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21 도슨트] 논알코올 와인


와인은 포도로 만드는 알코올 음료다. 정확히는 포도를 압착한 포도즙, 그러니까 포도주스로 와인을 만든다. 그럼 알코올이 없는 와인은 그냥 포도주스가 아닌가? 그런데 논알코올 와인이라니, 뭔가 이상하다. 그냥 포도주스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논알코올 와인과 포도주스의 차이는 보통 발효에서 온다. 포도주스를 발효하면 단순히 과일으로 인한 향기를 넘어 복합적인 아로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논알코올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 후 알코올을 제거하는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일반 와인보다 생산 방법이 더욱 까다롭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알코올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혼용해 사용하는 '논알코올(비알코올)'과 '무알코올(알코올 프리)'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 이상의 알코올을 함유하면 법적으로 주류에 해당된다. 그래서 1% 미만의 알코올을 함유한 음료를 논알코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알코올은? 알코올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있더라도 0.01% 미만이며, 무알코올은 레이블에 0.00%라고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논알코올과 무알코올을 엄격히 구분하는 경우가 적으니 이번 기사에서는 논알코올 와인으로 통칭하도록 하겠다.


논알코올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진공 증류 방식이다. 와인을 증류하면 알코올이 먼저 증발하는 것을 이용한다. 하지만 고온에서 와인을 끓이면 풍미가 변하는 게 문제다. 그래서 끓는점을 떨어뜨리기 위해 압력을 최대한 낮춰 증류한다. 보통 25~30°C에서 와인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알코올을 제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역삼투압 방식이다. 높은 압력으로 와인을 멤브레인 필터에 통과시키면 풍미 화합물과 페놀 성분 등은 농축되고 알코올과 물만 분리된다. 이를 증류해 알코올을 분리하고, 농축된 풍미 화합물과 페놀 성분을 재결합한다. 풍미 성분의 손실이 적은 방식이지만, 일부 생산지역에서는 와인에 물을 첨가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이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마지막은 스피닝 콘(Spinning Cone) 방식이다. 와인을 뒤집힌 원뿔 기둥 모양의 틀에 넣고 빠르게 돌리면 원심력 때문에 와인이 얇은 막처럼 넓게 펴진다. 이를 통해 스팀과 와인의 접촉 면적을 넓히고 낮은 온도에서 증발 및 응축을 반복하며 와인의 구성 요소들을 분리한다. 이후 알코올만 제거하고 다른 풍미 요소들을 다시 블렌딩해 논알코올 와인을 만든다. 비교적 고품질의 논알코올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는 논알코올 와인이 일반 와인의 풍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알코올은 단지 취하게 만드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와인의 향기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고 입에서의 질감과 구조감, 여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알코올을 제거한 논알코올 와인의 품질이 일반 와인보다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논알코올 와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논알코올 와인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이 많다. 최소한 술을 마시기 어려운 상황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논알코올 와인을 마시며 간에 휴식을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파티나 대규모 모임의 와인 리스트에 논알코올 와인을 섞어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어떤 식으로든 논알코올 와인의 쓰임새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니, 아래 소개하는 와인들부터 먼저 경험해 보자. 


데 스테파니, 나뚜르 제로 스파클링  De Stefani, Natur Zero Sparkling 

옅은 골드 컬러. 섬세하고 지속적인 버블을 타고 상큼한 청사과와 달콤한 열대과일 아로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가벼운 바디에 크리미한 질감이 신선한 첫인상을 선사하며 순수한 과일 맛이 친근하고 편안한 여운을 남긴다. 데 스테파니의 간판 와인 중 하나인 일반 프로세코와 동일한 글레라(Glera) 품종 100%로 만들었다. 차이는 알코올의 유무뿐이다. 베네토 지역을 기반으로 1866년 설립한 데스테파니는 4대째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 기술을 받아들여 최상의 와인을 생산한다. 화학비료, 이산화황,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 효모만을 사용해 발효하는 등 친환경 와인을 추구한다.

