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만나 식사할 때면 스파클링으로 시작할 때가 많죠.”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지인의 말이다. 호주에서 얼마나 화이트나 스파클링을 자주 마시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하긴 필자가 수년 전 빅토리아주에 취재 차 방문했을 때도 지인들을 만날 때면 본 요리가 나오기 전에 해산물 플래터와 함께 스파클링 와인을 먼저 즐길 때가 많았다. 돌이켜 보면 당시 일주일간 머물며 레드보다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을 더 많이 마셨던 것 같기도 하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은 주로 서늘한 기후에서 생산되는데 호주에도 그런 곳이 많나 싶은 것이다. 호주가 워낙 묵직하고 진한 레드 와인 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보니 생기는 의문점이다. 하지만 호주는 면적이 7백만㎢에 이르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다. 남위 10~ 45도에 걸쳐 있어 북쪽으로 갈수록 열대 기후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극과 가까워지며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위도만이 아니다. 호주의 남쪽에는 남극해, 서쪽에는 인도양의 차가운 해류가 지나며 주변 육지의 기온을 낮춘다. 드넓은 면적에 비해 장대한 산맥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호주 동쪽 해안을 따라 흐르는 그레이트디바이딩산맥(Great Dividing Ranges)과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길게 흐르는 플린더스산맥(Flinders Ranges) 등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고도가 높아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기도 한다.
[호주의 지형도 - 색이 붉을수록 고도가 높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현재 호주에는 65개의 각기 다른 와인 산지가 존재하며 재배하는 포도 품종도 100종이 훨씬 넘는다. 이미 수준급의 화이트와 스파클링이 다수 생산되고 있지만 몇몇 지역의 와인 품질은 놀라운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본 기사에서 모든 지역을 다룰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산지와 와인 스타일을 정리해 보았다. 올여름 호주의 다양한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으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스파클링 명품 산지로 급부상 중인 태즈메이니아
태즈메이니아(Tasmania)는 호주 대륙 남쪽에 자리한 하트 모양의 섬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호주가 워낙 커서 태즈메이니아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지만 섬이 우리나라의 2/3이나 될 정도로 면적이 크다. 1월 한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15.6도로 호주에서 가장 서늘하며 남위 43도에 위치해 포도 생장기 동안 일조량이 풍부하다. 따라서 당도가 낮으면서도 풍미가 우아하고 산도가 높은, 다시 말해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닌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 태즈메이니아의 총 와인 생산량 중 스파클링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이 넘는다. 주품종은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이며, 샴페인과 동일한 전통방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양조방법이다. 면적이 큰 섬인 만큼 테루아도 다양해 과일향이 풍부한 것부터 복합미를 자랑하는 스타일까지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태즈메이니아의 개성을 가득 담은 와인으로 다음 두 가지를 추천한다.
[(왼쪽부터) 하우스 오브 아라스 브뤼 엘리트, 잰스 프리미엄 로제]
하우스 오브 아라스, 브뤼 엘리트 (House of Arras, Brut Elite)
하우스 오브 아라스는 호주의 스파클링 와인 명장인 에드 카(Ed Carr)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매년 약 24만 병의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이곳은 최근 이제이 카 레이드 디스골지드(E.J. Carr Late Disgorged) 2004가 모든 샴페인을 누르고 디캔터 선정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뽑히며 그 품질을 더욱 인정받고 있다. 브뤼 엘리트는 피노 누아 56%, 샤르도네 35%, 피노 뫼니에 9%를 블렌드해 만든 와인으로 이스트 앙금과 함께 4년간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됐다. 흰 복숭아와 리치 등 풍부한 과일향이 굴 껍데기와 부싯돌 같은 미네랄 향과 어울려 정교하면서도 신선한 풍미를 자랑하고 탄탄한 신맛이 와인에 경쾌함을 부여한다. 해산물과 즐겨도 좋지만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 요리에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판매처: 와인나라 전점
