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가장 권위 있는 와인매체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가 매년 펴내는 와인 가이드 '비니 이탈리아(Vini d'Italia) 2025'가 발표됐다. 1986년 설립된 감베로 로쏘는 전 세계에 이탈리아 와인과 음식 문화를 알리는 영향력 있는 와인 전문 미디어로 출판과 TV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출간하는 비니 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한 개에서 세 개까지 잔의 개수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올해 감베로 로쏘에 출품된 와인 개수는 4만 종이 넘었다.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예선을 통과한 와인들이 로마에서 결선을 치뤘는데, 그중 최고점을 받은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 잔 세 개)는 단 498종에 불과했다. 출품된 와인의 1% 남짓이니 트레 비키에리야 말로 최고의 영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24년 10월 13일, 로마 중심에 위치한 테아트로 브란카치오(Teatro Brancaccio)에서는 트레 비키에리 시상식이 열렸다. 금번 시상식에는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덴마크 등 8개국에서 온 기자들이 감베로 로쏘의 초청을 받았고, 필자도 와인21을 대표해 참가했다. 화려한 시상식과 시음회를 다녀온 소감, 그리고 트레 비키에리 와인 중에서도 각 분야별 으뜸에게 주어지는 특별상(I Premi Speciali)을 수상한 와인들의 시음 노트를 정리해 보았다.
[감베로 로쏘 트레 비키에리 시상식]
처음에 시상식이 이탈리아어로만 진행될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땐 알아 듣지 못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시작되고 나니 2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시상식은 흥미진진했다. 각 지역별로 트레 비키에리를 수상한 와인들이 호명될 땐 내가 아는 와이너리가 나오지 않는지 귀를 쫑긋 세웠고 시종일관 무대와 천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흐르는 멋진 영상들은 두 눈을 호강시켰다. 단상에 올라와 상을 받는 와이너리들은 트레 비키에리 중에서도 '올해의 와이너리', '올해의 레드 와인', '올해의 화이트 와인'처럼 특별상을 받은 곳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미지와 함께 스크린에 흐르는 동안 와이너리의 오너는 벅찬 음성으로 소감을 밝혔는데 이탈리아 말이었지만 그의 절절한 감동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성황리에 치뤄진 트레 비키에리 시음회]
오전에 열린 시상식을 마치고 오후 3시부터는 트레 비키에리 2025 그랜드 테이스팅이 팔라초 델레 에스시치오니(Palazzo delle Esposizioni)에서 열렸다. 팔라초 델레 에스시치오니는 평소 박물관으로 활용되는 곳이라고 한다. 드넓은 공간임에도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498종을 시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시작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한 이 행사는 입장료가 65유로(한화 약 10만 원)였지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성황이었다. 이탈리아인에게 와인이 얼마나 소중한 전통이자 문화이며 그들의 자랑거리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498종의 트레 비키에리 와인을 모두 시음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행사에 초청 받은 기자들을 위해 감베로 로쏘에서는 시상식 하루 전에 특별상을 수상한 와인들을 따로 테이스팅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특별상은 총 13 가지. 그중 올해의 와이너리, 올해의 레드 와인, 올해의 화이트 와인은 생산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버티컬 테이스팅을 할 수 있었다.