*판매처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강남점/평촌점/인천점/일산점/분당점/동탄점/노원점, 현대백화점 목동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러 


피에르 샤뱅, 조이아 오가닉 샤르도네  Pierre Chavin, Joyea Organic Chardonnay

밝은 골드 컬러와 섬세한 버블만 보면 그냥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 같다. 잔에 따르면 올라오는 흰 꽃, 잘 익은 복숭아, 신선한 포도와 고소한 볶은 아몬드 향기 또한 그렇다. 입에 넣으면 코에서와 유사한 풍미에 모과, 헤이즐넛 힌트가 더해진다. 적당한 산미에 미감은 가볍지만 구조감은 제법 탄탄해 짜임새가 느껴지는 논알코올 스파클링 와인이다. 샤르도네 100%를 천연 효모로 양조했으며 보존료나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은 유기농 와인이다. 100ml 당 14kcal로 칼로리도 낮다. 식전주나 샐러드, 해산물, 오일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린다. 피에르 샤뱅은 2010년부터 저알코올 & 무알코올 트렌드의 혁신적 리더로 국제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신흥 와이너리다. 현재 약 65개 국으로 수출하며 논알코올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판매처: 전국 에노테카 직영샵


봉 보야쥬 스파클링 피노 누아  Bon Voyage Sparkling Pinot Noir

매력적인 핑크빛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활기찬 버블을 타고 붉은 베리 풍미가 사랑스럽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신선한 산미에 완숙 과일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지며, 균형 잡힌 미감이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얼음을 몇 개 넣어 차갑게 즐기는 것도 괜찮다. 가벼운 스낵이나 애피타이저 등과 잘 어울린다. 피노 누아 품종의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내부가 진공 상태인 특수 설비를 이용해 정교하게 알코올을 제거했다. 봉 보야쥬 브랜드는 알코올 제거 후 인위적인 향을 첨가하지 않고 와인 그 자체의 풍미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다. 논알코올용 와인도 일반 와인과 동일하게 양조하여 좋은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판매처: 아트인더글라스 갤러리


안드레아스 오스터 와이너리, 소울 드롭 논알코올 소비뇽 블랑  Andreas Oster Winery, Soul Drop Alkoholfrei Sauvignon Blanc

신선하고 상큼한 시트러스의 아로마와 이국적인 과일 뉘앙스가 느껴진다. 잘 익은 과일, 신선한 맛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버블이 조화로운 와인이다.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비뇽 블랑 100%로 양조해 스피닝콘 방식으로 알코올을 제거했다. 와인의 풍미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향만 맡으면 무알코올 와인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각종 샐러드나 캘리포니아 롤, 김밥, 각종 분식, 해물전 등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안드레아스 오스터 와이너리는 1921년 안드레아스 오스터가 모젤에 설립해 4대를 이어 오고 있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생산량이 많으며 인지도 또한 높다. 

*판매처: 세이모마트, 와인이야기, 컴인와인, 와인브라더스, 내추럴와인 플레이스, 칠링아웃샵 김해율하점, 칠링아웃샵 대구점, 데이즈보틀
*와인바/레스토랑: 메종한남, 친친악어, 요리하는남자, 포도젝트, 한낮의 밤


트레드 소프틀리, 논알코올 프로세코  Tread Softly, Everything Except Prosecco

연한 레몬색에 버블은 지속적으로 힘차게 피어오른다. 톡 쏘는 시트러스 아로마가 신선하게 드러나며 입에서는 깔끔한 산미가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알코올 버전 프로세코가 부럽지 않은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식전주로 마시거나 핑거푸드, 샐러드 등 가벼운 음식과 함께 마시기 좋다. 남호주에서 질 좋은 포도만을 엄선해 생산한다. 호주 빅토리아에 위치한 와이너리 트레드 소프틀리는 '살금살금 걷는다'는 의미로, 생산하는 와인은 대부분 12% 이하 낮은 도수다. 'EVERYTHING EXCEPT'는 트레드 소프틀리가 만드는 무알코올 와인 카테고리로 2023년 한국에 출시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판매처: 라빈리커스토어, 새마을구판장, 동부마트, 포도내음 와인아울렛, 뱅뱅주류샵, 와인그로브, 엘에스스토어, 포도 전포점, 데일리바틀, 와인버틀러

*와인바/레스토랑: 윕 성수, 브와르, 미치코서울, 미유키, 미들바틀, 이응티읕, 을지로 콸콸, 라파쏘나, 보틀드, 라구라구


트레드 소프틀리, 논알코올 피노 그리지오  Tread Softly, Everything Except Pinot Grigio

연한 볏짚색. 향긋한 꽃향기에 이어 서양배, 사과, 레몬 필 등 싱그러운 아로마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시트러스 산미와 물 많은 배처럼 시원한 맛이 조화롭다. 피자, 파스타 등은 물론 생선 구이, 돼지고기 요리, 각종 치즈 등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기 좋다. 피노 그리지오 100%로 양조했으며, 알코올의 부재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구조감과 밸런스가 훌륭하다.  

