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몬다비 가문의 역사는 계속된다! 센티엄(Sentium) & 컨티뉴엄(Continuum)

희한한 일이다. 미국 와인의 대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의 자손들은 로버트 몬다비의 이름을 양조장과 와인에 사용할 수 없다. 2004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함께 그 이름 또한 거대 주류 기업 컨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넘어 세계적 와인을 만들어 온 몬다비 가문의 유산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로버트 몬다비의 둘째 아들 팀 몬다비(Tim Mondavi)는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2005년 컨티뉴엄 에스테이트(Continuum Estate)를 설립했다. 컨티뉴엄 설립 초기부터 “단 하나의 포도밭에서 만드는 단 하나의 와인”을 모토로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의 품질에 필적하는 프리미엄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 생산하는 와인은 와이너리와 같은 이름의 컨티뉴엄과 그 퀄리티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함께 만드는 세컨드 와인 노비시엄(Novicium) 둘 뿐이다.


[세미나를 진행 중인 키아라 몬다비 (사진제공: 나라셀라)]


최근 팀 몬다비의 딸 키아라 몬다비(Chiara Mondavi)가 컨티뉴엄 에스테이트의 수출 담당 이사 데이비드 밴틀리(David Bantly)와 함께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와인 복합문화공간 도운에서 컨티뉴엄의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컨티뉴엄과 노비시엄 2021, 2013 빈티지와 함께 키아라 몬다비가 캘리포니아 북부 멘도시노(Mendocino)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 센티엄(Sentium) 2022도 만나볼 수 있었다. 키아라 몬다비는 아버지 팀 몬다비와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함께 하며 경력을 쌓아 왔다. 컨티뉴엄과 노비시엄, 그리고 센티엄의 아름다운 레이블을 그린 것도 그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와인을 시음하다 보니 그의 아름다운 인품과 예술적 감각이 레이블은 물론 와인의 맛과 품질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칠링 중인 센티엄 2022(좌), 로버트 몬다비 아이 블록 소비뇽 블랑 2012(우)]


센티엄은 푸메 블랑(Fume Blanc)에 대한 키아라 몬다비의 오마주다.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대세였던 1960대 캘리포니아에 드라이한 맛의 고품질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전통을 세운 할아버지 로버트 몬다비의 업적을 기린 것이다. 아버지 팀 몬다비 또한 소비뇽 블랑의 매력에 깊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와인 양조에 깊이 관여하고 있던 팀 몬다비는 푸메 블랑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또한 로버트 몬다비 재직 중 경제성을 이유로 뽑아버리려 했던 아이 블록(I Block) 포도밭의 소비뇽 블랑 고목들을 지켜내기도 했다. 1945년 식재된 이 나무들은 여전히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센티엄과 비교하기 위해 먼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아이 블록 소비뇽 블랑 2012(Robert Mondavi Winery, I Block Fume Blanc 2012)를 시음했다. 키아라 몬다비는 이 와인을 양조한 제네비에브 잰슨스(Genevieve Jassens)는 팀 몬다비와 오래 함께 일한 와인메이커로, 기존 와인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10년 이상 숙성한 이 와인에서는 은은한 플로럴 허브와 명확한 바닐라 오크, 그리고 잘 익은 핵과와 열대과일 풍미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싱그러운 신맛이 진한 오크 뉘앙스의 부담을 덜어 주며, 선이 굵으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준다. 


[센티엄 2022]


센티엄은 조금 더 진화한 모습이다. 2020년까지 컨티뉴엄에만 집중하다가 2021년부터 새로운 와인을 선보였는데 그 중심에 키아라 몬다비가 있었다. 아버지 팀 몬다비는 센티엄 에스테이트 설립을 준비할 때 3가지 원칙을 언급했다고 한다. 가족이 정성껏 재배하고, 유기농 혹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하며, 올드 바인이 식재된 포도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북쪽 멘도시노를 눈여겨보라는 힌트를 주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레드우드 밸리(Redwood Valley)의 포도밭이다. 돌과 자갈이 이상적으로 섞인 토양에 평균 6-70년 수령의 고목이 식재돼 있다. 또한 계곡을 통해 시원한 해풍이 유입돼 주변 지역보다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 여러 모로 화이트 와인 생산에 적합한 포도밭이다.


