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레이 강이 흐르는 리버랜드 전경, 사진 제공: 리버랜드 와인 협회]
남호주 리버랜드(Riverland)는 호주 전체 와인 생산량의 32%에 이르는 와인을 생산해 '호주 와인 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최근 리버랜드는 와인 생산량뿐만 아니라 새롭고 흥미로운 와인으로 전 세계 와인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부터 리버랜드 와인을 톺아보자.

[리버랜드에 본거지를 둔 와이너리 중 하나]
리버랜드 소개
리버랜드는 남반구 최대 와이너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10개 중요 와이너리의 본거지가 있는 와인 산지다. 2022년 기준 리버랜드는 호주 전체 포도 압착량의 32%, 남호주 연간 압착량의 62.9%를 생산했다. 리버랜드에는 936명의 포도 재배자와 약 3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다. 대부분 대규모로 생산된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전 세계 109개국에 공급하며 국제적인 수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역 소규모 부티크 와인 생산자들이 빚은 소량 다품종 고품질 와인과 자연주의 와인이 와인 애호가를 유혹하고 있다.

[리버랜드 위치, 자료 제공: 호주 와인 협회]
리버랜드의 포도 재배
리버랜드는 남호주 중심 도시인 애들레이드에서 북동쪽으로 220km 떨어져 있어 차로 약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리버랜드는 바로사 밸리 동쪽에서 시작해 머레이 강을 따라 330km에 걸쳐 펼쳐진다. '천천히 움직이는 뱀'이라 불리는 머레이 강은 리버랜드의 지형과 기후를 결정하며, 물 자원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리버랜드 포도밭 규모는 20,553헥타르로 해발고도 0~99m에 걸쳐 분포한다.

[리버랜드 지도, 자료 제공: 리버랜드 와인 협회]
리버랜드는 대륙성 기후로 따뜻한 여름과 온화한 겨울을 보내며, 연간 강우량이 적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다. 긴 일조 시간 덕분에 포도가 완전히 익을 수 있고, 상대 습도가 낮아 질병 위험도가 적거나 거의 없다. 이곳 토양은 60만 년 전 머레이 강이 형성될 때, 리버랜드라 불리는 넓은 삼각주를 만들며 형성되어 영양분이 풍부하다. 강 근처 토양은 점토 위 모래로 더 풍부한 과실 향을 지닌 와인, 강에서 조금 높은 포도밭은 석회 점토에 바람에 날리는 모래로 이뤄져 선명하고 명쾌한 과실 향과 풍미에 산미가 좋은 와인이 생산된다.

[리버랜드 와인에 큰 영향을 끼치는 머레이 강, 사진 제공: 리버랜드 와인 협회]
리버랜드는 85종 이상 포도를 생산하는데,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같은 전통 품종과 더불어 몬테풀치아노, 베르멘티노, 네로 다볼라, 피아노, 네그로 아마로와 같은 지중해 품종 재배가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리버랜드는 이미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포도 품종의 실험 재배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며 와인의 완성도도 크게 높아졌다. 따라서, 지중해 품종으로 소량 생산된 고품질 와인에 대한 수요가 아주 많다. 일부 생산자는 지중해 품종으로 만든 자연주의 와인 또는 오렌지 와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리버랜드 포도밭과 지표 식물]
리버랜드는 강우량이 적어 질병 위험이 낮지만 반대로 물 부족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리버랜드는 호주 와인 산업 심장부로 이곳에서 포도가 더 건강하게 자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리버랜드 와인 생산자들은 1980년대 포도 질병 관리를 할 수 있는 그레이프 워치(Grape Watch)라는 자동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그레이프 워치는 기상 조건을 시시각각 분석해 곰팡이가 발생하거나 포도송이가 무를 가능성이 커지면, 이를 포도 재배자와 와인 생산자에게 미리 자동으로 경고해 대책을 마련하게 해준다. 이런 선제 질병 대비를 통해 와인 생산자는 고품질 포도를 수확해 안정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리버랜드에서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포도 재배가 증가 중이다. 특이하게도 리버랜드에서는 지표 작물 중 루비 솔트부쉬(Ruby Saltbush)와 크리핑 솔트부쉬(Creeping Saltbush)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자칫 물이 부족할 수 있는 이곳에서 땅 속 수분을 유지하고 땅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해줘서 10여 년 전부터 재배하고 있다. 여름에 대기 온도가 40도까지 올라도 솔트부쉬가 있는 곳엔 여전히 걷기 좋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리버랜드의 역사
리버랜드는 이라우(Yirau)족, 주주(Juju)족, 에라위릉(Erawirung)족이 살던 장소로 머레이 강 국립공원 내에 많은 이들의 문화 유적지가 발견된다. 1800년대 후반 머레이 강둑에 있는 렌마크(Renmark)에 원주민과 남호주에 유입된 유럽인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정착촌이 형성되며 그 역사가 시작됐다.

