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인치사(Mario Incisa)후작과 그의 절친한 친구들만 마셨던 무명의 사시까이아 와인이 1968년 일약 와인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세계총아로 등장했다. 이 데뷰는 그 당시 와인매니아들 사이의 통념을 흔들어 놓았는데 세기가 넘는 전통, 화려한 국제수상경력, 상위등급…과 같은 수식어는 전무상태였고 많은 와인애호가들로 부터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우아함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으며 특급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은 더욱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중부이탈리아 서해안 마렘마(Maremma)해안근처 땅에서 보르도 스타일와인을 이탈리아에서도 만들어 보겠다는 인치사 후작의 실험정신과 품질로만 승부를 띄운 와인이었다.

1944년 티레노해에서 불어오는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은 좋은 와인을 만드는데 방해된다는 이 지역의 근거없는 믿음에 따라 바람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카스티리온첼로(Castiglioncello)마을에 위치한 해발 350m 언덕 한 모퉁이에 인치사 후작은 카베르네 쇼비뇽 품종을 심기로 한다. 후작이 정한 품질기준을 통과한 포도에 가지치기와 기준미달되는 포도송이를 잘라내는등 면적당 수확량을 과감히 줄이고 그 당시 이탈리아에는 알려지지도 않은 225리터 용량의 바리크에 와인을 숙성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첫 사시까이야 와인은 후작을 포함한 친한 친구들과 당시의 선각자들만 마셨는데 아직 양조기술이 완벽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던 관계로 와인은 거칠고 투박했었다. 후작은 1948년 부터 1960년 까지 매 년 몇 병씩 따로 보관했고 이 와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맛과 향이 더 훌륭해지는 것을 알아냈다. 이탈리아영토에 후작이 한 프랑스 품종 이식실험은 전통적 양조법과 토종품종에 익숙해 있던 동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올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내년 봄에 마시는 것을 당연시 하던 대부분의 이탈리아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작은 계속 와인의 품질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볼게리내 해발 100m에 위치한 사시까이아라 불리는 자갈 투성이의 땅에 카베르네 품종을 심는것이었다. 이 새 포도밭은 토양의 특징이 지명에 반영된예로 이름처럼 자갈이 많은 땅이라는 뜻인데, 인치사 후작이 꿈꾸던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만드는데 보르도 지형과 비슷한 땅을 토스카나의 한 모퉁이에서 찾았으니 꿈과 현실이 제대로 만난격이 되었다.

1968년은 사시까이아 와인의 긴 실험기간이 끝나고 인치사 가문 문장이 인쇄된 라벨을 달고 공식적인 데뷰를 한 연도로 보르도의 카베르네 쇼비뇽 빈티지 런칭때와 필적하는 대대적인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1970년 대 말 영국 Decanter 잡지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팅에서 보르도산 카베르네 와인을 제치고 우승했고 1985년에는 메독와인을 제치고 우승함으로써 일명 ”수퍼투스칸”의 전설을 탄생시킨 주역이 되었다.
이 수퍼투스칸이란 단어는 이탈리아 와인규정(DOC)의 모호함과 유연성 결여에 따라 생긴 일종의 자구책의 결과이다. 사시까이아 대성공 후에 볼게리 지역에서는 사시까이아 성공 신화를 꿈꾸는 티냐넬로, 그라따마코, 마끼올레, 오르넬라이아 같은 후속 와이너리들이 생겼고 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큰 성공를 얻기시작했다.
그들의 와인들은 그 당시 이탈리아 규정에서 인정하지 않는 외래품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등급에 포함될 수 없어서 테이블와인(vino da tavola)으로 팔려나갔고 이들의 주 소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자기들이 마시는 와인이 품질에도 불구하고 생산국가 와인규정 피라미드구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것에 혼란을 느꼈다. 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된 이탈리아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테이블와인의 다른 표현인 “수퍼 투스칸” 이란 새 단어를 만들어 볼게리지역에서 프랑스산 레드품종으로 생산되는 레드와인을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다.

테누타 산 귀도 와이너리(Tenuta San Guido)

사시까이아 와인
이후에도 수퍼투스칸급 와이너리들은 품질에 개선에 심여를 기울여 DOCG급 수준의 품질에 오르게 되자1990년 이탈리아 와인규정 위원회는 뒤늦게 나마 임시회의를 소집해 제대로된 평가와 보호를 누리지못하는 볼게리 수퍼투스칸 와인을 구제하기로 결정한다. 3년 후1994년 드디어 볼게리 와인은 DOC로 승격되었고, 2001년에는 이탈리아 와인규정에서 인치사 후작의 사시까이아 전설을 낳은 동명포도밭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되어 ‘볼게리DOC 사시까이아(Bolgheri Sassicaia DOC)’란 특급포도밭 등급(menzione sottozona)을 주게되는데 이는 이탈리아 등급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와이너리의 특정와인에 등급을 수여한 첫 예로 기록되었다.

볼게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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