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와인여행기 2탄 - 비스바덴 시티 투어와 꿈에 그리던 요하니스베르그 방문
“다양한 문화 행사와 온천 휴양 도시” 비스바덴을 돌아보다.
이른 아침!!
오늘도 난 카메라를 매고 도심 한 바퀴를 돌아본 후 호텔로 들어와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 일정은?
우린 가이드를 따라 비스바덴 시티를 도보로 걸으며 돌아보기로 했다. 도보로 걷는다 해도 시티 자체가 크지 않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독일 도착 첫날부터 비스바덴 시티를 밤낮으로 돌아다녔기에 도보로 이동하는 시티투어가 처음에는 기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투어를 시작하니 혼자 다니며 궁금했던 것들을 가이드를 통해 들을 수 있어 마냥 신난 어린아이처럼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며 시티투어를 즐기고 있었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오늘은 하늘이 정말 맑고 깨끗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시청 건물과 웅장하게 위엄을 뽐내고 있는 마르크트 교회였다. 마르크트 교회는 비스바덴 시티에 있는 교회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매 정시마다 웅장한 종소리로 조용했던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이드는 시청 앞 맞은편의 여러 상점들이 모여있는 구 시가지로 우리를 안내했다. 구 시가지의 오래된 건물들은 1차 세계대전으로 많이 파괴되어 지금은 전쟁 이후 지어진 건물들이 더 많긴 했지만 아직도 곳곳에 4~500년이 넘는 건물들이 멋들어지게 서 있었다. 사실 오래된 건물이라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면 그 건물들이 오래된 건물인줄 몰랐을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우린 길을 걷던 중 한 인형가게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인형을 바라보다 가격이 눈에 들어온 순간 입이 쫙 벌어졌다. 태디 베어 인형 하나가 무려 575유로(한화 약 90만원). 더 기막힌 것은 그 옆에 있던 1.5m정도 되어 보이는 기린 인형의 가격이 무려 1600유로(한화 약 280만원),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런 우리 표정을 봤던지 가이드는 이 인형들은 슈타이프(Steiff)란 회사에 만든 것들인데 이 회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꽤 인지도가 높은 회사로 이 곳에서 만들어진 인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값어치가 올라간다고 했다.
비스바덴은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티 내에서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곳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고 그렇게 흘러나오는 온천수는 마실 수도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그 맛이 궁금해 한 모금 맛을 보기 위해 두 손을 모아 물을 받으려는 순간 “앗! 뜨거워.” 그만 뜨거운 온천수라는걸 깜박 잊고 있었다. 물의 온도는 70도 정도 된다고 하니 생각 없이 손으로 물을 받다가는 잘못하면 화상도 입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다시 조심스레 온천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셔보았는데 예전 산에 올라갔을 때 맛보았던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 물맛과 비슷했다. 비릿한 쇠 냄새와 맛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매일 일정량을 마시면 위장에 좋다는 소리에 난 한 모금 또 한 모금 마셔댔다. 그런데 하루에 1L 이상 마시게 되면 몸에 다른 이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하니 역시 뭐든지 과욕은 금물인 것 같다.
이렇게 비스바덴의 거리에서는 쉽게 온천수를 볼 수 있었지만 온천 욕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따로 있었다. 그 중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카이저 프리드리히 온천(Kaiser Friedrich Therme)을 방문해 보았다. 이곳은 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남녀 혼욕 온천으로 1999년에 새로 리모델링하여 내부는 깔끔한 편이였고 화요일은 여성 전용일로 운영되어 남성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우린 내부에 들어가 온천 욕을 즐기며 쌓인 피로를 풀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가이드의 설명과 1층 입구만을 둘러보고 나와야만 했다.