[100주년을 기념한 포도 재배 협동 조합 CCW]
1919년 호주가 국토를 나눠 귀향 군인이 사거나 빌려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책을 펴면서 많은 유럽 이민자가 리버랜드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고, 유럽인의 정착은 포도 재배와 와인 문화 발전의 기초가 됐다. 1920~1930년대 리버랜드에 베리 협동조합 와이너리와 증류소(Berri Co-Operative Winery and Distillery)가 설립되면서 조합원의 포도 재배와 가공이 이뤄지며 리버랜드는 대규모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베리 협동조합은 귀향 군인에게 포도 농부가 되는 법을 열심히 알려줬다.
1960~1980년대 호주 와인의 황금시대와 맞물려 리버랜드 와인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리버랜드는 전 세계에서 매일 소비되는 호주 와인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2000년대에도 포도나무 재배는 시장 수요에 맞춰 두 배 정도 증가했다.

[얄룸바 너서리 묘목들]
리버랜드는 전 세계 와인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수요가 증가할 포도 품종과 와인 스타일을 미리 파악해 포도를 재배한다. 한 예로, 얄룸바 너서리(Yalumba Nursery)를 들 수 있다. 이곳은 1958년 설립된 포도 묘목장으로 시장 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5년 뒤 호주 와인 산업을 이끌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4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엔 1미터당 24개 묘목이 촘촘하게 심긴다. 묘목들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를 두 번 거친 뒤 땅에 옮겨진다. 작은 묘목 한그루당 가격은 5.5~6 AUD로 총 250만 그루가 심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래를 위한 엄청난 투자다. 2022년 기준 쉬라즈는 다소 줄고, 그르나슈와 리슬링, 지중해성 품종 증가가 눈에 띈다.

[리버랜드 부티크 와이너리 포도밭 전경]
리버랜드의 와인 관광
리버랜드는 머레이 강을 따라 흥미로운 와인 관광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머레이 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독립체 호텔 설립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애들레이드 도심 사람들은 주말이면 하우스 보트 휴가 및 기타 활동을 즐기기 위해 리버랜드를 찾고 있다. 장관을 이루는 머레이 강과 와이너리 방문, 싱싱한 농산물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크다.
2020년 리버랜드는 바로 리버랜드로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호주 와인 산지 중 최초로 완전 몰입형 가상 현실 투어를 출시했다. '리버랜드 온 더 버지(Riverland on the Verge)'라는 프로그램으로 무료 3D 뷰잉 고글을 이용해 화려한 풍경을 간접적이지만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습지를 재건하며 만든 밴락 스테이션 포도밭]
리버랜드의 대표 와인
리버랜드 샤르도네는 남호주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데 잘 익은 열대과실 향이 활기차며, 오크 향을 느낄 수 있다. 쉬라즈는 따뜻한 기후에서 완전히 익은 부드러운 타닌을 지녀 마시기 편안하고 검붉은 열매 향이 좋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진한 보라색을 띠며, 따뜻한 해엔 라즈베리와 블랙베리 향이 강렬하고 서늘한 해엔 블랙커런트와 민트 향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와인이 된다.
리버랜드 와인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한국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외 주목할 와이너리로는 919 와인즈(919 Wines), 킹스톤 에스테이트(Kinston Estate), 옥스퍼드 랜딩(Oxford Landing), 말리 에스테이트(Mallee Estate), 식스티 에잇 로지즈(Sisty eight Roses), 휘슬링 카이트(Whistling Kite), 앵고브 패밀리 와인메이커스(Angove Family Winemakers), 얄룸바(Yalumba), 밴락 스테이션(Banrock Station), 스타즈 리치 빈야드(Starrs Reach Vineyard), 리카 테라(Ricca Terra) 등이 있다.

[리버랜드 와인들]
919 와인즈는 1999년 에릭과 제니 젬믈러가 설립한 유기농 인증 와이너리다. 그로 망생, 베르멘티노, 산지오베제, 투리가 나시오날, 템프라니요, 두리프(Durif)를 포함해 흥미롭고 다양한 품종으로 고품질 와인을 만든다.
스타즈 리치 빈야드는 6대에 걸쳐 머레이 강에서 포도 농사를 해온 와인 가문이다. 최근 들어 자체 브랜드인 스타즈 리치 와인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셰리돈과 남편 크레이그가 운영하는데, 셰리돈은 리버랜드 양조용 포도 재배자 협회 부회장이며, 2019년 호주 와인업계 여성에게 주는 올해의 포도 재배자 상을 받았다. 자연이 허락한 포도 외에 화학 물질을 거의 쓰지 않는다.
말리 에스테이트는 1998년 피터와 엘레니 마르키아스가 설립한 가족 소유 및 운영 부티크 와이너리다. 현재는 아들 아서와 짐이 물려받아 운영 중이며, 해마다 일관되고 탁월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리 에스테이트는 2017년 올해의 신생 와이너리, 뉴욕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2015년 산 템프라니요와 2013년 리저브 와인으로 금상을 수상하는 등 권위 있는 와인 대회 수상을 자랑한다.

