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8일, 서울 강남구 나라셀라 도운 스페이스에서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대표 와이너리 비에티(Vietti)의 프레스 런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비에티의 수출 총괄 이사 우르스 베터(Urs Vetter)가 방한해 직접 브랜드 철학과 주요 와인에 관해 설명하며 자리를 빛냈다.
시음 와인은 총 9종. '트리오 빈티지(2019, 2020, 2021)'로 불리는 피에몬테의 연속된 훌륭한 빈티지를 중심으로, 바롤로는 모두 2020년산으로 구성됐다. '화이트 바롤로'라 불리는 티모라쏘 2021, 바르베라 다스티 2019, 에스테이트 바롤로에 이어 6개의 단일 크뤼 바롤로를 2종씩 짝을 이뤄 비교 시음했다.
[비에티 와이너리, 제공: 나라셀라]
최초를 쌓아 올린 이름, 비에티
비에티(Vietti)는 19세기 후반, 랑게 중심 마을인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tiglione Falletto)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1960~1970년대, 알프레도 쿠라도(Alfredo Currado)가 가업을 이으며 비에티는 전환점을 맞는다. 1961년, 그는 바롤로 최초로 단일 포도밭 이름을 라벨에 표기한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Rocche di Castiglione)'를 출시하며 단일 포도밭(Single Vineyard) 개념을 도입했다. 1967년에는 사라져가던 토착 청포도 품종인 아르네이스(Arneis)를 복원하고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후 1970년대 초부터 예술가와 협업해 와인 라벨에 현대 미술을 접목하는 등 획기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이쯤 되면 세 차례의 '최초'를 실현한 그를 미스터 퍼스트(Mr. First)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이후 그의 아들 루카 쿠라도와 며느리 엘레나가 '혁신과 전통'이라는 철학 아래 가업을 이어가며, 현대적 감각과 실험 정신을 결합해 품질을 더욱 끌어올렸다. 2016년 미국의 크라우제 가문(Krause Family)이 인수 후 라자리토(Lazzarito), 로케(Rocche), 브루나테(Brunate) 등 주요 바롤로 크뤼를 추가 확보하고, 데르토나(Derthona) 지역에서 토착 품종 티모라쏘(Timorasso)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지역 다양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카스틸리오네 팔레토의 풍경, 제공: 나라셀라]
거시적·미시적 안목으로 포도밭 확보 중인 비에티
비에티는 현재 85헥타르의 포도밭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알바 지역에 있다. 이는 바롤로 내에서 단일 생산자 기준 최대 면적이다. 여기에 장기 임대한 포도밭도 함께 운영하는데, 재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 고품질 포도를 얻는다. 비에티는 바롤로 지역 11개 코뮌 중 9개 코뮌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47개 구획에서 포도를 수확한다.
이처럼 거시적·미시적 수준에서 포도밭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비에티는 바롤로 테루아 해석의 거장이라 불릴 만하다. 실제로 바롤로의 전통적인 블렌딩 철학을 존중하면서도, 각 크뤼의 정체성과 뉘앙스를 존중한 단일 포도밭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접근은 균형과 깊이를 모두 갖췄다.
비에티는 일반적인 지속 가능 농업보다 광범위한 '에쿠알리타스(Equalitas)' 인증을 획득했다. 이 인증은 3E로 표시하는데, 일반적으로 '3E'는 환경(Environment), 경제(Economy), 사회 형평성(Equity)을 일컫는 지속가능성의 기본 축을 뜻한다. 비에티는 온실가스 절감, 재생 에너지 사용, 폐기물 관리 등 환경, 노동자 권리, 지역 인턴십 운영 등 사회적 책임, 장기적 농업과 사업 모델 관점의 경제적 지속성을 모두 고려해 활동한다.
네비올로는 빌레로(Villero)를 제외하곤 람피아(Lampia) 클론을 재배 중이다. 포도나무는 기요(Guyot) 방식으로 기른다. 피에몬테도 기후 변화로 포도 재배에 많은 변화가 생겨 캐노피 관리가 예전보다 복잡해졌다. 한 예로, 비에티가 8~9월에 하던 송이를 가리는 잎 제거 작업을 중단한 지 오래됐고, 대부분 구획에서 생산량을 그루당 10~15송이에서 6~7송이로 줄였다. 그린 하베스트도 8월 초중반, 9월, 빈티지에 따라 9월에 한 번 더 선별해 작업을 세 번까지 늘렸다. 더운 해엔 과농축이 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게 솎아내 이상적인 포도만 비에티 와인이 된다.
