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흔히 테킬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와인 생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나라다. 특히, 최근 멕시코 와인은 콩쿠르 몽디알(Concours Mondial)과 같은 국제 와인 품평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받는 등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멕시코 위도, 자료 제공: Manuel Negrete]
북미의 보석, 멕시코
멕시코는 북위 14도에서 32도에 걸쳐 있는 나라로, 세계에서 14번째로 크다. 인구 약 1억 2천 7백 50만 명이 살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유네스코는 2010년 멕시코 요리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한 멕시코는 연간 6천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관광객이 많은 나라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적 매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멕시코 독립 전쟁 영웅인 피필라를 기리는 동상]
멕시코 와인 역사
멕시코 와인은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두 번째 항해를 하면서 포도나무를 들여온 것이 그 시작이다. 1517년에는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에서 처음으로 와인이 소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1524년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는 '좋은 정부의 규정(Ordinances of Good Government)'을 통해 포도 재배를 장려했고, 1528년 페르난도 다미안(Fernando Damián)은 차풀테펙(Chapultepec, 현재 멕시코 시티)에서 최초로 와인 생산 면허를 받았다.
1554년까지 멕시코에는 70,000헥타르의 포도밭이 있었다. 16세기 후반 스페인에서는 와인과 브랜디 수요가 증가했고, 멕시코를 포함한 식민지에서 생산된 와인과 브랜디가 본국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었다. 이에 1595년 스페인 펠리페 2세는 스페인 본국 와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멕시코에 있는 포도밭을 없앨 것을 명령했다.
멕시코는 1821년 9월 27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다. 독립 전쟁은 1810년 9월 16일 시작돼 11년 동안 지속됐다. 이 기간 동안 멕시코는 스페인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전투와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와인 산업의 부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1870년 과나후아토 산 루이스 데 라 파스(San Luis de la Paz)에 보데가스 산 루이스 레이(Bodegas San Luis Rey)가 설립되면서 와인 생산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또한, 19세기 말 포르피리오 디아스 정부 시기(1876~1911년)에는 프랑스 품종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단순히 포도 품종뿐만 아니라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와인 양조 기술이 함께 소개되면서 멕시코 와인의 품질과 다양성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곧 1910년부터 1920년까지 멕시코 혁명 기간에 와인 산업은 다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기간 동안 멕시코 전체에서 발생한 경제와 사회적 혼란으로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파괴되거나 방치되는 일이 빈번했고 결국 와인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전쟁으로 와인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가 많이 손실돼 훗날 와인 산업의 재건을 매우 어렵게 했다. 또한 이 기간 농지 개혁이 이뤄지면서 많은 대규모 농장과 포도밭이 재분배됐다. 이로 인해 와인 산업에 종사하던 기존 지주와 생산자들은 자신들이 가졌던 재산을 잃거나 생산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혁명 기간 전쟁 참여와 인구 이동도 많아 노동력이 매우 부족했는데 포도밭에서 일할 인력이 특히 부족했다. 멕시코 혁명 이후 맥주와 증류주 소비가 늘면서 와인 소비가 크게 줄었고 이는 와인 산업 쇠퇴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멕시코 와인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으나 1920년대 이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여 20세기 중반 이후 다시 부흥의 길을 걷게 됐다. 1928년 엘에이 세토(L.A. Cetto), 1953년부터 1972년까지는 도메크(Domecq)라는 두 회사가 와인 산업에 크게 이바지했다. 