[리버랜드 와인들]
옥스퍼드 랜딩은 리버랜드의 대표 생산자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야생 효모로 발효하며 비건 와인으로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옥스퍼드 랜딩 샤르도네, 카베르네-쉬라즈, 쉬라즈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옥스퍼드 랜딩 샤르도네는 야생 효모로 발효 후 효모 숙성을 거쳐 약간의 오크, 계피, 향신료, 잘 익은 과실 향을 내며, 맛을 보면 녹차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쌉쌀함이 일품이다. 카베르네 쉬라즈는 강렬한 체리, 각종 열매, 스파이스 향과 풍미를 지니며 정말 부드러운 타닌을 지녀 마시기 쉽다. 쉬라즈는 진한 블루베리와 밀크 초콜릿, 스파이스 향과 풍미에 밝은 느낌의 과실 풍미를 마시는 내내 즐길 수 있다. 국내 미수입이지만, 옥스퍼드 랜딩 소비뇽 블랑과 메를로는 호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와인이다.

[리버랜드 와인들]
밴락 스테이션은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와인'으로 유명하다. 황폐해진 습지를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해 습지를 원래 모습으로 복원시켰으며, 이후 와인 판매액 1%를 환경 보호 활동에 자동으로 기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와인 포장으로도 유명하며 비건 와인을 생산한다. 밴락 스테이션 샤르도네(Banrock Station Chardonnay)는 레몬 타르트와 사과 풍미가 진하고, 살짝 오크 풍미가 느껴지는 풀바디 와인이다. 잘 익은 과실 풍미가 진하며, 은은한 오크 풍미를 지니고 있는 우아한 와인이다. 밴락 스테이션 쉬라즈(Banrock Station Shiraz)는 잘 익은 라즈베리, 자두 향이 농밀하고, 풀바디에, 금방 간 듯한 후추, 팔각, 말린 허브 풍미를 지닌 와인이다. 밴락 스테이션 카베르네 메를로(Banrock Station Cabernet Merlot)는 잘 익은 자두, 블랙커런트, 레드 체리 향이 풍성하고 은은한 오크 향이 매력을 더하는 와인이다. 입에서는 블랙커런트와 체리 풍미가 진하며 섬세한 오크 풍미, 긴 여운이 멋스럽다. 밴락 스테이션 모스카토(Banrock Station Moscato)는 환상적인 꽃, 셔벗, 시트러스 풍미를 지닌 달콤한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 6%인 산뜻한 와인으로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리버랜드 와인들]
앵고브 와인은 1886년 설립되어 현재 5대째 경영을 이어온 와이너리로 리버랜드 양조장은 1911년에 설립했다. 앵고브는 약 16년 전부터 유기농법을 도입해 현재 유기농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가 됐다. 와이너리 설립 초기 와인뿐만 아니라 증류시설을 갖추고 증류주도 생산했는데, 앵고브의 세인트 아그네스(St Agnes Brandy)와 진(Gin)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호주 최고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할리데이 5 레드스타 와이너리이며, 와인과 증류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 중이다.

[리버랜드 와인들]
리카 테라는 '풍부한 대지'라는 의미로 정말 다양한 지중해 포도 품종으로 자연주의 와인을 만든다. 리카 테라는 2003년 호주 유명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은 애슐리 랫클리프가 설립했다. 설립 초기엔 포도를 구입해 와인을 생산했으나 지금은 80헥타르가 넘는 포도밭에 남호주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기후 적응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애슐리는 가뭄에 강한 대목, 지표 식물, 토양 수분 모니터링 등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포도밭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리카 테라는 제임스 할리데이의 와인 컴패니언에서 2020년 5 스타를 받았고, 호주의 떠오르는 10대 와이너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호주 와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와인을 우선 떠올린다. 하지만 호주 와인의 심장부인 리버랜드에서 실제로 포도가 자라는 모습과 높은 위생 수준을 갖춘 와인 양조 시설을 보면 최적의 효율로 와인의 가치를 극대화한 진정한 가성비 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다양한 지중해 품종으로 소량 생산한 고품질 와인의 성장을 보며, 이 지역 와인 생산의 다음 챕터가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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