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와인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숨결을 느끼다

그러고 보니 한 번쯤은 상상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도 생전에 와인을 자주 마시지 않았을까?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매일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겼을 텐데 말이다. 미술, 과학, 철학, 건축 등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그가 와인을 좋아했다면 분명 관련된 연구도 했을 것이다. 최근 그 의문이 사실로 밝혀졌다. 레오나르도는 와인에도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와인으로부터 열정과 창의력 그리고 영감을 받았다. 양조학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1515년 레오나르도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에 쓴 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대한 내용이 현대적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최후의 만찬'을 그린 댓가로 포도밭 1헥타르를 받았다고 한다. 종합해 볼 때 레오나르도는 분명 포도와 와인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것 같다.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출 담당 매니저, 자넷 파탈라]


2022년 6월 21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출 담당 매니저 자넷 파탈라(Jannet Fathallah)와 수입사인 나라셀라의 주최로 와인 미디어 런치가 열렸다. 자넷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와인이 탄생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해 주었다. 2019년은 레오나르도 사망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렸는데, 그중 하나가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와인 천재 레오나르도 (Leonardo Wine Genius)'였다. 이 프로젝트는 레오나르도가 쓴 편지의 내용을 토대로 와인을 가장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레오나르도 방식(Metodo Leonardo)'을 정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 방식을 기본 프로토콜 삼아 빌라 다 빈치, 다 빈치(이 카폴라보리), 1502 다 빈치 인 로마냐, 모나리자, 레오나르도다 빈치라는 다섯 가지 브랜드의 와인을 출시했다. 현재 나라셀라는 데일리급인 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제외하고 프리미엄급 브랜드인 빌라 다 빈치, 다 빈치, 1502 다 빈치 인 로마냐를 국내에 수입 중이다. 금번 미디어 런치에서는 빌라 다 빈치 와인 3종과 다 빈치 와인 2종을 시음해볼 수 있었다.


수퍼 투스칸의 농염함, 빌라 다 빈치

레오나르도의 그림 중에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특히 모나리자의 배경에서 보이는 낮은 구릉과 사이프러스 나무는 지금도 토스카나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레오나르도는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 빈치(Vinci) 출신이다. 그의 가족은 빈치에 집과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고 레오나르도는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내며 자연에 대한 사랑과 포도 재배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빌라 다 빈치 와이너리와 포도밭은 레오나르도가 유년 시절을 보낸 바로 그곳에 위치하고 있다. 총 100 헥타르의 토지 중 75헥타르에서 포도가 재배되며 '레오나르도 방식'을 토대로 전통의 깊이와 현대의 기술을 겸비한 프리미엄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그린 명화 '수태고지'로 장식한 레이블 또한 이 와인들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빌라 다 빈치, 스트레다]


빌라 다 빈치, 스트레다 (Villa Da Vinci, Streda)

가장 먼저 시음한 와인은 스트레다였다. 스트레다는 빈치 마을의 포도밭을 가로지르는 개울 이름이다. 레이블에는 수태고지에서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건네는 꽃이 그려져 있다. 스트레다는 베르멘티노(Vermentino)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빌라 다 빈치 포도밭 중 4헥타르에서만 생산되는 이 와인은 해발 고도 100미터에서 강렬한 태양과 시원한 해풍을 맞고 자란 포도로 만들어 달콤함과 상큼함의 균형이 탁월하다. 풍미도 강렬해서 와인잔을 가까이 하면 복숭아와 멜론 향이 코와 입을 사로잡는다. 한 모금 머금으면 실크처럼 매끄러운 질감이 입안을 희롱한다. 콥 샐러드와 가재 세비체에 곁들이니 궁합이 환상적이었다. 호불호 없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며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빌라 다 빈치, 산 지오]


빌라 다 빈치, 산 지오 (Villa Da Vinci, San Zio)

산 지오는 동명의 포도밭에서 자란 산지오베제 95%와 토스카나 토착 적포도인 콜로리노(Colorino) 5%가 블렌드 된 와인이다. 연간 6,000병만 소량 생산되는 와인으로 오크통에서 2~4개월의 짧은 숙성을 거쳐 산지오베제 특유의 풍미를 한껏 살렸다. 금번에 시음한 빈티지는 2019년산이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는 와인이었다. 달콤하고 농익은 과일향이 잔을 가득 채우고 매끈하고 탄탄한 질감과 산뜻한 신맛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함과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이 와인은 초보부터 애호가까지 주구나 좋아할 스타일이다. 토스카나 와인을 처음 마셔보는 사람에게 이 와인을 권한다면 아마도 바로 산지오베제 팬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빌라 다 빈치, 산토 이폴리토]


빌라 다 빈치, 산토 이폴리토 (Villa Da Vinci, Santo Ippolito)

산토 이폴리토는 산지오베제 40%, 시라 30%, 메를로 30%가 블랜드 된 와인이다. 빌라 다 빈치 와인 중에서도 정상급임을 말해주듯 레이블에도 수태고지 그림의 주인공인 천사와 성모 마리아가 모두 등장한다. 산토 이폴리토는 빌라 다 빈치의 밭에서 자란 포도를 손수확해 만들었으며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한 뒤 새 프렌치 오크통에서 12~18개월 숙성을 거쳤다. 보디감이 묵직하고 질감이 부드러우며 아로마의 집중도가 탁월하다. 검은 체리, 자두, 블랙베리 등 잘 익은 과일향과 함께 발사믹, 커피, 후추 등의 풍미가 복합미를 더한다. 산토 이폴리토는 빌라 다 빈치 근처에 있는 고대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이 와인은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처럼 장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특별한 날 정찬에 곁들일 와인을 찾는다면 바로 이 와인이다.


