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주 와인 톺아보기 (23)] 작지만 세계적인 생산자가 모인 클레어 밸리(Clare Valley)

[클레어 밸리 포도밭 전경, 사진 제공: 호주 와인 협회]


남호주 클레어 밸리는 리슬링,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클레어 밸리는 다른 호주 와인 산지보다 규모가 작지만, 이곳 와인은 세계 각국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 빠짐없이 올라 있다. 어떤 강점을 지닌 산지인지 클레어 밸리를 톺아보자.


클레어 밸리 소개

클레어 밸리는 애들레이드시 북쪽에 있는 와인 산지로 리슬링,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이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절반 이상이 직접 기른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소규모 부티크 생산자라 큰 브랜드가 많은 다른 와인 산지와 대조를 이룬다. 클레어 밸리 와인 생산자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토양, 지질학, 날씨 등에 관한 연구와 조사를 많이 진행했다. 더불어 스크루캡을 최초로 도입했다. 랭턴 분류 7판에 오른 웬두리(Wendouree) 쉬라즈와 카베르네, 짐 배리(Jim Barry), 아르마(Armagh), 그로셋(Grosset), 폴리시 힐(Polish Hill) 리슬링 등이 지역을 대표한다. 


[클레어 밸리 위치, 자료 제공: 호주 와인 협회]


클레어 밸리 와인 역사

1839년 4월, 존 힐(John Hill)이 응드쥐리(Ngadjuri)족이 살던 클레어 밸리를 최초로 탐험했다. 그는 웨이크필드 강(Wakefield River)과 헛(Hutt River)강을 발견하고 이름까지 지어준 인물이다. 1840년 초, 존 호록스(John Horrocks)가 유럽 정착민을 이끌고 이 지역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1842년 에드워드 버튼 글리슨(Edward Burton Gleeson)이 마을을 설립했다. 그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그의 조상이 살던 카운티 클레어(County Clare) 이름을 따라 이 지역을 클레어 밸리로 명명했다. 1840년대 존 호록스와 에드워드 글리슨은 이곳에 최초로 그르나슈를 심었다. 1846년 구리가 발견되자 새로운 도로와 마을이 연이어 건설됐다. 1851년 클래어 밸리 첫 와인 양조장인 세븐힐 셀러스(Sevenhill Cellars)가 세워졌는데, 이는 예수회 성찬용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세븐힐 셀러스는 오늘날까지 와인을 생산하는 남호주에서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1893년 알프레드 퍼시 버크스가 웬두리 포도밭을 시작했는데, 이 또한 여전히 번창 중이다. 


1900년대 클레어 밸리 포도밭과 와이너리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상당수가 유명해졌다. 짐 배리(1959년), 웨이크필크 테일러스 패밀리 와인(Wakesfield Taylors Family Wines, 1969년), 냅슈타인(Knappstein, 1969년), 그로셋(Grosset, 1981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983년 산불로 인해 폐선된 철도가 10년에 걸쳐 리슬링 트레일(Riesling Trail)로 재탄생했다. 2000년 클레어 밸리의 13명 와인 생산자가 그들이 만든 프리미엄 리슬링에 스텔빈 스크루캡을 쓰기로 했다. 그들은 한데 모여 스크루캡으로 막은 와인이 일관성, 신선함, 장기 보존력이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했고 곧 모든 품종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클레어 밸리 락 프로젝트, 자료 제공: 클레어 밸리 와인 협회]


2012년 짐 배리는 그리스 토착 품종인 아씨르티코를 재배한 호주 최초 와이너리가 됐다. 또한, 2012년 4월 우연히 만난 파이크 와인의 앤드류 파이크(Andrew Pike)와 믹 로슈가 클레어 밸리 지질학, 포도재배, 와인 산업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클레어 밸리 락(Clare Valley Rock)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10월 말 클레어 밸리 와인 쇼 주간에 공식적으로 시작해 2015년 지질연대별 클레어 밸리 토양과 지형 형성 등을 모두 모은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에는 스크루캡으로 마감한 2002년, 2012년, 2022년산 리슬링을 비교 시음하며, 클레어 밸리 리슬링이 지닌 장기 숙성력과 스크루캡 사용 와인에서는 코르크 사용 와인에서 발견되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렇듯 클레어 밸리 와인 생산자들은 그들이 축적한 유산에 충실하면서도 연구와 새로운 품종 및 와인 스타일에 관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클레어 밸리 와인이 받는 수많은 상과 평가는 이런 노력의 결과다.


[클레어 밸리 포도나무, 사진 제공: 호주 와인 협회]


클레어 밸리 포도재배

클레어 밸리는 남호주 중북부 마운트 로프티 산맥 북쪽 끝에 있다. 남북으로 펼쳐지는 언덕을 따라 능선, 산기슭, 계곡이 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패치워크처럼 조성된 포도밭을 내다보는 전망을 볼 수 있고, 조용한 계곡에는 구석에 쏙 자리 잡은 포도밭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클레어 밸리 포도밭 형태는 다양하다. 