잰스, 프리미엄 로제 (Jansz, Premium Rose)
잰스도 태즈메이니아에서 1986년부터 오로지 스파클링 와인만 만들어온 생산자다.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긴다는 그들의 철학처럼 잰스의 와인에서는 태즈메이니아의 자연이 오롯이 느껴진다. 제일 좋은 포도밭에서 손수확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전송이 상태로 부드럽게 착즙한 뒤 낮은 온도에서 발효했으며 젖산 전환과 18개월간 앙금 숙성을 거쳐 더욱 부드러운 맛을 도모했다. 포도의 비율은 피노 누아가 92%, 샤르도네가 8%다. 맛을 보면 싱싱한 딸기와 라즈베리 등의 풍미가 경쾌하고 향긋한 장미와 함께 감미로운 브리오슈 풍미가 은은한 복합미를 선사한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워 다양한 음식과 즐기기 편한 스타일이다. 잘 구운 바게트 위에 훈제 연어를 올려서 함께 즐기면 근사한 브런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판매처: 와인포인트스토어 청담점
호주 스파클링의 원조, 빅토리아
멜버른이 위치한 빅토리아주는 1881년 호주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된 곳이다. 이후 빅토리아가 본격적으로 고급 스파클링 산지로 부상한 것은 1980년대에 야라 밸리(Yarra Valley)에 모엣 샹동이 도멘 샹동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남위 37도에 자리한 야라 밸리는 한여름에 평균 기온이 섭씨 19도에 그쳐 스파클링 와인의 주품종인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 한편 빅토리아 주의 킹 밸리(King Valley)는 최근 프로세코 산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도가 높아 기후가 이탈리아 북부와 유사한 이곳은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피노 그리지오 등 다양한 이탈리아 품종을 재배하고 있고, 그중 글레라(Glera)로 프로세코를 만든다. 그동안 이탈리아산 프로세코만 경험해 봤다면 이젠 색다르게 호주산 프로세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빅토리아의 추천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잘 알려진 유명 와인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두 가지를 추천한다.
[(왼쪽부터) 앤드류 피스 와인스 마스터피스 블랑 드 블랑 브뤼, 이노센트 바이스텐더 프로세코]
앤드류 피스 와인스, 마스터피스 블랑 드 블랑 브뤼 NV (Andrew Peace Wines, Masterpeace Blanc de Blancs Brut NV)
1995년에 설립된 앤드류 피스 와인스는 호주에서 가장 큰 가족 경영 와이너리 중 하나다. 머레이강(Murray River) 유역 스완 힐(Swan Hill)에 자리하고 있으며 1980년대부터 포도 재배를 시작해 1996년에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이들은 포도 재배뿐만 아니라 태양광 이용과 수자원의 재사용 등 와인 생산에서도 지속가능을 추구하고 있다. 생산하는 모든 와인이 비건(Vegan)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마스터피스 블랑 드 블랑은 영롱한 레몬색에 고운 기포가 피어오르며 상큼한 과일향과 은은한 훈연 향이 매력적이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거품도 고급스럽다. 훌륭한 품질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판매처: 포레드뱅(T.02-3477-4259), 와인충전(T.0507-1429-5014), 애주금호(T.0507-1342-0124), 가나주류백화점 동대문할인점(T.0507-1349-9754), 라라와인샵(T.0507-1484-2101), 비뉴와인샵(T.0507-1353-6153), 오아시스바틀(T.031-556-6119)
이노센트 바이스텐더, 프로세코 NV (Innocent Bystander, Prosecco NV)
2003년에 설립된 이노센트 바이스탠더는 포도의 재배지와 품종별로 가장 순수한 맛을 보여주는 와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와이너리다. 'Sustainable Winegrowing Australia' 인증을 획득해 지속가능하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빅토리아주 여러 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프로세코는 킹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고 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도는 밤에 수확하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낮은 온도로 발효한 뒤 이스트 앙금과 함께 약간의 숙성을 거친 뒤 출시한다. 와인에서는 레몬, 복숭아, 멜론 등 청량한 과일향과 함께 아몬드와 꿀 향이 느껴진다. 여운이 깔끔해 샐러드나 해산물과 즐겨도 좋고 가벼운 파스타에 곁들여도 별미다.
