숙성 기간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어릴수록 더 달콤하고 덜 단단하며, 숙성할수록 볏짚 색을 띠며 더 풍부한 맛을 낸다. 어린 페코리코 사르도는 치즈만 잘라 먹어도 아주 맛있고, 빵 덩어리, 토스트 또는 귀리 크래커, 과일이나 견과류와 함께 즐기도 좋다. 숙성한 페코리노 사르도는 부서지기 쉬워서 아예 강판에 갈아서 쓰면 좋은데, 페스토를 만들 때 넣으면 참 맛있다.


페코리노 사르도는 사르데냐 섬 칸노나우 디 사르데냐(Cannonau di Sardignia), 프리미티보(Primitivno), 메를로, 키안티와 잘 어울린다.



페코리노 시칠리아노 Pecorino Siciliano

페코리노 시칠리아노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언급될 정도로 시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다. 페코리노 시칠리아노는 숙성해서 판매되는데 매운 향과 버터 맛이 진하고 견과류와 짠맛이 난다. 아주 잘 부서지며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와 매우 비슷하다. 페코리노 시칠리아노는 전통 공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생산되며 파스타, 리소토, 폴렌타에 넣으면 좋다.


페코리노 시칠리아노는 네로 다볼라(Nero d'Avola),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그릴로(Grillo)나 인솔리아(Inzolia), 이탈리아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어울린다.



페코리노 토스카노 Pecorino Toscano

페코리노 토스카노는 숙성 기간이 20일부터 1개월 정도로 짧은 프레스코(Fresco)와 숙성이 3개월 정도인 스타지오나토(Stagionato)가 주로 유통된다. 숙성 기간이 다소 짧은 프레스코는 밀랍 같은 느낌의 겉면, 부스러기과 결정과 양젖 특유의 단맛이 풍성하다. 스타지오나토는 버섯과 견과류 풍미가 진하며 짠맛과 단맛이 동시에 느껴지며 캐러멜이 살짝 스친다. 스페인 만체고 치즈가 숙성되었을 때와 매우 비슷하다. 페코리노 토스카노는 배, 호두, 아카시아, 꽃 향이 좋은 꿀, 모과 조림인 멤브리요(Membrillo)나 아티초크와 잘 어울린다.


페코리노 토스카노는 키안티, 브루넬로, 바르베라 달바, 피노 그리지오, 리슬링과 함께 즐기면 좋다.



[푸른 곰팡이가 내는 독특한 풍미의 고르곤졸라 치즈, 사진 출처: Unsplash @Towfiqu Barbhuiya]


고르곤졸라 Gorgonzola

고르곤졸라는 로크포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블루 치즈 중 하나다. 고르곤졸라는 밀라노 근처 롬바르디아의 작은 마을에서 발명되었으며 그 역사가 1천 년이 넘는다. 고르곤졸라 탄생에 관한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치즈 생산자의 조수가 소젖을 짜다 말고 몰래 일터를 빠져나가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다음 날 돌아왔다고 한다. 그 조수는 전날 이미 짜놓은 소젖이 발효를 시작하였는지 모르고 다음 날 아침에 짠 새 젖을 넣었는데 이 과정에서 고르곤졸라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긴 세월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고르곤졸라는 최음제로도 쓸 수 있다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고르곤졸라는 소젖으로 만들며 푸릇한 무늬와 강한 향을 지닌다. 따라서, 치즈 입문자나 비위가 약한 사람에겐 권하지 않는다. 고르곤졸라는 단맛을 의미하는 돌체(Dolce)와 매운맛의 피칸테(Piccante) 두 종류가 있다. 시장에서는 고르곤졸라 돌체가 흔하다. 갓 만든 고르곤졸라는 크림 같은 질감에 촉촉하며 버터, 풀이 무성한 들판 향이 난다. 일반적으로 고르곤졸라 피칸테는 3~4개월 숙성하는데 오래될수록 수분을 잃으면서 쉽게 부서지며 더 날카롭고 짠맛이 강해진다.