이를 정리하면, 포도밭은 해발고도 400~500m로 남호주 대부분 포도밭보다 높은 곳에 있다. 심하게는 해발고도 608m까지 포도밭이 있는데, 다소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여름철 낮은 따뜻하게, 밤은 시원하게 보내며 포도가 서서히 고르게 익을 수 있다. 이는 클레어 밸리 리슬링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아직 법으로 정한 하위 지역은 없지만, 대부분의 와인 전문가는 클레어 밸리를 지형으로 판단해 오번(Auburn), 워터베일(Watervale), 세븐힐(Sevenhill), 폴리시 힐 리버(Polish Hill River)와 클레어(Clare)로 더 작게 나누고 있다.


클레어 밸리 기후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다. 하지만 적당한 해상풍 영향을 받는데, 종종 이 해상풍의 영향으로 낮과 달리 밤에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기도 한다. 해상풍이 불면 큰 일교차(한여름 최고 기온은 30도, 평균 야간 최저 기온은 13도)가 생기기에 와인 생산자는 더 느리고 고르게 익은 포도로 호주 최고 리슬링과 고급스러운 중간 바디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클레어 밸리의 연간 강우량은 약 600mm로 겨울과 봄에 주로 비가 내리며, 여름엔 뇌우가 발생하는데 여름이 건조한 클레어 밸리에서는 뇌우가 토양에 수분을 주기 때문에 반가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봄 서리는 저지대 포도밭에 때때로 문제가 될 수 있고, 우박으로 인한 피해는 드물다. 


클레어 밸리는 수백만 년 동안 빙하기부터 건조한 환경까지 극적인 기후와 지질학 역사가 있어 수십 미터 거리의 아주 가까운 포도밭도 토양이 서로 다를 정도로 다양하다. 클레어 밸리에는 공인된 11개 토양 유형이 있고, 대부분은 포도나무가 자라기에 충분한 함수력을 지닌다. 워터베일은 쿠나와라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석회암 위 테라 로사 토양이다. 폴리시 힐은 점판암이 널려있는 사암으로 매우 척박하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클레어 밸리의 포도밭은 5,093헥타르 정도이며, 약 77개 와이너리가 있다. 쉬라즈가 1,886헥타르, 카베르네 소비뇽이 1,135헥타르, 리슬링이 1,051헥타르로 세 가지 품종을 합치면 전체 생산량의 거의 80%가 된다. 리슬링은 재배 면적으로는 3위지만, 생산량이 많은 품종이라 실제 압착한 포도양으로는 리슬링 > 쉬라즈 > 카베르네 소비뇽 순으로 볼 수 있다. 클레어 밸리 개척 초기엔 머스캣과 전통적인 프랑스 포도 품종이 재배되었고, 와인 생산자는 1980년대부터 대체 품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2000년대 초 피노 그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말벡, 마타로, 템프라니요, 산지오베제, 피아노 같은 지중해 품종이 도입되었다. 2006년엔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서만 자라던 아씨르티코를 도입해 인내심과 끈기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했다. 베르멘티노, 마몰로(Mammolo), 페르(Fer) 같은 품종도 재배 중이다.


클레어 밸리 리슬링은 어릴 때는 일반적으로 꽃, 시큼한 레몬, 라임, 사과 향과 풍미를 내다가 숙성하면 꿀과 토스트의 부드러운 풍미로 변화한다. 호주 리슬링은 단맛이 없이 매우 드라이하니 달지 않은 리슬링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다. 워터베일은 그나마 일찍 마셔도 편안한 반면, 폴리시 힐은 일정 시간 이상 숙성해야 최적의 모습을 보여주니 참고하면 좋다. 최근 일부 클레어 밸리 생산자는 더 다양한 와인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단맛과 스파이스 풍미가 더해진 스타일을 실험하고 있다. 쉬라즈는 오크, 즙이 풍부한 자두, 열매 향과 풍미를 지니며, 중간 바디에 균형과 풍부함을 지닌 풀바디 와인으로 양조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색이 진한 과일, 건포도, 초콜릿, 오크, 스파이스 향으로 가득하며, 섬세한 타닌과 상쾌한 산도를 지닌다. 어릴 때도 마시기 쉬우면서 동시에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클레어 밸리 와인


[(왼쪽부터) 짐 배리 더 아르마, 냅슈타인 메이여스 빈야드 쉬라즈, 킬리카눈 블록 로드]


짐 배리(Jim Barry)는 1959년 짐 배리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아들 피터와 피터의 자손으로 이어지는 3대가 운영 중이다. 2020년 제임스 할리데이 '올해의 와이너리'에 선정됐다. 짐 배리는 클레어 밸리 17개 지역 총 320헥타르 포도밭을 갖고 있으며, 더 아르마 쉬라즈와 더 플로리타 리슬링 같은 명작을 선보였다. 랏지 힐(Lodge Hill), 더 아르마(The Armagh), 더 맥레이 우드(The McRae Wood) 쉬라즈가 있다. 


