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널리 알려진 비냐 몬테스(Viña Montes)에서 새로운 와인을 출시했다. 몬테스 와인 레이블의 아이콘인 천사, 그중에서도 천사의 상징인 날개를 이름으로 붙인 몬테스 윙스(Montes Wings)다. 2023년 세계 시장에 첫 출시된 몬테스 윙스를 오는 12월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카를로스 세라노(Carlos Serrano) 수출 총괄이사가 방한해 몬테스 윙스의 메인 품종인 카르메네르(Carmenere)와 그에 얽힌 역사, 칠레의 지리적 이점 등에 대해 상세히 들려 주었다.
[비냐 몬테스의 카를로스 세라노 수출 총괄이사]
카르메네르와 칠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칠레의 와인 양조 역사는 길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부터 스페인 사람들이 가져온 포도나무를 심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5세기를 넘겼다. 짧지 않은 세월만큼이나 와인은 칠레의 문화와도 밀접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연스레 와인을 마시는 그들에게 와인은 일상이다.
칠레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만들지만 가장 대표적인 품종은 카르메네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들여온 포도 품종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있다. 처음 칠레에서 카르메네르를 들일 때 메를로(Merlot)로 오인했던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카르메네르와 메를로의 포도나무 잎은 그 모양이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일반 메를로와는 다르게 페퍼리한 풍미가 느껴지고, 메를로와 같은 시기에 수확할 경우 풋내 등 미숙으로 인해 발현되는 아로마가 있다. 수확할 무렵이면 카르메네르의 이파리는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드는데 그럼에도 이 둘이 전혀 다른 품종임을 알 수 없었기에 원래의 메를로를 '메를로A'라고 한다면 카르메네르를 '메를로B' 정도의 다른 클론쯤으로 여겨왔다. 그러던 중 1990년대 포도밭을 인증 받기 위해 프랑스의 육종학자를 초빙하면서 칠레의 여러 포도 품종을 보여줬는데 그제서야 메를로가 아닌 카르메네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칠레에서는 새로운 혁명과 배움이 시작되었다.
[비냐 몬테스의 카르메네스 포도밭]
하지만 1860년대 필록세라의 창궐 이후 카르메네르를 외면해 버린 프랑스를 통해서는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칠레는 프랑스와 달리 카르메네르가 굉장히 잘 익을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자체적으로 까르메네르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와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나 카르메네르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무 일찍 수확하면 풋내가 많이 나고 산미가 튀어 마치 풀을 씹는 듯한 느낌의 미숙한 와인이 되고, 너무 늦게 수확하면 잼처럼 달고 진해서 우아한 느낌 없이 금방 질리는 와인이 되니 그 중간의 이상적인 시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포도 껍질과 폴리페놀은 완숙해 있으면서 검은 후추의 풍미와 모카의 아로마가 느껴지는 시점, 그때가 바로 가장 이상적인 수확 시점임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몬테스도 초반에는 70% 가량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에 나머지 30% 정도만 카르메네르를 블렌딩해 안전하지만 조금은 소극적인 방식으로 카르메네르를 취급했는데 이후 품종에 대한 이해가 점차 깊어지면서 카르메네르를 주 품종으로 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특히 몬테스 와인의 여러 등급 가운데서도 카르메네르 92%에 달하는 몬테스의 아이콘 와인 퍼플 엔젤(Purple Angel)을 런칭하면서 카르메네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구자가 되었다.
“이제는 칠레 고유의 것으로 느껴질 만큼 카르메네르를 칠레 대표 품종으로 많이 육성하고 있지만 그 저변이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고유함으로 미래가 매우 밝기 때문에 몬테스에서는 카르메네르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날 카르메네르는 거의 대부분 칠레에 존재한다. 아주 소량이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칠레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재배되는 카르메네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품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재배하는 지역에 따라 카르메네르가 가진 잠재력을 전부 다 보여주느냐 제한적으로 보여주느냐가 달라지기에 그 어느 품종보다도 테루아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현재 칠레에서 자라는 카르메네르는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다 보여주는 훌륭한 품질을 자랑하기에 칠레는 곧 카르메네르의 미래일 수밖에 없다.
몬테스 윙스, 몬테스의 미래를 담다
몬테스 윙스는 칠레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 중에서도 아팔타(Apalta D.O.) 지역에서 생산한 카르메네르를 사용한다. 아팔타의 지형은 매우 이질적이다. 자갈이 많고, 계곡의 평평한 지역의 토양은 두텁고 산기슭과 고지대의 토양은 얕다. 남쪽 팅기리리카(Tinguiririca) 강에서 북쪽 아팔타 언덕까지 뻗은 계곡의 독특한 특성과 위치로 인해 햇빛을 받는 시간은 짧지만 대신 포도가 느린 속도로 더 완벽하게 익는다. 몬테스 윙스는 이렇게 잘 익은 카르메네르(Carmenere) 82%에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5%를 블렌딩해 구조감을 보강했으며, 와인의 80%는 16개월 동안 새 프랑스 오크통에서 숙성, 20%는 뉴트럴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비냐 몬테스의 퍼플 엔젤 포도밭]
몬테스에는 이미 알파 라인의 카르메네르와 퍼플 엔젤이 있다. 하지만 같은 카르메네르 품종의 와인이라 해도 두 와인의 스타일과 가격 등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큰 편이라 둘 사이의 간극을 채워줄 와인이 필요했고 그리하여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몬테스 윙스다.
