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의 다이아몬드, 주석산염에 대하여

 

 

와인을 수입, 유통하는 회사의 관점에서 와인의 불량은 당연히 관심의 초점이 되게 마련이다. 중간 유통업자 또는 소비자의 점접에 서 있는 소믈리에 또는 와인샵 근무자에게도 와인의 불량은 직접적인 소비자 컴플레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유형과 현상의 원인을 잘 숙지 해야할 필요가 있다.


와인의 불량에는 여러 유형들이 있다. 예컨데 일명 끓었다고 말하는 열화(熱火), 넘쳤다고 말하는 유출(Leakage), 코르크트(Corked), 산화(Oxidization), 환원(Reduction) 등 내용물의 품질적 불량이 있는 것들과, 레이블이나 병, 또는 스크류캡의 표면이 훼손되는 내용물의 품질과는 상관 없는 포장요소의 불량이 있다.


와인의 상품성은 품질요소와 포장요소 등 모든 것의 총합으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포장요소의 불량 역시 불량은 불량으로 간주되므로 보통 할인을 통해 판매되므로 소비자들에게는 이따금 좋은 와인을 아주 싸게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용물의 품질과 관련하여, 불량은 아니되 불량으로 보통 인식되어 때로 판매자와 구입자 사이에 논쟁의 빌미를 종종 제공하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주석산염, 간단히 주석이다.


 

주석산염에 대한 얘기를 풀기 위해서 주석산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석산(Tartaric acid)은 과일이나 열매류에서 관찰되는 유기산으로서 자연적으로 흔하게 존재하는 산은 아니지만 유독 포도에는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유기산은 과거 학창시절 화학시간에 배운 황산이나 염산과 같은 무기산과 달리 자연계에 존재하는 산으로서, 주석산 이외에 사과산(Malic acid), 구연산(Citric acid) 등이 대표적이다.


주석산은 사과산과 더불어 포도와 와인에 풍부하게 존재하며 와인의 품질과 맛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와인에 산미를 주어 와인에 생동감과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와인의 숙성 포텐셜과 발란스에 기여한다.


포도는 생육사이클에 있어서 유기산을 먼저 축적시키고, 이후에 햇빛을 받으며 익어가는 완숙기를 거치며 유기산의 양은 줄어들고 포도당을 축적시킨다. 포도가 익는 과정에서 사과산은 어느 정도 분해가 되어 양이 주는데, 주석산은 대체로 그 양이 유지가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양조과정 중에, 사과산을 젖산으로 변환시키는 젖산발효를 통하여 사과산은 그 함량이 많이 줄게 된다. 그런데 주석산의 경우는, 포도 껍질이나 과육 안에 있는 칼륨이나 칼슘과 같은 미네랄과 결합하여 흰 색의 결정체로 변하여 침강하는데 이를 주석산염(Tartrate), 간단히 주석이라고 한다.

 

신맛을 지니는 주석산과 달리 주석산은 무색무미무취의 결정체이며, 입자는 단단하고 광택을 띤다. 그리고 한번 결정체화 되면 좀처럼 액체에 녹지 않는 성격을 지니며, 색소물질과 장 시간 접촉하면 그 색으로 착색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화이트 와인에서 발견되는 주석산은 흰색의 빛나는 결정체이며, 레드 와인에서 발견되는 주석산은 붉은 결정체이다.


레드 와인을 오픈 했을 때 와인과의 접촉면에 붉은 색을 내며 반짝거리는 모래알 같은 입자도 주석산염이다. 주석산염은 주석산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주석산은 와인이나 인체에 긍정적 기여를 하므로, 주석산염은 “크리스탈 또는 와인의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훌륭한 별칭과 달리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품질 불량으로 오인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하며, 바로 이어 설명하겠지만 화이트 와인에 있어서 불량으로 오인될 개연성이 훨씬 높다.


레드 와인은 병 숙성을 거치며, 탄닌과 색소들이 서로 뭉쳐 침전물로 바뀌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주석산염이 발생하더라도 적색으로 착색되어 다른 침전물과 함께 그냥 침전물로 보일 수 있음에 반해, 화이트 와인은 흰색 결정체로 뚜렷하게 보여지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와인 생산자들은 병입 직전에 와인 안에 있는 주석산의 양을 줄여 병입 출시 이후에 주석산염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줄이는 일을 하는데, 그 방법은 저온 안정화(Cold Stabilization)이다.

 

이는 저온상태에서 주석산이 주석산염으로 보다 잘 전환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탱크의 온도를 영하 5도 정도로 일부러 낮추고 1주일 정도 유지하여 많은 양의 주석산염이 생기도록 하고 이를 필터로 제거하는 것이다. 저온 안정화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므로,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하지 않다라도 와인이 병입된 이후에 찬 온도 조건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병 속에서 주석산염이 발생될 수도 있다.


그리고 병입된 완성품 와인이 보관 중에 추운 날씨로 인해 자연적으로 저온 안정화 되지 않더라도, 와인에 존재하는 미네랄들과 반응하여 주석산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와인에 존재하는 여러 다른 성분들이 이러한 반응을 방해하여 매우 더디게 또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확률적으로 오래도록 잘 숙성된 빈티지 와인에서 주석산염이 발견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필자는 Alsace 지역에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인 Hugel의 Selection de Grains Nobles 78과 83 빈티지에서 많은 양의 흰색 주석산염을 보았고, 생산자가 후면 라벨에 이에 대해 “건강에는 전혀 무해하고 오히려 와인이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증표”하는 설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주석산염은 맛을 지니고 있지 않아 와인의 풍미에 해를 입히지 않으며, 건강에도 전혀 무해하다.

 

단지 시각적으로, 또 음용 중에 촉각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판매가 불가능한 심각한 불량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며, 맑고 투명한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을 위해 이를 거름망으로 걸러주거나 서브할 때 와인을 조금 남겨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만일 이 글을 읽는 소비자들께서 주석산염이 발생한 와인이 큰 폭의 할인가로 판매된다면 서슴지 말고 잡으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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