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샴페인에 승인된 새로운 품종, 볼티스(Voltis)

프랑스 원산지 통제 명칭은 매우 까다롭다. 샴페인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 규정은 더욱 그렇다. 그런 샴페인에 역사상 처음으로 새로운 품종인 볼티스(Voltis)가 승인됐다. 볼티스는 과연 어떤 품종일까? 왜 승인했을까?


샴페인 원산지 통제 명칭(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이하 AOC로 줄임)은 다른 프랑스 AOC와 비교할 때 특히 까다롭다. 우선 '샴페인 AOC'는 샹파뉴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쓸 수 있다.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다른 이름으로 표시해야 한다. 샴페인 AOC는 포도재배와 수확, 수확량, 착즙 조건과 양을 비롯해 샴페인 생산 과정, 반드시 병 안에서 일어나는 2차 발효, 최소 효모 숙성 기간도 법으로 정해 놓아 이를 따라야 한다. 포도 품종도 엄격히 제한한다. 그동안 샴페인에 허용된 품종은 주로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샤르도네(Chardonnay) 세 가지 품종이며, 특정 조건 아래 아르반(Arbane), 프티 메슬리에(Petit Meslier),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그리(Pinot Gris) 품종을 제한적으로 사용해 왔다. 


[(사진출처: Unsplash, Nacho Domínguez Argenta)]


그런데 이런 까다롭고 엄격한 샴페인 AOC에 제8품종으로 볼티스(Voltis)가 승인됐다. 볼티스는 샹파뉴 지역에서 처음으로 승인된 하이브리드 품종이자 샹파뉴 첫 번째 피비(PIWI) 품종이다. 'PIWI'는 독일어 '필츠비더슈탄트스푀히게(Pilzwiderstandsfähige)'의 약자로 '곰팡이에 저항성이 있는'이란 의미다. 볼티스는 현재 샹파뉴 지역에서 시험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지역 규정서인 카이에 데 샤르주(Cahier des charge)에 포함됐다.


볼티스는 청포도 품종으로 2000년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와 독일 율리우스 퀸(Julius Kühn)이 시작한 PIWI 품종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이 품종은 잿빛곰팡이병(Downy Mildew)과 흰가루병(Powdery Mildew)에 저항하도록 비티스 베르란디에리(Vitis berlandieri), 비티스 루페스트리스(Vitis rupestris),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뮈스카디니아(Muscadinia) 유전자를 포함한다. 샴페인 생산자들은 이 품종을 사용해 살충제, 제초제(샹파뉴에서는 2025년 이후 금지), 살균제 사용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샴페인 협회(CIVC)는 지난 2010년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와 협력해 새로운 품종을 평가하고 이를 프랑스 와인 카탈로그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1~2012년 처음으로 볼티스, 플로레알(Floreal), 아르타반(Artaban), 비독(Vidoc)이라는 적포도 2종과 청포도 2종을 심어 평가했다. 이중 샹파뉴에서 시험적 사용이 승인된 품종은 볼티스뿐이다.


[(사진출처: Unsplash, Pelle Martin]


현재 볼티스를 재배 중인 생산자로는 샴페인 드라피에(Champagne Drappier)가 있으며, 드라피에는 샴페인 생산에 허용된 8가지 품종을 모두 재배하는 최초의 생산자가 됐다. 볼티스의 재배 면적은 드라피에 전체 부지의 5% 미만으로 제한된다. 시험적으로 재배 중인데, 빠르면 2030년 최대 10%까지 블렌딩에 사용할 수 있다. 부지 면적과 블렌딩 비율 규정은 앞으로 10년 동안 유지되며, 만약 볼티스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시험 기간 이후 샴페인 지역 규정서인 카이에 데 샤르주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샴페인 협회는 2014년부터 피노 누아(Pinot Noir), 구애(Gouais), 샤르도네(Chardonnay), 뮈니에(Meunier), 아르반(Arbane), 프티 메슬리에(Petit-Meslier)와 교배를 통한 새로운 품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볼티스가 단순히 새 얼굴이 될지,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미래 열쇠가 될지, 이제 그 가능성을 탐험할 시간이다. 샴페인 역사의 또 다른 장이 시작되었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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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9.01 13:29수정 2024.09.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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