다음은 비스바덴에서 가장 오랜 된 호텔을 보여준다며 가이드는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가 도착한 슈바르쳐 복(schwarzer bock) 호텔은 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호텔로 내부에는 1486년에 오픈한 바가 아직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무로 된 벽면에는 섬세한 조각들이 새겨져 중후한 멋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었고 위쪽으로는 와인 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곳은 지금도 연회 행사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 보였다. 온천 휴양지처럼 이 호텔 내에서도 온천수가 흘러나와 별도로 마련된 사우나 공간에서 마사지와 개인 온천 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마지막 투어 장소는 어제 아침에 보았던 쿠어하우스와 헤센 주립극장을 둘러 보기로 했다. 쿠어하우스는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 있는 카지노 출입을 위해서는 정장을 입고 와야만 했다. 헤센 주립극장에서는 5월이면 국제 마이페스트슈필레 축제가 열리는데 유명한 음악가들이 펼치는 다양한 공연들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극장 옆 홍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일정표를 보니 5월 내내 거의 대부분 공연장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헤센 주립극장 내부는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큰 홀과 작은 홀 그리고 스튜디오 형식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우린 잠시 뒷문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낮이라 한창 공연을 준비중인 발레단이 열심히 연습 중에 있었고 우린 그들의 연습을 방해할 것 같아 사진 찍는걸 뒤로하고 잠시 서 바라보기만 했다. 난 아직 발레 공연을 관람한 적이 없지만 연습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니 그들이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발레공연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우린 가이드와 작별 인사를 한 후 잠시 주변 공원을 산책하다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 방문을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독일 리슬링 와인의 상징,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Schloss Johannisberg)''
비스바덴에서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Schloss Johannisberg)까지는 차량으로 달려 40분 정도 거리. 이동 중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들이 사뭇 우리 내 시골 풍경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 쌓인 우리와 달리 이곳은 낮은 구릉지대가 펼쳐져 있었고 이동하는 주변 곳곳에서는 포도밭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우린 한 마을에 도착한 후 마을을 통과하는 오르막길을 오르자 넓은 길이 나왔고 그 길 주변으로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와이너리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보였는데 입구부터 이 와이너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차량에서 내리자 우리를 마중 나온 헨켈의 수출 담당이사 Mr. Klaus-Jurgen Kurten가 환한 미소를 띠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난 그와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그의 환한 미소로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고 우리 일행 중 몇 명은 그와 이미 구면인 듯 했다. 우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를 따라 먼저 리슬링 포도들이 자라고 있는 포도 밭을 보기 위해 이동하였다.
멋진 대저택 옆길을 따라 조금 이동하자 라인 강과 강 주변으로 모여있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언덕에서 라인 강 방향의 경사진 땅에는 포도 나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쭉 심어져 있었다. 사실 포도밭을 처음 본건 아니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마을과 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경사진 언덕에 펼쳐진 포도밭을 언덕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색다른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보였다.
