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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켄의 야심작, 슈퍼 아이콘 와인 '볼더'의 탄생

남아메리카의 주요 와인 생산국,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안데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기후와 토양 조건이 다른 두 나라는 각자 개성을 보여주는 와인을 생산한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za)에 위치한 카이켄(Kaiken)을 설립한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는 안데스 산맥의 경계를 넘어 두 국가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칠레 와이너리 비냐 몬테스(Viña Montes)의 창업자인 그는 수차례 안데스를 넘는 여행을 하며 멘도사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고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1년 카이켄을 설립했다.


[카이켄 와이너리 (제공: 나라셀라)]


이후 2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카이켄은 아르헨티나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자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와인을 추구하고 자연과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사회적 역할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건전성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비콥(B-corp) 인증도 받았다. 의미 있는 수상 기록도 많은데 가장 최근 소식으로는 2024년 소믈리에 와인 어워즈(Sommelier Wine Awards)에서 '올해의 뉴 월드 생산자(New World Producer of the Year)'로 선정된 것이다. 와인의 품질, 균형, 지역적 특징의 반영, 가성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카이켄 측은 이에 대해 “온트레이드에 종사하며 고객들을 직접적으로 대하고 와인을 추천하는 소믈리에들이 선정한 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카이켄의 총괄 매니저이자 와인메이커인 구스타브 오르만(Gustavo Hörmann)이 한국을 찾아 기자들에게 카이켄의 와인을 소개하고 함께 시음하는 자리가 있었다. 안데스 산맥을 넘나드는 파타고니아의 야생 거위를 의미하는 카이켄은 이름에서부터 두 나라의 연관성과 설립 배경을 상징하는데, 구스타브 오르만 역시 칠레 출신이다. 그는 2002년 수확 시즌에 몬테스에서 일하며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과 처음 만났다. 세계 각지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05년 몬테스로 돌아와 근무하다 2016년 멘도사로 이주하며 카이켄의 총괄 매니저를 맡았다. 그는 지속가능성과 드라이 파밍, 바이오다이내믹 등 몬테스에서 쌓은 노하우를 카이켄에도 적용하며 와이너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카이켄의 총괄 매니저이자 와인메이커, 구스타브 오르만]


카이켄은 루한 데 쿠요(Lujan de Cuyo)의 비스탈바(Vistalba)와 아그렐로(Agrelo), 그리고 우코 밸리(Uco Valley)의 로스 차카예스(Los Chacayes), 구알타야리(Gualtallary), 알타미라(Altamira) 등 아르헨티나의 뛰어난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설립 초창기 멘도사 테루아를 탐구하고 배움의 시간을 거친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이 2007년부터 매입하기 시작한 포도밭이다. 포도밭은 대부분 해발고도 1000미터 이상에 위치하고, 바다의 영향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륙성 기후에 속하는 지역이라 따뜻하고 건조한 조건이 포도의 완숙에 유리하고, 해발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크다는 점도 재배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 1600미터 이상의 높은 고도에 위치하며 최고의 토론테스 생산지로 알려진 살타(Salta)의 카파야테 밸리(Cafayate Valley)에서 토론테스 포도를 얻고 있다.


카이켄은 기본급 와인부터 아이콘 와인까지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데 구스타브 오르만은 이번 방한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중요한 프로젝트로 카이켄의 새로운 아이콘 와인을 공개했다. “카이켄과 몬테스 모두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새로운 와인 '볼더(Boulder)'를 소개합니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님은 더 뛰어난 와인을 만들기 원했고 처음 포도나무를 식재할 때부터 이 와인에 깊게 관여하셨죠. 볼더의 탄생은 로스 차카예스의 해발고도 1250미터에 위치한 3헥타르의 작은 포도밭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과거에 강이 범람하면서 큰 돌들이 물줄기를 따라 이동해 이곳에 쏟아졌기 때문에 아주 바위가 많은 지형입니다. 굉장히 특별하고 고유한 특징이 있는 이곳의 테루아를 깊게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볼더를 생산하는 빈야드 풍경 (제공: 나라셀라)]


이름부터 '바위'라는 의미인 볼더를 생산하는 포도밭은 돌이 너무 많아 포도 재배가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이다. 하지만 와인메이커는 이곳의 특별한 테루아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돌과 토착 식물들을 보존하면서 고블렛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돌이 많은 척박한 환경과 일조량이 풍부한 조건에 잘 적응하는 말벡과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를 식재해 함께 재배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품종마다 포도가 익는 속도가 달라 순차적으로 수확했지만 포도나무들이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며 몇 년 전부터 세 품종이 같은 시기에 익어 공동 수확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필드 블렌드를 하게 됐고 블렌딩 비율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계획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연이 허락한 환경에서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연구하며 만든 와인이다.  


