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재배되다가 거의 멸종 위기에 놓였던 화이트 품종이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이젠 이탈리아 북서부의 차세대 스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티모라쏘(Timorasso)'라는 품종이다.
티모라쏘가 오늘날 새로운 화이트 품종으로 떠오른 것은 그 무엇보다 발테르 마싸(Walter Massa)의 열정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열정은 와인 생산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콜리 토르토네지(Colli Tortonesi, 토르토나 언덕)는 피에몬테 동남부 모퉁이에 있는 알레산드리아주, 리구리아, 롬바르디아, 에밀리아 로마냐와 접하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이 전략적인 위치는 이미 로마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으며 로마인들은 중요한 교차점에 토르토나(Tortona)를 세웠다.
녹지로 둘러싸인 이곳은 미세기후와 원활한 물 공급으로 농업이 번성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재배된 복숭아와 딸기가 유명한데, 역시 가장 유명한 것은 와인이다. 20세기 초에는 토르토나 기차역에서 연간 약 200만 리터의 와인이 출하됐으며, 특히 스위스와 독일로 향하는 화이트 와인이 주를 이뤘다. 동부 피에몬테의 토착품종으로 알려진 티모라쏘는 와인 생산에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레드 와인의 인기에 밀려 점차 잊혔으며 1980년대에는 티모라쏘 품종의 재배 면적이 극히 줄어들어 사실상 멸종되었다.
발테르 마싸는 “티모라쏘는 까다로운 포도 품종입니다. 더운 날씨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고도가 높은 곳을 선호합니다. 포도원에서 많은 관리가 필요하며 꾸준한 생산이 보장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86년 알레산드리아에서 약간의 티모라쏘를 재배했지만 처음에는 특별하지 않았다. “몇 번의 빈티지를 거치며, 새로운 와인이 이전 와인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1989년에는 팔리지 않은 와인을 가져와 더 오래 숙성시켰습니다.” 발테르 마싸는 그렇게 티모라쏘의 비밀을 풀어냈다.
티모라쏘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시기의 시트러스와 꽃 향기에 허브, 설탕에 절인 과일 아로마가 더해지며 입안에서는 산뜻함과 우아함, 지속성을 보여준다. 리슬링의 3차향, 샤르도네의 바디감 등과 많이 비교되지만 유전적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멸종의 위기에 처했던 티모라쏘는 발테르 마싸의 노력으로 인해 복원됐고 현재 다른 품종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향과 맛을 지닌 와인으로 재탄생했다.
티모라쏘는 이제 공식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 중이다. 토르토나 지역에서 새로운 데르토나 콜리 토르토네지(Derthona Colli Tortonesi) DOC가 제안됐고 이미 관련 정부 기관에도 제출됐다. 2024년 빈티지 와인의 병입에 맞춰 공식 승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협회장인 잔 파올로 레페토(Gian Paolo Repetto)는 “새로운 명칭은 45개 자치구의 언덕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에만 적용될 것입니다”라고 명시했다. 헥타르당 최대 생산량은 52헥토리터로 규정한다. 또한 와인의 최소 침전물은 1리터당 18그램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등급에 대해서는 “수확 이듬해 3월 1일부터 피콜로 데르토나(Piccolo Derthona)를 출시할 수 있고, 수확 이듬해 9월 1일부터는 데르토나(Derthona), 그리고 수확 후 3년째 되는 해 3월 1일부터 출시되는 와인은 데르토나 리제르바(Derthona Riserva)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데르토나 콜리 토르토네지 DOC는 콜리 토르토네지 DOC의 하위 지역이지만, 충분히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에너지를 가진 와인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멸종 위기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티모라쏘 와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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