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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샤블리의 기준, 윌리엄 페브르

프랑스 부르고뉴 북부에 위치한 샤블리 지역에는 현재 약 370여 개의 와이너리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이곳을 대표하는 와인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름,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는 샤블리의 상징과도 같은 생산자다. 규모와 정통성, 품질, 세계적 명성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작년 초, 윌리엄 페브르는 도멘 바롱 드 로칠드(DBR 라피트) 패밀리에 합류해 화제가 됐다. 당시 DBR 라피트 측은 “지역에 깊게 뿌리내린 윌리엄 페브르의 정체성과 친환경 포도 재배, 정밀하면서도 개입을 최소화하는 접근 방식 등이 패밀리의 장기적 가치와 부합한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얼마 전 나라셀라에서 마련한 프레스 세미나에서 윌리엄 페브르의 여러 와인들을 시음하며 최근 빈티지와 DBR 라피트의 일원이 된 이후 행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윌리엄 페브르의 아시아 퍼시픽 지역 매니저인 피에르-앙투안 발랑(Pierre-Antoine Ballan)이 함께해 도멘의 철학을 공유했다.


[윌리엄 페브르의 빈야드와 샤블리 풍경, 제공: 나라셀라]


샤블리 중심부에 자리한 도멘 윌리엄 페브르는 정석 샤블리를 보여주는 라인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1957년, 윌리엄 페브르가 1750년부터 샤블리 지역에서 포도 재배를 해온 도멘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됐고, 샤블리의 뛰어난 클리마에 위치한 포도밭을 매입해 우수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78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해 샤블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그랑 크뤼 포도원의 보유 면적 또한 가장 넓은 생산자다. 총 면적 중 15.9헥타르가 프리미에 크뤼, 15.2헥타르는 그랑 크뤼에 해당한다.


샤블리 와인의 섬세한 미네랄리티는 토양에서 비롯된다. 윌리엄 페브르가 샤블리의 아이콘 생산자로 자리매김한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 샤블리만을 고집하며, 키메리지안(Kimmeridgian)과 포틀랜디언(Portlandian) 토양으로 대표되는 샤블리 테루아를 진정성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샤블리에서 포도밭의 무분별한 확장을 반대하고, 지역 고유의 특징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대표적인 생산자이기도 하다. 


윌리엄 페브르는 샤블리의 7개 그랑 크뤼 클리마 중 레 끌로(Les Clos), 발뮈르(Valmur), 보데지르(Vaudésir), 레 프뢰즈(Les Preuses), 부그로(Bougros) 등 5곳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피에르-앙투안 발랑 매니저는 “30년에서 60년 사이의 올드바인이 많다는 것이 윌리엄 페브르 포도밭의 특징이며, 그래서 수확량은 적지만 농축되고 복합적인 아로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경사와 방향에 따라 스타일 차이를 보여주는 프리미에 크뤼는 대표적인 밭 중에서도 보로랑(Vaulorent)과 레 리스(Les Lys)의 특정 구획에서 생산한 포도로 단일 파셀 와인도 선보이고 있다.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에서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나머지 포도밭에서는 오가닉 재배를 적용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는 도멘 윌리엄 페브르의 모든 포도밭이 공식 유기농 인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샤블리의 그랑 크뤼 포도밭, 제공: 나라셀라]


DBR 라피트 인수 이후의 변화에 대해 발랑 매니저는 “DBR 라피트가 윌리엄 페브르의 전통을 존중하고 샤블리에서 만들어온 스타일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양조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양조 외적인 부분에서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테이스팅룸을 짓고 있으며, 완공되면 그랑 크뤼 포도밭 풍경을 감상하며 와인을 시음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조만간 새로운 라벨도 선보일 계획이다. 로고와 컬러는 유지하면서 모던한 감각을 더한 디자인으로, 현지에서는 약 1~2년 뒤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샤블리 등급부터 프리미에 크뤼, 그리고 그랑 크뤼까지 윌리엄 페브르의 다양한 와인들을 선보였다. 부르고뉴에서 까다로운 빈티지로 꼽히는 2021년 빈티지는 생산량이 적어 현재는 만나기 어렵고, 이날은 2020년 빈티지 와인들과 함께 최근 출시된 그랑 크뤼 '레 끌로' 2022 빈티지를 시음했다. 예전에는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와인에서 오크 뉘앙스가 분명하게 느껴졌던 반면, 최근에는 보다 신선함을 추구하면서도 숙성 잠재력을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빈티지 전망에 대해 발랑 매니저는 “2024년은 샤블리가 전체가 매우 힘든 해였고 윌리엄 페브르 역시 생산량이 현저히 줄었던 반면, 이제 막 수확을 마친 2025년은 품질과 생산량 모두 뛰어나 훌륭한 빈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페브르의 아시아 퍼시픽 지역 매니저인 피에르-앙투안 발랑]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William Fevre Chablis 2022