♦ 올해의 와이너리 – 산 레오나르도(San Leonardo)
[산 레오나르도의 오너 카를로 게리에리 곤자가가 와인을 설명하고 있다]
산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Trentino) 지방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천 년 전부터 수도원으로 사용됐던 이곳을 1786년 게리에리 곤자가(Guerrieri Gonzaga) 후작이 매입하면서 와인 역사가 시작됐다. 산 레오나르도가 위치한 곳은 북쪽의 알프스 산맥이 차가운 북풍을 막고 가르다 호수가 기후를 온화하게 만들어주는 천혜의 와인 산지다. 지금의 보르도 블렌딩이 시작된 계기는 현 오너의 증조부가 타 지역의 좋은 품종들을 들여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때 가져온 품종들이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그리고 카르메네르다. 와인메이킹에 열정적이었던 조부와 아버지가 이 품종들을 멋진 보르도 블렌드로 만들어냈고, 그 뒤를 있는 현 오너 카를로가 유기농을 도입하며 산 레오나르도의 품질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현재 산 레오나르도의 와인을 만드는 포도나무의 최소 수령은 25년, 카르메네르의 경우 85년 수령의 고목을 유지하고 있다. 카를로는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이 아버지가 추구하던 바였다”면서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야생 효모 등 전통 양조 방식을 지켜나감으로써 산 레오나르도만의 품질을 지켜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비니 이탈리아의 총괄 편집장 마르코 사벨리코(Marco Sabellico)는 “매년 좋은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는 극히 드물다. 그들 중에서도 역사가 깊고 신뢰를 유지하며 품질이 일관되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될 자격을 갖춘다. 산 레오나르도는 바로 그런 와이너리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88년산부터 2019년산까지 시음한 산 레오나르도의 8개 빈티지]
산 레오나르도의 품질은 1988년부터 2019년 사이의 8개 빈티지를 테이스팅하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최신 빈티지인 2019년산은 잘 익은 체리와 검은 자두, 시나몬, 초콜릿, 검은 후추 등 아로마의 집중도와 경쾌함이 탁월했다. 2016년산에서는 달콤하고 신선한 과일향이 진하고 풍성하게 올라왔고 매콤한 향신료 향이 복합미를 더했다. 2013년산을 마시자 조금씩 3차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질감이 매끈해지고 바디감이 살짝 가벼워지면서 산 레오나르도 특유의 힘찬 스타일이 우아한 스타일로 변모하고 있었다. 2011년산은 본격적으로 3차향이 아름답게 피어난 상태였다. 말린 체리와 자두, 곶감, 대추 등 마른 과일향이 증가했고 담배, 버섯, 초콜릿, 감초 등의 풍미가 조화로웠다. 2004년산에서는 마른 과일 향과 함께 약간의 육질 향이 느껴졌고 매콤한 고추 향이 다른 빈티지에 비해 강렬하게 올라왔으며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2000년산은 마른 과일, 바닐라, 버섯 등의 아로마가 은은하게 어울려 세련된 느낌이었다. 1997년산에서는 다른 빈티지에 비해 시나몬과 감초 향이 두드러졌는데 여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감초 향이 독특한 매력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1988년 빈티지는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고 풍성했다. 마른 과일의 달콤함이 폭발했고 캐러멜, 검은 후추, 달콤한 향신료 향까지 더해져 36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유감없이 저력을 발휘했다. 참고로 시음한 8개 빈티지는 모두 트레 비키에리를 수상한 와인들이다.
♦ 올해의 레드 와인 – 토레 아 코나, 키안티 콜리 피오렌티니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 리제르바 (Torre a Cona, Chianti Colli Fiorentini Molino degli Innocenti Riserva) 2019
[토레아 코나의 오너 니콜로 로시 디 몬텔레라가 와인들을 설명하고 있다]