고르곤졸라 돌체는 부드럽고 크림 같아서 빵에 발라 먹거나 샐러드드레싱이나 파스타 소스로 사용하면 좋고, 피자에도 잘 어울린다. 스테이크를 구운 팬에 육즙이 넉넉한 경우라면, 고르곤졸라 돌체 조각을 녹인 뒤 스테이크 소스로 즐겨도 좋다. 이 경우에는 바롤로나 아마로네 와인과 페어링 한다. 고르곤졸라 돌체는 배나 다양한 과일에 올려 즐길 수도 있다. 이처럼 고르곤졸라 돌체의 부드러움과 단맛을 극대화해서 즐기고 싶다면, 오프 드라이한 프로세코를 고르면 된다. 고르곤졸라 피칸테는 더 단단하고 부서지는 경향이 있어 빵에 바르거나 꿀을 뿌려 먹으면 아주 좋은 맛의 대비를 즐길 수 있다. 이 경우엔 짠맛과 단맛의 조화를 잘 느낄 수 있는 마르살라(Marsala), 빈산토(Vin Santo) 같은 이탈리아 디저트 와인이 추천된다.



이탈리아에서 꼭 맛봐야 하는 치즈와 와인 페어링


[포르마이 데 무트, 사진 출처: Formai de Mut dell'Alta Valle Brembana DOP 페이스북]


포르마이 데 무트 Formai de Mut

포르마이 데 무트는 수 세기 전부터 생산된 치즈지만, 본격적인 발전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이뤄졌다. 롬바르디아(Lombardia) 지역 베르가모(Bergamo)에서 '산의 목초지'를 의미하는 발 브렘바나(Val Brembana)를 무트(Mut, 산 초)라고 읽는 방언에서 이름이 따랐다.


포르마이 데 무트는 생우유로 만들어 최소 45일간 숙성한 약간 딱딱한 치즈다. 여름에 산악 목초지에서 생산되면 파란 라벨, 그렇지 않으면 빨간 라벨을 붙인다. 이 치즈는 둥글넓적한 형태로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또는 통으로 살 수 있다.


포르마이 데 무트는 따끈하게 데운 우유, 녹은 버터, 건초, 꽃, 토스트, 바닐라, 소고기 육수 향이 나며, 달고 짭짤하며, 신맛과 쓴맛이 강하지 않다. 만약 숙성이 오래 진행되면 매운맛이 난다. 치즈가 입안에서 녹으면서 살짝 들러붙는 경향이 있고 삼키고 나면 여운이 길게 입안에 머문다.


포르마이 데 무트를 넣은 라비올리를 만들어도 좋고, 단순히 치즈만 먹어도 맛있다. 이탈리아 로제, 피노 그리지오, 가벼운 키안티 와인이 추천된다.


[기분 좋게 톡 쏘는 풍미를 지닌 몬타시오]


몬타시오 Montasio

몬타시오는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지역 베네딕토 수도사들이 13세기에 만들기 시작한 수도원 치즈다. 몬타시오는 소젖으로 만든 적당히 단단한 치즈로 이탈리아 요리에는 자주 쓰이지만, 해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몬타시오는 60일에서 18개월 정도 숙성되는데, 4개월 이상 숙성한 건 몬타시오 메짜노(Montasio Mezzano)와 10개월 이상 숙성한 스타지오나토(Stagionato)라고 부른다. 초기에는 부드러운 맛을 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한 과일 맛을 내며, 둘 다 기분 좋게 톡 쏘는 풍부한 풍미를 지닌다.


부드러움과 과실 향을 압도하지 않는 가벼운 와인으로 피노 비앙코, 프리울라노, 이탈리아 메를로 또는 가볍게 홀짝이는 람브루스코와 잘 어울린다.


[베로나 지방을 대표하는 치즈 중에 하나인 몬테 베로네제]