“이곳에 포도나무를 심은 것이 2011년입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21년 첫 빈티지로 카이켄에서 가장 프리미엄 와인인 볼더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세 가지 품종의 고유한 특징과 함께 테루아에서 오는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입니다. 작은 땅에서 매우 한정된 수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이 와인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볼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지휘한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 (제공: 나라셀라)]


볼더 2021의 블렌딩 비율은 말벡 64%, 카베르네 프랑 28%, 쁘띠 베르도 8%이며,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하고 추가로 600리터의 배럴에서 6개월간 숙성한 뒤 병입해 18개월간 숙성한다. 과일 풍미와 함께 페퍼 등의 향신료 아로마가 느껴지고 야생허브의 풍미도 와인에 잘 표현됐다. 약간의 부싯돌 뉘앙스가 느껴지는 점이 인상적인데 포도밭에 있는 돌의 발자취인 듯하다. 시간을 두고 시음하면 화사한 꽃 향기도 올라온다. 2021 빈티지의 생산량은 3천 병이 조금 넘는 수량이다. 카이켄은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지만 볼더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한국이 포함된 것은 수입사 나라셀라와의 오랜 신뢰 덕분이라고 한다. 2025년 2월, 한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카이켄 볼더 2021]


물론 볼더 외에도 한국 시장에 꾸준히 소개되며 사랑받고 있는 카이켄의 와인들이 있다. 이날 와인메이커와 함께 카이켄의 대표 와인들도 시음했다. 테루아 시리즈 토론테스(Terroir Series Torrontes) 2020은 살타 지역에서 토론테스 100%로 생산한 와인이다. 신선하고 플로럴한 아로마가 기분 좋게 다가오고, 은은한 꿀향도 느껴진다. 산도가 좋지만 마냥 발랄하지만은 않은, 우아한 복합미도 갖춘 와인이다.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은데 한식과의 페어링도 추천한다.


2023 빈티지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카이켄의 로제 와인도 있다. 누드 로제(Nude Rose) 2023은 멘도사의 카노타 밸리(Canota Valley)에서 그르나슈 90%와 카베르네 소비뇽 10%로 생산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이니 4월에 포도 수확을 하는데, 이 와인은 올해 6월 처음 출시됐다. 꽃향기와 함께 라즈베리, 딸기 등의 과일향이 어우러지는 아로마틱한 와인으로 시간이 흐르면 꿀향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신선한 산도와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진다. 트렌디하면서도 병과 레이블은 프로방스 고급 로제를 연상시키는 우아함이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그르나슈로 생산한 와인이라는 점도 특별한데, 2023 빈티지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2점을 받으며 첫 빈티지부터 좋은 출발을 했다.


[(왼쪽부터) 카이켄 테루아 시리즈 토론테스 2020, 누드 로제 2023, 울트라 말벡 2020, 마이 2020, 볼더 2021] 


울트라 말벡(Ultra Malbec) 2020은 멘도사 3개 지역에서 재배한 말벡 96%와 카베르네 소비뇽 4%로 생산했다. 풍부한 붉은 과실 풍미와 바닐라, 초콜릿 아로마가 어우러지는 풀바디 와인이다. 입안에서 매우 부드러운 질감이 우아한 인상을 남긴다. 고품질 아르헨티나 말벡에 기대하는 풍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지금 마셔도 좋고 좀 더 숙성해 즐겨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올드바인 말벡 100%로 생산하는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 마이(Mai) 2020를 빼놓을 수 없다. 원주민의 방언으로 '첫 번째'를 뜻하는 마이는 이름처럼 와이너리 설립 초반부터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테루아를 분석하고 여러 실험을 거쳐 2007년 첫 빈티지를 선보였다. 멘도사의 아그렐로와 비스탈바, 우코 밸리에서 수확한 포도를 18개월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다. 포도는 80년 이상 된 올드바인에서 생산하는데 1919년 식재한 빈야드가 있어 105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도 사용한다. 검은 과일 풍미와 미네랄, 향신료, 발사믹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길게 여운이 이어지며 말벡의 가장 우아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소출량은 적지만 집중도가 아주 뛰어난 올드바인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고, 카이켄의 자부심과 명성을 인정하게 되는 와인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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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11.25 10:34수정 2024.11.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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