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오스카가 선택한 최고의 로제 샴페인, 플뢰르 드 미라발(Fleur de Miraval)

지난 3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95번째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영화계 화려한 스타들이 모인 세계적인 시상식 한편에는 특별한 분홍빛 로제 샴페인이 있었다. 바로 브래드 피트의 샴페인으로도 잘 알려진 플뢰르 드 미라발(Fleur de Miraval)이다.


[브래드 피트와 페랑 가문의 5대손 마크 페랑 (사진제공: 신동와인)]


플뢰르 드 미라발의 병에는 3개의 P가 있다. 이 로제 샴페인의 기획부터 완성까지 함께 한 3명의 인물을 의미한다.


브래드 피트의 P_ 브래드 피트는 로제 와인에 무척 진심이다. 그와 안젤리나 졸리는 2008년 남부 프랑스 프로방스에 위치한 샤토 미라발(Château Miraval)을 구입했다. 1200에이커에 이르는 부지에 넓은 포도밭과 와이너리 건물이 있었다. 이 부근은 로제 와인의 오랜 전통이 있는 곳이었고, 그들은 직접 로제 와인을 만들었다. 피트는 블렌딩부터 레이블과 병의 디자인에 모두 참여했으며, 2012년 세상에 나온 그들의 첫 로제 와인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품질 또한 뛰어났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첫 와인부터 90점을 부여했다. 


페랑 가문의 P_ 피트는 로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마크 페랑(Marc Perrin)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샤토 드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을 소유한 페랑 가문은 5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남부론의 와인 명가다. 그들은 최고의 블렌딩 노하우를 알고 있었으며 사니에(Saignée) 방식으로 로제를 만드는 기술도 뛰어났다. 사니에는 레드 와인 양조시 일부 포도즙을 따로 덜어내 로제로 만드는 방식으로, 이렇게 만든 로제 와인은 풍미가 보다 진하다.


페테르 가문의 P_ 피트는 다음으로 로제 샴페인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배우로 한평생 살아온 그의 인생에 샴페인이 항상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마크 페랑은 오랜 친구인 로돌프 페테르(Rodolphe Péters)에게 협업을 요청한다. 페테르 가문은 뛰어난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만드는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생산자이지만 와인의 품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페테르 가문의 6대손인 로돌프 페테르는 마크 페랑과 함께 '3P'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다.


[페테르 가문의 6대손 로돌프 페테르 (사진제공 : 신동와인)]


누구도 본 적 없는 최고의 로제 샴페인을 만들자

그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최고의 로제 샴페인을 만들자. 그들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3명 모두 이미 확고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투자도 원치 않았고 오직 품질에만 집중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샹파뉴에서 내려오는 오랜 전통이나 한계는 고려하지 않았다.


일단 기존 로제 샴페인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능한 모든 로제 샴페인과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세심하게 테이스팅 한 뒤, 두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오래 숙성한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의 품질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했다. 하지만 로제 샴페인 중 마음에 드는 샴페인은 하나도 없었다.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의 부조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로제 샴페인은 일반적으로 유사한 빈티지의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를 섞어서 만드는데, 두 품종의 숙성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피노 누아는 샤도네이만큼 잘 숙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샹파뉴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특징도 달랐다. 샤도네이는 보통 초크 성분이 많은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피노누아는 보다 영양분이 풍부한 땅에서 자라난다. 이런 땅에서 자란 피노 누아는 힘이 좋지만 그만큼 타닌도 강해 피노 누아의 타닌이 종종 샤도네이의 매력을 가리곤 했다. 그리고 샹파뉴에서는 유일하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 로제를 만드는 방식이 허용되지만 이 방법 또한 두 품종간 조화를 이루는 데는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플뢰르 드 미라발 와이너리. 피에르 페테르 와인하우스의 비밀 셀러 안에 있다 (사진제공 : 신동와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로제 샴페인 양조 방식

5년간의 비밀 프로젝트 끝에 그들은 마침내 새로운 로제 샴페인 양조 방식을 확립했다. 기존 개념을 깨며 샹파뉴 300년 역사에서 처음 시도되는 완전히 다른 로제 샴페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먼저 샤도네이는 코트 드 블랑(Côte des Blancs)의 두 그랑 크뤼 크레망(Cremant)과 메닐(Mesnil)에서 평균 수령 30년 이상의 포도만 선별했다. 그리고 피노 누아는 코트 드 블랑에 위치한 프리미에 크뤼 베르튀스(Vertus)에서 선택했는데, 수령이 어리고 품질이 최상인 포도만 사용했다. 신선함과 고유한 과실의 특징이 뚜렷했지만 백악질 초크 토양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타닌이 적고 샤도네이의 매력을 가리지 않았다.


