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nteprime Toscana 2023] 새로운 토스카나 와인들을 만나다

해마다 2월이면 내 마음은 벌써 피렌체에 가 있다. 토스카나의 대표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시음하는 소중한 행사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한 안테프리메 디 토스카나(Anteprime di Toscana) 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나는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2년에도 참가했다. 귀국한 다음 일주일간 강제 격리를 해야 했지만 그것을 무릅쓰고서라도 강행했고 그런 결정은 행사가 마치기도 전에 보상을 받았다. 다름아닌 귀국 후의 자가 격리 면제였다. 때마침 시절이 좋게 흘러 그런 변화의 혜택을 누렸다.


안테프리메는 몇 년 전부터 토스카나의 유명인사를 선두에 내세워 홍보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왕년에는 시에나 출신의 록가수가 등장했고, 토스카나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스팅도 나왔다. 올해는 피렌체 축구 클럽 ACF 피오렌티나에서 은퇴한 후 토스카나에서 와인을 만드는 다이넬리(Dainelli)가 초대되었다. 그는 축구에 빗대어 와인 양조의 의미와 매력, 그리고 어려운 점들을 차례로 이야기했다. 축구와 와인 양조 모두 열정과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으며, 수확을 앞둔 농부의 염려는 마치 경기 직전 락커룸에 가득 찬 긴장감과도 같다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축구공을 든 이가 전 축구선수이자 현 와인농부인 다이넬리, 팔라초 메디치 리카르디 행사장 입구, 팔라초 메디치 리카르디에 전시된 고촐리의 명작 '동방박사의 행렬', 팔라초 메디치 리카르디 정원]


안테프리메는 매년 한 차례만 열리므로 그 공간적 배경도 이슈가 된다. 르네상스의 고향 피렌체에서 벌어지니 궁금증이 더하다. 올해의 장소는 팔라초 메디치 리카르디(Palazzo Medici Riccardi)다. 메디치가 지은 르네상스 최초의 궁전으로, 15세기에는 이 건물에 당시 잘 나가던 예술가들이 무척 붐볐을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허구한 날 이 뜰을 들락날락했을 것이고, 다빈치, 브루넬레스키, 고촐리 등도 늘 출입했을 것이다. 다만 브루넬레스키는 이 궁전을 드나들 때마다 씁쓸했을 법한데, 사실 그는 애초에 이 궁전의 설계를 맡아 유려한 디자인을 제안했지만 화려함보다는 검박한 궁전이 치세에 더 낫겠다고 판단한 메디치에 의해 설계안이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나와 일행들은 미켈란젤로가 되어 그날 메디치 궁전 이곳저곳을 걸어 보았다. 


한 주 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는 토스카나 지역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는 기회다. 키안티(Chianti)부터 시작해서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 이하 모렐리노),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Vernaccia di San Giminagno), 그리고 또 다른 토스카나 와인들(발 다르노 디 소프라, 카르미냐노, 코르토나, 키안티 루피나 등)을 글라스를 통해 만날 수 있고 또 그 땅의 일부를 밟을 수 있다. 


키안티와 모렐리노는 몇 년 전부터 함께 순례 시음회의 초장을 이끈다. 2022년은 무더웠던 기후로 인해 키안티와 모렐리노의 와인을 금세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숙성잠재력이 있는 훌륭한 빈티지가 되지는 못했다. 가격대가 낮은 키안티 와인은 두 자리 수의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자들의 가격 부담이 얼마나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지가 판매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소비자의 64%가 60대이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무시하기 더 어렵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키안티와 모렐리노 행사장, 키안티 루피나 생산자 마르케지 곤디, 모렐리노의 샘플 와인들, 키안티와 모렐리노의 블라인드 시음]


2023 안테프리메 토스카나_ 키안티, 모렐리노, 키안티 클라시코

키안티 클라시코는 안테프리메의 중심 행사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생산자들의 전통과 생산 규모를 봐도 그렇다. 출품 규모도 단연 최고다. 안테프리메에 제공된 빈티지는 키안티 클라시코 아나타만 해도 2021, 2020, 2019, 2018, 2017, 심지어 2016까지 도합 여섯 빈티지다. 


그러니 단일 빈티지 하나만을 평가하기에는 샘플 규모가 작고, 출품된 전체 빈티지를 시음하기에는 환경의 제약이 있다. 하루 반나절 정도의 시간으로는 너무 짧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그란 셀레지오네 세 종류의 수준을 빈티지별, 생산자별로 합치면 시음 가능한 숫자가 무려 오백 개가 넘는다. 그래서 시음자들은 자신의 애호에 따라 한정된 샘플을 맛보기 마련이다. 몇몇 현지 가이드북 출판전문 평가 회사들은 여러 시음자들의 분업으로 비교적 많은 수의 샘플을 맛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키안티 클라시코 농부, 주문한 와인들이 순서대로 준비되는 시음, 500여 가지의 키안티 클라시코, 피아스코에 담긴 피렌체 식당의 하우스 와인]


최근 가장 좋았던 빈티지인 2019를 정점으로 해서 2020이 살짝 뒤처진 느낌이고, 2021은 그보다 좀 더 부족하다. 특히 2021년은 어려운 한 해였다. 더운 기운으로 인한 급격한 당분 증대로 생산자들은 최선의 수확시기를 고심했던 빈티지로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안티 클라시코는 500-700m의 높은 해발고도와 현대적 양조 기술, 그리고 높은 수준의 유기농 경작 등으로 실패가 없는 와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전반적인 품질의 수준이 높다. 높은 알코올 도수와 거칠고 투박한 타닌으로 결론 나기 쉬운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산미와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까닭에 한 주 동안의 시음에서 시음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검은 수탉의 전설', 영화 관람 후 주빈 메타를 기념하는 공간에서 진행된 디너, 키안티 클라시코 농부, 키안티 클라시코 스티커]


올해 키안티 클라시코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제작 발표였다. 영화는 바로 그 유명한 '검은 수탉의 전설'을 제목으로 삼았다. 피렌체와 시에나의 오랜 국경 획정 다툼을 검은 수탉이 매듭짓는 이야기로 오늘날 키안티 클라시코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성공 스토리다. 영화는 주빈 메타가 거쳐간 음악 공연장 테아트로 델 마지오(Teatro del Maggio)에서 상영되었다. 그날 밤 참석한 이들 가운데 어느 누가 검은 수탉의 이야기를 모르겠냐마는, 토스카나 출신의 감독은 음향 효과가 충만한 음악당의 초대형 스크린에 진부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박진감 있고 충실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은 입체적으로 전달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모두 잠시나마 중세를 여행할 수 있었다. 


이제 유튜브에서도 영화의 일부를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 강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장황하게 키안티 클라시코의 역사를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어떻게 해서 검은 수탉 로고가 키안티 클라시코를 상징하게 되었는지, 왜 와인병마다 검은 수탉이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시청각 자료다. 자, 이제 해묵은 이 전설의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익히고 즐기자. 우선 탁자에 키안티 클라시코 한 병을 오픈한 뒤 바로 컴퓨터를 켤 일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타 크로체 광장에서 열린 '칼초 스토리코 피오렌티노(글라디에이터를 연상시키는 고대 피렌체식 축구)' 훈련, 본격 대회 전에 시범을 보이는 '베르데' vs '비안코' 간 연습 경기, 고대 축구경기를 자축하는 가장 행렬, 피렌체 휘장]


글·사진_ 조정용(키안티 클라시코 명예대사, 큐리어스 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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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3.06 12:44수정 2023.03.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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