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 빠르다. 새로운 달력을 넘기며 올 한 해도 잘 보내자고 다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연말이다. 좋았던 일은 돌아보고, 아쉬웠던 일은 훌훌 털어버리기 위한 송년회, 그리고 새로운 해를 맞아 으쌰으쌰 의지를 다지는 신년회를 생각할 시기가 왔다. 이런 자리에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올해의 마지막 와인21 도슨트는 소중한 사람들, 감사한 분들과 함께 즐길 만한 와인들을 소개한다.
모임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시 스파클링이다. 잔에서 뽀글뽀글 솟아오르는 버블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중 최고는 역시 샴페인. 신선한 과일 풍미와 구수한 비스킷 뉘앙스는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샴페인이 아니라도 좋다. 카바(Cava), 크레망(Cremant) 등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들이 있으니까.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즐기면 된다. 단, 병 안의 기압이 높기 때문에 잘못하면 코르크가 튀어나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파손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파티 분위기도 좋지만 위험하지 않은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여는 것이 좋다. 스파클링 와인 오픈 방법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자.
육류 요리나 숙성 치즈 등과 곁들이기 좋은 레드 와인도 있다. 우선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은 이름부터 흥겨워 모임 분위기에 안성맞춤이다. 원래 이 와인은 지공다스(Gigondas) 아펠라시옹 탄생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었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만큼 맛과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 생산자가 보유한 포도밭에서 가장 빼어난 포도만 사용해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니 모임의 메인 와인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토스카나에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으로 만든 풀바디 레드 와인이다. 잘 익은 과일의 발사믹 뉘앙스, 오크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와인이다. 스테이크 등 두툼한 고기 요리와 곁들이기 알맞다. 섬세한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면 에트나 로쏘를 추천한다. 피노 누아(Pinot Noir) 같은 섬세한 과일 풍미와 네비올로(Nebbiolo) 같은 견고한 구조를 겸비한 매력적인 와인이다.
마무리로 빠질 수 없는 디저트 와인. 다양한 당도와 스타일로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도수가 낮고 당도 또한 적당해 누구나 좋아하는 와인이다. 부드러운 버블과 상큼한 신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 주어 더욱 좋다. 클래식한 디저트 와인은 역시 귀부 와인이다. 소테른(Sauternes),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 등도 좋지만 오늘 소개할 와인은 토카이 아수(Tokaji Aszu)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마시고는 '와인들의 왕, 왕들의 와인'이라 극찬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농밀한 질감과 끈적이지 않는 깊은 단맛을 지녀 와인만 즐겨도 충분하다. 전통적인 궁합은 고르곤졸라, 로크포르, 스틸턴 같은 블루치즈, 그리고 푸아그라다. 짭조름하면서 감칠맛이 있고 크리미한 질감의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고 보면 된다. 어떤 디저트라도 크게 나쁘진 않을 것이니 좋아하는 음식과 편하게 즐겨 보자.
마지막은 포트 와인이다. 10년, 20년 등 숙성 기간이 표시된 에이지드 토니 포트(Aged Tawny Port)나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LBV, Late Bottled Vintage Port) 같은 것이 괜찮다. LBV를 그대로 풀이하면 늦게 병입한 빈티지 포트인데, 사실 성격은 토니 포트에 가깝다. 빈티지 포트는 보통 2년 정도 오크 숙성하고 여과 없이 병입한다. 보통 10년 이상 장기 숙성한 후 디캔팅 해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4-6년 정도 비교적 길게 숙성한 후 여과하여 병입한다. 때문에 구매 후 디캔팅하지 않고 바로 즐길 수 있다. 살짝 높은 도수에 깊은 과일맛과 그윽한 견과 뉘앙스는 마지막 한잔으로 안성맞춤이다. 혹시 와인이 남는다면 냉장고에 보관하며 1~2개월 천천히 즐겨도 된다. 긴긴 겨울밤의 한 잔으로 포트 만한 것이 있을까.
좋은 와인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 보자. 만복이 절로 굴러들어올 것이다. 치어스!
