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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와인] 고귀한 기품, 샴페인 '살롱(Salon)'


명품 샴페인을 꼽을 때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최상위 클래스에 '살롱(Salon)'이 있다. 화려한 이미지를 뽐내거나 과한 마케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샴페인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샴페인 하우스 살롱에서는 단 한 종류의 와인만이 생산된다. '블랑 드 블랑 브뤼 르 메닐 그랑 크뤼(Blanc de Blancs Brut 'Le Mesnil' Grand Cru)'. 싱글 테루아, 싱글 크뤼, 싱글 버라이어탈, 싱글 빈티지. 120년의 역사 동안 단 44개의 빈티지만 출시되었다. 마셔본 이도 많지 않으며, 마셔본 이라면 그 순간을 오래도록 곱씹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샴페인. 샴페인의 정점에 있는 고귀함의 대명사 '살롱'의 역사와 스토리, 최근 출시된 빈티지 정보까지 알아보자. 


[살롱 설립자 유진 에메 살롱(Eugène-Aimé Salon), 사진출처: www.champagne-salon.fr]


사교계의 왕, 최초의 블랑 드 블랑을 만들다

샴페인 살롱은 20세기 초 유진 에메 살롱(Eugène-Aimé Salon)이 설립했다. 그는 프랑스 샹파뉴 출신으로, 파리에서 모피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세련된 사교계 인사였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열정은 샴페인에 있었고, 특히 샤르도네 품종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는 오직 자신의 신념을 반영한 독특하고 비교 불가한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샴페인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고향에서 작은 생산자의 셰프 드 까브(Chef de cave)로 일하고 있던 매형 마르셀 기욤(Marcel Guillaume)과 함께 최고의 샤르도네 포도밭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단일 품종으로 샴페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었고, 오히려 블렌딩 중 피노 누아를 많이 함유해야 높은 숙성력을 가질 수 있다는 통념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러 지역을 비교한 끝에 르 메닐 쉬르 오제(Le Mesnil-sur-Oger)의 샤르도네가 가장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이 지역 교회 위에 위치한 포도밭을 선택해 샴페인을 빚기 시작했다. 살롱의 첫 번째 빈티지 1905년은 그렇게 세계 '최초'의 '블랑 드 블랑' 샴페인으로 탄생되었다.


초창기 그의 샴페인은 판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선물로 제공되었는데, 뛰어난 품질이 입소문을 타자 너도나도 그의 샴페인을 마시고 싶어했다. 친구들의 부추김 끝에 그는 192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샴페인 하우스 살롱을 설립하고 1921년 빈티지부터 본격적인 상업화를 시작했다. 살롱은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샴페인은 적어도 10년간 숙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포도 재배부터 양조과정까지 모두 철두철미하게 품질만 따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의 살롱의 샴페인은 파리 사교계와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인 막심(Maxim's)의 하우스 샴페인으로 선정되었다. 곧 살롱은 파리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았고, 이로 인해 샴페인 업계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살롱 샴페인 하우스, 사진출처: www.champagne-salon.fr]


살롱의 굴욕과 부활, '공짜' 샴페인에서 '열망의 대상'이 되기까지 

초창기 살롱은 유진 에메 살롱의 신념과 비전, 그리고 그의 사교계 인맥으로 인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1943년 유진 에메 살롱이 작고하자 살롱은 조금씩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강력한 리더십과 영향력이 없어지자 하우스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여러 경제난 등이 겹치며 운영난에 빠졌고,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던 1963년 살롱은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에게 싼값에 매각됐다. 매각 이후에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정도로 굴욕적인 방치를 겪게 된다. 살롱을 인수한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이 후에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에 인수되자, 페르노리카의 수많은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된 살롱은 레스토랑의 끼워팔기 샴페인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호텔에서 베세라 드 벨퐁을 100병 구입하면 6병에서 12병의 살롱을 무료로 주는 식이었다. 현재 살롱의 입지를 안다면, 그들이 얼마나 귀중한 보석을 헐값에 돌렸는지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한편, 그 당시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로 성장하고 있던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의 수장 베르나르 드 노낭쿠르(Bernard de Nonancourt)는 샴페인 살롱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결국 그는 1989년 샴페인 살롱의 인근 하우스인 델라모뜨(Delamotte)를 인수하더니 같은 해 페르노리카에서 살롱을 인수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살롱의 잠재력에 확신이 있었다. 그 뒷면의 스토리가 무엇일까? 사실 베르나르드는 오랫동안 마음에 살롱을 품고 있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용사로 프랑스 레지스탕스에서 복무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로랑 페리에의 경영을 담당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복무 시절, 1945년 히틀러의 바이에른 은신처인 '독수리 둥지'를 습격하는 작전에 참여했던 날을 생생히 기억했다. 작전 중 급습한 히틀러의 은신처에 수백병의 살롱 샴페인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특히 살롱 1928 빈티지는 히틀러가 가장 애정하는 샴페인인 듯했다. 그는 고향 샹파뉴로 돌아와 어머니를 도와 로랑 페리에를 경영하면서도 살롱으로 가득 찬 와인 저장고의 놀라운 광경을 계속해서 곱씹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살롱을 마음속 보물로 찍어두었던 그는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자 드디어 살롱을 인수했다.

