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주 와인 산지 톺아보기 (21)] 풍부한 유산, 흥미로운 미래가 있는 에덴 밸리(Eden Valley)

[헨쉬키 힐 오브 그레이스 포도밭, 사진 제공: Andre Castelluci , 호주 와인 협회]


남호주 에덴 밸리는 오래된 와인 양조 역사를 지닌 와인 산지로 그 규모는 작지만, 세계 와인 무대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흠 잡을 데 없는 와인을 생산한다. 과연 어떤 매력을 지닌 산지인지 에덴 밸리를 톺아보자.


에덴 밸리 소개

에덴 밸리는 애들레이드시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산지다. 1860년대 측량사들이 나무에 새겨진 '에덴'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뒤 이름 붙였다고 여겨진다. 에덴 밸리는 '포도와 고무나무의 정원'으로도 불리며 멋진 풍경, 토착 야생 동물, 부티크 와이너리, 다양한 음식과 와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호주에서 서늘한 기후를 지닌 대표적인 지역인 에덴 밸리는 고급 와인 산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리슬링과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등이 유명하다.


[에덴 밸리 위치, 자료 제공: 호주 와인 협회]



에덴 밸리 와인 역사

1847년 조세프 길버트(Joseph Gilbert)가 에덴 밸리의 퓨지 베일(Pewsey Vale)에 첫 번째 포도나무를 심었다. 1862년 애들레이드 광고 회사가 출판한 '호주의 포도밭과 과수원'이라는 책에 따르면 길버트는 1852년 첫 수확을 했으며, 1854년 역사적으로 유명한 리슬링을 출시했다. 이후 쉬라즈, 카르보네(Carbonet, 카베르네 소비뇽을 이상한 철자로 썼다고 한다) 등을 재배하면서 1862년까지 그의 포도밭은 6.5헥타르 규모, 양조장은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1868년 이 지역에 자리 잡은 헨쉬키 가문은 포도를 재배해 다른 대형 와이너리에 판매했다. 이 가문의 후손인 시릴 헨쉬키(Cyril Henschke)가 1952년 마운트 에델스톤 쉬라즈(Mount Edelstone Shiraz), 1958년 힐 오브 그레이스(Hill of Grace)를 병입해 출시했는데, 이 두 와인 모두 호주 와인이 국제적 명성을 얻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1961년 얄룸바(Yalumba)가 이 지역에서 중요한 포도 품종인 리슬링을 바로사 밸리에서 더욱 서늘한 에덴 밸리로 옮기는 결정을 내리고 1970년대까지 실행에 옮겼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얄룸바의 움직임은 참으로 시기적절하며 완벽한 판단이었다. 서늘한 위치로 옮긴 리슬링 중 퓨지 베일이 최초로 국제적 관심을 받으며 성공했고, 이후 지속해서 소비뇽 블랑,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같은 품종이 와인 시장에서 자리를 잘 잡았다.

[퓨지 베일 포도밭, 사진 제공: 호주 와인 협회]


에덴 밸리 지리적 표시와 포도 재배

역사적으로 에덴 밸리 포도재배는 바로사 밸리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지금도 바로사 밸리와 에덴 밸리 지역의 포도를 섞어 와인을 만들면, 라벨엔 '바로사'로 표기한다. 하지만 최소 85% 이상 에덴 밸리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라벨에 '에덴 밸리'로 표시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바로사 존(Barossa Zone)은 바로사 밸리와 에덴 밸리로 나뉜다. 바로사 밸리에서 에덴 밸리로 향하면 풍경이 크게 달라지는 걸 볼 수 있고 그만큼 기후 차이도 크다. 이로 인해 에덴 밸리는 1997년 지리적 표시(GI)를 받았다. 이후 2001년 하이 에덴(High Eden)이 에덴 밸리 안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하위 지역으로 지리적 표시(GI)를 받았다.


[에덴 밸리 쉬라즈 포도나무, 사진 제공: Andre Castelluci / 호주 와인 협회]


에덴 밸리의 포도밭은 2169헥타르 규모, 남위 34도에 위치하며 해발고도 219~632m에 분포한다. 성장기 강우량은 229mm로 관개농업이 필요하다. 에덴 밸리는 낮 동안 바로사 밸리보다 2~3도, 밤에는 5~7도가량 온도가 낮아 산도를 유지하면서 포도가 완전하게 익을 수 있다. 토양은 양질의 모래에서 식양토까지 다양하다. 약 39개 와이너리가 있다.


하이 에덴은 일반적으로 더 높은 해발고도 450~550m에 포도밭이 위치해 기후가 더 시원하고 늦은 수확이 가능하다. 이곳에선 바람이 위험 요소인데 피해가 적은 위치를 정하거나 방풍이 가능한 입지를 고를 수 있다. 현재 하이 에덴에는 마운트담(Mountdam)과 가트(Gatt) 두 와이너리만 있다.