*판매처: 퍼플독 송파본점(T.0507-1362-4421), 홍대 본점(T.010-3926-4421)
호주의 펫낫과 스파클링 쉬라즈
호주는 전 세계에서 스파클링 레드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스파클링 쉬라즈는 호주의 특산물이자 호주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레드다. 전통 방식, 이전 방식, 탱크 방식 등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되며, 스타일에 따라 와인에 포함되어 있는 타닌의 양도 제각각이다. 단맛도 드라이한 스타일부터 미디엄 스위트까지 다양하고, 이스트 앙금과 함께 숙성을 거친 것은 질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급 스파클링 쉬라즈는 10년 이상의 숙성잠재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한편 펫낫은 최근 호주에서 와인바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며 급부상하고 있다. 일부 펫낫은 발효 도중 병입해 기포를 병안에 가두는 앙세스트랄(Ancestral method) 방식으로 생산되며 이스트 앙금을 담은 채 출시되기도 한다. 조금은 특별한 여름 별미를 준비하고 싶다면 호주의 펫낫이나 스파클링 쉬라즈를 곁들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왼쪽부터) 브리스데일 스파클링 쉬라즈, 하우스 오브 카드 킹 휘자드 앤 더 위자드 리자드 펫낫 소비뇽 블랑, 브레이브 뉴 와인 낫 대디 페티앙 나튀렐]
브리스데일, 스파클링 쉬라즈 NV (Bleasdale, Sparkling Shiraz NV)
브레스데일은 17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랭혼 크릭(Langhorne Creek)에 자리하며, 포도밭의 절반이 쉬라즈일 정도로 쉬라즈에 대한 애정과 노하우가 깊다. 이들이 만든 스파클링 쉬라즈는 다양한 토질의 여러 밭에서 수확한 쉬라즈를 블렌딩해 단일 품종 와인이지만 다채로운 풍미를 구추했다. 와인의 숙성은 오크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나눠 진행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 새 빈티지 와인에 과거 생산한 리저브 와인을 블렌드해 출시하는데 리저브 와인 중 가장 오래된 빈티지가 무려 1997년이다. 달콤한 검은 베리류의 풍미가 신선하고 타닌이 매끄러우며 약간 단맛이 있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 요리에 시원한 스파클링 쉬라즈를 곁들인다고 하니, 우리도 더운 여름 바비큐를 즐길 때 스파클링 쉬라즈를 즐겨 보자.
*판매처: 떼루아 와인아울렛(T.031-986-0777), 꺄브 일산(T.031-908-9632), 비니산토(T.0507-1403-7620), 라빈리커스토어(T.031-979-1855), 뚜르뒤뱅(T.02-6941-1846), 와인픽스 여의도점(T.0507-1300-1875), 마꽁이네(T.0507-1424-2070)
하우스 오브 카드, 킹 휘자드 앤 더 위자드 리자드 펫낫 소비뇽 블랑 (House of Cards, King Fizzard and The Wizard Lizard Pétillant Naturel Sauvignon Blanc)
하우스 오브 카드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도박장을 연상시키는 와이너리 이름은 매 빈티지마다 와인메이커가 겪는 일이 마치 도박처럼 아슬아슬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포도는 유기농으로 손수 재배하고 착즙과 펀칭 다운도 모두 수작업으로 할 정도로 와인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깊은 와이너리다. 이들이 만든 소비뇽 블랑 펫낫은 포도를 손수확한 뒤 탄산 침용 기법으로 만들었다. 10g/l의 잔당이 있어 단맛이 살짝 느껴지며 오렌지꽃 향과 함께 라임과 패션프루트 등 상큼한 과일향이 매력적이다. 입안에 머금으면 마치 오렌지 마멀레이드, 파인애플, 셔베트 등의 신선한 열대과일 풍미가 가득 차오른다. 한여름에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판매처: 곳간 충대중문점 (T.043-715-1616)
브레이브 뉴 와인, 낫 대디 페티앙 나튀렐 (Brave New Wine, Nat Daddy Petillant Naturel)
브레이브 뉴 와인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 자리하며 내추럴 와인을 전문으로 하는 와이너리다. 정직한 맛과 독특한 개성을 담은 우수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그레이트 서던(Great Southern) 지역에서 수확한 최고급 품질의 포도만을 이용하며, 와인을 양조할 때도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야생 효모로 발효하고 청징과 여과를 하지 않으며 일부 와인에만 극소량의 이산화황을 넣는다. 소비뇽 블랑에 쉬라즈를 약간 섞어 만든 낫 대디는 붉은빛이 돌며 발효가 거의 끝날 즈음 병입해 약간의 기포가 와인에 녹아들어 있다. 이스트 앙금을 제거하지 않아 색상은 탁하지만 쉬라즈 특유의 향신료 풍미와 소비뇽 블랑의 신선한 과일향의 조화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판매처: 와인앤모어 전지점
호주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
샤르도네는 호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청포도 품종이다. 1980~90년대의 묵직하고 진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요즘 호주 샤르도네는 신선하고 상큼한 스타일로 많이 변화한 모양새다. 하지만 호주 전역에서 재배하는 만큼 지역에 따라 ,그리고 와인메이커의 철학에 따라 맛과 풍미가 매우 다채롭다. 오크 숙성하지 않아 가볍고 섬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오크 숙성을 거친 것은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기도 한다. 호주의 대표적인 샤르도네 산지로는 애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 야라 밸리, 마가렛 리버 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호주 샤르도네의 최강자인 야라 밸리와 품질로 승부하는 마가렛 리버의 샤르도네 와인 두 가지를 추천한다.
