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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우주'와 만난 와인, 돈 멜초 아트 에디션

최근 미술 애호가와 와인 애호가, 모두를 설레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작품과 프리미엄 와인 돈 멜초(Don Melchor)가 만나 특별한 아트 레이블이 탄생한 것이다. 돈 멜초는 비냐 콘차이토로(Viña Concha y Toro)에서 와이너리를 분리해 별도로 생산하는 명품 와인이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동시에 개최되며 서울 곳곳에서 미술 행사가 열리는 서울아트위크 첫날인 9월 2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1층 팝업 스토어에서 '돈 멜초 2021 X 김환기 우주' 컬래버레이션 작품이 공개됐다.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1층의 '돈 멜초 2021 X 김환기 우주' 팝업 전시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날)]


와인과 미술이 만난 아트 레이블 프로젝트는 종종 볼 수 있지만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세계적인 거장인 김환기의 작품을 와인 레이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환기재단이 주류 브랜드와 협업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김환기의 작고 50주기를 맞아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김환기 50주기 특별전을 개최했고 LG 올레드 TV는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트를 전시하기도 했다.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김환기의 작품을 초대형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첫 번째 아트 레이블 작업이 이 시점에 공개된 것도 뜻깊다.


돈 멜초의 레이블에 담긴 김환기의 작품은 '우주(Universe) 5-Ⅳ-71 #200'이다. 푸른색의 전면 점화로, 작가가 뉴욕에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전면 점화를 그리던 시기에 작업한 작품이다. 롯데백화점 최준선 소믈리에와 함께 작년 초부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롯데백화점 아트 콘텐츠팀의 윤나언 큐레이터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 중에서도 절정기에 탄생한 대표작이자 그의 유일한 두폭화”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두 점으로 그려진 그림이 모여 하나의 정사각형 형태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의 사이즈는 254×254cm으로 굉장한 대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한국 미술작품의 최고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낙찰자는 글로벌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으로, 그는 한국의 걸작을 해외로 반출시키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후 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담긴 돈 멜초 2021 와인과 패키지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날)]


김환기의 작품을 보면서 그 깊이감에 압도되는 이들이 많고, '우주' 같은 전면 점화 시리즈는 더욱 그렇다. 그런 깊이감을 와인 레이블에 담아내는 작업은 어땠을까. 와이너리에서는 원화의 비율을 손상시키지 않고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존 레이블 형식을 수정해서 두폭화인 원화가 잘 보이도록 표현했다. 무엇보다 소장가치를 높이는 부분은 패키지다. 단순한 와인의 포장 상자를 넘어, 그 자체로 작품처럼 세워두고 오래 소장할 만한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상자가 펼쳐지면 작품 전체가 보이도록 제작했다.


최준선 소믈리에는 “점이 선을 만들고 선이 면을 만들며 조화로움을 추구한 '우주' 작품이야말로 돈 멜초의 균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칠레 와인 산지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푸엔테 알토(Puente Alto) 지역에서 생산하는 돈 멜초는 같은 카베르네 소비뇽도 토양에 따라 크게 7개 구획으로 포도밭을 구분해 관리하고 소형 탱크에서 따로 양조한 뒤 블렌딩을 통해 아름다운 균형미를 만들어낸다. 25년 이상 돈 멜초의 빈야드만 연구해온 CEO이자 수석 와인메이커인 엔리케 티라도(Enrique Tirado)는 누구보다 테루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지휘 아래, 구획에 따른 블렌딩 비율은 매년 달라진다. 블렌딩의 예술로 완성한 균형감은 '우주' 작품의 조화로움과도 연결된다.  


[돈 멜초 2021 빈티지를 소개하는 롯데백화점 최준선 소믈리에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날)]


아트 레이블로 출시된 빈티지가 2021년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인 돈 멜초 2021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9점을 받으며, 100점을 받았던 2018년에 비견하는 빈티지로 극찬을 받고 있다. 잠재력은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93%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카베르네 프랑 4%와 메를로 3%를 블렌딩했는데, 작황이 좋을수록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높아지는 편이다. 15개월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했다. 최준선 소믈리에는 “산도가 좋아서 와인이 자연스럽게 천천히 숙성되기 때문에 잠재력이 뛰어난 빈티지”라고 소개했다.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감상한 뒤 돈 멜초 2021 빈티지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오픈 직후에 테이스팅하니 체리와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등의 과실 향이 풍부하게 올라오고, 이후 바닐라와 로즈마리의 아로마가 이어졌다. 1시간 정도 브리딩한 와인에서는 민트향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초콜릿 아로마도 인상적이다. 첫 순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향이 점차 피어나면서 복합미와 함께 다채로운 레이어를 경험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감상할수록 깊이 있는 레이어와 철학이 드러나는 건 와인이나 미술작품이나 마찬가지다. 무수히 많은 점을 찍으며 완성한 김환기의 작품과 하나하나 레이어가 쌓이며 조화를 이루는 돈 멜초 와인이 만난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적 시너지를 만들어낸 듯하다. 


'돈 멜초 2021 X 김환기 우주' 와인은 3천 병 한정으로 전국 롯데백화점에서 예약 판매하며, 아트 레이블 출시를 기념한 팝업 전시는 9월 16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1층에서 이어진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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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9.06 16:10수정 2024.09.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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