네비올로의 다양한 얼굴, 9종 시음 노트
비에티 티모라쏘 데르토나 콜리 토르토네시 Vietti Timorasso Derthona Colli Tortonesi 2021
'화이트 바롤로'로 불리는 이 와인은 맑고 중간 볏짚 금색에 점성이 느껴진다. 향을 맡으면, 사과, 시트러스 껍질, 흰 과실이 중심을 잡고, 여기에 말린 허브, 젖은 돌, 약간의 농익은 자두 뉘앙스가 풍성함을 더한다. 구운 황도, 패트롤, 밀랍, 벌꿀과 같은 향이 잔을 흔들 때마다 변화하며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풀바디, 강한 산도, 그리고 페놀릭 구조가 조화롭다. 바삭하면서도 까끌까끌하고, 소금기도 약간 느껴지며 중상 정도 긴 여운을 보인다.
티모라쏘가 생산된 콜리 토르토네시(Colli Tortonesi)는 3천만 년 전 바다였던 곳으로 이회토 기반에 모래와 산화철이 섞인 토양이다. 로마 시대부터 소금과 생선 무역의 중심이었으며, 중세 이후 고대 품종이 재배되었던 오랜 전통이 있다.
세심한 양조가 핵심인 이 와인은 9월 셋째 주 줄기 제거 후 95%는 겉은 점토, 안은 세라믹인 계란형 발효조에서 냉침용으로, 나머지 5%는 나무 발효조에서 10일 동안 껍질 침용을 거쳐 페놀릭 추출을 높였다. 이후 효모와 함께 10개월 숙성했고, 젖산 발효 없이 병입해 구조와 질감이 좋은 와인이 됐다.
숙성 잠재력은 12~15년, 길게는 2035년 이후까지도 충분히 진화 가능하다. 현재와 미래, 직선적인 샤블리 같은 미감과 바디, 구조가 공존하는 다층적인 와인이다.
비에티 바르베라 다스티 '라 크레나' Vietti Barbera d'Asti 'La Crena' 2019
중상 강도 루비색을 띠며 가넷 림을 보인다. 향을 맡으면, 검붉은 과실, 자두와 블랙베리의 농축된 향에 이어 말린 허브와 가죽, 복합적인 향신료, 흑연, 주니퍼 열매, 미묘한 발사믹 향을 느낄 수 있다. 강도와 깊이가 대단한 와인이다. 맛을 보면, 드라이하며, 중상 수준 산미가 와인의 골격을 잘 잡고 있다. 고밀도이면서 섬세한 타닌이 입안을 단단히 감싸며, 검붉은 과실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입맛을 돋운다. 검은 열매, 향신료, 흙내음이 오래 남으며 긴 여운이 멋스러운 와인이다.
포도는 니짜 DOCG의 아글리아노 테르메(Agliano Terme) 지역 단일 포도밭 라 크레나(La Crena, 1932년 식재, 남서향, 이회토, 점토, 석회암, 자갈 토양)에서 재배됐다. 새 오크를 2% 미만으로 제한해 환원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바르베라의 표현력에 균형을 맞췄다.
바르베라 생산지 중 니짜에서 왔으나 아직 인지도가 낮은 니짜 대신 바르베라 다스티로 표시한다. 현재 니짜의 바르베라는 고품질로 완성된 경우 바롤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받는데, 이 와인이 좋은 예다.
비에티, 바롤로 '카스틸리오네' Vietti Barolo Castiglione 2020
비에티의 대표 에스테이트 바롤로. 중하 강도 석류색을 띠며 살짝 가넷 림이 보인다. 코에서는 잘 익은 체리와 블랙베리, 장미, 라벤더, 포푸리, 민트, 딸기, 크랜베리, 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선 드라이하며, 높은 산도와 높은 타닌이 중심축을 이룬다. 입에서는 코에서 느낀 과실 특성이 유지되면서도 먼지 같은 흙내음과 클로브 등 스파이시한 향, 스모크, 타르 풍미가 더해진다. 스파이시한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와인이다.
수확 후 줄기 제거하고 70%는 으깨고, 나머지 30%는 포도알을 으깨지 않고 발효조에 넣어 의도한 듯 의도하지 않은 미세 탄산 침용을 한다. 2~3일 동안 냉침용 하고, 알코올 발효가 95% 정도 진행되었을 때, 3분의 1 정도만 남긴 채로 와인을 빼내고 온도를 낮춰 우려내기(인퓨전, Infusion) 작업을 해준다. 이를 통해 쓴맛이 없는 타닌을 얻고, 타닌의 융합으로 부드러운 질감을 얻는다.
비에티는 단일 포도밭별, 심지어 포도밭도 3~4개로 나눠 발효하며 이후 2~3달에 한 번씩 블라인드 시음으로 수많은 반복 작업을 거쳐 그해의 대표 바롤로 블렌딩을 완성한다. 피에몬테에선 최근 단일 포도밭 와인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지만, 비에티는 원래 바롤로의 정신인 블렌딩의 미학을 여전히 중시하며 무게를 두고 있다.