수확과 양조는 포도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되 관여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작은 통에 수확한 후 저온 상태로 빠르게 와이너리로 이동해 부드럽게 압착한다. 하룻밤 정도 낮은 온도에서 안정화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콘크리트 탱크, 중성적인 프렌치 오크통에서 각 1/3씩 발효하여 리(lees, 효모 잔여물)와 함께 9개월 숙성한다. 그는 특히 리 숙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리 숙성은 부드러운 질감과 복합적인 풍미를 부여한다. 아버지 팀 몬다비는 '리 러버(lees lover)'라고 할 만한 사람이었으며, 아버지와 함께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도 리 숙성 예찬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효모가 건강하게 활동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리가 생성되도록 하는 게 본인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크통 속의 리를 부드럽게 휘젓다 보면 와인메이커로서 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센티엄 2022는 신선한 허브와 청량한 시트러스 뉘앙스가 은은한 미네랄, 가벼운 토스티 오크, 복합적인 이스트 풍미와 하모니를 이룬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첫인상 뒤로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잘 익은 핵과 풍미가 순수하게 드러난다. 목 넘김 후 미묘한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매력적인 소비뇽 블랑이다. 세미용(Semillon) 7%를 블렌딩해 풍미와 질감을 더했다. 센티엄의 레이블은 키아라 몬다비가 포도밭에 자생하는 야생 붓꽃을 그린 것이다. 붓꽃의 아랫부분은 절묘하게 센티엄 스펠링의 'E'와 'N'에 연결돼 있는데,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백 레이블에 적힌 'to live in greater harmony with nature, complex and sublime as a wildflower'라는 시적인 표현은 언니 카리사 몬다비(Carissa Mondavi)가 쓴 것이다. 이 역시 자연과 조화를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와인에는 그들의 이런 철학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센티엄은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는 의미로, 와인의 아름다움을 파인 다이닝처럼 섬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시음한  와인들]


컨티뉴엄은 나파 밸리(Napa Valley)에서도 서늘한 산악 지대에서 만들어진다. 나파 밸리는 서쪽의 마야카마스 산맥(Mayacamas Mountains)과 동쪽의 베커 산맥(Vaca Mountains)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사이에는 넓은 평지가 자리한다. 사실 나파 밸리의 와인은 95%가 평지에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한다. 산악 지대에서 나오는 와인은 5%에 불과하다. 컨티뉴엄은 바카 산맥 남서향의 서늘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토양은 척박하고 철분이 많은 화산토 중심이다. 생리적으로 완숙해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면서도 신선한 신맛을 겸비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생산 초기 컨티뉴엄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소유한 토 칼론 빈야드(To Kalon Vineyard)의 포도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당 포도밭으로부터 포도를 공급받는 게 어려워졌고, 컨티뉴엄 또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포도밭을 모색하면서 선택한 곳이 바로 현재의 세이지 마운틴 빈야드(Sage Mountain Vineyard)다. 프리차드 힐(Pritchard Hill) 지역에 위치한 이 포도밭은 오랫동안 나파 밸리와 칠레,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최적의 포도밭을 선별했던 몬다비 가문의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다. 2008년부터는 70% 이상 소유한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했고, 2012년 이후에는 100% 자사 포도만 사용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새 오크 비율도 꾸준히 낮아졌다. 처음에는 100% 새 오크통만 사용했지만, 최근 새 오크통 비율은 60% 수준이다. 


[노비시엄에 대해 설명 중인 데이비드 밴틀리 수출 담당 이사(좌) (사진제공: 나라셀라)]


먼저 컨티뉴엄의 세컨드 와인 노비시엄을 시음했다. 노비시엄에 사용되는 포도와 양조 방식은 컨티뉴엄과 완벽히 동일하다. 각 포도 품종들은 세심하게 선별해 작은 박스에 손으로 수확한다. 이후 줄기를 제거하고 가볍게 파쇄해 중력으로 시멘트 탱크와 프렌치 오크 배럴로 옮겨 발효한다. 18일에서 30일 정도 껍질과 접촉하며 발효하는 동안 펌핑 오버(pumping over)는 하루에 3-4회, 델레스타주(delestage)는 총 2-3회 정도 진행한다. 이후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021년 빈티지는 21개월, 2013년 빈티지는 22개월 숙성했다. 새 오크 비율은 각각 60%와 68%다. 이후 세심한 테이스팅을 거쳐 컨티뉴엄이 될 배럴들을 선택하는데, 컨티뉴엄이 되지 못한 배럴로 만든 것이 노비시엄이다. 'Novi'는 '익히다'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노비시엄은 세이지 마운틴 빈야드에 대한 몬다비 패밀리의 높은 이해도를 반영하는 이름이다. 