 


정당한 희소성의 가치      

샴페인 살롱은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샴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빈티지별 약 6만 병 이하만 생산되며, 1905년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120년의 시간 동안 단 44개의 빈티지만 출시되었다. 이는 단순히 마케팅를 노린 희소성이 아니라 창립자 유진 에메 살롱의 확고한 신념인 '오직 품질을 최우선으로'의 메시지를 계승한 결과였다. 애초에 살롱의 탄생 이유는 이윤 추구가 아닌 독보적이고 비교 불가능한 최상급 샴페인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로랑 페리에는 살롱을 인수한 이후, 극도로 섬세한 입맛을 가진 상류층 와인 애호가 친구들을 위해 세계 최초로 싱글 크뤼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오직 최고의 빈티지에만 선보이고 싶었던 창립자의 진심과 열정을 그대로 계승했다. 타 샴페인하우스에서 생산량을 확장하고, 연달아 빈티지 샴페인을 내놓는 2000년대에도 살롱은 흔들림이 없었다. 100여년의 시간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방법으로 단 하나의 샴페인을 오직 특별한 빈티지에만 생산해 왔다. 포도는 르 메닐-쉬르-오제(Le Mesnil-sur-Oger)의 하우스 뒤편에 있는 1헥타르의 자가 소유밭 '더 살롱 가르댕(The Salon Garden)'과 19개의 흩어진 작은 플롯에서 소싱한다. 이는 1971년 크룩(Krug)이 독점으로 가져간 클로 드 메닐(Clos de Mesnil)을 제외하곤 초창기 유진 에메 살롱이 고심 끝에 선별했던 포도밭으로 그 규모와 위치가 거의 변함이 없다.


이러한 살롱의 우직함은, 절제미가 돋보이는 레이블 디자인과 맞물려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을 뽐낸다. 지나친 과시와 과유불급이 판치는 샴페인 시장에서 그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살롱이 더욱 더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초창기 살롱의 빈티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은 살롱의 희소성과 그 특별한 가치를 더욱 높인다. 살롱 샴페인하우스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빈티지는 1921년 한 병과 1928년 두 병이 전부다. 1930년대의 빈티지는 전혀 남아 있지 않으며, 1943년 빈티지는 네 병이 있다고 전해진다. 살롱은 출시 후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샴페인 중 하나다. 최고의 빈티지로 칭송받는 1996년과 2002년 역시 시장에서 점점 구하기 어려워진 희귀 샴페인이 되고 있으며, 오직 매그넘으로만 8,000병 소량 생산된 2008 년산 역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우아함과 깊이, 놀라운 숙성력 

샴페인 살롱은 매우 오랜 숙성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샴페인 살롱과 델라모뜨의 회장 디디에 드퐁(Didier Depond)은 “살롱은 지금 당장 마시기 좋은 샴페인이기보다 자녀들과 손주들이 50년 후에도 즐길 수 있는 샴페인”이라며,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살롱은 15년이 지나야 청소년기를 벗어나며 30년이 지나면 정점에 오르고 보관 상태와 빈티지에 따라 7-80년도 훌륭히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샴페인으로 손꼽힌다.


살롱이 생산되는 르 메닐-쉬르-오제는 샤르도네의 고장, 꼬뜨 데 블랑(Cote ds Blancs) 중심부에 위치한 그랑 크뤼 마을로, 백악질 토양에 뿌리를 깊게 내린 포도나무에서 강건하면서도 우아한 샤르도네를 만든다. 살롱은 그러한 테루아와 블랑 드 블랑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젖산발효를 차단하고, 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평균 10년 이상의 긴 시간동안 효모와 접촉하여 풍미를 높이고, 리터당 4-6g의 적은 도사주를 첨가한다. 이렇게 만든 살롱은 백악질의 테루아를 연상시키는 미네랄 초크 풍미와 높은 산도, 독특한 염분기를 가진 장기 숙성형 샴페인으로 탄생된다.