두 품종 간 블렌딩 비율은 75%(샤도네이) 대 25%(피노 누아)로 정했다. 피노 누아는 샹파뉴의 전통 대로 레드 와인을 생산해 화이트 와인과 섞는 것이 아니라, 페랑 가문이 로제를 생산하는 사니에 방법으로 로제 와인의 베이스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피노 누아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부드러운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샤도네이는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한다. 50%는 퍼페튜얼 리저브(Perpetual Reserve), 나머지 25%는 레미센 세르클(Remise en Cercle)을 이용한다. 퍼페튜얼 리저브는 끊임없이 계속되는(Perpetual) 리저브 와인을 만든다는 뜻으로, 셰리를 만드는 솔레라(solera)처럼 커다란 오크통에 여러 빈티지의 샴페인을 블렌딩한다. 매년 사용한 양만큼 새 빈티지 샴페인을 보충하며, 이론상 처음 담긴 빈티지의 샴페인은 계속 그 이후 샴페인에도 사용된다. 매년 일관된 품질과 샴페인 하우스의 고유한 맛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리저브 와인의 양조 방식은 다른 샴페인 하우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리저브를 50%까지 사용하는 곳은 흔하지 않다. 또한 과실 맛을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140헥토리터 크기의 커다란 오크 캐스크를 이용하며, 저장된 리저브 와인은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또한 2000, 2002, 2004, 2006, 2008년과 같은 최고 빈티지 포도만을 사용한다.


'레미센 세르클'은 후프로 돌아간다(return to hoops)는 뜻이며 여기서 후프는 커다란 나무 배럴을 의미한다. 즉 완성된 샴페인, 혹은 거의 완성 직전인 데고르주멍 바로 전 상태의 샴페인을 오픈해 다시 커다란 탱크 안에 붓는 방법이다. 그러면 병 안 기포는 다 사라지고 다시 화이트 와인처럼 변한다. 얼핏 생각하면 충격적이기까지 한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병 숙성이 풍족하게 진행돼 크리미한 풍미가 가득 살아있는 화이트 와인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 매년 몇 천 병의 샴페인을 다시 오픈하고 탱크에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뒤 레미센 세르클 샤도네이(25%)와 퍼페튜얼 리저브 샤도네이(50%)를 신선한 피노누아 로제(25%)와 함께 블렌딩하고 다시 병에 담고 당분을 넣어 새롭게 발효를 시작한다. 즉 3차 발효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 뒤 르 메니 쉬 오제(Le Mesnil-sur-Oger)에 위치한 비밀 셀러에서 3년간 병 숙성을 마치고 세상에 나온다.


이 특별한 샴페인 하우스는 '미라발의 꽃'이라는 의미로 샴페인 플뢰르 드 미라발(Champagne Fleur de Mirava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독특한 샴페인에는 프랑스어로 '절대적인 로제'라는 의미의 ER(Exclusivement Rosé)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2020년 처음으로 ER1이 출시됐고 현재는 ER2와 ER3을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조 방식은 동일하지만 매년 다른 빈티지의 와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각 버전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샴페인이 탄생하게 된다.  


[플뢰르 드 미라발의 어시스턴 와인메이커이자 브랜드 앰배서더 알렉시스 브론델]


절대적인 로제와 함께한 특별한 시간

지난 5월 2일 파크 하얏트 서울 코너스톤에서 ER2와 ER3을 시음하는 자리를 가졌다. 신동와인이 주최한 이 자리에는 플뢰르 드 미라발의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이자 브랜드 앰배서더인 알렉시스 브론델(Alexis Blondel)이 함께했다. 이 특별하면서도 복잡한 양조 과정에 대해 와인메이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그는 16년의 경력을 지닌 소믈리에이기도 했다. 역시 ER 샴페인과 음식의 매칭에 대한 설명 또한 훌륭했다. 그가 특별히 준비한 샤토 미라발의 최고 로제 와인인 뮤즈 드 미라발(Muse de Miraval)과 페랑 가문의 최고 와인인 샤토 드 보카스텔 오마쥬 아 자크 페랑(Château de Beaucastel Hommage à Jacques Perrin) 2009도 함께 시음할 수 있었다.