엘에이 세토는 국제 품종을 성공적으로 재배하여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해 멕시코 와인을 국제 시장에 소개했다. 도메크는 새로운 기술과 생산 방식을 도입해 맛있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포도밭, 생산 설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와인 시음회, 교육 프로그램, 마케팅 캠페인 등을 통해 와인 소비를 장려하고 와인 대중화를 이끌었다.
1948년에는 현재 멕시코 와인 협의회(CMV, Consejo Mexicano Vitivinícola)로 알려진 '비티비니쿨토르스 국립 협회(Asociación Nacional Vitivinicultores)'가 설립됐다. 1970년에는 멕시코가 국제 포도 및 와인 기구(OIV)에 가입했고, 1987년에는 몬테 사닉(Monte Xanic)이 설립됐다. 몬테 사닉은 지속 가능한 농법을 도입해 환경을 보호하면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했고 와인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멕시코 와인의 국제 인지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멕시코 와인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멕시코 와인 현황, 자료 제공: Manuel Negrete]
멕시코 와인 생산 현황
현재 멕시코에는 17개 주에 걸쳐 포도밭이 있다. 그 규모는 8,633헥타르이며 연간 80,607톤의 포도가 와인 생산에 사용된다. 멕시코 전역의 와이너리 수는 400개 이상이다.
와인 시장 규모는 가치로 약 24억 6,800만 달러에 달한다. 멕시코에서 알코올 음료를 소비하는 인구는 680만 명이며, 실제 소비량 기준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는 약 22.5리터, 이 중 1인당 와인 소비량은 약 1.2리터다. 2008년 이후 멕시코 와인은 콩쿠르 몽디알에서만 463개 CMB 메달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멕시코 와인 수출입 현황과 세금
2021년 멕시코는 약 14,580헥토리터의 와인을 수출했으며, 2023년에는 수출량이 약 15,309헥토리터로 증가했다. 멕시코 와인의 주요 수출 시장은 미국(44%)과 일본(12%)이며, 멕시코는 스페인, 칠레, 아르헨티나,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으로부터 다양한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멕시코 와인 산업은 IEPS(특별세)를 포함한 여러 세금 제도의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세금은 와인 가격과 수입·수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세히 살펴보면 멕시코에서 13.9% 알코올 도수를 가진 10달러(USD)짜리 와인 한 병을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기 위한 가격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10달러짜리 와인은 약 174페소다. 여기에 26.5%의 특별세가 추가되면 220.11페소가 된다. 이후 16%의 부가가치세(IVA)가 붙어 255.33페소가 된다. 여기에 와인 운송비 5달러가 추가되어 342.33페소가 되며, 소매점의 20% 이윤을 고려하면 410.79페소가 된다. 레스토랑에서는 이 가격을 두 배로 받아 821.59페소가 되며, 서비스 요금 15%가 추가되어 최종 가격은 944.82페소, 즉 약 54.2 달러(USD)가 된다.
멕시코에 수입된 와인도 계산이 비슷하다. 멕시코에서 13.9% 알코올 도수를 가진 10달러(USD)짜리 스페인산 와인 한 병을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기 위한 가격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10달러 와인은 멕시코 페소로 약 174페소다. 여기에 26.5%의 IEPS 세금이 추가돼 220.11 페소가 된다. 이후 16%의 부가가치세(IVA)가 붙어 255.33페소로 증가한다. 수입 와인 운송비는 10달러가 추가돼 429.33페소가 되며, 수입업자의 35% 이윤을 고려하면 579.59 페소가 된다. 이후 소매점의 20% 이윤이 추가되어 695.51페소가 되고, 레스토랑에서는 이 가격을 두 배로 받아 1,391.02페소가 된다. 최종적으로 서비스 요금 15%가 추가돼 최종 가격은 1,599.67페소, 즉 약 91.7 달러(USD)가 된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와인과 수입 와인 모두 높은 세금과 수입업자의 이윤, 운송비 등으로 가격이 높아지며 이는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멕시코에서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멕시코 와인 산지
멕시코의 와인 산지는 지리적 위치에 따라 여러 지역으로 구분한다.