샴페인 폴 고그, 블랑 드 블랑 브뤼 Champagne Paul Georg, Blanc de Blancs Brut
향긋한 꽃 향기, 후지 사과, 시트러스 등 잘 익은 과일 아로마가 갓 구운 빵 같은 구수한 뉘앙스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활기찬 버블과 상큼한 신맛은 싱그러운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크리미한 질감이 피니시까지 좋은 여운을 남긴다. 프리미에 크뤼 베르튀스(Vertus)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100%로 양조해 병입 2차 발효 후 최소 4년 이상 숙성했다. 도자주(dosage)는 리터당 8그램. 폴 고그는 1950년 8개의 샴페인 하우스가 모여 탄생한 협동조합이다. 120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은 샤르도네의 재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로드레 에스테이트 콰르테 브륏 NV Roederer Estate, Quartet Brut
사과, 배, 오렌지 등 다양한 과일의 신선한 풍미와 함께 비스킷, 빵 등의 토스티 뉘앙스, 헤이즐넛 등 견과의 구수한 내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섬세한 버블의 크리미한 질감이 우아하게 느껴지며 신선한 과일 풍미를 매력적으로 드러낸다. 연말 모임이나 신년회의 즐거운 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 스파클링 와인이다. 로드레 에스테이트는 샴페인 루이 로드레(Champagne Louis Roederer)가 미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 하우스다. 미국 스파클링 와인 하우스 중에는 드물게 자체 소유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며, 오랜 샴페인 제조 노하우를 적용해 고품질 와인을 만들고 있다.
빠리고 앤 리차드, 빠리고 프로펫 크레망 드 부르고뉴 엑스트라 브륏 Parigot & Richard, Parigot Prophete Crémant de Bourgogne Extra Brut
잘 익은 청사과와 레몬 제스트의 상큼함, 갓 구운 빵 같이 구수한 향기가 입맛을 돋운다. 레몬 같은 상큼한 신맛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활기찬 거품이 인상적이며 은은한 아몬드 힌트와 플로럴 뉘앙스가 매력적인 여운을 선사한다. 석화, 각종 생선회, 해산물 요리, 치킨, 피자 등 다양한 음식에 곁들일 수 있는 음식 친화적인 크레망이다. 평균 수령 50~60년 고목에서 손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최소 36개월 병입 숙성한다. 빠리고 앤 리차드는 부르고뉴 사비니 레 본(Savigny-les-Beaune) 출신의 샴페인 메이커 에밀 빠리고(Émile Parigot)가 시작한 스파클링 와인 제조 사업에 1952년 외손자 베르나르(Bernard Richard)와 기 리차드(Guy Richard)가 합류하며 설립한 와이너리다. 각각의 개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고품질 크레망을 생산한다.
엘 미라클 까바 브륏 El Miracle Cava Brut
잔잔한 거품이 우아하게 피어오르며 감귤 등 시트러스 아로마가 아름답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신선한 과일 풍미와 오묘한 감칠맛이 어우러지며 적절한 신맛이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한다. 식전주로 마시거나 전채요리, 육포, 살라미, 하몽, 스낵 등 가벼운 음식들과 곁들이기 좋다. 마카베오(Macabeo), 자렐로(Xarello), 파렐라다(Parellada) 등 토착 품종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해 병입 후 최소 12개월 동안 숙성한다. 생산자인 비센테 간디아(Vicente Gandia)는 1885년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 설립됐다. 올해로 131년을 맞이하는 역사와 전통의 와인 기업으로 발렌시아 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셀러브레이션 Gigondas La Cave, Gigondas Celebration
검붉은 베리와 자두 등 신선한 과일 아로마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든 타닌이 인상적이며, 신맛과 함께 균형 잡힌 구조감을 선사한다. 친근하고 편안하면서도 품격을 갖춘 와인으로 다양한 육류 요리에 두루 곁들일 수 있다. 이름 덕분에 좋은 날 마시면 그 의미가 배가될 것이다.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edre), 생소(Cinsault) 등을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양조해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한다. 지공다스 라 까브는 1956년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지공다스(Gigondas)뿐만 아니라 바케이라스(Vacqueyras), 봄므 드 브니즈(Beaume de Venise), 꼬뜨 뒤 론(Cotes du Rhone) 등에 총 313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콜도르치아, 올마이아 산탄티모 까베르네 Col d'Orcia, Olmaia Sant'antimo Cabernet