토스카나에 위치한 토레 아 코나 와이너리는 중세시대에 요새로 이용되던 탑이 있던 곳으로 세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치다 18세기 중엽 포도밭 한가운데에 와인 셀러를 갖춘 멋진 빌라로 거듭났다. 로시 디 몬텔레라(Rossi di Montelera) 가문이 이곳을 매입한 것은 1935년. 토레 아 코나는 피렌체에서 남동쪽으로 약 20km,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지의 경계로부터 10km 떨어진 키안티 콜리 피오렌티니에 위치하고 있다. 총 200헥타르의 부지는 해발 300~400미터 고도에 위치하며 세 개의 싱글 빈야드를 포함하고 있다. 이곳에서 산지오베제, 콜로리노, 메를로 등 토스카나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이 재배된다. 올해의 레드 와인 상을 받은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는 토레 아 코나가 소유한 싱글 빈야드 중에도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수상한 2019 년산이 이 와인의 첫 빈티지라는 점. 이 와인의 품질은 그동안 생산해온 바디아 아 코르테 리제르바(Badia a Corte Riserva)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디아 아 코르테도 토레 아 코나가 보유한 세 개의 싱글 빈야드 중 하나다. 이 밭의 위치는 해발 350미터. 바디아 아 코르테 밭이 진흙을 더 많이 함유한 반면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는 모레와 갈레스트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선지 바디아 아 코르테가 더 힘 있고 농축된 느낌을 선사한다면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에서는 정교하고 섬세한 맛이 느껴졌다. 현 오너인 니콜로(Niccolò Rossi di Montelera)에 따르면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는 고도가 높고 북풍을 맞는 곳이라 예전에는 산지오베제가 충분히 익기 어려웠지만 기후 변화 때문에 날씨가 더워지면서 우아한 산지오베제를 탄생시키기에 최적지가 됐다고 한다.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 2019와 바디아 아 코르테 5개 빈티지]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 2019와 함께 시음한 와인은 바디아 아 코르테 5개 빈티지였다. 이 와인들은 모두 산지오베제 100%로 만들었다. 바디아 아 코르테 2016에서는 이제 막 3차 향이 올라오는 듯했다. 풍성한 과일향을 기반으로 초콜릿, 훈연, 커피, 담배 향이 올라오고 묵직한 바디감과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이었다. 여운에서는 상큼한 과일향이 길게 이어졌다. 2015는 마른 과일향과 신선한 과일향의 어울림이 정점에 오른 느낌이었다. 그 위를 우아하게 발달한 3차향이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2013은 신선한 과일의 상큼함과 마른 과일의 달콤함이 멋진 조화를 이뤘고 시나몬, 허브, 약간의 아니스와 잘 발달한 3차향이 복합미를 더했다. 다른 빈티지에 비해 유독 더 신선한 느낌을 주는 빈티지였다. 2012는 캐러멜, 훈연, 초콜릿, 버섯 등 3차향이 여전히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과일향과 어울려 화려한 풍미를 형성했다. 무척 화사한 빈티지였고 여운에서는 달콤한 캐러멜 향이 이어졌다. 2008은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에서 캐러멜, 버섯, 담배, 가죽, 커피 등 3차향의 우아함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여운에서는 구수한 담배향이 지속됐다. 이렇게 5개 빈티지를 연이어 시음해 보니 바디아 아 코르테야말로 아름답게 나이들어가는 산지오베제의 진수가 아닌가 싶었다. 그럼 몰리노 델리 이노첸티는 어땠을까? 약간 가벼운 듯한 바디감과 실크처럼 매끄러운 질감 속에서는 탄탄한 구조감이 살아 있고 잘 익은 라즈베리, 자두, 체리 등 과즙이 밝고 충실한 느낌이었다. 약간의 초콜릿 향과 함께 여운에서는 설탕에 절인 듯한 달콤한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지금도 맛있지만 10년 뒤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우아함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 올해의 화이트 와인 – 칸티나 콜테렌치오, 알토 아디제 소비뇽 그란 라포아 리제르바 (Cantina Colterenzio, Alto Adige Sauvignon Gran Lafoa) 2021
[칸티나 콜테렌치오의 막시밀리언 니더마이어 회장과 와인메이커 마틴 레마이어]