단일 크뤼 비교, 테루아별 선율을 듣다
브루나테 vs 체레퀴오
두 크뤼 모두 서부 라모라(La Morra) 지역에 있고 서로 가깝지만 브루나테(Brunate)는 남향, 마그네슘 함량이 약간 높은 체레퀴오(Cerequio)는 남동향이다.
비에티, 바롤로 크뤼 '브루나테' Vietti Barolo Cru 'Brunate' 2020
중하 강도 석류색으로 가장자리가 살짝 가넷 색을 띤다. 향에서 크랜베리, 타트체리, 라즈베리가 선명하고, 스윗 스파이스, 살짝 말린 허브 향이 더해지며 미묘한 감초 향이 와인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든다. 맛을 보면, 드라이하며, 높은 산미와 중상 정도의 알코올, 까끌까끌하며 조이는 고밀도 타닌이 중심을 이룬다. 레드체리, 크랜베리, 스파이스, 미네랄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말린 허브, 향(인센스) 내음이 나는 중상 수준 여운을 지녔다.
여러 평론가가 생기 있는 체리, 덜 익은 라즈베리, 말린 허브 향을 언급하며, 이 와인을 샹볼 뮤지니에 비유한다.
비에티, 바롤로 크뤼 '체레퀴오' Vietti Barolo Cru 'Cerequio' 2020
중상 루비색을 띠며 아주 맑은 느낌을 준다. 코에서는 다크 체리를 포함한 검붉은 과실, 장미, 스파이스, 가리그(Garrigue), 허브와 클로브 같은 향이 느껴진다. 브루나테와 달리 타닌이 훨씬 뻣뻣하고 조이는 느낌이며 직선적인 높은 산도, 중상 바디, 주로 과실과 올스파이스 중심의 긴 여운을 지녔다.
체레퀴오는 미세한 향의 복합성과 구조적 강건함이 공존하는 와인으로 뉘-생-조르쥬처럼 직선적이고 약간 무뚝뚝하지만, 강단 있는 스타일과 유사성을 보여준다.
브루나테는 꽃과 스파이스 중심의 우아함과 긴장감, 체레퀴오는 더욱 구조적이고 직선적인 느낌이다.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 vs 라자리토
동부 카스틸리오네 팔레토 지역을 대표하는 크뤼. 로케(Rocche)는 절벽 지형, 라자리토(Lazzarito)는 철분이 많은 점토 기반 고지대에 위치한다.
비에티, 바롤로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 Vietti Barolo Cru 'Rocche di Castiglione' 2020
맑은 중상 루비색. 향을 맡으면 블랙베리, 블랙체리 등 검붉은 과실이 중심이 되고, 이어서 감초, 가죽, 포푸리, 말린 라벤터 향이 펼쳐진다. 시간이 흐른 뒤에 장미, 허브 향이 올라온다. 맛은 드라이하면서 매우 높은 산도와 알코올, 촘촘한 타닌이 구조를 잡고 있다. 단단하며 입자감이 대단한 타닌이 꽉 조이는 느낌을 주지만, 과실과 스파이스 풍미가 풍성하게 뒤를 이어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 훌륭하다. 붉은 과실과 스파이스 조합의 훌륭한 여운이 아주 오래 즐거움을 준다.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는 카스틸리오네 팔레토 중심부의 절벽 지형에 위치한다. 남동향으로 해가 비추며 이회토와 모래 약 35%, 오후에 내려앉는 서늘한 공기로 일교차가 매우 크다. 이 조건으로 피네스와 섬세함이 살아 있으면서도 풍성함과 힘이 공존한다.
비에티, 바롤로 크뤼 '라자리토' Vietti Barolo Cru 'Lazzarito' 2020
중상 루비색. 향을 맡으면 블랙베리, 블랙체리, 포푸리가 먼저 다가온다. 클로브 등 다양한 스파이스 향도 느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농축되고 힘차다는 느낌을 준다. 맛을 보면, 드라이하며, 중상 산도에 부드러우면서 잘 익은 타닌이 겉돌지 않고 매끄럽게 입안을 감싼다. 붉은 과실, 스파이스, 포푸리 풍미가 우아하며 꽤 강하다.
이 포도밭은 세라룽가 달바(Serralunga d'Alba) 마을 내 남서향 해발 고지대로 1600년대부터 언급된 오래된 테루아이며, 라자리토는 고전 문헌상 '병원(Hospitalis)'이라는 의미가 있다. 점토와 철이 풍부한 토양이라 와인이 묵직한 체리와 스파이스의 풍미, 구조적 밀도를 준다.
