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몬탈치노 싱글 빈야드의 정점, 발 디 수가


최근 나라셀라에서 새롭게 론칭한 '발 디 수가(Val di Suga)' 브랜드 세미나가 있었다. 발 디 수가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매력이 돋보이는 와인으로, 이탈리아 본사에서 와인메이커 출신의 브랜드 매니저 에또레 돈젤리(Ettore Donzelli)와 수출 총괄 이사 알렉스 엔드리찌(Alex Endrizzi)가 직접 방한해 브랜드 철학과 와인에 대해 설명했다.


몬탈치노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

발 디 수가는 1969년 몬탈치노 북동부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와이너리를 가로지르는 수가(Suga) 강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햇수로만 보자면 비교적 짧게 느껴지지만 과거 이 지역이 곡물 등을 주로 재배하던 목축지였고 본격적인 와인 생산이 1980년대 무렵 시작됐음을 생각하면 발 디 수가는 일찍이 이곳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포도밭으로 개간한 선구적인 와이너리이다.


[발 디 수가 와이너리, 제공: 나라셀라]


지난 50여 년간 몬탈치노의 다양한 테루아를 꾸준히 탐구하며 '크뤼(Cru)' 개념을 몬탈치노에 최초로 도입하고 정착시킨 발 디 수가는 몬탈치노에서도 유례없이 북동, 남동, 남서 방향에 각각 싱글 빈야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단일 테루아의 개성을 극대화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1975년 발 디 수가 브랜드로 첫 와인을 출시한 이후, 1983년에는 몬탈치노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인 비냐 델 라고(Vigna del Lago)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1988년 비냐 스푼탈리(Vigna Spuntali), 1999년 포지오 알 그란키오(Poggio al Granchio) 포도밭을 인수하면서 지역 내 최상급 빈야드 세 곳에서 독립된 와인을 생산하는 유일한 와이너리로 자리매김했다.


[제공: 나라셀라]


'몬탈치노 테루아의 정수를 담아낸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총 120헥타르의 부지 중 약 52헥타르 면적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위해 제초제 및 화학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포도밭 주변의 생태계 다양성을 위해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적인 양조 기법을 통해 신선한 과일과 허브의 풍미를 극대화하면서도 25~60헥토리터에 이르는 대형 오크통 숙성을 통해 와인의 고전적인 우아함을 유지한다.


오늘날 몬탈치노 지역에서 가장 철저한 '테루아 중심주의'를 실현하는 생산자로 손꼽히는 발 디 수가는 현재 이탈리아 유력 제약 기업인 앙겔리니 그룹(Angelini Group) 소속이다. 이 그룹은 이탈리아 전역의 여섯 개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과학적 양조 기술과 지속가능한 농법을 기반으로 한 고품질 생산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몬탈치노를 대표하는 세 개의 싱글 빈야드

발 디 수가의 위상은 무엇보다도 세 곳의 싱글 빈야드, 비냐 델 라고, 포지오 알 그란키오, 비냐 스푼탈리에서 기인한다. 이들은 각각 몬탈치노 북동부, 남동부, 남서부에 위치하며, 서로 다른 고도, 토양, 일조량,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발 디 수가는 이 세 곳의 포도밭에서 각각 독립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양조함으로써 단일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스타일과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발 디 수가의 싱글 빈야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3종]


포지오 알 그란키오는 몬탈치노 남동쪽, 몬테 아미아타(Monte Amiata) 산 기슭 해발 385~483m의 고지대에 위치한 포도밭이다. 발 디 수가는 1999년 이 포도밭을 매입한 뒤 장기간 토양 관리와 식재 조정을 거쳐 2009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으며, 이후 이 포도밭은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구조감 있는 브루넬로'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은 포도의 산미와 아로마를 응축시키는 데 유리하며, '갈레스트로(Galestro)'라 불리는 편암 토양은 잘게 부서지는 성질 덕분에 포도 뿌리가 깊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와인은 본질적인 미네랄리티와 더불어 강한 골격감을 갖추고, 단단한 타닌과 함께 장기 숙성에 적합한 구조를 형성한다.


포지오 알 그란키오의 브루넬로는 긴 여운과 깊이 있는 풍미,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복합적인 아로마가 특징이다. 미네랄리티가 뚜렷하게 살아 있으며, 숙성을 거칠수록 더 우아한 결을 보여준다.