포도밭을 바라보던 중 난 “50”라 쓰인 숫자가 눈에 띠였고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물어보니 이곳이 와인 생산지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역인 북위 50도를 나타내는 푯말이며 이 위치는 리슬링 포도가 자라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 홍보자료 등에서 이 푯말을 찍은 사진을 본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린 셀러로 이동하기 전 포도밭을 따라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제 막 포도 열매들이 열리기 시작할 때라 우린 포도를 직접 따 맛볼 수 있는 기회는 가지지 못했다. 난 몇 년 전 호주의 한 와이너리에서 잠시 일을 도와줄 때 자주 따먹었던 포도 맛이 갑자기 떠올라 이곳까지 와 포도 맛을 못보고 간다는 것이 자꾸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사진 위치에 있는 요하니스베르그의 포도밭들은 모두 남쪽을 향하고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속적인 일조량을 받을 수 있고 라인 강과 언덕지형은 바람과 습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저택을 둘러쌓고 있는 35ha의 포도밭에는 리슬링 포도만이 재배되고 있고 75만 리터의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넓은 저장실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지난 수세기 동안 그래왔듯 엄격한 감독 하에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킨 후 병 입하며 포도 밭은 땅속 깊은 곳의 광물성 토양과 표층의 비옥한 황토로 구성되어 있어 이 지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에서는 복합적인 미네랄 특징을 잘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의 포도재배 역사는 샤를마뉴(Charlemagne) 대제 시대(A.D. 768-814)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샤를마뉴 대제가 이곳을 지나가면서 다른 곳보다 눈이 일찍 녹는 것을 발견하고 포도 재배에 좋은 위치가 될 것이라 판단하여 이 경사진 토양에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이 후 1100년 경 마인츠(Mainz) 지방의 베네딕토(Benedictine) 수도회는 라인가우(Rheingau) 지방 최초의 수도원을 이곳에 세웠다. 1130년 세례 요한에게 봉헌된 후 이 언덕과 수도원, 마을은 요하니스베르그(Johannisberg)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1716년 풀다(Fulda) 지역의 대수도원장 콘스탄틴 폰 부틀라(Konstatin von Buttlar)가 수도원을 매입했다. 교회와 함께 지어진 지 거의 900년 정도 된 와인 저장실을 제외한 모든 수도원 건물을 부순 후 그는 궁전을 지었고 교회는 바로크 양식으로 개조되었다. 1721년에 완공된 주 와인 저장실은 이상적인 실내 공기가 특징인데 이는 저장실 내에 살고 있는 클라도스포리움 셀라레(Cladosporium Cellare)라는 곰팡이 덕분이라고 한다.
이 풀다 지역의 대수도원장은 그 동안 소홀히 다루어진 포도밭을 복원한 것에 대해 크나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1719년과 1720년에 걸쳐 29만 4천 그루나 되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3만 8,500 그루의 리슬링 품종 또한 이 때 심어졌고 이는 라인가우 일대의 포도원의 새 시대를 열었고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세기에 걸쳐 수도원과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는 독일 최상의 와인으로 명성을 지켜왔고 이 와인의 맛과 향은 와인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으며 나 또한 이 와인이 리슬링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들 중 최고임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포도 밭을 둘러본 후 우린 일반 관람객들에겐 오픈 되지 않은 이곳의 지하셀러로 이동하였다.
굳게 잠긴 자물쇠를 열고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 아래로 쭉 연결된 통로에는 수많은 오크 통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몇몇 오래된 큰 오크 통에는 의미 있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쭉 이어진 길을 따라 더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한쪽에 마련된 소박해 보이던 테이블에 투어가 끝난 후 시음하게 될 와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좀더 길을 따라 들어가자 철문으로 굳게 닫힌 와인 보관 창고가 있었고 그곳에는 많은 와인들이 쌓여 있었다. 그 중에 1748년에 만들어진 와인 한 병이 눈에 들어왔다. 1748년이라니.. 지금까지 실제로 가장 오래된 와인을 본건 겨우 1955년도 샤또 딸보가 전부였다.
리슬링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너무 오래되어 지금은 마실 수 없지만 이 와이너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와인이기에 이들에게 “이 와인의 값어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귀중한 자산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지하 셀러를 돌아본 후 들어올 때 보았던 와인 시음을 위해 마련된 장소로 이동 하였다.
소박한 테이블 위에는 들어올 때 본 것처럼 와인과 치즈, 주변을 밝히는 촛불 그리고 테이스팅할 와인 리스트가 놓여 있었다. 테이블 주변으로는 기다란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에 장식된 오크통에는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의 메테르니히 백작(Fürst von Metternich Schloß Johannisberg)”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와이너리의 현재 소유주는 헨켈이지만 이전에는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 백작의 소유였던 적이 있었다.