라베라 vs 몬빌리에로
남북 끝단에 위치한 두 크뤼. 라베라(Ravera)는 남향이지만 가장 고도가 높고 시원하며, 몬빌리에로(Monvigliero)는 북부 베르두노에 위치하나 남향이 있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비에티, 바롤로 크뤼 '라베라' Vietti Barolo Cru 'Ravera' 2020
중상 루비색이 맑게 반짝인다. 향은 감초, 잘 익은 체리, 장미, 다양한 허브, 오렌지 껍질 향이 조화를 이룬다. 섬세하면서 강렬한 향은 전체적으로 달달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아직 어려서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을 지녔다. 입안은 드라이하며, 높은 산도와 비단 같은 타닌, 감칠맛, 질감이 초키(Chalky)하며 중상 정도 긴 여운을 지닌다. 하늘거리는 맛이 예술이며 우아하다.
라베라는 바롤로 단일 크뤼 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 450m에 있으며, 남향이고 프랑스 알프스 영향을 받는다. 20~30년 전보다 현재가 이상적인 기후 여건으로 비에티의 선구안이 빛나는 또 다른 증거다. 주로 석회질로 구성된 토양에서 긴장감 있는 산미와 질감을 지닌 와인이 생산된다.
비에티, 바롤로 크뤼 '몬빌리에로' Vietti Barolo Cru 'Monvigliero' 2020
중간 루비 색. 검붉은 과실, 히비스커스, 포푸리, 바이올렛, 장미, 라즈베리, 오렌지 껍질, 후추 등 복합적인 향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맛은 드라이하고, 중상 산도와 타닌, 긴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이 와인은 60% 정도 줄기를 넣어 타닌을 보강했다. 구획은 바롤로 북부 베르두노(Verduno) 끝자락, 해발고도 약 240m인 남향 가파른 테라스에 있다. 토양은 이회토와 석회 기반이며, 이로써 와인에 정제된 미네랄 표현과 섬세한 구조가 잡힌다.
두 와인은 테루아와 양조 방식이 뚜렷하게 다르다. 라베라는 고도와 서늘한 기후에서 오는 고요한 우아함, 몬빌리에로는 섬세한 구조와 균형이 특징이다.
비에티 와인과 한식, 의외로 잘 어울리는 궁합
비에티 와인은 전통 한식과도 인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티모라쏘는 인삼 기장죽과 특히 잘 어울렸는데, 페놀 숙성에서 오는 약간의 쌉싸름한 흙내음이 인삼의 뉘앙스와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기장의 고소함과 특유의 곡물 풍미와도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바르베라 다스티 라 크레나는 도토리묵, 고기를 넣은 연근전과 궁합이 뛰어났다. 바르베라 특유의 검은 후추와 잘 익은 검붉은 과일 풍미가 고기 양념의 감칠맛, 연근의 단맛과 고소함을 균형 있게 감싸며 한식의 디테일한 풍미를 돋보이게 했다.
감태에 싸서 먹은 새우전은 티모라쏘의 시트러스 껍질 풍미와 절묘한 조화를 보였으며, 약간의 숙성감이 있던 바르베라는 잡채나 등갈비찜 고명으로 나온 표고버섯과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은근한 단맛과 국물 맛이 돋보였던 등갈비찜은 의외로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중심이 되어, 순수하고 섬세한 구조를 지닌 바롤로, 특히 에스테이트 바롤로와 잘 어우러졌다.
등갈비찜 속 익은 무와 마늘은 섬세하면서도 구조감 있는 라베라와, 곁들여진 당근은 아름답고 정제된 향을 지닌 몬빌리에로와 인상적인 페어링을 선보였다.
[수확철 포도원 풍경, 제공: 나라셀라]
바롤로, 선율처럼 펼쳐지는 스펙트럼
비에티의 바롤로는 단일 품종 네비올로로 이뤄진 하나의 심포니였다. 그러나 각 크뤼는 서로 다른 악장처럼 독립적인 개성과 선명한 울림을 지녔다. 브루나테의 붉은 열매 향과 우아함, 체레퀴오의 직선적 긴장감, 라자리토의 힘과 무게,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의 피네스, 라베라의 하늘거리는 고요함, 그리고 몬빌리에로의 섬세한 균형. 각각의 바롤로는 마치 뛰어난 솔리스트처럼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피에몬테의 테루아를 노래한다.
이번 시음은 단일 크뤼의 매력을 비교함으로써 바롤로가 단순히 '하나의 와인'이 아닌 복합적인 '선택지'이며,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스펙트럼'이라는 걸 느끼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각 크뤼의 가능성과 미묘한 차이를 포착하는 비에티의 정밀한 감각이 있다. 그래서 비에티는 에스테이트 바롤로와 비교해 단일 크뤼가 우수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단일 크뤼들 사이에도 우열을 두지 않는다.
비에티는 바롤로를 블렌딩의 예술로, 그리고 단일 크뤼의 음악적 해석으로 이끌며 해마다 다른 모습의 피에몬테 와인을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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