[자료 제공: Manuel Negrete]
북서부 지역
바하 캘리포니아 (Baja California): 멕시코의 주요 와인 생산 지역으로, 과달루페 밸리(Valle de Guadalupe)를 포함한 7개 주요 밸리가 있다. 이 지역은 연간 강우량이 적고 일조 시간이 길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다.
바하 캘리포니아는 멕시코의 주요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 총 4,500헥타르의 포도밭이 있다. 이 중 2,778헥타르는 과달루페 밸리에 있으며 이는 전체의 61.7%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는 26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다.
바하 캘리포니아는 7개의 주요 와인 생산 지역으로 구성되며, 포도밭은 해안선에서 18에서 29km 내외로 가깝다. 연간 강수량은 약 300mm로 비교적 적다. 과달루페는 해발 335m에 약 2,778헥타르의 포도밭이 있다. 이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이며 연간 일조량은 약 3,500시간이다. 토양은 점토, 모래, 화강암 및 석회질이 혼합돼 있다. 캘리포니아 해류와 반대 해류의 영향을 받아 기후 조건이 독특하다.

[자료 제공: Manuel Negrete]
과달루페(Guadalupe)는 연간 강수량이 335에서 468mm이며, 칼라피아(350m 깊이)와 엘 포르베니르(100m)라는 두 개의 지하수 저장소가 있다. 이 지역은 에히도 엘 포르베니르(Ejido El Porvenir), 프란시스코 자르코(Francisco Zarco), 산 안토니오 데 라스 미나스(San Antonio de las Minas), 칼라피아(Calafia)와 같은 하위 지역으로 나뉜다.
소노라 (Sonora): 바하 캘리포니아 남쪽에 있는 소노라주에서도 와인을 생산한다.
소노라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 기후라 관개 농업이 필수다. 토양은 주로 모래와 점토이며 일부엔 화산 토양이 있다. 대부분의 포도밭은 해발 300에서 900m 사이에 있어 고도에 따른 다양한 미세 기후가 나타난다. 가족 소유 경영의 소규모 와이너리가 활동 중이며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템프라니요,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비오니에로 와인을 생산한다.

[공룡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코아우일라, 자료 제공: Manuel Negrete]
북부 지역
코아우일라(Coahuila):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 지역 중 하나로, 파라스 데 라 푸엔테(Parras de la Fuente)라는 도시가 중심이다.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 지역으로, 2022년 7월 기준 약 900헥타르의 포도밭이 조성돼 있으며 그중 789헥타르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20개 이상 와이너리가 있다.
코아우일라의 토양은 유기물이 적고 석회질이 풍부하다. 대륙성 기후이며 일교차가 최대 25도에 달하는 등 극심한 기온 변화를 겪는다. 포도밭은 해발 700에서 2,300m에 있어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포도가 재배된다.
코아우일라에는 파라스 밸리(Valle de Parras), 쿠아트로 시에네가스(Cuatro Ciénegas), 헤네랄 세페다(General Cepeda), 라모스 아리즈페(Ramos Arizpe), 살티요(Saltillo), 시에라 데 아르테아가(Sierra de Arteaga), 산 부에나벤투라(San Buenaventura), 토레온(Torreón) 8개 주요 와인 생산 지역이 있다.
치와와 (Chihuahua): 큰 일교차와 대륙성 기후를 가진 지역으로 포도 재배에 유리한 조건이다. 치와와는 멕시코에서 가장 큰 주로, 면적이 영국보다 약간 크다. 장래가 밝은 이 지역에는 현재 400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이 조성돼 있으며 70,000헥타르의 피칸 농장이 있다. 현재 10개 이상의 와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치와와 토양은 척박하며 주로 모래와 점토 토양이다. 해발 1,500m에 있는 이 지역은 대륙성 기후로 일교차가 약 20도에 달하고 겨울이 매우 춥다. 이 지역에는 엔치니야스(Encinillas), 치와와(Chihuahua), 델리카스(Delicias), 사베토(Satevó) 4개 주요 와인 생산 구역이 있다.

[선인장과 포도나무가 함께 보이는 멕시코 포도밭, 사진: 정수지]
중앙 지역
과나후아토 (Guanajuato): 고지대에 있는 이 지역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며, 특히 산 미구엘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에서 와인 관광이 활발하다.
과나후아토는 현재 506헥타르의 포도밭이 있으며, 단기적으로 1,000헥타르까지 확장할 계획이 있다. 산 미구엘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를 중심으로 한 와인 관광으로 와인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과나후아토에는 57개 와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과나후아토의 포도밭은 점토, 모래, 석회암 토양으로 구성돼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데 적합하다. 포도밭은 해발 1,850에서 2,200m의 고지대에 있으며 대륙성 기후다. 12개의 주요 와인 생산 지역에서 각기 다른 특성과 풍미가 있는 와인을 생산한다.
12개 주요 와인 생산지는 산 펠리페(San Felipe), 산 디에고 데 라 유니온(San Diego de la Unión), 산 루이드 데 라 페스(San Luis de la Paz), 돌로레스 히달고(Dolores Hidalgo), 레온(León), 과나후아토(Guanajuato), 실라오(Silao), 산 프란시스코 델 린콘(San Francisco del Rincón), 산 미구엘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 콤포르트(Comonfort), 유리리아(Yuriria), 산바티에라(Salvatierra)다.