빈티지에 따라 과실의 스펙트럼과 초기 접근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레몬 껍질 등의 시트러스와 화려한 흰 꽃, 날카로운 집중력과 미네랄리티, 강한 응축미와 긴 여운이 특징이며 빈티지 특성과 숙성에 따라 말린 살구, 열대 과일, 헤이즐넛, 꿀, 브리오슈 등의 향이 다층적으로 표현된다. 충분히 성숙하면 커피와 버섯, 설탕에 절여진 견과류, 훈연된 아로마 등이 놀랍도록 깊고 농밀하게 표현된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자글자글 부서지는 크리미한 거품과 녹진한 풍미, 그리고 그 풍미를 끌어올리는 빼어난 산도로 정점의 오른 가장 완벽한 샴페인의 모습을 표현한다고 평가된다.  유명한 샴페인 평론가 리차드 줄린(Richard Juhlin)은 “살롱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샴페인 중 하나”라 칭송했고, 안토니오 갈로니(Antonio Galloni) 역시 살롱을 “비교할 수 없는 정밀함”, “실키한 질감, 생동감 있는 산도,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한 시트러스의 층층이 쌓인 맛”으로 묘사했다. 많은 평론가들이 살롱의 뛰어난 우아함과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깊고 복잡해지는 능력을 자주 언급한다. 우아함과 정교함, 복합미와 깊이, 놀라운 숙성력과 생동감을 모두 보유한 '육각형 샴페인'으로 살롱을 정의한다.


[샴페인 살롱 블랑 드 블랑 브뤼 르 메닐 그랑 크뤼 2008, 사진출처: www.champagne-salon.fr]


샴페인 살롱 블랑 드 블랑 브뤼, 르 메닐 그랑 크뤼 2013

약 10년의 효모 숙성을 거쳐 2023년 1월 리터당 5.5g의 도사주와 함께 데고르주멍 되었다. 다소 서늘하고 늦게 익은 빈티지로 규정되는 것과 달리 살롱 2013은 강력하고 밀도가 높은 풍미와 구조감을 선사한다. 레몬 껍질, 감귤류, 다채로운 꽃 향, 민트, 브리오슈 등과 함께 가벼운 열대 과일의 향이 더해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굴 껍데기 등의 미네랄 느낌과 팽팽한 산도가 팔레트에 집중되며 크리미한 텍스처와 거품이 이상적이다. 대부분의 다른 살롱의 빈티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웅장하고 깊이 있게 발전할 것이다. 살롱이 출시한 가장 최근 빈티지이자, 역대 44번째 빈티지다.    

 

샴페인 살롱 블랑 드 블랑 브뤼, 르 메닐 그랑 크뤼 2012

2012는 샹파뉴에서 도전적이지만 놀라운 결과를 낳은 그레이트 빈티지로 손꼽힌다. 춥고 습했던 봄 날씨로 소출량은 급격히 줄었지만, 이례적으로 덥고 건조한 8-9월을 거치며 당분이 높고 응축력 높은 포도가 생산됐다. 살롱은 처음에 2012년 빈티지가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놀랍도록 훌륭한 샴페인이 생산되자 곧바로 생각을 바꾸었다. 2021년 4월 데고루주멍되었고, 도사주는 리터당 6g이다. 2012 빈티지는 살롱의 평균 스타일보다 조금 더 '초기 음용'이 가능한 살롱으로 평가되며, 현재도 즐길 수 있지만 높은 장기 숙성력을 보여줄 것이라 평가된다. 힘과 구조, 밝은 과실의 표현이 돋보인다.


[샴페인 살롱 블랑 드 블랑 브뤼 르 메닐 그랑 크뤼 매그넘 병 이미지]


샴페인 살롱 블랑 드 블랑 브뤼, 르 메닐 그랑 크뤼 2008 매그넘

회장인 디디에 드퐁(Didier Depond)과 셰프 드 까브인 미셸 포코네(Michel Fauconnet)가 병입 전 2008 빈티지를 시음한 후 그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아 전체 생산량을 매그넘으로만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빈티지의 특성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포맷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 8,000병의 매그넘 병만이 생산되었다. 2019년 1월 데고르주멍, 도사주는 다른 빈티지보다 다소 높은 리터당 6.2g이다. 살롱에서 손꼽히는 그레이트 빈티지인 1996 빈티지와 비교해도 더욱 뛰어나며 훌륭한 질감, 정밀함, 그리고 웅장함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2008 빈티지는 살롱에서 '꿈의 빈티지'로 불린다.


최고의 빈티지로 찬사받는 살롱의 역대 빈티지는 1928, 1947, 1966, 1982, 1996, 2002, 2004, 2008년이다.


프로필이미지엄경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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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9.04 09:57수정 2024.09.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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