상쾌한 허브, 침엽수, 톡 쏘는 후추,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검붉은 과일 풍미와 말린 무화과, 시나몬, 바닐라, 동물성 힌트, 토스티 오크, 모카 피니시까지 복합적인 풍미가 이어진다. 촘촘하고 부드러운 타닌과 신선한 산미가 좋은 균형을 이루는 풀바디 드라이 와인. 몬탈치노(Montalcino) 지역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양조해 프렌치 & 아메리칸 오크에서 18개월 숙성한다. 콜도르치아는 1800년대 설립한 몬탈치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100헥타르가 넘는 유기농 인증 포도밭을 기반으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등 맛과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
토르나토레, 에트나 로쏘 Tornatore, Etna Rosso
완숙한 딸기와 빨간 장식 체리, 붉은 베리 같은 풍미가 은근한 토스티 뉘앙스와 함께 편안하게 드러난다. 신선한 신맛에 바디는 가볍지만 풍미의 밀도가 높아 누구나 맛있게 마실 만한 와인이다. 에트나 북쪽 슬로프에서 재배한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95%와 네렐로 카푸치오(Nerello Cappuccio) 5%를 손 수확해 줄기를 제거하고 가볍게 파쇄해 콘크리트 탱크에서 10~12일 발효 및 침용한다. 커다란 오크 배럴에서 6개월, 병입 후 3개월 숙성한다. 1865년에 설립한 토르나토레는 에트나 최대 규모인 70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최상급 포도밭과 현대적인 양조 시설을 겸비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비에티 모스카토 다스티 Vietti, Moscato d'Asti
조밀한 버블을 타고 고혹적인 흰 꽃 향기, 완숙한 살구, 서양배, 백도 같은 달콤한 풍미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크리미한 질감을 타고 드러나는 우아한 단맛과 어우러지는 싱그러운 신맛이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일반적인 모스카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상급 모스카토 다스티. 이 마을은 정상급 모스카토 생산자들이 모여 있는 카스틸리오네 티넬라(Castiglione Tinella) 마을 주변 고도가 높은 지역에 식재된 평균 40년 수령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질 좋은 포도를 사용한다. 비에티는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다. 피에몬테 최초로 싱글 빈야드 개념을 도입한 선구적 와이너리로 아름다운 레이블과 높은 품질로 잘 알려져 있다.
샤또 데레즐라, 토카이 아수 6 푸토뇨스 Chateau Dereszla, Tokaji Aszu 6 Puttonyos
진한 앰버 골드 컬러. 꽃다발 같은 화사한 꽃향기와 완숙 황도, 벌꿀, 열대과일 등 밀도 높은 과일 풍미. 입에 넣으면 꿀 같이 달콤함이 드러나지만 신선한 신맛 덕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레몬 껍질, 화이트 스파이스, 화이트 트러플 힌트 등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복합미를 선사한다. 짭조름하고 짙은 풍미의 치즈, 각종 디저트 등과 두루 잘 어울린다. 귀부화된 푸르민트(Furmint) 70%, 할스레벨루(Harslevelu) 20%, 제타(Zeta) 10%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해 3년 동안 배럴 숙성한다. 샤또 데레즐라는 600년 역사의 셀러를 갖춘 토카이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다.
다우,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 DOW, Late Bottled Vintage Port
짙은 루비 컬러. 향긋한 바이올렛 아로마와 자두, 검붉은 베리 풍미, 다양한 향신료의 복합적인 풍미가 힘 있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진한 과일맛과 스파이스, 견과 뉘앙스가 풍부하게 퍼지며, 다우 특유의 드라이한 피니시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현대적인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의 교과서와 같은 와인이다. 각종 치즈, 달콤한 과일 및 푸딩, 파이, 케이크 등 취향에 맞는 디저트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물론 와인만 가볍게 즐겨도 좋다. 다우는 1798년 설립 이래 2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전 세계 프리미엄 포트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밍톤 패밀리(The Symington Family)의 주요 포트 하우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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