[컨티뉴엄 & 노비시엄]


노비시엄은 컨티뉴엄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와인이다. 빼어난 와인들 중에서도 최고의 와인만 컨티뉴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드는 세컨드 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비시엄조차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인 평론가 안토니오 갈로니(Antonio Galloni)는 노비시엄 2021년을 테이스팅한 후 '웬만한 와이너리의 아이콘 와인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노비시엄 2021은 향긋한 바이올렛과 달콤한 시나몬 캔디, 정향, 민트 힌트와 농익은 자두,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신선한 신맛과 촘촘한 타닌이 아름다운 구조를 형성하며, 완숙한 과일의 달콤한 뉘앙스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아직 어리지만 세컨드 와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높은 품격과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58%,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9%,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3%. 반면 노비시엄 2013년은 숙성에서 유래한 토양 뉘앙스가 은은하게 감돌며 자두, 블루베리, 검은 체리 풍미와 함께 따뜻한 느낌의 스파이스와 민트, 오레가노 등 복합적인 허브 향이 가볍게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과 비교적 풍성한 바디가 우아하고 품격 있게 느껴진다. 메를로(Merlot)의 사용 비율이 46%로 높은 것이 이런 특징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카베르네 프랑 31%, 카베르네 소비뇽 23%다. 


[컨티뉴엄 2013 빈티지, 특별한 의미가 담긴 숫자 '1-40-100'을 표기했다]


주인공 컨티뉴엄. 팀 몬다비는 1974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수석 와인메이커가 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모든 와인의 양조에 관여하고 있던 핵심 인물이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매각된 후 53세의 나이로 컨티뉴엄 에스테이트를 설립했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세운 것도 53세 때의 일이니 우연의 일치 치고는 놀랍다. 이번에 시음한 컨티뉴엄 2013 또한 대단히 특별한 빈티지다. 새롭게 조성한 양조장에서 만든 첫 빈티지이자 팀 몬다비가 수석 와인메이커가 된 후 40번째 빈티지이며, 로버트 몬다비 탄생 100주년 빈티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이블에 '1-40-100'이라는 숫자를 새겨놓았다. 


먼저 시음한 컨티뉴엄 2021은 톡 쏘는 스파이스와 화려한 꽃향기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첫인상 뒤로 농익은 자두와 블랙커런트, 검붉은 베리 풍미가 발사믹 뉘앙스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견고한 구조를 감싸는 실크 같은 질감과 우아한 느낌은 아직 매우 어린데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45%, 카베르네 프랑 35%, 메를로 11%, 프티 베르도 9%. 카베르네 프랑을 사랑하며 해당 품종의 성공을 확신하는 팀 몬다비의 비전이 명확히 반영된 빈티지다. 컨티뉴엄 2013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숙성 부케에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루베리 풍미와 신선한 민트 허브와 매콤한 스파이스 힌트가 곁들여진다. 부드러운 타닌의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드러나는 신선한 과일 풍미와 복합적인 뉘앙스는 앞으로 변화해 갈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66%, 카베르네 프랑 21%, 프티 베르도 9%, 메를로 4%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영향력이 명확히 드러난다. 2013년과 2021년 모두 건조하고 무더운 빈티지로 힘든 환경에서도 산악 지대 포도밭의 와인이 어떻게 적응하고 발전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테이스팅이기도 했다.


컨티뉴엄의 레이블에 금색으로 그려진 나무는 카베르네 프랑이다. 컨티뉴엄과 노비시엄 모두 카베르네 프랑 사용 비율이 높다. 키아라 몬다비는 “아버지 팀 몬다비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품종이 카베르네 프랑”이라며, 컨티뉴엄 생산 초기부터 카베르네 프랑을 비중 있게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부터는 매년 30% 이상 사용해 왔는데, 화재의 영향으로 2017년에만 18%로 낮아졌다고 한다. 키아라 몬다비는 카베르네 프랑을 카베르네 소비뇽의 아류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품종이라는 것이다. 카베르네 프랑은 테루아를 명확히 드러내며, 제대로 다루기만 한다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처럼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품종이라고 강조했다. 


[센티엄을 손에 든 키아라 몬다비]


컨티뉴엄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매각된 바로 다음 해부터 생산됐다. 이는 가족들의 결집과 기꺼이 양조장을 내어 준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따뜻한 애정을 기반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와인을 추구한다. 실제로 그들의 설명에는 'gentle', 'tender'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고 한다. 자연에 대한 사랑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위대한 와인의 근원인 자연을 지키며 오래 함께하고자 한다. “힘들 땐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키아라 몬다비. 몬다비 가문의 와인이 그 이름처럼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란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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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6.05 18:04수정 2024.06.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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