[(왼쪽부터) 야라 예링 샤르도네, 스텔라 벨라 샤르도네]
야라 예링, 샤르도네 (Yarra Yering, Chardonnay)
야라 예링은 1969년 야라 밸리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지속 가능 농법을 추구하기 때문에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할 때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우수한 와인 생산을 위해 나무 한 그루당 포도 생산량도 매우 적게 유지하고 있다. 포도를 착즙할 때는 수동 프레스를 이용하며 와인 숙성은 새 프렌치 오크 바리크와 중고 바리크를 섞어 사용해 풍미의 집중도와 정교함을 모두 추구한다. 이들이 만든 샤르도네는 바리크와 펀천(puncheon, 500리터)에서 발효됐으며 10개월간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됐다. 레몬과 자몽 등 과일향이 싱싱하며 약간의 생강 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젖산 전환을 거치지 않아 신맛이 경쾌하고 스타일이 정교하다. 어릴 때 마셔도 좋지만 숙성잠재력도 좋은 와인이다.
*판매처: 전국 백화점, 마트 및 와인샵
스텔라 벨라, 샤르도네 (Stella Bella, Chardonnay)
1996년에 설립된 스텔라 벨라는 역사는 길지 않지만 이미 호주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로 손꼽히며 마가렛 리버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와이너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와이너리가 보유한 다섯 개의 작은 포도밭은 모두 마가렛 리버 남쪽에 위치하는데, 기후가 서늘해 와인이 섬세하고 정교하며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만든 샤르도네는 손수확한 포도를 전송이 상태로 착즙한 뒤 프랑스산 바리크(새 것과 중고 혼합)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한 와인이다. 병입하기 전 10개월간 숙성을 거쳤으며 앙금젓기를 시행해 풍부한 풍미와 질감을 도모했다. 레몬, 자몽, 복숭아 등 신선한 과일향이 가득하고 상큼한 산미가 와인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여운에서 살짝 느껴지는 짭짤함도 매력적이다.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즐기면 의외의 궁합을 맛볼 수 있다.
*판매처: 레드텅 부티크 청담점(T.02-517-8407), 압구정점(T.02-511-8407), 서래점(T.02-537-8407), 여의도점(T.02-782-8407), 판교카카오점(T.031-604-8407), 센텀점(T.051-731-3407)
호주의 신선한 매력, 소비뇽 블랑
호주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열대과일의 달콤한 향과 품종 특유의 신선함이 잘 조화된 것이 특징이다. 호주에서는 이미 1800년대부터 소비뇽 블랑을 재배했고, 지금은 재배 면적이 61㎢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재배 면적이 넓은 만큼 산지도 여러 곳인데, 프리미엄급 와인은 애들레이드 힐스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처럼 고도가 높거나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는 서늘한 곳에서 주로 생산된다. 대부분 오크 숙성을 거치지 않고 영 빈티지일 때 마시는 용도로 생산되지만, 오크 숙성을 한 일부 프리미엄 와인은 5년까지 셀러에 보관하며 복합미를 즐길 수도 있다. 채소와 해산물은 물론 가벼운 육류와도 잘 어울리는 호주의 소비뇽 블랑으로 여름 식탁을 상큼하게 꾸며보자.