칸티나 콜테렌치오는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에 위치한 작은 마을 콜테렌치오에 있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데일리급 와인을 주로 생산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칸티나 콜테렌치오는 고품질 소비뇽 블랑으로 올해의 화이트 와인 상을 수상했다. 1960년 약 30여 개의 포도 농가가 모여 설립한 칸티나 콜테렌치오는 현재 300개 포도 농가와 300헥타르라는 드넓은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각기 다른 테루아의 맛이 살아 있는 와인을 생산하며 그중에도 핵심이 소비뇽 라포아 시리즈다. 라포아가 탄생한 것은 1980년대. 칸티나 콜테렌치오가 위치한 사우스 티롤(South Tyrol)의 잠재력을 알아본 루이스 라이퍼(Luis Raifer)가 자신의 밭인 라포아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소비뇽 블랑을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데일리 와인을 생산하는 품종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 품종을 심고 포도나무 한 그루당 수확량을 조절해 더 나은 와인을 생산하자고 회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시작된 칸티나 콜테렌치오의 변화는 1990년대에 들어와 또 한 번의 발전을 이뤘다. 당시에 만연했던 허브향 위주의 소비뇽 블랑에서 벗어나고자 225리터 용량의 바리크를 이용한 숙성을 채택한 것이다. 신선한 풀향과 꽃향으로 잘 알려진 소비뇽 블랑에서 토스트, 바닐라 등의 풍미가 나자 당시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지만 이후 칸티나 콜테렌치오만의 스타일이 정착되며 소비뇽 라포아는 알토 아디제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비뇽 리제르바 그란 라포아 2021과 소비뇽 라포아 5개 빈티지]
'올해의 화이트 와인' 상을 받은 소비뇽 리제르바 그란 라포아는 2021년 빈티지가 첫 출시다. 따라서 버티컬 테이스팅은 라포아 시리즈 5개 빈티지와 함께 이뤄졌다. 가장 오래된 빈티지인 1995년산은 발효와 숙성 모두 바리크에서 진행한 와인이다. 무려 29년이나 지났지만 와인도 보톡스를 맞나 싶을 정도로 여전히 신선함과 달콤함이 가득했다. 초록 과일, 핵과, 시트러스 등 과일향의 집중도가 탁월했고 꿀, 밀랍, 바닐라, 마른 허브 등 복합미가 묵직한 바디감, 상큼한 산미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이 맛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었다. 2005년산부터는 발효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은 바리크에서 이뤄졌고 젖산 전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맛을 보니 레몬, 자몽, 살구 등 달콤한 과일향과 꿀, 미네랄 등의 풍미가 풍부하게 올라왔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면 19년 된 와인이라고 짐작도 못했을 정도였다. 2013년산은 라포아 시리즈 특유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 속에 우아한 꽃향과 신선한 과일향이 가득했고 꿀 향이 막 올라오는 듯했다. 타임이나 로즈마리 같은 허브 향이 은은하게 복합미를 더했다. 2016년산은 2013년산보다 허브 향은 조금 덜했지만 레몬, 자몽, 금귤, 복숭아 등 잘 익은 과일향의 집중도가 탁월했다. 가장 최신 빈티지인 2021년산도 2016년산만큼이나 과일향의 집중도가 좋았지만 허브와 미네랄 풍미가 더 느껴지는 스타일이었다. 그럼 그란 라포아는 어땠을까? 그란 라포아는 칸티나 콜테렌치오가 재배한 소비뇽 블랑 중에 가장 좋은 것만 골라 4000병만 소량 생산하는 와인이다. 라포아 1995년산처럼 그란 라포아는 발효도 숙성도 모두 바리크에서 이뤄졌다. 맛을 보니 신선한 레몬과 라임, 잘 익은 복숭아, 은은한 흰 꽃과 허브 등 아로마의 집중도와 풍성함이 남달랐다.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아로마의 우아함과 조화로움이 훌륭했다. 이 와인이 앞으로 약 30년 숙성되면 앞서 맛을 본 라포아 1995년산처럼 변하지 않을까 기대를 품게 했다.
위에 언급한 와인 3종 외에 특별상을 수상한 와인들은 감베로 로쏘 2025 행사 전날 디너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생산자와 함께 앉아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코스 요리에 따라 페어링된 와인들을 시음해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특별상을 수상한 와인 9종에 대해 아래에 간단히 소개한다.
♦ 올해의 스파클링 와인 – 칼라트로니, 포지오 데이 두카 (Calatroni, Poggio dei Duca) 2019
칼라트로니는 이탈리아 중부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에 위치한 전통 방식 스파클링 전문 와이너리로 2002년에 설립됐다. 금번에 수상한 스파클링 와인은 포지오 데이 두카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 100%로 만들었다. 이 밭은 해발 540미터에 위치하며 포도나무의 수령도 40년이 넘어 뛰어난 품질의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곳이다. 와인은 48개월간 앙금과 함께 숙성됐으며 과일향이 신선하고 상큼한 산미와 강렬한 미네랄 풍미가 매력적이다. 은은한 허브 향이 와인에 싱그러움을 더한다.