*판매처: 라빈리커스토어, 새마을구판장, 동부마트, 포도내음 와인아울렛, 뱅뱅주류샵, 와인그로브, 엘에스스토어, 포도 전포점, 데일리바틀, 와인버틀러

*와인바/레스토랑: 윕 성수, 브와르, 미치코서울, 미유키, 미들바틀, 이응티읕, 을지로 콸콸, 라파쏘나, 보틀드, 라구라구


트레드 소프틀리, 논알코올 쉬라즈  Tread Softly, Everything Except Shiraz

밝은 루비 컬러. 블랙 체리, 블랙 베리 등 은은한 과일향과 후추 등 쉬라즈의 전형적인 향신료 뉘앙스가 조화를 이룬다. 입에서는 산뜻한 바디에 부드러운 타닌이 편안한 미감을 선사한다. 다양한 치즈나 육류 요리와 곁들이기 좋다. 양질의 포도로 양조하고 역삼투압 방식으로 알코올을 제거해 쉬라즈의 특징을 잘 살렸다. 2025년 한국에 첫 출시하는 신상 와인이다.

*판매처: 수입사 모노드림 문의(02-4567-616)


코펜하겐 스파클링 티 컴퍼니, 블로  Copenhagen Sparkling Tea Company, BLA

재스민, 베르가못, 향긋한 플로럴 아로마, 핵과와 베리 풍미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부드러운 버블과 우아한 질감, 그리고 입안에서의 구조감. 무알코올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풍미 또한 복합적이다. 포도과즙을 베이스로 다양한 차를 블렌딩하고 레몬주스를 더해 산미를 살렸다. 포도즙을 발효한 것이 아니라 포도즙에 차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정확히 구분하자면 무알코올 와인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와인을 대체할 만한 스타일과 품격을 갖추었다. 코펜하겐 스파클링 티를 개발한 야콥 코셈바(Jacob Kocemba)는 코펜하겐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유명 소믈리에다. 디저트와 어울리는 음료를 고민하다가 차의 다양한 아로마를 깨달아 수백 번의 노력 끝에 와인 및 다양한 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 '스파클링 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발했다.

*와인바/레스토랑: 파르나스호텔, 포시즌스호텔, 조선팰리스호텔, 롯데호텔



깐티네 스가르지 루이지, 피콜라 미아 화이트 스파클링  Cantine Sgarzi Luigi, Piccola Mia White Sparkling
반짝이는 골드 컬러에 섬세하고 지속적인 버블을 타고 이국적인 과일 향이 풍부하게 드러난다. 적당한 단맛과 기분 좋은 신맛 덕분에 식전주부터 디저트까지 식사의 전 과정에서 즐길 수 있다.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스피닝 콘  방식으로 알코올을 제거한다. 이후 신선한 포도즙, 물과 천연향을 혼합하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스파클링 와인을 완성한다. 깐티네 스가르지 루이지는 1933년 루이지 스가르지가 이탈리아 볼로냐의 외곽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현재 4대째 가족경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농법,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논알코올 와인뿐만 아니라 일반 와인들도 활발히 생산하고 있다. 

*판매처:  3월 이마트 론칭


깐티네 스가르지 루이지, 피콜라 미아 화이트  Cantine Sgarzi Luigi, Piccola Mia White

연한 밀짚색. 은은하고 신선한 과일향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신맛과 약간의 단맛, 순수한 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편안한 맛을 선사한다. 논알코올 와인이지만 풍미의 밸런스가 좋아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는 상황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스피닝 콘  방식으로 알코올을 제거한다. 이후 신선한 포도즙, 물과 천연향을 혼합해 완성한다. 피콜라 미아는 '나의 귀여운 여인'이라는 뜻이다. 취할 걱정 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연인과 함께 부담 없이 즐겨도 좋을 것이다. 

*판매처: 3월 이마트 론칭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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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3.04 09:00수정 2025.05.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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