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2024년 상반기 와인시장 분석과 전망


2024년도 절반이 지났다.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지난 반 년이 1년, 아니 10년처럼 느껴진 이도 있을 것이다. 현재 와인 시장은 겨울이라 할 수 있다. 시장 회복의 조짐은 쉽게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구조조정의 깊이는 예상보다 더 크고 깊다. 그리고 그 크기와 깊이는 숫자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거운 마음에 희망을 담아 상반기 와인시장에 대한 정리를 해본다.


현황 정보 (24년 상반기 기준)


[그림1_ 수입 물량/금액 추세(1~6월 비교)]


[그림2_ 최근 5년간 분기별 수입 금액/물량 추세]


- 물량: 216,589헥토리터

- 금액: 214,734,646달러

- 전년 대비 동일 기간 물량 증감률: -19.81%(낙폭 증가)

- 전년 대비 동일 기간 금액 증감률: -18.17%(낙폭 증가)

- 증량 기준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기타 주류 비율: 58.86% : 27.51% : 12/27% : 1.36%

- 금액 기준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기타 주류 비율: 56.10% : 21.09% : 19.62% : 3.19%


[그림3_ 국가별 물량 기준 시장 순위(상반기 기준)]


[그림4_ 국가별 금액 기준 시장 순위(상반기 기준)]


[그림5_ 국가별 가격 인덱스 추이(전체 금액을 박스 단위인 12로 나눠 박스당 달러 평균가를 나타내는 것, 박스당 평균가격으로 볼 수 있음)]


시장 침체의 원인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많이 찾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소위 '술을 덜 마시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추세는 MZ세대 소비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이는 꼭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차를 가지 않는 술 문화, 과음하지 않는 술 문화 등이 사회 전반적인 흐름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 인구 구조의 변화 역시 와인 소비 시장의 추세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원인으로는 소득격차와 가벼워진 주머니가 있다. 와인의 대중화는 분명히 진행됐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와인을 한 병 정도 마셔본 국민의 비율은 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와인은 대중주인가? 한국 시장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1만 원대를 저렴한 와인이라 하지만 맥주나 소주 가격에 비하면 절대로 저렴하지 않다. 와인은 경기의 호황과 불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경기 소비재라 볼 수 있다. 소득 격차가 커질수록 고소득층은 더 고급 와인을 소비하지만 저가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가벼워진 주머니로 인해 아예 소비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입 절차 단계에서는 2024년 초부터 불거진 수에즈 운하 등의 정세 불안, 그리고 중국의 경기 하락에 따른 재고 밀어내기 수출과 이에 따른 컨테이너 확보 어려움(한국에 도착하는 선편 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와 함께 강달러가 지속되는 환율의 문제는 수입사들의 고민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우나 오르는 원가 부담은 고스란히 경영에 반영된다. 오른 단가는 다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게 만들고, 이는 다시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침체의 악순환이 되는 셈이다.


희망과 우려, 시장 전망

나는 길을 가며 재활용 쓰레기 수거 공간에서 병이나 유리 제품 모으는 곳을 자주 살펴본다. 여러 해 전에 비해 와인 병의 비율이 확실하게 늘어난 것은 틀림없다. 와인이 대중화된 것은 분명하며, 소비자들도 와인을 과거에는 특별한 날에 마시는 특별한 술로 여겼다면 이제는 맥주나 소주와 같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주류의 한 종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가장 큰 결과물은 시장의 팽창보다는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라 할 수 있다. 와인 소비의 빈도가 줄어든 것일 뿐 소비자들의 와인 선택은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기본 물량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내수는 천천히 늘어나거나 안정된 추세인데, 오히려 공급자 관점에서 성장세를 과하게 공격적으로 보면서 물량을 크게 늘린 것이 시장에 부담을 준 면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위스키의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것이 너무 치솟아버린 가격이었다. 소비자의 취향은 언제나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잠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1.5리터 이하 과실주 시장 규모가 현재 인구추세와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1.4조~2조 원 사이를 오갈 것이라 생각한다. 2021년 시장 규모를 2조 원으로 본 것에서 30% 가량 빠진 수치라 볼 수 있으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규모상으로는 50% 가량 줄어든 셈이다. 물량은 줄어드는 대신 고급화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고급화도 인구와 소득 등으로 소비 계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거의 포화 상태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 자체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성장보다는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 지금 시장의 규모가 계속 유지되면서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의 비율 변화, 고급 와인의 비율 변화 정도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시장이 안정화되어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른 시장내 고객 쟁탈전이 더 가혹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0년 이래로 와인 시장은 언제나 성장 지향으로 추세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성장을 멈추고 물가 상승률과 소득수준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시장의 시대(금액 기준 연평균 성장률 3~5% 이내)로 접어들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시장 전망 간략 정리>

긍정적 요인

- 2024년 2분기 물량/금액이 2024년 1분기 대비 각각 17%, 8% 증가

- 전 분기 대비 하락폭이 서서히 개선(물량 –26% > -14%, 금액 –22% > -15%)


부정적 요인

- 2022년과 2023년 상반기 물량 감소폭이 –16.9%였으나 2023년과 2024년 상반기 물량 감소폭은 –19.8%로 감소폭 증가, 금액 감소폭은 –18.2%로 전년 –9.4% 대비 증가

- 2023년 3분기부터 시작된 깊은 골짜기의 박스권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기타 요인과 고려할 점

-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으며 올림픽 등 여러 스포츠 이벤트 등이 와인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뉴질랜드 와인 등 화이트 와인의 강세 지속

- 가격 상승세가 꺾이겠지만 이미 너무 오른 가격은 시장 확산에 걸림돌

- 시장 회복 시점은 2024년 4분기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효

- 시장 규모는 2020년 수준의 박스권에 묶을 확률이 높음(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시장 규모는 1.2조~1.4조 원 수준으로 2021년 추정치 2조 원 대비 약 6천억 원 가량, 30% 감소. 수입물가 등을 배제하고 물량 기준으로 고려할 경우 4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함)

- 수입사간 경쟁, 유통 채널간 경쟁, 국가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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