“알파와 퍼플 중간 등급의 와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논의돼 왔었어요. 하지만 이제야 실현이 된 것은 카르메네르라는 품종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 포도는 재배할 때 다른 품종에 비해 더 많이 신경 쓰이고 또 예측 불가한 면도 있지만, 카르메네르의 풍미만이 주는 굉장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저희가 확보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알파와 퍼플 그 사이의 갭을 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드디어 윙스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윙스(Wings)'라는 이름은 천사의 양날개를 뜻한다. 비냐 몬테스의 설립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와 그의 아들 주니어가 각각 한쪽 날개가 되어 함께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부자는 이 와인에 서로의 역량을 정확히 반반씩 담아냈다. 어느 한쪽 날개에 힘이 치우쳐도 날 수 없듯 두 와인메이커가 동등하게 균형을 이뤄 몬테스를 일궈가겠다는 철학과 몬테스의 미래가 이름에 담겨 있다.
몬테스 알파는 고가가 아니지만 풀바디 레드 와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파워풀한 와인이다. 가격에 비해 굉장히 좋은 풍미와 바디감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편 퍼플은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부드럽게 정선되어 있으며 우아하고 섬세하다. 알파와 퍼플 이 둘의 장점을 모두 갖춘 것이 윙스다. 윙스는 카르메네르가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모두 드러낸다. 적당히 파워풀하면서도 우아함 또한 갖췄다. 반면 가격은 퍼플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 가격면에서도 알파와 퍼플의 중간 위치에 있다.
몬테스 윙스는 세계 시장에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2020 빈티지가 2024년 5월 14일, <드링크 비즈니스(The Drink Bussiness)> 주최의 '2024 글로벌 카르메네르 마스터(Global Carmenere Master)' 품평회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카르메네르 마스터'에 선정되는 등 벌써부터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왼쪽부터) 몬테스 스파클링 엔젤 브뤼, 몬테스 알파 카르메네르, 몬테스 윙스, 몬테스 퍼플 엔젤]
이번 몬테스 프레스 세미나에서는 웰컴 드링크로 준비된 몬테스 스파클링 엔젤 브뤼를 비롯해 모두 다섯 가지의 몬테스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각 와인별로 카르메네르의 특징을 비교할 수 있도록 알파, 윙스, 그리고 퍼플의 다른 빈티지 2종이 마련됐으며 비교 시음을 통해 윙스의 매력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몬테스 알파 카르메네르 Montes Alpha Carmenere 2021
카르메네르 90%에 카베르네 소비뇽 10%를 블렌딩해 산미와 골격감을 채웠다. 벨 페퍼, 모카, 자두, 블랙베리, 블루베리의 아로마를 지닌다. 미디엄 바디에 스파이시하면서도 타닌이 부드러워 와인만 단독으로 마셔도 부담 없을 정도다.
몬테스 윙스 (Montes Wings) 2020
정식으로 출시된 두 번째 빈티지로 카르메네르 85%에 카베르네 프랑을 15%를 블렌딩했다. 블렌딩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몬테스가 추구하는 양조 철학으로, 카베르네 프랑이 구조감을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의 과실향이 신선하고 후추 등의 스파이스, 페퍼리한 아로마가 특징이다. 산미가 높지 않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신선함이 살아 있다. 타닌이 친근하고 부드러워 거슬림이 전혀 없다. 실크처럼 부드럽지만 마냥 여리지 않고 구조감이 단단해 알파와 퍼플 사이의 중간 포지션을 제대로 잡은 느낌이다.
몬테스 퍼플 엔젤 (Montes Purple Angel) 2015, 2020
몬테스 와인 최고 등급인 '아이콘' 시리즈 중 카르메네르 품종의 진수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블루베리, 자두, 스파이스 등 카르메네르 고유의 캐릭터가 있고 타닌이 농밀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하다. 카르메네르 92%에 쁘띠 베르도 8%를 블렌딩했다. 퍼플 엔젤은 아팔타 지역의 포도와 마르치구에(Marchigüe) 지역의 포도를 반반씩 사용했다. 초콜릿, 모카의 뉘앙스가 잘 드러나며 여운이 길고 탁월하다. 산도도 좋고 전체적인 복합미가 돋보이는 와인이다. 2015 빈티지의 경우 봄 서리로 인해 수확량이 적은 대신 굉장히 농축미가 강한 와인이 생산돼 보다 다양한 풍미를 드러내고 있다. 2020 빈티지는 아주 잘 익은 과일을 막 수확한 듯한 느낌이 도드라진다. 산도가 좋아 신선하면서도 두툼한 질감이 특징이다. 두 빈티지에서 5년이라는 세월의 차는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얼마든지 숙성 잠재력이 있는 와인이지만 기다리는 게 어렵다면 2020 빈티지를 지금 즐겨도 충분히 좋을 것”이라고 카를로스 세라노 이사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카를로스 세라노 이사는 카르메네르가 대부분의 음식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며 향신료인 후추에 비유했다. 음식에 적절히 뿌리면 풍미가 배가되는 후추처럼 카르메네르 와인 역시 음식에 후추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며, 비단 육류뿐만 아니라 양념이 강한 한식이나 파스타 등과도 페어링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와인과 페어링이 까다로운 머스타드를 상대할 품종이 있다면 바로 카르메네르라며 한번 시도해 보길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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