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기상 이변이 잇따르고, 이는 와인 생산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한다. 이탈리아의 와인메이커들은 이러한 위협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알도 피오르델리(Aldo Fiordelli)가 <디캔터(Decanter)>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새로운 기후에 적응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알아보자.
역사적으로 이탈리아 반도는 온화한 해양 기후의 이점을 많이 누려왔다. 이러한 기후적인 요소로 보면 2020년의 기온 상승이 페루자나, 볼로냐 같은 대륙 기후의 색이 짙은 도시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20년에 페루자(움브리아주) 지역은 평년기온은 2℃ 정도 상승했고, 볼로냐(에밀리아 로마냐주) 지역은 1.8℃, 투린(피에몬테주) 지역은 1.6℃ 상승했다. 한편, 내륙에 위치하지만 호수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냉각 효과로 인해 기온 상승이 덜했다. 예를 들면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의 이제오 호수(Lake Iseo), 루가나(Lugana), 발폴리첼라(Valpolicella), 바르돌리노(Bardolino) 지역의 가르다 호수(Lake Garda), 알토(Alto), 피에몬테(Piemonte) 지역의 마지오레(Lake Maggiore) 호수,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지역의 트라시메노 호수(Lake Trasimeno)가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날의 기후 변화는 아주 극단적인 위협이다.
이탈리아 통계청(Istituto Nazionale di Statistica, Istat)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탈리아의 평균 기온은 16.3℃로, 2006~2015년의 평균 기온보다 0.3℃ 상승했고 연간 총 강수량은 132mm 감소했다. 연간 평균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2011~2020년 동안 급격하게 상승했다. 또한 2022년 8월, 이탈리아 북서부 포르토피노(Portofino) 연안에서 토스카나 제도(Tuscan Archipelago)까지의 해안에서는 27~28℃의 기록적인 수온 상승이 일어났다. 이에 기후학자 토마소 토리지아니(Tommaso Torrigiani)는 “지난 수백 년간 이렇게 수온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심각한 위협이 하나 더 있다. 전통적으로 포도 재배에서 가장 큰 위협은 가뭄, 서리, 우박이었으나 최근 들어 '태풍'이 추가됐다. 실제로 2022년 8월 18일 코르시카 선의 생플로렌트(St-Flornt)에서 140km/h 이상의 풍속을 가진 태풍이 토스카나 해안 북부와 리구리아주의 레반테를 강타했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한 위협에 와인메이커들은 어떻게 맞서고 있을까? 먼저, 피에몬테(Piemonte) 지역으로 가보자. 바롤로(Barolo) 지역의 포도 생산자 엘리오 알타레(Elio Altare)는 56년간 포도 재배를 해왔다. 그는 1997년을 기점으로 기후 변화가 뚜렷하게 일어났다고 말한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전보다 힘들었습니다. 1996년에는 꽤나 고생했지요. 하지만 이후 25년 간에 비하면 약과였습니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포도나무의 모든 생장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은 생장주기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고온의 단점은 포도나무가 물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장점도 있어요. 곰팡이 같은 질병의 위협이 줄어든 다는 것입니다.”
피에몬테의 전설적인 생산자 안젤로 가야(Angelo Gaja)는 2021년 60번째 포도 수확을 마쳤다. 그는 “2008년 이후 기온 상승이 두드러졌지만 포도 생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아직 예측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열 개의 빈티지 중 아홉 개의 빈티지에서 충분한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숙성 가능성이 높아 장기 숙성이 가능했습니다. 예전에는 산도가 높았지만 요즘은 당이 충분히 올라오죠.” 안젤로 가야는 1961년 빈티지를 언급했다. “1961년은 매우 더웠습니다. 포도 수확을 9월 27일, 28일에 했어요. 그 빈티지의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14.5%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맛이 아주 좋습니다.”
가야는 기후 변화에 대한 다른 대부분의 생산자들의 의견에 이렇게 답했다. “50년 전 랑게(Langhe) 지역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직접 보려면 알타 랑가(Alta Langa) 방향으로 차로 15분 정도만 더 가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언덕 지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적합한 포도 식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이후 가야는 트레쪼 티넬라(Trezzo Tinella) 지역의 고도 650~700미터 부근에 30헥타르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고, 최상급 스틸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주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을 식재하고 있다.