몬테 베로네제 Monte Veronese

몬테 베로네제는 베로나 지방 북부 대표 치즈다. 이곳 레시니 산맥(Lessini Mountains)은 남쪽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완만한 경사와 풀이 풍부해 방목에 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맛있는 치즈 생산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 기원으로 들려오는 한 이야기에 따르면, 13세기 초 베로나의 주교가 아시아고 고원의 독일계 목동에게 레시니 산맥 토지 사용을 허락했고 이 사람에 의해 소 사육과 치즈 생산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치즈는 화폐 대신 쓸 수 있는 귀한 상품이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1400년경 베로나의 양모 시장과 레시니의 목초지를 장악했던 스칼리게리 가문이 몰락하면서 롬바르디아 치즈 장인들이 이주했고, 이들이 점차 소 사육을 늘리면서 몬테 베로네제 치즈가 발전했다고 한다. 몬테 베로네제는 베로나 지방에서만 살 수 있었는데, 최근 이탈리아 전역과 해외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몬테 베로네제는 특정 품종 젖소에서 얻은 전유 또는 반탈지 우유로 만든 단단한 치즈다. 작은 생산지에서 원유를 사용해 만든 치즈로 품질 수준이 매우 높다. 몬테 베로네제 라떼 인테로(latte intero)는 전유를 쓰며, 갓 짜낸 우유, 크림, 신선한 버터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맛이 일품이다. 이 특성을 최대로 즐기고 싶다면, 생산 후 60일 이내에 즐기면 좋다. 몬테 베로네제 달레보(d'Allevo)는 부분적으로 탈지된 우유로 만든다. 최소 3개월에서 최대 2년 동안 숙성되는데 맛이 라떼 인테로에 비해 맛이 진하고 강렬하며 숙성할수록 매운맛이 난다.


몬테 베로네제 라떼 인테로는 감귤류로 만든 약간 쓴맛이 나는 잼이나 마멀레이드, 밤 꿀 같이 향이 강한 꿀을 함께 즐기면 좋다. 또는 폴렌타나 케이크를 만들 때 넣으면 풍성한 맛을 낸다. 몬테 베로네제 라떼 인테로에는 과실 향이 풍부한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와 잘 어울린다. 몬테 베로네제 달레보는 매운맛이 강해 돼지고기 요리에 곁들이거나 식후에 즐기기 좋다. 이 경우 풀 바디에 드라이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가 잘 어울린다.


[신선하고 섬세한 풍미를 지닌 무라짜노]


무라짜노 Murazzano

무라짜노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에서 오래전부터 생산된 치즈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전설이 있지만, 무라짜노는 켈트족이 이 지역에 살았던 시대에 발명되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역사 학자에 따르면, 무라짜노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라는 말도 있다. 치즈 이름은 무라짜노 도시 이름을 따랐다. 피에몬테 쿠네로(Cunero)에 살던 한 여성이 양을 치고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든 뒤 다른 마을 가게에 치즈를 내다 팔았는데, 인기를 끌자 가게 주인이 치즈를 만드는 그 여성을 가게 근처 동네로 데려와 본격적으로 치즈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여전히 무라짜노 치즈는 소량 생산되며 품질이 매우 훌륭하다.


무라짜노는 한때 양젖으로만 만들었으나 지금은 최소 60% 양젖을 쓰고 그 외 우유를 섞을 수 있다. 이에 100% 양젖을 쓴 경우엔 푸라 페코라(Pura Pecora)라는 표시가 붙는다. 위가 약간 좁아지는 원통형으로 생겼고, 적당히 단단한 치즈다. 신선하고 섬세한 풍미를 지니며 양젖이 주는 미묘한 단맛이 있고, 숙성하면 더 강렬하고 맵다.


무라짜노 치즈만 단독으로 즐겨도 맛있는데 랑게 샤르도네(Langhe Chardonnay), 로에로 아르네이스(Roero Arneis), 돌체토 데 도글리아니(Dolcetto di Dogliani)와인과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맛과 식감으로 빵에 발라 먹기 좋은 크레센차]


크레센차 Crescenza(스트라키오 디 크레센차 Stracchino di Crescenza)

크레센차는 스트라키노 디 그레센차(Stracchino di Crescenza)로도 불린다. 크레센차는 롬바르디아, 피에몬테, 베네토 지방 등 이탈리아 북부에서 생산된다. 이 지역 소들은 계절에 따라 풀을 뜯기 위해 알프스 산맥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느라 이동 중엔 젖을 짤 수 없으니 젖이 불어난 소들에게서 지방이 풍부해 고소하고 진한 젖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스트라키노는 이탈리아어로 '피곤하다'를 의미하는 스트라카(Stracca), 크레센차는 이탈리아어로 '성장'을 의미하는 크레세레(Crescere)에서 유래해 치즈 이름이 됐다. 크레센차에는 이 치즈를 따뜻한 곳에 두면 빵이 부풀어 오르듯 더 숙성되고 부드러워지면서 부풀어 오르면서 퍼지는 성향을 보고 붙인 이름이기도 한다. 크레센차는 이탈리아 주방 필수품이며 우유 향과 풍미가 정말 훌륭한 생 치즈다.