[프렉시넷 와이너리가 있는 퀘레타로, 자료 제공: Manuel Negrete]
퀘레타로 (Querétaro):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멕시코 시티에 가까워 와인 관광도 발달했다. 북반구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생산지로 멕시코에서 스파클링 와인 생산의 선두주자다. 이 지역은 멕시코 전국 와인 관광에서도 1위다. 현재 퀘레타로에는 약 600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이 있으며, 3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다.
토양은 실트와 점토, 얕은 모래층과 암반층으로 구성되었고 대륙성 기후다. 포도밭은 해발 1,700에서 2,300m에 있으며 일교차가 17도에 달하고 우박 문제가 있다.
이 지역은 에세키엘 몬테스(Ezequiel Montes), 콜론(Colón), 산 후안 델 리오(San Juan del Río), 엘 마르케스(El Marqués), 테키스키아판(Tequisquiapan) 5개 주요 산지가 있다. 다양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산 루이스 포토시 (San Luis Potosí): 고지대와 건조한 기후로 소규모 와인 생산이 이뤄진다. 멕시코에서 가장 젊은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 현재 5개 미만 와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약 100헥타르의 포도밭이 있으며 포도밭은 충적토, 점토 및 모래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에 위치한다.
해발 1,700에서 1,800m 고지대에 있는 산 루이스 포토시는 건조한 대륙성 기후이며, 일교차는 10도에서 12도까지다. 이 지역에는 목테수마(Moctezuma), 솔데다드 데 크라시아노 산체스(Soledad de Graciano Sánchez), 빌라 데 아리스타스(Villa de Aristas)같은 3개 주요 와인 생산 구역이 있으며 각 구역에서 독특한 와인을 생산한다.
남부 지역
사카테카스 (Zacatecas): 고지대에 위치하며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은 지역이다.
아구아스칼리엔테스(Aguascalientes): 소규모로 와인을 생산하며 특히 리슬링과 같은 품종을 재배한다. 아구아스칼리엔테스 포도밭 규모는 현재 174헥타르다. 과거 식용 포도의 최대 생산지였지만 지금은 세 번째로 규모가 줄었다. 이 지역엔 현재 15개 와이너리가 있다.
토양은 석회질, 점토, 모래이며, 해발 1,500에서 2,200m 고지대에 있으며, 대륙성 기후다. 파베온 데 아르테아가(Pabellón de Arteaga), 산 프란시스코 데 로스 로모(San Francisco de los Romo), 린콘 데 로모스(Rincón de Romos), 코시오(Cosío), 헤수스 마리아(Jesús María), 칼비요(Calvillo) 6개 주요 와인 생산 구역이 있다.
기타 지역
푸에블라 (Puebla): 최근 와인 생산이 시작된 신흥 지역이다.
이달고 (Hidalgo): 와인 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멕시코 대표 포도 품종
멕시코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재배해 와인 생산에 있어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로사 델 페루(Rosa del Peru)와 샤슬라(Chasselas),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리슬링(Riesling), 피아노(Fiano), 피노 누아(Pinot Noir) 등이 있다.
특히, 네비올로(Nebbiolo)는 멕시코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품종 중 하나다. 주의해야 할 점은 네비올로라 불리는 품종이 두 종류란 점이다. 멕시코 네비올로는 과거 포도 품종이 전해진 뒤 네비올로로 불렸는데,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람부르스코의 일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아는 피에몬테 네비올로의 재배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카베오(Macabeo), 파레야다(Parellada), 자렐로(Xarel-lo) 같은 품종도 생산되다. 중앙 지역에서는 말벡(Malbec)이 매우 사랑받는 품종 중 하나이며 시라(Syrah)도 중요하다.
이쯤 되면 멕시코 와이너리와 와인이 몹시 궁금할 테니 짧은 와이너리 방문기를 추가해 본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는 발레 데 인디펜덴시아(Valle de independencia)라 불리는 와인 루트(Ruta del Vino)가 있다. 발레 데 인디펜덴시아는 과나후아토 주요 와인 산지로 주로 돌로레스 이달고, 산 미구엘 아옌데, 산티아고 데 케레타로 등을 포함한다. 돌로레스 이달고는 멕시코 독립 전쟁이 시작된 곳이며 다른 곳들도 독립 전쟁과 깊이 관련돼 있어 독립 계곡이라 불린다.