에덴 밸리는 리슬링으로 유명한데 강렬한 시트러스와 꽃 향을 지니며 우아하다. 어릴 때도 즐길 수 있지만 최고 품질 와인은 1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하다. '에덴 밸리=리슬링'이라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샤르도네는 멜론, 풋사과, 캐슈너트 풍미가 풍성한 프리미엄 와인이다. 쉬라즈는 생동감이 넘치는 과실 풍미를 지니며 부드럽다. 바로 즐겨도 좋고, 최고 품질 와인은 장기 숙성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진한 색을 띠며, 풍부한 풍미에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우아한 레드 와인이 된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에덴 밸리 와인



[(왼쪽부터) 댄들리온 빈야드 인챈티드 가든 오브 더 에덴 밸리 리슬링, 그랜트 버지 에덴 밸리 리슬링, 헨쉬키 힐 오브 그레이스, 헨틀리 팜 에덴 밸리 리슬링, 휴잇슨 건 메탈 리슬링]


댄들리온 빈야드(Dandelion Vineyard)는 2007년 맥라렌 베일에 설립됐다. 이들은 최고 테루아를 찾아 호주 전역에 포도밭을 개발하고 와인을 생산해 수많은 상을 받고 있다. 와인 라벨엔 민들레가 그려져 있는데, 민들레는 겨울엔 잡초를 억제하고, 여름엔 뿌리 덮개가 되는 등 포도밭의 심장이나 영혼이라 믿기 때문이다. 인챈티드 가든 오브 더 에덴 밸리 리슬링은 1910년 심긴 리슬링으로 만든 와인으로 각종 시트러스와 리슬링의 순수성을 그대로 전하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그랜트 버지(Grant Burge)는 바로사 토박이로 포도 품종별 가장 적합한 위치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그랜트 버지는 에덴 밸리에서 쏜 리슬링을 만드는데, 화사한 흰 꽃과 잘 익은 각종 과실 향을 주며 긴 여운을 자랑한다. 중식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과 즐기기 좋은 와인이다.


헨쉬키(Henschke)는 1861년 실레지아 출신 요한 크리스티안 헨쉬키가 설립한 호주 최초 와이너리 중 하나다. 헨쉬키는 지금까지 가족 기업으로 남아 있으며, 전통적인 와인 양조와 현대적인 기술을 합쳐 고품질 와인을 선보인다. 줄리우스 리슬링(Julius Riesling)은 클래식한 에덴 밸리 리슬링으로 시트러스 꽃과 라임, 미네랄 풍미가 좋다. 1952년 선보인 마운트 에델스톤(Mount Edelstone)은 시릴 헨쉬키가 단일 포도밭 와인으로 처음 병입했다. 독일어로 에델슈타인(Edelstein)인 에델스톤은 작고 노란색 보석인 오팔을 의미한다. 에델스톤은 1912년 로날드 앵거스가 수억 년 된 땅에 심은 포도나무가 자라는 밭에서 건식 농법으로 재배한 쉬라즈로 만든 와인이다. 힐 오브 그레이스(Hill of Grace)는 1958년 시릴 헨쉬키가 건식 농법으로 자라는 100년 된 쉬라즈 포도나무로 만든 와인으로 마운트 에델스톤과 함께 세계적인 명품 와인으로 통한다.


헨틀리 팜(Hentley Farm)은 키스와 앨리슨 헨쉬키가 1990년대 설립한 와이너리다. 수석 와인메이커인 앤드류 퀸과 함께 포도밭을 아주 정성껏 돌보며 구획별로 양조한 고품질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에덴 밸리 리슬링은 강렬한 꽃 향에 자몽, 라임, 패션프루트 등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휴잇슨(Hewitson)은 1998년 딘 휴잇슨이 설립한 와이너리다. 그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 와인 양조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휴잇슨은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 인증을 받았고, 그 외 태양 에너지, 물 재활용, 생물 다양성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건 메탈 리슬링은 화강암과 석회암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 강렬한 미네랄 특성을 보여준다. 단일 포도밭 와인이며 최소한의 간섭으로 양조한 뒤 병입 직전 극소량의 이산화황을 넣었다. 장기 숙성력이 있는 우수한 리슬링이다.



[(왼쪽부터) 펜폴즈 빈 51 리슬링, 피터 르만 위건 리슬링, 살트램 에덴 밸리 샤르도네, 소울 그로어스 에덴 밸리 리슬링, 우드 크램튼 에덴 밸리 블랙 라벨 쉬라즈]


펜폴즈(Penfolds)는 호주 대표 와이너리 중 하나다. 빈 51(Bin 51) 리슬링은 에덴 밸리의 특성을 많이 담고 있어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리슬링이 지니는 장기 숙성 잠재력, 기교, 우아함을 경험할 수 있다. 어릴 때는 향긋한 시트러스와 꽃, 미네랄이 두드러진다.


피터 르만(Peter Lehmann)은 1979년 바로사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설립자인 피터 르만은 초기부터 수석 와인메이커로 앤드류 위건과 함께 일했다. 리슬링 매니아인 앤드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위건 리슬링을 2003년 처음 출시해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위건 리슬링은 에덴 밸리 유명 리슬링 중 하나로 페트롤, 젖은 돌, 화이트 티, 라임과 레몬 풍미가 있으며 산미가 좋다.


살트램(Saltram)은 1859년 설립된 바로사의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호주의 수많은 유명 와인메이커가 살트램을 거쳐 갔다. 1859 에덴 밸리 샤르도네는 사과 꽃, 천도복숭아, 토종 배 등의 향에 미묘한 버터 향이 스치는 와인으로 구조가 좋고 균형 잡힌 와인이다.


소울 그로어스(Soul Growers)는 1998년 폴 하이니키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소울 그로어스 에덴 밸리 리슬링은 서늘할 때에 포도를 수확해 미네랄, 시트러스 풍미와 신선함을 최대한 살린 와인이다.


우드 크램튼 에덴 밸리 블랙 라벨 쉬라즈(Wood Crampton Eden Valley Black label Shiraz)는 에덴 밸리 3개 포도밭의 쉬라즈로 만든 와인이다. 포도나무 수령은 50~70년 정도로 오래됐고, 바르취(Bartsch)는 구조와 깊이, 바톤(Batton)은 관대함과 무게, 펠커(Felker)는 밝은 향과 산뜻함을 준다. 깊고 매력적인 바이올렛, 검은 열매, 이국적인 향신료 향이 돋보이는 와인으로 10년 정도 숙성할 수 있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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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8.10 11:59수정 2023.08.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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