크레센차는 부드러운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지니며, 숙성되면서 더욱더 크림처럼 되고 레몬과 효모 향이 느껴진다. 폴렌타를 만들 때 넣거나 호두빵에 발라 먹거나 피자에 곁들이거나 슴슴한 빵에 크레센차를 바르고 양질의 올리브유나 허브, 소금을 곁들여도 좋다. 피노 그리지오나 로제 와인과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버터 풍미에 적당히 단단한 이탈리코, 사진 출처: www.assolatte.it]


이탈리코 Italico(벨 파에세 Bel Paese)

이탈리코는 벨 파에세, 즉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나라'를 의미한다. 치즈의 이름은 1873년 안토니오 스토파니(Antonio Stoppani)가 쓴 일 벨 파에세(Il Bel Paese)라는 책에서 따왔다. 1906년 롬바르디아에 있는 큰 치즈 회사 중 하나가 프랑스의 치즈 생산량에 이탈리아가 뒤질 수 없다며 금세 많이 만들 수 있는 치즈로 발명됐다. 벨 파에세는 6주에서 8주 정도 숙성해 출시한다. 벨 파에세는 기분 좋은 향을 내며, 맛은 부드러운 버터 풍미와 약간 달콤한 맛을 내는 적당히 단단한 치즈다. 이에 보통 얇게 썰어 배, 무화과, 사과와 같은 과일에 곁들인다. 잘 녹기 때문에 피자나 캐서롤에도 많이 쓰인다.


벨 파에세는 바르돌리노(Bardolino)나 샤르도네와 페어링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사 전후에 치즈와 와인을 즐겨 먹는다. 더 풍성한 맛을 즐기기 위해 터르플 꿀, 견과류, 구운 빵이나 크래커와 같은 질감과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더라도 별다른 조리 과정이 없으니 누구든지 시도할 수 있다. 이탈리아 치즈와 와인 페어링을 참고해 더 맛있는 와인 생활이 되길 바라본다.


부온 아페티토(Buon appetito)!


자료제공: Assolatte, Italian cheese, Italian Trade Agency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작성 2022.05.04 09:00수정 2022.05.04 12:34

정수지 기자는 2011년 와인21 미디어 와인 전문 기자로 합류. 와인21에서 국제 미디어 협력과 와인 상식 및 용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정수지 기자는 WSET Advanced와 A+ Australian Wine Expert Level 1 & 2 자격, 스페인 와인, 마데이라,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모젤 와인 교육가 자격, 그리스 와인 전문가와 스페인 와인 전문가 인증을 받았다. 그녀는 2009년 호주 와인과 브랜디 공사와 영국 WSET가 준비한 호주 와인 여행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17년 그녀는 샴페인 기사 작위를 받았다.

현재 정수지 기자는 WSA 와인 아카데미에 외부 강사로 활동 중이며, 그 외 관공서와 기업 강의를 하고 있다. 세계 각국 마스터 클래스가 열릴 경우, 그녀는 와인 전문인 또는 와인 소비자 이해를 돕는 시음 패널 또는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WSET 중급과 고급 교재 기술 감수를 하고 있으며, 아시아 와인 트로피, 베를린 와인 트로피, 조선 비즈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 등 다양한 와인 품평회에 심사 위원이다.

와인 저널리스트로서 그녀는 국내외 다양한 매체에 와인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는 세계 유수 와인 산지를 취재하며 테루아, 와인 법규, 와인 과학, 와인 트렌드, 와인 관광, 와인 페어링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화이트 와인, 샴페인 및 스파클링 와인, 내추럴과 오렌지 와인, 희귀하고 새로운 와인에 늘 관심이 많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그리스, 모젤, 뉴질랜드, 호주, 스페인 와인과 샴페인에 특화되어 있다.

정수지 기자는 개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상당수 팔로워를 갖고 있으며, 네이버 와인 인플루언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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