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5 결산] 와인21이 만난 올해의 와인 인물


생산자에게 직접 듣는 이야기는 언제나 가치 있다. 와인을 생산한 배경과 철학,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들려줄 수 있는 이는 그 와인의 탄생과 숙성의 시간을 함께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와인21 기자들은 취재 현장과 시음회에서, 그리고 해외 출장에서 전 세계 다양한 와인 인물들을 만났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7명의 기자가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을 한 명씩 꼽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긴 이도 있었고, 와인21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깊은 통찰을 전해준 생산자도 있었다. 와인을 즐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인물도 있었다. 그들이 전한 메시지는 2025년의 기사로 기록됐고, 기자들의 기억 속에도 오래 남았다. 그들을 마주했던 뜻깊은 순간을 떠올리며, 소중한 만남에 대해 전한다.



프레스코발디 그룹 회장, 람베르토 프레스코발디 

얼마 전 람베르토 프레스코발디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터바이크를 즐겨 탄다고 했다. 심지어 속도를 너무 즐긴 나머지 이곳저곳 부상도 많았다고 한다. 쾌활한 성격인 것 같았지만 와인을 소개할 때는 누구보다 진중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르넬라이아의 강건한 바디감에서 피어오르는 풍부하고 화사한 아로마가 회장과 사뭇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와인은 생산자를 닮을 때가 많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 김상미 칼럼니스트 



아뮤즈 부셰 CEO, 존 슈왈츠

아뮤즈 부셰(Amuse Bouche)는 해마다 새롭게 바뀌는 아트 레이블로 유명하다. 레이블 제작을 위해 매년 전 세계에서 100명도 넘는 작가들이 출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놀라웠고, 자신의 와인은 안팎으로 '아트'라고 여러 번 강조해 말하던 CEO 존 슈왈츠(John Schwartz)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인 그는 아뮤즈 부셰에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컨드 브랜드인 뱅 퍼듀(Vin Perdu)의 레이블 제작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아트 레이블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가득했다. 지난 10월 보도한 아뮤즈 부셰 기사에 담진 않았지만 올해는 한국 작가의 작품도 출품되었다고 하니 2025 빈티지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정선경 객원기자 



오퍼스 원 와인메이커, 마이클 실라치

올해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생산자는 오퍼스 원(Opus One)의 와인메이커 마이클 실라치(Michael Silacci)다. 한국 저널리스트로서는 처음 초청받은 버티컬 테이스팅 자리에서 그를 만났고, 인터뷰를 앞두고 스스로에게 강한 압박을 주며 준비했던 시간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완성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법'을 넘어, 오퍼스 원이 어떻게 세월 속에서 품위와 정체성을 지켜왔는가에 닿아 있었다. 한 사람의 시선과 손끝이 한 지역의 상징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 만남이었다.

 - 정수지 기자 



장-샤를 부아세 컬렉션 오너, 장-샤를 부아세

장-샤를 부아세 컬렉션(JCB Collection)의 장-샤를 부아세(Jean-Charles Boisset)와 두 시간여 대화를 나눈 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와인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 와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람'과 '에너지'를 강조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에너지를 통해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와인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는 이 철학으로 자신이 소유한 40개 이상의 와이너리를 변화시켰고, <와인 엔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는 2024년 그를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와인이 선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즐기며,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 에너지를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 유민준 기자


[프레데릭 파나이오티스, 출처: 루이나 웹사이트]


루이나 셰프 드 카프, 프레데릭 파나이오티스

샴페인 루이나의 셰프 드 카브(Chef de Cave), 프레데릭 파나이오티스(Frederic Panaiotis)는 열정적인 스쿠버 다이버이기도 했다. 지난 6월, 그가 자유잠수 훈련 중 발생한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행사장에서 만났던 그를 떠올리며 나는 한동안 허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 시간 남짓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는 달변가이면서도 여유롭고, 한없이 친절한 데다 내공이 단단히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나의 폭풍 같은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며 자신도 'Geeky'한 성향이 있다면서 나의 호기심을 한껏 북돋워 주었다. 작은 선물로 한인마트에서 산 풍년 초코파이를 건넸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어떤 질문이든 환영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와인업계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메이저 샴페인 하우스의 셰프 드 카브이자, 행사라면 수없이 경험했을 법한 사람이 이토록 세심하고 인간미 넘치다니! 상파뉴는 위대한 셰프 드 카브를 바닷속에 영영 잃고 말았다.

 - 엄경은 객원기자 



스텔라 디 캄팔토 공동 운영자, 베아트리체 부온템포

지난 11월 만난 와인, 스텔라 디 캄팔토(Stella di Campalto)는 생산자가 와인을 소개하는 태도와 말 속에 담긴 철학, 그리고 와인 그 자체가 일관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은 남다른 섬세함과 우아함, 과하게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아름다움이었다. 베아트리체 부온템포(Beatrice Buontempo)는 어머니 스텔라 비올라 디 캄팔토(Stella Viola di Campalto)가 설립한 와이너리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함께 와인을 만들고 있다. 기사 보도 이후 전해온 인사 메시지에서도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언젠가 와인과 사람, 모두 꼭 다시 만나고 싶다.

 - 안미영 편집장



라 비에이유 페름 수출담당 이사, 플로리안 가리그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라 비에이유 페름(La Vieille Ferme)의 수출담당 이사 플로리안 가리그(Florian Garrigues)를 만났을 때, 빨간 닭으로 장식된 전용 머그컵에 얼음을 넣고 비에이유 페름 로제 와인을 따라 마셨다. 그 순간 절로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와인은 이렇게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달까. 올해 특히 기억에 남는 와인 모먼트 중 하나다.

 - 김윤석 기자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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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12.24 09:47수정 2025.12.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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