샤블리 테루아의 순수함을 표현한 와인으로, 주로 북향과 북동향 포도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로 생산했다. 전체의 10% 정도만 재사용 오크에서 5~6개월간 숙성하고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총 10~12개월을 숙성한다. 오크는 질감과 구조감을 더해주는 역할로만 사용해, 와인에서 오크 풍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레몬, 라임, 청사과 등 생동감 넘치는 아로마와 또렷한 산미가 어우러진 매우 신선한 스타일이다.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푸르숌" William Fevre Chablis 1er Cru "Fourchaume" 2020

'푸르숌'은 프리미에 크뤼지만 그랑 크뤼인 '레 프뢰즈'와 가까워 유사한 구조감과 복합미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다. 134헥타르 규모로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중에서도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으며, 윌리엄 페브르는 이곳에 3.63헥타르를 소유하고 있다. 충분한 일조량 덕분에 다른 곳보다 리치하고 구조감이 느껴지는 와인이 생산된다. 전체의 30~40%를 재사용 프렌치 오크에서,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총 18개월간 숙성한다. 감귤류 중심의 향긋한 과실 아로마에 부싯돌 뉘앙스, 크리미한 질감과 미네랄리티가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긴다. 해산물 페어링이 절로 떠오르는, 전형적인 샤블리 스타일이다.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보로랑" William Fevre Chablis 1er Cru "Vaulorent" 2020

'보로랑'은 '푸르숌'에 속한 클리마로, 그랑 크뤼 '레 프뢰즈'와 바로 붙어있어 '작은 그랑 크뤼'로도 불린다. 총 17헥타르 가운데 20% 이상인 3.63헥타르를 윌리엄 페브르가 보유하고 있으며, 이 클리마의 최대 소유자이기도 하다. 레 프뢰즈와 비슷한 키메리지안 토양 덕분에 와인에서 풍부한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다. 양조 방식은 푸르숌과 동일하며, 뛰어난 미네랄과 매끄러운 구조감이 돋보인다. 윌리엄 페브르 측은 이 와인의 핵심을 '정교함(Precision)'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다른 프리미에 크뤼와 비교했을 때도 한층 더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그랑 크뤼 "레 프뢰즈" William Fevre Chablis Grand Cru "Les Preuses" 2020

그랑 크뤼 포도밭 중 상단부에 위치한 '레 프뢰즈'는 11.4헥타르의 작은 규모로, 윌리엄 페브르는 22% 이상인 2.55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서향 경사면에 위치해 배수가 탁월하며, 높은 고도로 인한 서늘한 기후의 영향으로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된다. 40~50% 정도를 재사용 프렌치 오크를 사용해 5~6개월간 숙성하고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총 18개월간 숙성한다. 꽃 향기와 백도, 감귤류 아로마가 어우러지고 미네랄 터치와 부싯돌 뉘앙스가 은은하게 더해진다. 클래식하고 잠재력이 충분한 그랑 크뤼 샤블리의 면모를 보여준다. 발랑 매니저는 “샤블리 그랑 크뤼 중 가장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와인”으로 꼽았다.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 William Fevre Chablis Grand Cru "Les Clos" 2022

'레 끌로'는 샤블리 그랑 크뤼 중 가장 넓고 유명한 구역으로, 역사적으로도 샤블리에서 가장 먼저 명성을 얻은 곳이다. 총 26헥타르 중 윌리엄 페브르는 4.12헥타르를 소유하고 있다. 햇볕을 풍부하게 받는 고도에 위치해 포도의 완숙도와 집중도가 뛰어나며, 그 덕분에 가장 힘 있는 그랑 크뤼로 꼽힌다. 윌리엄 페브르 측은 이 와인의 핵심 키워드를 '파워'로 정의한다. 총 18개월간 숙성하며 50~60%는 4년에서 6년 정도 사용한 오크에서 5~6개월 숙성한다. 2022 빈티지는 지금 마시기엔 아직 어린 느낌이 강하지만 응축된 과실 풍미와 뛰어난 질감, 구조감 덕분에 장기 숙성 잠재력이 크게 기대되는 와인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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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9.29 08:30수정 2025.09.2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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