비냐 스푼탈리는 발 디 수가가 보유한 세 개의 싱글 빈야드 중 가장 남서쪽에 위치한다. 지중해에서 불과 40km 거리에 있으며, 해발 280~315m의 비교적 낮은 고도에 자리잡고 있다. 몬탈치노 내에서도 가장 따뜻한 지역 중 하나로, 세 포도밭 중 가장 수확을 빨리 하는 곳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토양이다. 모래 토양은 배수성이 뛰어나 포도나무에 수분 스트레스를 가하며, 이는 산지오베제의 농축도와 깊이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바닷바람이 질병 발생을 억제하고, 올리브 나무, 로즈마리, 지중해성 관목들로 인해 허브 향 같은 지중해 식생의 향이 와인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스푼탈리에서 자란 산지오베제는 힘 있고 응축된 구조감이 특징으로, 발 디 수가의 가장 아이코닉한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기존의 두 포도밭과 달리 스푼탈리는 300리터의 프렌치 오크 배럴과 슬라보니아산 대형 오크통을 혼용해 숙성하고, 병입 전 콘크리트 탱크에서 추가 숙성을 거쳐 더욱 정제된 질감과 깊이를 완성한다. 다른 두 와인보다 더 길게 숙성하는데, 앞으로 나올 2020 빈티지부터는 스푼탈리를 '리제르바' 등급으로 격상시켜 출시할 예정이다.


비냐 델 라고는 발 디 수가의 싱글 빈야드 와인 철학이 시작된 곳으로, 1983년 몬탈치노 전역에서 처음으로 단일 포도밭으로만 생산된 와인을 선보이며 이정표를 세웠다. 이 빈야드는 와이너리 인근의 호수 주변에 위치하며 북동향의 서늘한 입지다. 고도는 해발 265~285m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인근 호수 덕분에 시원한 마이크로 클라이밋이 형성된다. 이 기후 조건은 산지오베제의 익는 속도를 늦춰 천천히 숙성되도록 만들며, 결과적으로 섬세하고 우아한 구조의 와인이 탄생한다.


토양은 진흙과 환원된 철분이 혼합된 점토 기반으로, 수분 보유력이 뛰어나 과실의 풍미가 보존되고 타닌은 부드러운 질감을 띠게 된다. 이곳은 세 포도밭 중 수확 시기가 가장 늦은 곳으로, 긴 숙성 기간 동안 포도가 자연스럽게 복합적인 향과 우아한 산도를 갖게 된다.


총 18헥타르 규모의 포도밭 중 약 5헥타르에서 엄선한 포도만을 사용해 싱글 빈야드 와인을 양조하며, 나머지 포도는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블렌딩에 활용된다.



몬탈치노 전역의 테루아를 느낄 수 있는 포트폴리오

발 디 수가의 포트폴리오는 크뤼 와인뿐만 아니라, 전체 테루아를 조화롭게 표현한 블렌디드 와인도 포함한다. 로쏘 디 몬탈치노는 상쾌하고 접근성 좋은 와인으로 가볍지만 지역적 특색은 뚜렷하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세 싱글 빈야드를 아우르는 블렌딩 와인으로, 발 디 수가의 밸런스와 장기 숙성 능력을 보여준다.


최근 리뉴얼한 와인 라벨에는 동서남북 방향을 나타내는 방위표에 각 포도밭의 위치를 그래픽으로 표시해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을 넘어 테루아에 대한 브랜드의 철학을 디자인 영역까지 확장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세미나는 발 디 수가가 보여주는 테루아의 다양성과 이를 섬세하게 와인으로 구현해낸 기술력, 그리고 철학적 일관성을 여실히 드러낸 자리였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팬이라면 발 디 수가를 통해 몬탈치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기 바란다.


발 디 수가 로쏘 디 몬탈치노 Val di Suga Rosso di Montalcino 2022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 후 50헥토리터의 대형 슬로베니안 오크통에서 6개월 동안 숙성하며 병입 후 최소 3개월간 숙성한다. 맑고 투명한 루비 컬러로 오렌지 껍질, 향신료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붉은 체리와 라즈베리, 레드 커런트 향이 주를 이루며, 타이트하면서도 신선한 산미가 입안에서 경쾌하게 퍼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렌지 노트와 꽃향이 돋보인다. 발 디 수가의 스타일을 가장 캐주얼하게 느낄 수 있는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지금 마시기에도 좋지만 5~9년 정도 추가 숙성해 즐겨도 좋다.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Val di Suga Brunello di Montalcino 2020