ER(Exclusivement Rosé) 3

알렉시스는 ER3을 먼저 테이스팅 하는 것을 추천했다. ER3는 2018년 빈티지 피노 누아를 사용했으며, 2000년과 2009년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이 레미센 세르클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깊은 금빛과 연한 호박색 중간 정도의 색으로, 첫 향부터 강도 좋은 붉은 과일과 꽃다발이 연상된다. 피노 누아로부터 나오는 딸기와 라즈베리의 잘 익은 베리향이 은은하게 깔리며 그 바탕에는 갓 구운 페이스트리가 떠오르는 고소한 숙성향이 함께 한다. 특징적인 아몬드향과 은은한 하얀 꽃향도 찾아볼 수 있다.


맛은 더욱 특별하다. 처음 느껴보는 로제 와인의 맛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바디감과 전체적인 산도도 훌륭하지만 로제 샴페인에서 느껴지는 투박함이 없다. 매우 맛있다. 5년간 얼마나 많이 연구하고 공들여 완성한 로제 샴페인인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우아하고 젠틀한 화이트 와인 느낌이 강한데, 약간의 레드 과실 뉘앙스가 포인트를 주고 있다. 피니시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맛에 계속 입맛을 다시게 된다. 크리미한 뉘앙스가 강하고 매우 섬세한 와인으로, 향과 맛이 강하지 않은 음식과 함께하거나 샴페인 자체만 충분히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Exclusivement Rosé 3]


ER(Exclusivement Rosé) 2

ER2는 2017년 빈티지 피노 누아를 사용했고, 2004년과 2006년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다시 탱크에 넣고 블렌딩해 만들었다. 50%의 리저브 와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에 일관성이 있다. 이 두 와인은 비슷한 얼굴이지만 성격이 제법 다른 형제의 느낌이다. 피노 누아의 빈티지 차이도 있겠지만 레미센 세르클 방식으로 사용된 샤도네이 베이스 와인의 빈티지가 달라서 각 버전마다 재미있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ER3보다 약간 더 진한 호박색에 연어색의 핑크빛을 띄며, 향에서도 좀 더 숙성된 체리와 베리 뉘앙스가 느껴진다. 블러드 그레이프프루트 느낌이 여러 시트러스향과 함께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마른 장미 꽃잎이 연상되는 향도 함께 느낄 수 있다.


ER3에 비해서 더 강도가 좋고 잘 익은 사과의 과즙 뒤에 약간 쌉쌀한 아몬드 느낌이 뒤따른다. 산도와 미네랄리티도 더 강한데, 피니시는 역시 우아하면서도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ER 시리즈가 모두 숙성된 샤도네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갓 출시된 샴페인을 바로 오픈해 마셔도 충분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이상 충분히 숙성하면 더욱 다양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높은 강도 덕분에 붉은 육류 요리와도 잘 어울리며 다양한 음식과 매칭할 수 있는 샴페인이다.


[Exclusivement Rosé 2]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 AMPAS)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니 만큼, 편집자, 음악, 음향, 시각효과, 분장 아티스트 등 기술과 스태프에 대한 상이 작품이나 배우, 감독에 대한 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플뢰르 드 미라발의 샴페인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잘 어울리는 샴페인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내려오던 샹파뉴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오직 품질을 위해 노동력과 비용이 필요한 힘든 작업도 시도한다. 그래서 그들의 샴페인에서는 거장 감독의 신작처럼 신선하지만 섬세하고, 풍부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예술(art)이란 단어는 눈과 귀만이 아닌, 코와 입에서도 느낄 수 있음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뮤즈 드 미라발과 ER2, ER3]

프로필이미지유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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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6.12 09:54수정 2023.06.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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