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와인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며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키워드는 '가능성'이다. 와인으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사람들을 만나고, 와인과 함께 놀라운 경험을 하며, 우리가 와인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을 구상하는 동안, 와인이 만들어준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실감한다.
[도운 라운지]
지난 7월 28일, 나라셀라의 와인 복합문화공간 '도운'이 그랜드 오픈 소식을 알렸다. 그동안 나라셀라가 건물 전체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달려온 이들이 많았다. 공식 오픈 당일에 직접 도운을 방문해 지하 2층부터 7층까지 건물 전체를 둘러본 뒤, 이곳에 대한 수식어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운은 “와인을 중심으로 수많은 가능성이 펼쳐질 공간”이다.
[2층의 도운 홀, 40여 명 규모로 와인 교육이나 시음회를 개최할 수 있다]
건물 1층으로 들어서자 넓은 라운지 공간이 펼쳐진다. 쾌적한 카페 같기도 하고 어느 갤러리의 리셉션 같은 분위기도 연상시킨다. 실제로 벽면에는 300호는 족히 되어 보이는 이우환 화백의 1993년 작, '조응'이 전시돼 있다. 이런 분위기는 2층 '도운 홀'에서도 이어진다. 넓은 홀의 양쪽 벽면에는 나라셀라의 작품 같은 와인들이 전시돼 있고 중앙에 배치된 스크린에는 와인과 관련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세미나나 와인 교육, 혹은 시음회를 하기에도 적합한 공간이다. 보다 프라이빗한 시음회나 모임 공간을 찾는다면 6층 '도운 스페이스'가 있다. 훌륭한 글라스는 물론이고 쿠킹 스튜디오까지 마련돼 있어 모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쿠킹 스튜디오를 갖춘 6층의 도운 스페이스]
도운에는 파인다이닝과 와인 바도 자리한다. 4층과 5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코리(Korii)'는 한국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해석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다. 오픈 키친 공간과 홀, 아늑한 프라이빗 룸까지 갖추고 있다. 술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바를 찾는다면 7층에 자리한 '나이트캡(Nightcap)'으로 가면 된다. 나라셀라에서 수입하는 와인과 위스키, 스피릿은 물론이고 칵테일도 즐길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도심 속에서 특별한 정취를 누릴 수 있는 루프톱 공간도 기대된다. 또 지하 1층에 자리한 '나라셀라 리저브' 직영점에서는 와인과 사케 등 나라셀라가 수입하는 주류를 쇼핑할 수 있으며, 지하 2층에는 VIP 고객들이 와인을 최상의 환경에서 보관할 수 있는 '도운 프라이빗 셀러'가 마련돼 있다.
[지하 2층에 자리한 도운 프라이빗 셀러]
나라셀라는 도운의 오픈을 기념해 특별한 나파 밸리 와인을 선보였다. '널리 퍼뜨리다, 전파하다'는 의미가 담긴 '레팡드르(répandre)'는 로고 개발부터 최종 출시까지 나라셀라가 직접 주도했고 브랜드 나파 밸리(Brand Napa Valley)에서 생산한 와인이다.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필립 멜카(Philippe Melka)가 양조를 총괄하는 브랜드 나파 밸리는 최근 꾸준히 RP 90점대 후반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프리처드 힐(Pritchard Hill)에서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으며, 해발고도 370-430미터에 위치한 빈야드에서 산도가 뛰어난 포도를 생산한다. 레팡드르 역시 필립 멜카가 컨설팅을 맡았다.
[도운 오픈을 기념해 나라셀라에서 출시한 와인, 레팡드르 2019 빈티지]
이번에 출시된 레팡드르는 2019년 빈티지로 카베르네 소비뇽 83%, 쁘띠 베르도 11%, 카베르네 프랑 6%를 블렌딩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1개월간 숙성했고 65%는 새 오크를 사용했다. 청징과 여과 작업은 거치지 않았다. 시음해 보니 15.5도라는 알코올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매우 부드러운 스타일이었고 산도도 뛰어났다. 파워풀하고 깊은 풍미로 고아한 인상을 주면서도, 조화롭고 둥글둥글한 타닌으로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이었다. 2400병만 한정 출시한 레팡드르는 백 레이블에 몇 번째 병인지 넘버링으로 표기돼 있으며, 오직 도운에서만 만날 수 있다. 훌륭한 미국 와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나라셀라다운 PB와인이다.
도운(萄韻)이란 이름에는 '포도 도(萄)'와 '취향 운(韻)'의 의미가 담겼다. 이곳은 클래식음악과 아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와인과 함께하는 강의나 모임을 할 때도 최상의 공간이 될 듯하다. 도운의 의미처럼 와인과 함께 취향에 집중하고, 레팡드르의 의미처럼 도운이 만든 와인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 그리고 문화적 향기가 깃든 이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취향을 찾고 함께 나누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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