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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와 만난 돈나푸가타, 환상과 예술이 깃든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탈리아에서 '국민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이 있다.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Giuseppe Tomasi di Lampedusa, 1896–1957)의 <레오파드(The Leopard, 한국어 출간 제목 '표범')>.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한 편을 내놓은 뒤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860년대 이탈리아 통일 시기를 다룬 시대극으로, 소설을 영화화한 <레오파드>는 1963년 제1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제작돼 지난 3월 총 6화의 작품이 공개됐다. <레오파드>에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등장한다. 작품 속 여름 별장의 이름인 '돈나푸가타(Donnafugata)', 우리가 아는 시칠리아 와이너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레오파드> 포스터, ⓒNetflix]


넷플릭스는 <레오파드>를 공개하며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에 협업을 제안했고 돈나푸가타의 플래그십 와인 밀레 에 우나 노떼(Mille e una Notte) 2021 빈티지를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했다. 시칠리아 출신 작가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쓴 시대극과 시칠리아 대표 와이너리의 만남은 자연스럽고도 특별하다. 마치 '밀레 에 우나 노떼'가 의미하는 '천일야화'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물을 통해 돈나푸가타와 예술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돈나푸가타는 1851년부터 와인 생산을 해온 랄로(Rallo) 가문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로, 현재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 모임인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의 일원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을 찾은 돈나푸가타의 가브리엘라 파바라(Gabriella Favara)는 와이너리의 이름이 “외할머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랄로 가문이 '돈나푸가타'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83년이다. '피난처의 여인'이란 의미가 있는 이 이름은 나폴리의 왕이었던 페르디난도 4세의 아내 마리아 카롤리나가 나폴레옹의 군대를 피해 시칠리아로 피난 와 현재 돈나푸가타 와이너리가 있는 콘테사 엔텔리나(Contessa Entellina)에 머물렀던 일화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소설과도 관계가 있다.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남편 자코모 랄로(Giacomo Rallo)와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기로 결심한 가브리엘라 랄로(Gabriella Rallo)는 와이너리에 가문의 이름이 아닌 특별한 이름을 붙이길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자신이 읽은 소설 <레오파드>에 등장하는 이름 '돈나푸가타'를 선택했다. 이후 와이너리의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아트 레이블 도입한 그는 시칠리아의 와인 산업에서 여성 리더십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한국을 찾은 돈나푸가타의 가브리엘라 파바라]


“가브리엘라 할머니는 우리에게 영감의 원천인 존재입니다. 문학을 전공하고 교사 생활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와이너리 일을 시작하셨죠. 할머니는 시칠리아가 와인 생산지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땅이지만, 와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예술을 와이너리의 중요한 가치로 삼고, 사람들이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름을 짓길 원했습니다.”


작품 속 돈나푸가타는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가 상상으로 구성한 허구의 공간이다. 그런데 이 별장이 등장하는 곳은 돈나푸가타 와이너리가 자리한 콘테사 엔텔리나와 지정학적 위치가 같다고 한다. 판타지와 현실이 겹쳐진, 흥미로운 우연이다.


외할머니와 이름이 같은 가브리엘라는 현재 와이너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밀라노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밟은 뒤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3년 전 가족 사업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어린 시절 시칠리아의 포도밭에서 뛰어놀았고, 수확기에는 와이너리를 가득 채운 포도 향기를 맡으며 자랐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가족 사업에 참여해 세계 무대에 우리 와인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습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라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고 다양한 와인이 생산됩니다. 우리는 현재 시칠리아 곳곳에서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에 돈나푸가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우리 와인뿐 아니라 시칠리아, 그리고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외할머니가 아직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겐 큰 행운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제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 다른 3대의 이야기를 공유하곤 합니다.”


현재 돈나푸가타는 서부의 콘테사 엔텔리나 외에도 지비보를 위주로 재배하는 화산섬 판텔레리아(Pantelleria), 동부의 에트나(Etna), 비토리아(Vittoria), 마르살라(Marsala) 등 시칠리아 전역에서 고유한 테루아를 반영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시칠리아의 독창성에 대해 지역별로 360도에 걸쳐 이야기할 수 있다”는 가브리엘라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돈나푸가타의 다양한 와인은 각각 풍성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1994년 가브리엘라 랄로의 제안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아티스트 스테파노 비탈레(Stefano Vitale)의 아트 레이블 작업은 와인에 환상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이는 예술과 함께하는 와이너리라는 돈나푸가타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돈나푸가타는 오래 전부터 시칠리아 문학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레오파드>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와인도 생산해 오고 있다. 네로 다볼라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탄크레디(Tancredi)는 귀족 출신 장교인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영화에서는 알랭 들롱(Alain Delon)이 탄크레디 역을 맡았고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배우 사울 난니(Saul Nanni)가 연기한다. 또한 여주인공 안젤리카 세다라의 성에서 이름을 따온 세다라(Sedara) 와인도 있다. 영화에서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laudia Cardinale)가 안젤리카 세다라 역을 연기했고,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의 딸로 유명한 데바 카셀(Deva Cassel)이 연기해 화제가 됐다.


 

이번에 넷플릭스와 협업한 밀레 에 우나 노떼의 레이블에는 시칠리아로 피난 온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궁전과 천일야화에서 영감을 받은 별이 그려져 있다. 1995년 첫 번째 빈티지를 선보인 이 와인의 레이블 역시 스테파노 비탈레의 작품이다. 그리고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한 2021년 빈티지에는 넷플릭스 로고가 표기된 협업 레이블이 더해졌다.  


“2021년 빈티지는 돈나푸가타가 중요한 가치로 삼아온 예술을 기념하는 빈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인해 <레오파드>가 다시 한번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로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협업 제안이 왔을 때 천일야화의 상상력을 품은 밀레 에 우나 노떼 와인을 이 작품에 헌정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고전 영화를 봤던 세대지만 저희 세대는 과거의 이야기로만 느낄 수 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 덕분에 젊은 세대의 관심도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와 협업해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한 밀레 에 우나 노떼 2021]


돈나푸가타의 중심지인 콘테사 엔텔리나에서 생산하는 밀레 에 우나 노떼의 탄생에는 수퍼 투스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와인의 거장 자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가 깊게 관여했다. 시칠리아 와인의 혁신에 많은 영향을 미친 그는 돈나푸가타에서 시험적으로 소량 생산한 네로 다볼라 와인을 시음하고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자코모 랄로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고 한다. 처음에는 100% 네로 다볼라로 만들다가 이후에는 쁘띠 베르도와 시라 등 시칠리아에서 재배한 국제 품종을 소량 블렌딩하고,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3~14개월 숙성한 뒤 병입해 24개월간 추가 숙성을 거쳐 출시한다. 검은 과일의 풍성한 아로마와 발사믹, 허브, 바닐라 향이 어우러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시칠리아 최고급 와인이라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


가브리엘라는 “15년에서 20년 정도 충분히 숙성해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진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2021년 빈티지는 숙성 잠재력은 물론이고 <레오파드> 시리즈와 협업해 소장 가치까지 더해졌으니, 긴 시간 기다릴 만한 이유도 충분하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천일야화의 스토리처럼, 환상과 예술이 깃든 돈나푸가타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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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6.28 15:00수정 2025.06.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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