♦ 올해의 로제 와인 – 조반니 아반치, RGC 발테네시 키아레토 안티테시 (RGC Valtenesi Chiaretto Antitesi) 2023
조반니 아반치는 1931년 이탈리아 중북부 롬바르디아(Lombardia)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3대째 운영되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가르다 호수의 영향으로 온화한 기후를 누리는 발테네시(Valtènesi) 지역에서 재배한 그로펠로(Groppello) 90%와 바르베라(Barbera) 10%를 블렌드해 만들었다. 레몬, 자몽, 라즈베리 등 신선하고 상큼한 과일향이 돋보이는 이 와인은 과즙이 충실하고 풍미가 우아하며 약 9개월간 앙금과 함께 숙성을 거쳐 질감이 묵직하고 둥글다. 모든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지만 생선 등 해산물과 특히 잘 어울리며 가벼운 육류와 곁들여도 잘 맞는 스타일이다.
♦ 최고의 떠오르는 와인너리 – 마우제리, 에트나 비앙코 수페리오레 콘트라다 볼파레(Maugeri, Etna Bianco Sup. Contrada Volpare) 2023
마우제리는 시칠리아에 위치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유럽 최대 활화산인 에트나(Etna)의 중턱 해발고도 700미터에 자리한다. 콘트라다 프라이노(Contrada Praino) 구역과 콘트라다 볼파레(Contrada Volpare) 구역에 펼쳐진 7 헥타르의 부지는 현무암으로 지지대를 쌓은 83개의 계단식 포도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에트나 비앙코 수페리오레만 허용되는 산지여서 금번에 시음한 콘트라다 볼파레도 에트나 토착 품종인 카리칸테(Carricante) 100%로 만들었다. 와인의 9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0%는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앙금과 함께 8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잘 익은 과일 향 속에 미네랄리티가 돋보이며 여운에서는 달콤한 레몬 향이 길게 이어지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 사회 공헌 와이너리 – 리스 네리스, 프리울리 이손초 피노 그리지오 그리 (Lis Neris, Friuli Isonzo Pinot Grigio Gris) 2022
[리스 네리스의 오너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리스 네리스는 프리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사이의 국경 가까이에 위치한 콜리오(Collio) 지역, 이손초 강 계곡에 'Gris', 'Picol', 'Jurosa', 'Neris'라는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알바로 페코라리(Alvaro Pecorari)는 1879년부터 이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해온 집안의 출신답게 밭마다 다른 포도맛을 이해하며 이를 오롯이 와인에 담고자 노력하는 와인메이커다. 금번에 상을 받은 피노 그리지오는 이전에도 여러 번 트레 비키에리를 수상한 와인으로 500리터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발효되고 앙금과 함께 숙성된 와인으로 묵직하고 부드러운 무게감과 농축된 풍미를 자랑한다. 리스 내리스는 그동안 미얀마 어린이들을 위해 여러 곳에 학교를 설립해 왔고 이 공로를 인정 받아 올해 사회공헌상을 수상했다.