[(왼쪽부터) 존테스 풋스텝 엑스칼리버 소비뇽 블랑, 스테파노 루비아나 소비뇽 블랑]
존테스 풋스텝, 엑스칼리버 소비뇽 블랑 (Zonte's Footstep, Excalibur Sauvignon Blanc)
존테스 풋스텝은 2003년 서로 친구 사이인 여러 명의 와인메이커들이 맥클라렌 베일(Mclaren Vale)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이들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내 여러 곳에서 수확한 다양한 포도로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26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마시기 편하면서도 테루아와 품종의 특징을 제대로 살린 프리미엄 와인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엑스칼리버 소비뇽 블랑은 잘 익은 레몬과 자몽의 싱싱함이 가득하며 은은한 오렌지꽃 향기와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향이 와인에 신선함을 더한다. 상큼한 신맛은 와인의 구조감을 탄탄하게 잡아주고 더위에 지친 입맛도 살려준다. 버터와 함께 요리한 게, 새우, 가재 등 갑각류와 함께 이 와인과 즐긴다면 한여름을 장식하는 근사한 별미가 될 것이다.
*판매처: 연희와인(T.0507-1321-0977), 비노오라(T.0507-1384-6680)
스테파노 루비아나, 소비뇽 블랑 (Stefano Lubiana, Sauvignon Blanc)
스테파노 루비아나는 6대째 와인을 생산 중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원래 이탈리아 출신인 이들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와인을 생산하다 30여 년 전 태즈메이니아로 이주했다. 태즈메이니아에서 맨 처음 바이오다이내믹으로 포도를 경작한 곳이며 자연의 순수함을 와인에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와인을 만들 때 인간의 개입과 조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소비뇽 블랑은 더웬트(Derwent) 밸리에 위치한 밭 안에서도 단일 구획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구스베리와 패션프루트 등 신선한 열대과일향이 풍부하고 부싯돌 향이 미네랄리티를 더한다. 오크 숙성을 거친 퓌메(Fume) 스타일이어서 은은한 오크향도 느껴진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숙성잠재력도 좋은 와인이다.
*판매처: 전국 백화점, 마트 및 와인샵
호주만의 독특한 개성, 세미용
세미용만큼 호주 화이트 와인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와인도 없지 않을까? 호주에서 이미 1830년대부터 재배해온 이 품종은 재배하는 지역과 와인메이커의 철학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된다. 연한 색상에 섬세함을 자랑하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오크 숙성을 거쳐 복합미를 자랑하는 것도 있고 감미로운 디저트 와인도 있다. 대부분의 세미용 와인은 바로 마실 수 있는 편한 스타일이지만, 세미용의 원조로 평가받는 헌터 밸리(Hunter Valley) 세미용의 경우 20년 이상의 뛰어난 숙성잠재력을 자랑한다. 쉬라즈로 유명한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에서도 세미용이 생산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묵직한 바디감과 풍부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각기 다른 두 스타일의 호주 세미용 와인을 만나보자.
[(왼쪽부터) 마운트 플레즌트 러브데일 세미용, 토브렉 우드커터 세미용]
마운트 플레즌트, 러브데일 세미용 (Mount Pleasant, Lovedale Semillon)
마운트 플레즌트는 1921년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설립자인 모리스 오셰아(Maurice O'Shea)는 호주 현대 와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마운트 플레즌트에는 고목이 많은데, 러브데일 밭도 1946년에 식재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세미용이 생산되는 밭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확한 세미용은 바로 착즙한 뒤 추가적인 향을 더하지 않는 중립적인 효모로 발효된다. 포도의 섬세함과 테루아의 개성을 와인에 온전히 담기 위해 낮은 온도로 발효하는 것은 물론이다. 발효가 끝난 뒤에는 세미용의 복합미를 증대하기 위해 수년간 병숙성을 거친 뒤 출시한다. 레몬과 라임 등 과일향이 상큼하고 은은한 견과향이 숙성된 와인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숙성시킬수록 아름다워지는 와인이다.