랑게(Langhe)와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지역은 롬바르디아(Lombardy) 지역 북쪽에 위치한 발텔리나(Valtellina) DOCG다. 다닐로 드로코(Danilo Drocco)는 니노 네그리(Nino Negri)의 와인메이커이자 대표이사이고, 동시에 발텔리나 협회(Consorzio Valtellina)의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해 오늘날 발텔리나 DOCG에서 생산하고 있는 와인은 1961년, 1964년, 1967년의 프루노토(바롤로)를 생각나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발텔리나DOCG는 현재 심각한 가뭄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그는 “우리는 최대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식재 방법과 재배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Sfursat di Valtellina(Sforzato di Valtellina, 포도를 반건조하여 당도를 높이는 방식)'에 사용할 포도를 더 일찍 수확해 알코올 함량을 낮추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트레포 파베제 DOC(Oltrepo Pavese DOC) 지역은 주로 바르베라(Barbera)와 크로아티나(Croatina)와 같은 적포도 품종으로 유명한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포도의 성숙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부따푸오쎄 DOC(Buttafuoce DOC) 지역의 부따푸오쎄 스토리코 생산자 그룹(Buttapuoce Storico Producer's Group)은 전통적인 정밀한 포도밭 관리 방법에 초점을 맞춰 품질 개선의 좋은 예로 꼽힌다.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인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는 이제오 호수(Lake Iseo)와 인근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의 냉각 효과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는 8월 첫째 주에 포도 수확을 시작했다. 또, 산미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품종의 블렌딩을 허용했다. 에르바마트(Erbamat)라는 이름의 이 품종은 샤르도네보다 거의 한 달 늦게 성숙되는 만생종으로 16세기부터 재배되어온 품종이다. 프란치아코르타에는 최대 10%로 비율로 블렌딩을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인 베네토(Veneto)와 루가나(Lugana) 지역에서는 가르다 호수(Lake Garda)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포제르 에 산드리(Pojer e Sandri)의 오너인 마리오 포제르(Mario Pojer)는 “호수는 우리 포도원의 에어컨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6~7℃ 정도 더 서늘합니다. 2003년(유럽의 포도 수확기에 폭염이 있던 해)에도 다른 지역은 40℃를 기록할 때, 우리는 33℃ 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기후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말했다. “47년 만에 처음으로 수확일을 20일 앞당겼습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의 식재 고도를 450m에서 650m로 높였고, 과거에 성장하기 어려웠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이제 어려움 없이 재배가 가능합니다.”
알토 아디제(Alto-Adige) 북쪽에 위치한 트라민(Tramin)의 마르틴 포라도리(Martin Foradori Hofstatter)에서는 2019년에 백운석(Dolomite)으로 둘러싸인 해발고도 850미터 지점에 1만여 그루의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1990년에서 2022년까지의 재배 기록에 따르면, 수확 날짜는 1990년 이후 점차 앞당겨졌지만, 꽃봉오리가 맺히는 시기는 2007, 2008년까지 앞당겨지지는 않았다. 이는 이 지역의 겨울이 더 따뜻해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북부 지역과 같이 재배 지역의 고도를 높일 수 있는 지형이 아니므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일 품종 수퍼 투스칸 와인으로 유명한 '마세토(Masseto)'는 2019년도부터 더 이상 100% 메를로(Merlot) 품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 블렌딩된다는 것은 토스카나 지역의 포도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지오베제(Sangiovese)는 따뜻한 기후에 민감한 품종으로, 포도가 발효될 때 케르세틴 침전(주로 UV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폴리페놀 화합물로, 와인에 불용성 침전물을 형성할 수 있음)의 여러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2022년 대부분 건조한 빈티지 기간 동안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지역에서는 폭우가 포도 재배에 도움이 되었다. 가장 고도가 높은 몬탈치노(Montalcino) 지역은 영향을 덜 받았고, 지구 온난화로 가장 혜택을 얻는 곳은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보여줬던 높은 산미가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안티(Chianti)의 라다(Radda) 지역에 있는 몬테베르티네(Montevertine)는 포도의 성숙도 증가로 높아진 알코올 레벨을 낮추기 위해, 북향의 포도밭을 구입했다. 또한 라다(Radda) 서쪽에 위치한 한 와이너리는 단 시간에 물폭탄을 내리는 태풍으로 리토치노 포도밭(Rittochino, 가파른 경사면을 향해 배열된 포도밭)의 토양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테라스 사용을 다시 시작했다.
시칠리아(Sicily) 지역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플라네타 와인(Planeta Wine)의 오너인 알레시오 플라네타(Alessio Planeta)는 “2021년 8월에는 기온이 48℃를 기록했고, 10월에는 카타니아(Catania) 지역이 침수됐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에트나 화산 주변에서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시칠리아의 유능한 와인메이커이자 양조학 강사인 살보 포티(Salvo Foti)에 따르면, 하루 동안의 강우량은 섬의 남동쪽 끝에 있는 노토(Noto) 지역의 일년치 강우량과 같을 수 있다고 한다.
포티는 지난 37년간 지역의 포도를 연구한 끝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에트나 지역의 주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에 습도가 높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2003년 에트나 지역의 여름은 굉장히 습했습니다. 이 2003년 빈티지를 기점으로 습도가 높은 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곳 토양은 배수가 잘 되지만, 습한 공기로 포도가 축축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세탁 후에 빨래를 말릴 때, 습도가 높은 바람이 불면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와인 컨설턴트인 안토니니(Antonini)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변화에 맞는 품종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특정 지역의 토착 품종이 지역에 잘 들어맞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시칠리아의 카리칸테(Carricante) 같은 품종이 그렇습니다.”
기후 변화로 이탈리아에서의 포도 재배는 기록적인 고온, 가뭄, 습도, 태풍 등 새로운 위협을 겪고 있다. 이는 와인 빈티지에 큰 영향을 끼쳐 와인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지리적 특성은 더워지는 기후에 회복 탄력성이 있어, 아직까지 부정적인 요인보다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협에는 어떠할까? 이에 대한 가장 희망적인 대안은 각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 토착 품종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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