♦ 최고의 가성비 – 칸티나 세테카니, 람브루스코 그라스파로사 디 카스텔베트로 7바이오(Cantina Settecani, Lambrusco Grasparossa di Castelvetro 7Bio) 2023
세테카니는 에밀리아 로마냐의 세테카니 지역에 위치한 협동조합으로 총 200개의 농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500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대한 교육을 끊임없이 실시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세테카니는 람브루스코, 히놀레토, 트레비아노 등 에밀리아 로마냐의 토착품종으로 우수한 와인들을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올해 트레 비키에리를 받은 람브루스코 그라스파로사 디 카스텔베트로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과일향과 함께 향긋한 꽃향이 특징이며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도 매력적이다. 짭조름한 파스타과 무척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아 우리 음식 중에도 장조림이나 갈비찜 등 간장 향이 많은 음식에 곁들이면 특히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올해의 협동조합 와이너리 – 벨리사리오, 베르디키오 디 마텔리카 캄브루자노 리제르바(Belisario, Verdicchio di Matelica Cambrugiano Riserva) 2021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에 위치한 벨리사리오는 1971년에 설립됐으며 300헥타르의 포도밭과 3만 헥토리터 이상의 와인 생산이 가능한 와이너리를 보유한 협동조합이다. 베르디키오 디 마텔리카 DOC 생산자로는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뿐만 아니라 여러 번 트레 비키에리를 수상한 캄부르자노는 베르디키오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 배럴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 뒤 병입해 다시 1년을 숙성시켜 출시한 와인이다. 탄탄하고 묵직한 질감이 일품이고,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꽃, 바닐라, 레몬, 핵과 등의 풍성한 풍미가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을 연상시킨다. 기름을 넣어 조리한 해산물 또는 백색육과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 최고의 지속가능 포도재배 – 레시스텐티 니콜라 비아시, 빈 데 라 네우(Resistenti Nicola Biasi, Vin de la Neu) 2022
트렌티노에 위치한 레시스텐티 니콜라 비아시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젊은 와인메이커 니콜라 비아시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비아시는 이탈리아 최초로 PIWI 품종 (곰팡이성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도록 개발된 하이브리드 품종)을 재배한 와인메이커다. 노균병과 백분병에 강하기 때문에 이 포도를 기를 때는 농약 살포가 필요치 않아 친환경 농법이 가능하다. 그는 PIWI 품종 중 하나인 요하니테르(Johanniter)를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발 디 논(Val di Non) 밭에서 재배해 빈 데 라 네우를 만들었다. 처음 맛본 이 와인의 인상은 소비뇽 블랑과 닮았다는 것. 상큼한 과일향과 신선한 풀향이 가볍고 바디감과 어우러져 경쾌한 스타일을 이뤘다. 이전에도 트레 비키에리를 받은 적 있으며 낯선 품종이지만 풍미가 친근하고 품질이 좋아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을 듯하다.
♦ 올해의 포도 생산자 – 카시나 폰타나, 바롤로 델 코무네 디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cina Fontana, Barolo del Comune di Castiglione Falletto) 2019
바롤로에 위치한 카시나 폰타나는 6대째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현재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마리오 폰타나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방식 그대로 와인을 만드는 정통파 와인메이커로 바롤로의 자연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보여주는 와인을 만드는 것을 철학이자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올해의 포도 생산자 상을 받았고 그의 와인 바롤로 델 코무네 디 카스틸리오네 팔레토도 트레 비키에리를 받았다. 이 와인은 아무 첨가물 없이 만들어졌으며 필터링도 거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오롯이 담았다. 탄탄하고 매끈한 질감 속에는 농익은 과일향과 함께 훈연, 타르, 트러플, 캐러멜 등 농축된 복합미가 탁월했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20년 이상 숙성도 충분히 가능한 와인이다.
♦ 올해의 메디테이션 와인 – 페우도 데이 산세베리노, 모스카토 파시토 알 고베르노 디 사라체나(Feudo dei Sanseverino, Moscato Passito al Governo di Saracena) 2015
페우도 데이 산세베리노 와이너리는 로베르토와 마우리치오 비스콘테(Roberto and Maurizio Bisconte) 형제가 1999년에 설립했으며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에 위치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농법으로 라크리마, 모스카노, 말바지아, 과르나치 같은 칼라브리아 토착 품종을 재배해 진정한 칼라브리아 맛을 담은 와인을 만들고 있다. 와인 양조 시에도 인공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순수한 맛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스위트 또는 주정 강화 와인에 수여되는 메디테이션 상을 받은 이 와인은 말린 모스카토에 말바지아 과르나치아, 오도라카 포도를 블렌드해 만들었다. 진한 호박색이 영롱하고 말린 살구, 곶감, 캐러멜, 꿀 조청, 시나몬, 견과 등 농축된 풍미가 마치 달콤한 호박엿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과와 곁들여 봐도 좋을 스타일인 듯 싶다.
2024년 11월 1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감베로 로쏘의 최고점인 트레 비키에리를 받은 와인들의 시음회가 열린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위에 언급한 특별상을 받은 12종의 와인들이 등장한다. 로마에서도 이미 시음을 했지만 서울에서 다시 이 와인들을 만나볼 생각을 하니 다시 가슴이 뛴다.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독자 여러분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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