*판매처: 롯데백화점, 와인나라 전점
토브렉, 우드커터 세미용 (Torbreck, Woodcutter's Semillon)
토브렉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호주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다. 1994년 바로사 밸리에 설립된 이 와이너리는 쉬라즈 등 레드 와인 생산자로 유명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화이트 와인도 주목할 만하다. 그중 세미용은 바로사 밸리에서만 자라는 마데이라 클론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프랑스산 바리크에서 숙성을 거친 이 와인은 신선한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과 달콤한 꽃 향의 조화가 뛰어나고 구수한 아몬드 풍미와 버터 향이 매력적이다. 젖산 전환을 거쳤기 때문에 신맛이 둥글고 질감도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다.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데, 양념을 가미해 요리한 해산물이나 닭고기 또는 돼지고기 같은 백색육과 궁합이 잘 맞는다.
*판매처: 신동와인 직영 한남점(T.02-797-9994), 압구정점(T.02-3445-2299) / 현대백화점 무역점, 압구정점, 천호점, 신촌점, 목동점, 중동점, 판교점, 킨텍스점, 부산점, 대구점, 울산점 / 롯데백화점 부산서면점, 부산광복점 / 신세계백화점 대전엑스포점
호주의 순수함, 리슬링
1840년대부터 리슬링을 재배해온 호주는 이미 세계적인 리슬링 산지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와 에덴 밸리(Eden Valley)처럼 고도가 높아 서늘한 지역이 프리미엄 산지로 꼽히며,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드라이하고 가벼운 바디감과 신선한 과일향이 특징이다. 물론 스위트 와인도 생산되고 있다. 호주산 리슬링은 바로 마셔도 상큼하고 맛있지만 숙성잠재력도 탁월하다. 프리미엄급 와인은 수십 년 이상 병숙성이 가능하며 오래 숙성시킬수록 꿀과 견과 향이 발달해 탁월한 복합미를 보여준다. 사계절 내내 언제 마셔도 좋은 리슬링이지만 무더운 여름에 가벼운 채소나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면 더위가 말끔히 씻기는 기분이다.
[(왼쪽부터) 헨쉬키 줄리우스 에덴 밸리 리슬링, 키리힐 리저널 시리즈 리슬링]
헨쉬키, 줄리우스 에덴 밸리 리슬링 (Henschke, Julius Eden Valley Riesling)
헨쉬키는 1868년부터 에덴 밸리에서 6대째 내려오며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와이너리다. 지금은 바로사 밸리와 애들레이드 힐스에서도 와인을 만들지만, 생산량 증대보다는 자연을 원래대로 보존하며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줄리우스라는 와인 이름은 조상 중에 화가이자 조각가로 이름을 날린 줄리우스 헨쉬키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해발 고도 500미터의 모래가 섞인 양토에서 평균 수령이 50년이나 되는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으며, 품종의 순수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뒤 긴 숙성 없이 바로 병입했다. 잘 익은 시트러스 과일향과 함께 꽃과 풀 향이 신선함을 더하는 이 와인은 25년 이상의 숙성잠재력을 자랑한다.
*판매처: 와인픽스 전지점 / 전국 백화점
키리힐, 리저널 시리즈 리슬링 (Kirrihill, Regional Series Riseling)
키리힐은 1998년 설립된 부티크 와이너리다. 지속 가능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이들은 우수한 포도만 골라 클레어 밸리의 개성을 가득 담은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 개의 작은 밸리에서 수확한 리슬링으로 만드는 이 와인은 각기 다른 미기후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기 때문에 과일향이 순수하면서도 다채롭다.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이른 아침 수확한 포도를 바로 착즙해 낮은 온도에서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맑은 즙만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했고 젖산 전환은 거치지 않았으며 발효가 끝난 뒤에는 와인을 바로 냉각시켜 리슬링 특유의 아로마를 최대한 보존했다. 맛을 보면 레몬, 라임, 파인애플 등 상큼한 과일향이 경쾌한 산미와 어울려 청량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데 해산물과 즐겨도 좋고 매콤한 우리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판매처: 주식회사 와인창고(T.010-4883-3782), 르봉방(T.0507-142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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