 산지오베제의 정수, 다 빈치

다 빈치 와인 브랜드의 풀 네임은 다 빈치 이 카팔라보리(I Capalavori)다. 이 카팔라보리는 우리말로 '걸작'이라는 뜻. 브랜드 이름처럼 각 와인의 레이블도 레오나르도의 명작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예술을 빛내는 것이 레오나르도의 그림이라면, 이탈리아의 와인을 빛내는 것은 산지오베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 빈치 와인들은 산지오베제로 만든 키안티와 몬탈치노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레오나르도의 천재성과 예술, 과학, 자연 등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모험 정신을 기리는 와인들이다.


[다 빈치, 끼안티 리제르바]


다 빈치, 끼안티 리제르바 (Da Vinci, Chianti Riserva)

산지오베제 85%에 메를로 10%와 기타 품종 5%를 블랜드해 만든 와인이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15~20년.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10개월간 숙성시킨 뒤 출시했다. 시음한 빈티지는 2017이었는데 아직도 와인이 어리다는 느낌을 주는 것을 보면 숙성잠재력이 상당한 듯하다. 체리와 자두 등 산뜻한 과일향과 향신료의 은은한 어울림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풍미에서 오크가 전혀 튀지 않으면서도 타닌의 질감이 둥글게 잘 숙성된 점이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실력을 말해주는 듯하다. 레이블을 장식하는 레오나르도의 그림은 그의 걸작 '암굴의 성모'다. 아기 예수와 세례 요한을 지그시 내려다보는 마리아의 표정이 이 와인의 부드러움과 무척 닮았다. 미트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또는 햄버그 스테이크에 곁들이기 좋은 스타일이다.


[다 빈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다 빈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Da Vinci, Brunello di Montalcino)

레이블에 그려진 레오나르도의 세례 요한. 이 그림은 음영이 강조되어 있어 레오나르도 작품 중에서도 입체감이 가장 잘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 명작이다. 와인 맛도 그림처럼 입체적이면서도 우아한 풍미를 자랑한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DOCG 규정에 따라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이 와인은 연간 5,000병만 소량 생산되며 30개월간 커다란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된다. 시음한 빈티지는 2016이었는데 적당한 보디감과 탄탄하면서도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이고 여기에 어우러진 체리, 블랙베리 등 신선한 과일향이 환상적인 부케를 이루고 있었다. 와인을 마신 뒤에도 향긋한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스타일이어서 음식보다는 잘 숙성된 치즈를 조금씩 곁들이며 와인 맛을 음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1502 다 빈치 인 로마냐 와인들은 이번에 시음할 수 없었지만 이 와인이 탄생한 배경만큼은 독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다. 레오나르도는 로마냐의 공작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의 명령으로 도시 건설을 계획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다. 이때 로마냐의 아름다운 포도밭과 맛있는 와인에 매료된 그는 수확한 포도를 말려서 와인을 만드는 것을 보고 '체세나로 가져온 포도'라는 그림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가 그린 유일한 포도 그림이다. 1502 다 빈치 인 로마냐는 워낙 소량 생산이어서 백화점에서만 판매되고 있고 수입되는 즉시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디어 런치는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의 이야기와 그의 작품 그리고 맛있는 와인이 함께 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잠시나마 와인을 즐기며 레오나르도의 숨결을 느낀 듯했다.


프로필이미지김상미 칼럼니스트

작성 2022.06.23 17:56수정 2022.06.25 13:13

2005년부터 유럽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와인에 올인, 영국 Oxford Brookes University에서 Food, Wine & Culture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논문 'An Exploratory Study to Develop Korean Food and Wine Pairing Criteria (한국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2014 Global Alliance of Marketing & Management Associations(GAMMA) Conference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학술지 'Beverages'에도 게재됐다. (http://www.mdpi.com/2306-5710/3/3/40). 2015년 영국 런던 Wine & Spirit Educational Trust(WSET)에서 Diploma를 취득했으며, 그리스, 마데이라, 스페인 등 국가별 와인 공인 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 5년간 주간동아에 와인칼럼을 연재했으며, 2019년부터는 이코노미 조선에 칼럼을 연재중이다. 한림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WSA와인아카데미 대표강사로 WSET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와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취미로 와인을 즐기는 분들께 쉽고 재미나게 와인을 강의하고 있고, 기업체, 공무원, 럭셔리 브랜드와 백화점 VIP 등을 위해서도 '인문학과 와인' 등 다양한 주제로 인기 있는 특강을 진행 중이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아시아 와인 트로피, 한국 주류대상 등의 심사위원 및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캘리포니아, 스페인, 그리스, 호주 등 와인 세미나의 페널과 통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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