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은 명절 음식, 와인과 함께 처리하기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났다. 오랜만에 푹 쉬며 반가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결과 통통하게 오른 뱃살을 보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전이며 산적 같은 음식들이 냉장고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말이다. 다 맛있는 것들이지만 연휴 내 먹었던 것들이라 살짝 물리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며칠 묵혀 놓다 보면 아까운 음식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와인이 있으니까. 각종 명절 음식들과 어울리는 와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단 대부분의 명절 음식과 무난히 곁들일 수 있는 만능 치트키로 스파클링 와인을 추천한다. 특히 지로 리보 카바 에이비 오리진 브륏 리제르바(Giro Ribot Cava AB Origine Brut Reserva) 등 스페인 전통 스파클링 카바(Cava)는 실패하지 않을 선택이다. 로저 구라트 데미섹 리제르바(Roger Goulart Demi-Sec Reserva) 같이 가벼운 단맛이 살짝 드러나는 데미-섹 스타일 카바는 음식과 곁들이기 더욱 좋다. 상큼한 시트러스 신맛과 사과 풍미에 스모키 미네랄 여운이 매력적인 카바는 각종 나물은 물론 모둠전이나 생선찜, 산적, 탕, 심지어는 한과나 과일 같은 디저트까지 두루 잘 어울린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버블을 원한다면 앙리 빌리오 뀌베 트라디씨옹 브뤼(Henri Billiot Cuvee Tradition Brut) 같은 샴페인도 선택할 수 있다. 


무난한 궁합으로 리슬링(Riesling) 또한 추천할 만하다. 리슬링은 나물이나 생선, 닭고기 등은 물론 소고기 산적이나 갈비찜 같은 간장 양념 육류 요리와도 의외로 궁합이 좋다. 된호프 리슬링 트로켄(Donnhoff Riesling Trocken)처럼 약간 드라이한 스타일이나 슐로스 폴라즈 리슬링 카비넷(Schloss Vollrads Riesling Kabinett) 같이 살짝 단맛이 느껴지는 리슬링도 훌륭하다.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개별 음식으로 들어가 보자. 전유어와 동그랑땡, 파전 등 모둠전에는 화이트 와인이 정석이다. 특히 다양한 재료들의 풍미와 질감을 고려하면 구조와 바디를 갖춘 샤르도네(Chardonnay)를 추천한다. 상큼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면 도멘 베르나르 드페 샤블리(Domaine Bernard Defaix Chablis) 같이 산뜻한 샤르도네가 좋다. 농밀한 과일 풍미에 오크 풍미가 곁들여진 샤르도네를 원하면 칼레라 센트럴 코스트 샤르도네(Calera Central Coast Chardonnay) 등 캘리포니아 샤르도네가 제격이다. 어느 쪽이든 만족스러운 궁합을 보일 것이다.  


두툼한 소고기 산적에는 아무래도 레드 와인이 무난하다.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말벡(Malbec) 같이 타닌이 많고 구조가 탄탄한 와인이 제격이다. 개인적으로는 페탈루마 화이트 라벨 아델레이드 힐 쉬라즈(Petaluma White Label Adelaide Hills Shiraz), 몰리두커 더 복서(Mollydooker The Boxer) 같은 호주 쉬라즈를 추천하고 싶다. 산적에 통후추를 갈아 올리면 쉬라즈 특유의 후추향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환상의 궁합이 된다. 흰쌀밥과 함께 저녁 식탁에서 곁들이기 좋은 한국식 웰던 스테이크의 완성이다. 쉬라즈 한 병이 게눈 감추듯 사라질 것이다.



명절의 대표적인 디저트는 한과와 약과다. 둘 다 달콤한 디저트지만 풍미와 식감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곁들일 와인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볍고 바삭한 쌀튀밥의 고소한 맛이 쫀득한 단맛과 어우러지는 한과는 라 스피네타 모스카토 다스티 '브리코 콸리아'(La Spinetta Moscato d'Asti 'Bricco Quaglia'), 미켈레 끼아를로 모스카토 다스티 '니볼레'(Michele Chiarlo Moscato d'Asti 'Nivole') 등 달콤한 모스카토 와인과 잘 어울린다. 가벼운 단맛에 알코올 도수가 5% 정도로 낮고 은근한 탄산이 깔끔한 모스카토는 한과와 클래식 페어링 이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두툼하고 쫄깃한 식감에 달콤함과 구수한 기름기가 맛깔스럽게 감도는 약과는 토니 포트(Tawny Port) 같이 달콤한 주정 강화 와인이 좋다. 특히 킨타 두 노발 토니 포트(Quinta do Noval Tawny Port) 등 포르투갈의 유명 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정통 토니 포트가 정석이다. 이외에 펜폴즈 클럽 리저브 클래식 토니(Penfolds Club Reserve Classic Tawny)처럼 호주에서 만드는 토니 포트 스타일의 주정 강화 와인 또한 맛있는 것이 많다. 둘 모두 와인샵이나 대형 마트 와인 코너 등에서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명절 음식이 남았다고 고민하지 말자. 어울리는 페어링을 경험해 보면 앞으로는 오히려 안주가 많이 생겼다며 기뻐하게 될 것이다. 연휴 이후에도 치어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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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9.19 08:38수정 2024.09.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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