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웨이터나 소믈리에가 주문한 와인 병을 테이블로 가지고 와 와인 병을 오픈하고 코르크 마개를 당신에게 건네주고 약간의 와인을 서빙하게 된다. 아마도 당신은 습관적으로 코르크 마개의 냄새를 먼저 맡아 보기도 하겠지만 와인과의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실, 소믈리에가 코르크 마개를 보여주는 것은 코르크의 향을 맡으라는 것이 아니고 코르크 마개의 상태를 확인하라는 의미이다. 코르크 마개가 너무 말라 부스러지지는 않는지 혹은 너무 물러져 있거나 코르크 마개의 3분의 2이상이 젖어있다면 일단은 그 와인의 상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와인은 생산 과정에서 혹은 유통과정이나 보관이 잘못되는 등과 같은 이유로 가끔씩 변질된 와인을 만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 소믈리에가 약간 따라준 와인의 향기를 맡아보고 맛을 보면 더욱 정확하게 와인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만약에 와인의 첫 향기에서부터 마시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역하게 느껴진다면 그 와인은 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때에는 소믈리에 에게 와인의 향기와 맛을 감정해 달라고 요청하면 소믈리에는 그 와인을 확인한 후 변질된 것 같으면 다른 와인으로 교환해 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단순히 와인의 맛이 좋지 않아서 혹은 당신의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와인을 바꾸어달라고 한다면 곤란하다.
와인은 아래와 같이 다양한 요인들로 변질될 수 있으며 이를 구분하고 방법들을 소개한다.
콜크드(Corked) 와인
불어로는 부쇼네(bouchonné)라고도 부르지만 대부분은 영어식으로 “콜크드” 혹은 “콜키하다”란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와인의 코르크 마개가 오염된 경우로 곰팡균의 접촉으로 인해 코르크 마개가 오염되면서 콜크드 된 경우이다. 곰팡 균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경우 콜크드한 와인의 구분은 매우 명백해지지만 아주 미세하게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경우는 구분하기가 쉽지않다.
콜크드된 와인의 경우 일단은 와인이 주는 과실의 향기가 많이 떨어지고 맛의 발란스가 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젖은 마분지, 기분 나쁜 버섯냄새, 곰팡이, 신발 깔창 냄새 등과 같은 냄새가 느껴지며 맛을 보면 와인 고유의 쓴맛이 아닌 기분 나쁜 쓴맛이 매우 강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이 와인은 완전히 변질되었기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단, 독일의 달콤한 와인들 중 코르크 마개 윗부분이 곰팡이로 얼룩진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코르크 마개를 따보아야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와인에 접촉된 부분이 깨끗하다면 그리고 와인이 맛과 향이 좋다면 와인의 상태는 지극히 정상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산화된 와인
와인은 매우 미세한 숨쉬기 작용을 하면서 숙성을 하게 된다. 장기간 숙성하면 할 수록 약간씩 와인의 탄닌이 떨어지면서 산화가 되기 시작한다. 와인에 따라 장기간 숙성하면 더욱 깊은 맛과 풍미를 발산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감되는 와인들도 있다.
보관 가능 기간이 짧은 중저가 와인의 경우가 그러한데 이러한 경우 싸구려 쉐리 와인과 같은 향이 느껴지며 와인의 색을 보면 갈색 톤이 비쳐진다. 좋은 오래된 와인에서도 유사하게 느껴질 수 있기에 와인 내공이 없다면 가끔씩 혼돈할 수도 있다.
또한 와인을 장기간 세워두었을 경우인데, 말라버린 코르크 마개를 통해 과도한 공기가 침투하여 와인에 영향을 준 경우이다. 우리가 와인을 오픈하고 수시간 혹은 수일간 지난 후 맛보았을 때 식초와 같은 신맛이 강한 경우도 바로 산화된 경우이다. 이는 잘못 보관된 신 김치와도 유사한데 와인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으나 마셨을 때 역하지 않다면 크게 무리가 없으며 요리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다.
끓은 와인
와인의 보관 과정에서 높은 온도에 방치되었을 경우 우리는 와인이 끓었다(영어론 Cooked wine)라고 한다. 와인의 가장 이상적인 보관 온도는 15~20도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에 와인이 25도 이상 한번이라도 올라간 적이 있다면 장기간 숙성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 또한 와인의 보관 온도의 차이가 수시로 심하게 변하는 경우에도 그 와인은 일단 의심해야한다.
이러한 와인들은 코르크 마개를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만약에 외관상으로 코르크 마개가 병 밖으로 약간이라도 빠져 나온 듯 하거나 와인이 밖으로 흘렀던 자국이 있다면 그 와인은 확실이 끓은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오픈 된 와인의 코르크 마개가 반 이상 젖어있거나 혹은 불규칙 적으로 젖어 있었다면 그 와인도 끓었을 가능성이 높다. 끓어버린 와인의 경우, 와인의 과실적인 향기는 거의 없어지며 맛은 밋밋하고 식초처럼 신맛이 강해진다. 그리고 뒤에 남는 여운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마셔도 문제는 되지는 않는데 요리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침전물이 있는 와인
장기간 보관 하였던 와인들의 경우 자연 발생적으로 침전물이 생기가 마련이다. 그래서 수십 년의 매우 오래된 와인의 경우 와인을 마시기 전에 하루 정도 와인을 세워 두었다가 찌꺼기를 가라앉힌 후 매우 조심스럽게 디캔팅을 하여 와인의 찌꺼기를 분리하여 마시게 된다. 찌꺼기는 인체에 해를 주지는 않으나 와인의 맛을 최대한 즐기는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방해가 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에서도 크리스탈과 같은 투명한 침전물을 발견할 때도 있다. 주로 잘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에서 발견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크리스탈과 같은 침전물은 먹어도 무해하고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변질된 와인에서 쉽게 발견되는 대표적인 냄새들.
시큼한 식초, 흙, 고무, 석유, 양배추, 황, 생선, 젖은 모, 메니큐어 에나멜, 젖은 마분지나 카드보드, 강한 코르크 향, 곰팡이 냄새등과 같은 역한 냄새가 느껴진다면 이 와인들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