[비냐 가마르 포도밭, 사진: 정수지]
비냐 가마르(Viña Gamar)는 과나후아토주 돌로레스 이달고(Dolores Hidalgo) 근처에 2017년 설립된 와이너리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으로 미숫가루보다 더 흰빛이 도는 고운 흙으로 덮여있다. 다양한 모양의 커다란 선인장이 낯설게만 느껴져 마치 미지의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비냐 가마르에 도착하자 흰 땅 위에 빽빽하게 심긴 포도나무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 마리아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차에서 내리자 포도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흔들의자와 네비올로로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이 일행을 반긴다.

[파시토 방식 네비올로 와인을 준비한 비냐 가마르, 사진: 정수지]
작은 잔에 서빙된 차가운 네비올로 와인은 파시토 방식으로 만들었고, 체리 풍미가 진하며 기대 이상 산미로 맛이 좋다. 2019년 0.5헥타르로 시작된 비냐 가마르는 현재 규모를 키우며 성장 중이다. 와인메이커인 구스타브는 프랑스 남부론과 아라데슈에서 경험을 쌓고 멕시코로 돌아와 최소한의 개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치커리와 시트러스 풍미가 좋은 샤르도네, 타벨 로제보다 색이 진한 피노 누아로 만든 로제, 중고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한 네비올로 레제르바 등 과실과 테루아의 표현력이 좋은 순수한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쿠나 데 티에라 와이너리 레스토랑, 사진: 정수지]
조금 더 이동해 닿은 곳은 쿠나 데 티에라(Cuna de Tierra)로 2005년 설립 이후 수많은 메달을 받은 와이너리다. 쿠나는 자갈, 티에라는 땅을 의미한다. 돈 후안 만촌(Don Juan Manchón)이 돌로레스 이달고에 도착해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돈 이그나시오 베가(Don Ignacio Vega)와 친구가 되어 두 사람이 함께 포도밭을 가꿨다. 두 사람이 세운 와이너리가 바로 보데가 베가 만촌(Bodegas Vega Manchón)이다. 2008년 첫 상업용 와인을 생산하고 2010년 쿠나 데 티에라(Cuna de Tierra)와 파고 데 베가(Pago de Vega)라는 라벨로 와인을 판매하면서 쿠나 데 티에라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와이너리는 디캔터, 바쿠스, 시타델 뒤 방과 같은 국제 품평대회에서 수없이 많은 메달을 받았다.

[쿠나 데 티에라 와이너리 와인 숙성실, 사진: 정수지]
아도브 양식의 네모난 흙집이 여러 개 서 있고, 레스토랑, 조리 공간, 휴게실, 와인 양조장, 와인 숙성실로 사용된다. 와인 숙성실은 지하로 고대 건축 기법을 응용해 작고 네모난 구멍으로 햇살이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아름다우면서 멕시코다움을 잘 드러내 카메라 셔터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2013년 완공된 이 건물은 건축가 이그나시오 우르퀴사 세오아네(Ignacio Urquiza Seoane)와 베르나르도 퀸자뇨스 오리아(Bernardo Quinzaños Oria)가 설계했으며, 멕시코시티 제1회 건축 비엔날레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또한, 건축 다이제스트( Architectural Digest) 잡지에서 멕시코 디자인 아이콘으로 선정됐으며, 2014년 제13회 멕시코 건축 비엔날레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레스토랑 음식도 뛰어난 이 와이너리는 콘데 나스트(Conde Nast)와 트래블 레져(Travel Leisure)가 방문하기 좋은 장소로 추천하고 있다.

[쿠나 데 티에라 와이너리 와인들, 사진: 정수지]
쿠나 데 티에라 소비뇽 블랑은 3개월 오크 숙성으로 품종의 본래 특성에 질감과 바디, 풍미를 보강해 맛이 좋다. 미국산 오크를 사용한 시라는 짠맛을 동반한 감칠맛이 있고, 말벡은 계피와 체리 풍미가 진하며 균형이 잘 맞았다. 람부르스코로 밝혀진 멕시코 네비올로와 피에몬테 네비올로를 각각 80%, 20% 블렌딩한 와인은 스파이스, 흙, 체리 풍미에 부드러웠다.
지난 몇 년간 국제 와인 품평대회에서 만난 멕시코 와인은 번번이 큰 놀라움을 주었다. 직접 방문해 살펴보고 와인의 맛을 보니 일부는 아주 빼어나고 다른 일부는 그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도 멕시코 와인이 곧 소개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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