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와인 페어링의 확장, 캐비어 알고 즐기기

세계적인 진미로 손꼽히는 캐비어. 적은 양으로도 테이블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색다른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고급 식재료다. 와인 중에서도 특히 샴페인과의 궁합이 뛰어나고, 더운 날씨에 입맛을 돋우는 페어링으로도 제격이다. 캐비어와 특별한 페어링을 경험해 보고 싶지만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면, 단순히 '비싼 음식' 정도로 자리잡은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정보만 알아둬도 훨씬 흥미로운 미식 경험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산 캐비어 '아스 이탈리카(Ars Italica)'를 포함한 유럽 식재료를 수입·유통하는 구르메 F&B는 캐비어의 종류와 특징, 어울리는 음식 등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를 제안한다.


[고세 그랑 로제 브뤼(Gosset, Grand Rose Brut)와 캐비어 페어링]


캐비어는 간단히 말해 철갑상어의 알을 염장한 식재료다. 전통적인 산지로는 러시아와 이란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특히 카스피해와 볼가강 유역은 철갑상어가 풍부하게 서식하던 지역으로,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러시아 귀족 문화 속에서 캐비어가 고급 식재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캐비어는 이탈리아에서도 오랜 미식의 역사를 자랑한다. '염장한 철갑상어의 알을 캐비어라고 부른다'라는 정의는 1471년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학자 바르톨로메오 사키(Bartolomeo Sacchi)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캐비어를 생산하는 국가로, 품질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롬바르디아(Lombardia)주는 주요 생산지로 꼽히며, 북부 이탈리아의 청정한 수질과 오랜 양식 노하우가 반영된 고품질 캐비어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1998년, 국제 멸종위기종 보호 협약(CITES)에 따라 야생 철갑상어가 보호 대상으로 지정됐고, 자연산 캐비어의 상업적 거래는 전면 금지됐다. 따라서 오늘날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든 캐비어는 양식이다. 또한 위조 및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모든 철갑상어 캐비어는 CITES 규정에 따른 라벨 부착과 고유 코드 등록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 코드에는 철갑상어의 종, 생산국, 포장 연도, 생산자의 고유 식별 번호 등이 포함된다. 


전 세계에는 총 27종의 철갑상어가 존재하며, 이 중 일부가 캐비어 생산용으로 사용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종은 벨루가(Beluga)로, 가격대도 가장 높다. 그 외에도 오세트라(Osetra), 세브루가(Sevruga) 등이 여러 종이 있다. 철갑상어가 캐비어를 생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종류에 따라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확된 알은 세척과 염장, 숙성 등 품질과 풍미를 보존하기 위한 세심한 가공 과정을 거친다. 귀족들이 즐겼던 음식이라는 역사적 상징성 외에도 느린 성장으로 인한 희소성과 공정 과정이 고급 식재료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그 섬세한 맛이다. 마치 와인처럼 철갑상어의 종류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며, 짭조름한 바다의 향, 고소한 견과류, 버터 같은 뉘앙스가 미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롬바르디아에 위치한 철갑상어 양식장, 제공: 구르메 F&B]


아스 이탈리카의 캐비어는 롬바르디아 지역의 자연보호 구역인 티치노 공원(Parco del Ticino)의 맑고 깨끗한 물에서 생산된다. 이곳은 유럽 최대 규모의 철갑상어 양식장 중 하나로, 자연광을 활용한 저밀도 순환 수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균 12년 이상 장기 사육된 철갑상어에서 알을 수확하며, 오랜 양식 노하우와 연구를 바탕으로 엄선한 순종 철갑상어에서 다양한 종류의 캐비어를 생산하고 있다. 


캐비어는 알의 크기, 색, 질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아스 이탈리카의 벨루가 로열(Beluga Royal)은 진줏빛을 머금은 짙은 갈색으로, 지름 3mm를 넘는 큰 크기에 질감은 매우 크리미하고, 호두, 헤이즐넛, 버터 등의 깊고 고소한 풍미를 선사한다. 다빈치 로열(Da Vinci Royal)은 검은색에 가까운 2.5mm 정도의 중간 크기 알로,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청량한 해조류, 요오드, 바다의 풍미가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오세트라 클래식(Oscietra Classic), 세브루가 임페리얼(Sevruga Imperial), 밝은 노란색인 24K 등 다양한 종류의 캐비어를 만날 수 있다.  


[아스 이탈리카 캐비어, 제공: 구르메 F&B]


캐비어는 샴페인과 가장 이상적인 페어링을 자랑한다. 섬세한 산도와 지속적인 버블은 캐비어의 짭조름함과 기름진 질감을 정돈해주며, 샴페인 특유의 브리오슈, 구운 견과류 아로마는 캐비어의 고소한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 블랑 드 블랑이나 빈티지 샴페인이 클래식한 페어링이라면, 구조감과 약간의 타닌이 느껴지는 로제 샴페인은 붉은 과실 풍미와 캐비어가 입안에서 더 풍부한 맛의 레이어를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페어링이다. 꼭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은 대체로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캐비어의 미묘한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힌 조화를 만들어낸다.


어떤 음식과 함께할지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감자, 삶은 달걀, 치즈, 빵, 카나페 등에 곁들여 즐기기 좋고 해산물을 활용한 카르파초나 초밥 위에 올리면 요리를 한층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다만 가열 조리는 피하고, 강한 소스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적은 양으로도 미식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캐비어는 소량씩 그 섬세한 풍미를 즐기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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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8.06 09:00수정 2025.08.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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