냅슈타인(Knappstein)은 1969년 설립 이래 클레어 밸리 대표 와이너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와인 양조장과 셀러도어는 1878년 건립된 건물로 이 지역의 유산이기도 하다. 리슬링,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등 포도밭의 특색을 담은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냅슈타일 클레어 밸리 리슬링과 쉬라즈, 엔터프라이즈 빈야드(Enterprise Vineyard)와 메이여스 빈야드(Mayors Vineyard) 쉬라즈를 만날 수 있다. 


킬리카눈(Kilikanoon)은 1997년 와인 메이커인 케빈 미첼이 아버지와 함께 소유한 6헥타르 포도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와이너리다. 15년 연속 제임스 할리데이 5 레드 스타를 받았고, 문두스 비니 그랜드 인터내셔날 와인 어워즈에서 호주 최고 생산자로 8번이나 선정됐다. 킬리카눈은 현재 120헥타르 규모로 성장했는데, 생산량의 85%가 레드 와인이며 그르나슈에 집중하고 있다. 킬리카눈이 생산하는 그르나슈는 클레어 밸리 전체 그르나슈 생산량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킬러맨스 런(Killerman's Run) 리슬링과 쉬라즈, 블록 로드(Block Road) 카베르네 소비뇽 등이 있다. 


[(왼쪽부터) 키리힐 와인 E.B. 글리슨 리슬링, 파이크스 트래디셔날 리슬링, 팀 아담스 쉐이퍼 쉬라즈, 웨이크필드 테일러스 패밀리 와인 세인트 앤드류 쉬라즈]


키리힐 와인(Kirrihill)은 1998년 션 에드워즈와 롭 스탠웨이가 설립한 부티크 와이너리다. 이 두 사람은 클레어 밸리 특성을 나타내는 프리미엄 와인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키리힐은 600헥타르 포도밭을 갖고 있으며, 선별된 구획에서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든다. 2020년 수석 와인메이커로 앤드류 로크가 합류했다. '골든 마일'이라 불리는 테라 로사 토양이 있는 구획에서 리슬링을, 쇼버스 빈야드(Schobers Vineyard)는 복합성이 뛰어나고 농축된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하고 있다. 2000년에 최초로 와인을 출시한 이후로 국내외 와인 품평회에서 수많은 상을 받고 있다. E.B. 글리슨(E.B. Gleeson) 리슬링, 쉬버(Shiver) 샤르도네, 리져날 시리즈(Regional Series) 클레어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양한 와인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 


파이크스(Pikes)는 1984년 앤드류와 닐 파이크 형제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오늘날까지 가족 소유 및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포도밭은 클레어 밸리 동부 하위 지역인 폴리시 힐에 있으며 규모는 100헥타르다. 파이크스는 리슬링으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35년 동안 쉬라즈와 카베르네를 비롯 20종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여러 스타일 와인을 만든다. 힐스 앤 밸리(Hills & Valley's) 리슬링, 트래디셔날(Traditional) 리슬링, 이스트사이드(Eastside) 쉬라즈 등을 만날 수 있다.


팀 아담스(Tim Adams)는 1986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가족 소유 및 운영 중이다. 팀 아담스는 믹 냅슈타인 지도로 견습 과정을 거쳐 리싱햄과 퀠탈러에서 와인 양조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그는 아내 팸 골드색과 함께 품종과 지역 특성을 살리는 와인 생산을 목표로 한다. 애버펠디 쉬라즈(Aberfeldy Shiraz)는 생기 있는 과일과 신선한 풍미로 어릴 때 마셔도 좋고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스터 믹(Mr. Mick) 리슬링과 쉬라즈, 쉐이퍼(Schaefer) 쉬라즈 등을 만날 수 있다.


웨이크필드 테일러스 패밀리 와인(Wakefield Taylors Family Wines)는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던 날 빌 테일러가 클레어 밸리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시드니에서 호텔을 운영했던 빌은 보르도 와인에 영감을 받았고, 호주에서 이전엔 없었던 높은 수준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을 생산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178헥타르로 시작한 포도밭은 현재 500헥타르로 커졌으며, 쿠나와라의 유명 와이너리인 윈즈 쿠나와라에서 묘목을 받아 포도밭을 조성했다. 웨이크필드 포도밭 토양에서는 해마 화석이 발견되어 한때 이곳이 바다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해마 3마리가 그려진 자라만 샤르도네, 세인트 앤드류 리슬링과 쉬라즈 등을 제주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만날 수 있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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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8.25 09:00수정 2023.08.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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