세 곳의 싱글 빈야드에서 선별한 포도를 블렌딩한 클래식한 스타일의 BDM이다. 중간 경사면에서 재배한 포도를 주로 사용했으며, 과실의 농도와 산미의 균형이 좋다. 50헥토리터의 대형 슬로베니안 오크통에서 24개월, 콘크리트 탱크에서 12개월, 병입 후 최소 9개월간 숙성한다. 밝게 빛나는 루비색으로 잘 익은 붉은 과일의 향에 오렌지 껍질, 발사믹 식초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블러드 오렌지 껍질, 바닐라, 코코넛 등 복합적인 아로마와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구조감을 지닌 타닌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 마시기에도 적합하지만 15~20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이 있다.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델 라고 Val di Suga Brunello di Montalcino Vigna del Lago 2020

4,000리터의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24개월 숙성 후 콘크리트 탱크 18개월, 병 숙성 6개월을 거쳤다. 밝은 루비 빛을 띠는 붉은색으로 체리, 비터 오렌지, 생강의 향과 재스민, 말린 장미, 민트, 감귤 껍질 같은 섬세한 아로마가 인상적이다. 입안에서는 청량한 산미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철분 함량이 높은 점토질 토양의 영향으로 우아하고 섬세한 질감의 타닌과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다. 흰 후추의 은은한 풍미와 감귤류의 쌉쌀함이 조화를 이룬다. 발 디 수가가 추구하는 클래식 브루넬로의 기준이 되는 스타일로, 전체적인 구조는 프렌치 스타일의 와인을 연상케 하며 미니멀한 음식과 매칭이 좋다. 15~25년 정도의 추가 숙성 잠재력이 있다.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포지오 알 그란키오 Val di Suga Brunello di Montalcino Poggio al Granchio 2020

60헥토리터의 대형 프렌치 오크에서 24개월, 콘크리트 탱크에서 6개월, 병입 후 최소 12개월간 숙성한다. 보랏빛을 띠는 진한 루비색으로 체리와 레드 커런트, 블랙베리의 아로마가 주를 이루며 철분과 같은 미네랄 및 부싯돌의 뉘앙스가 함께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스파이시한 허브, 검은 체리와 블랙베리의 농축미에 밀도 있고 단단한 구조감을 지닌 타닌이 견고하고 강건하게 조여오며, 동전 같은 금속성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싱글 빈야드 중 가장 파워풀한 캐릭터를 지닌 직관적인 스타일로, 강한 풍미의 고기 요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25~30년 정도 추가 숙성 잠재력이 있다. 


[2015 빈티지의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 Val di Suga Brunello di Montalcino Vigna Spuntali 2019

발 디 수가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아이코닉한 와인이다. 수령 30년 정도의 포도나무에서 손 수확한 포도를 고도의 선별 작업을 거쳐 사용한다. 300리터의 작은 프렌치 오크 배럴에 6개월 숙성 후 25헥토리터의 오스트리아 오크통에서 18개월, 콘크리트 탱크에서 3개월, 병입 후 최소 15개월간 숙성이 이뤄진다. 타임, 로즈마리 등의 지중해 허브, 정향, 감초와 같은 향신료 아로마에 이어 견과류, 초콜릿, 담배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플로럴 아로마가 풍부하고, 미세하게 오일리한 감칠맛과 함께 복합미가 인상적이다. 고운 타닌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블랙 체리와 드라이 허브, 감초, 가죽 향이 층층이 전개된다. 2019 빈티지는 몬탈치노 전역에서 극찬을 받은 빈티지 중 하나다.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 Val di Suga Brunello di Montalcino Vigna Spuntali 2015

2015년은 따뜻한 해로, 와인의 구조가 부드럽고 풍성하다. 가넷색을 띠며 삼나무, 가죽, 송로버섯, 말린 무화과 등 숙성된 향이 뚜렷하고 깊이 있게 펼쳐진다.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풀바디의 볼륨감을 선사하는 타닌이 잘 녹아들었으며, 균형잡인 산도와 조화를 이뤄 매우 긴 여운을 남긴다. 감칠맛이 뛰어나 간장 베이스의 육류와 좋은 페어링을 이룬다. 중후함과 관능적인 복합미가 부각되는 스타일이다. 비냐 스푼탈리는 앞으로 30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이 있다.

프로필이미지정선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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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6.27 11:35수정 2025.06.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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