시음을 하기 전 클라우스는 우리에게 "당신들이 앉아있는 그 의자가 보기에는 볼품 없어 보여도 많은 고위관계자와 각층 인사들이 이 자리에 앉아 우리의 와인들을 테이스팅하며 담소를 나눴다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평범해 보이기만 했던 이 장소가 왠지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난 이런 곳에서 와인을 마셔봤다" 라고 자랑하고 싶어졌다. ^^
클라우스는 이미 준비된 와인들을 설명과 함께 하나하나 맛 보여주기 시작했다.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Gelblack-Qualitatswein 2007er - dry style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Grunlack-Spatlese 2006er - dry style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Rotlack-Kabinett 2007er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Grunlack-Spatlese 2004er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Rosalack-Auslese 2005er
국내 수입된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 와인보기(바로가기 클릭)
그리고 리스트에는 없는 깜짝 와인으로 준비된 Schloss Johannisberg Riesling Goldlack-Trockenbeerenauslese 2007er 도 맛을 볼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들은 각각의 와인을 맛볼 때마다 탄성을 금치 못하였고 거기에 특별히 준비된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까지 맛을 볼 수 있어 그 시간이 정말 꿈만 같았다.
슐러스 요하니스베르그의 와인 라벨 디자인은 오랜 역사 속에서 조금씩 변해왔지만 라인 강과 대저택 사이로 펼쳐진 포도밭을 기본 돋움으로 그 형태만 조금씩 변해왔다. 또 재미있는 것은 모든 종류의 와인에 똑같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와인명과 품질등급만 달리 표기되어왔다. 물론 지금도 각 와인 종류마다 라벨 이미지는 같지만 최근에는 와인 병목 부위에 독일어로 Gelback(노랑색), Grunlack(녹색), Rotlack(빨간색) 등과 같은 글과 함께 해당되는 색깔을 넣어 좀더 쉽게 와인을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시음을 마치고 우린 클라우스씨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낮에 포도밭에서 올려다 보았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식사 전 이 곳에서 100%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든 퓨르스트 폰 메테르니히 리슬링 젝트(Fürst von Metternich Riesling Sekt Brut) 2006을 맛볼 수 있었다.
사실 리슬링으로만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은 처음이라 다소 호기심을 가지고 맛을 보았는데 그 첫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과 적당한 산미를 가지고 있었고 식전주로 마시기에 탁월한 선택 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식사 중에는 슈페트부르군더(Spatburgunder)로 만든 바인굿 G.H.폰 멈 슈페트부르군더(Weingut G.H. von Mumm Spatburgunder) 2006을 안심 스테이크와 함께 맛보았다. 프랑스 샴페인 중에 멈(Mumm)이란 브랜드 생산자와 이름이 같아 물어보니 멈 패밀리는 1791년부터 와인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중 19세기에 들어 가족 중 P.A. Mumm의 세 아들이 1827년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 새로운 와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만든 샴페인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이 두 와인은 같은 뿌리를 두고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노 누아를 독일에서는 슈페트부르군더라 부르는데 내가 자주 즐겨 마시는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는 같은 품종이지만 또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함께한 음식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난 클라우스와 작별을 하며 우리를 초청해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한국적인 안주거리와 한과 세트를 선물했다. 선물 중에는 번데기, 골뱅이, 육포, 양념 참치 통조림, 장조림 등도 있었는데 선물을 건네주면서 내용물을 설명해주니 그는 크게 웃으며 너무 감사히 잘 먹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일행 중에는 우리나라 소주와 김치를 선물로 줬다.
이렇게 우린 클라우스씨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독일에서의 이틀째 공식 일정을 마무리 했다. 호텔로 돌아오던 중 난 내가 선물한 음식들이 과연 독일 사람에겐 어떻게 느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번데기를 외국인이 보면 엽기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우리 선물을 통해 “그도 한국 음식 음식문화를 조금은 알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일은 이곳을 떠나 새로운 도시 코블렌츠(Koblenz)로 간다. 그래서 난 마지막 비스바덴의 야경을 담기 위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우산과 카메라를 챙겨 거리로 나섰다.
비스바덴의 야경은 낮에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삼각대도 없고 비까지 내려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아 그 멋스러움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지만 내 눈에 담은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야경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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