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시간이 짧고 밤이 긴 유럽의 겨울. 이 계철에 마르쉐(Marche)를 걸어 다니면 뱅쇼(Vin Chaud)를 파는 노점상을 곳곳에 볼 수 있다. 뱅쇼는 불어로 핫 와인(Hot Wine)을 뜻한다.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ühwein)라고도 불리는 이 음료는 추위가 심한 유럽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겨울의 명물이다. 와인에 오렌지, 레몬 같은 과일과 정향, 계피 등의 스파이스를 넣어 끓이고 만드는 뱅쇼를 한 모금 마시면 향긋하고 따뜻한 액체가 추위 때문에 얼어 버린 몸에 스며들며 풀어 주는 느낌이 든다. 사실 과일의 비타민, 와인의 폴리페놀, 스파이스류의 진정작용 등 건강과 미용에 좋은 효과가 있어 유럽에서는 감기 예방으로 마시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책을 펼치며 느긋하게 지내는 겨울 밤에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뱅쇼를 곁에 한잔 준비하면 어떨까. 레시피를 찾아 보면 각 레시피마다 들어 가는 재료와 그 양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레드 와인에 취향에 맞는 과일과 스파이스를 적당히 넣고 끓이면 되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기본 재료>
레드 와인 750ml
오렌지, 레몬 1개씩
계피 스틱 2조각
정향 4개
바닐라 스틱 1개
(향신료는 원형이 없으면 파우더를 사용)
생강, 후추 약간씩
설탕 50~100g 또는 꿀 4숟가락 (기호에 따라)
(기호에 따라 브랜디 50cc)
레드 와인은 비싼 것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 탄닌 성분이 진한 스타일일수록 끓이면 쓴 맛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가벼운 스타일의 Merlot, Gamay 등이 적합하다. 크리스마스 때 마시다 남은 와인이나 오래 두고 싶지 않은 보졸레 누보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과일을 깨끗하게 씻어 껍질채 3-4mm정도로 얇게 자른다. (오렌지 대신에 오렌지 주스 100cc를 넣어도 괜찮다. 탄닌 성분이 진한 와인을 사용할 때는 물이나 과일주스를 넣으면 맛이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과일을 스파이스와 함께 냄비에 넣고 와인을 부은 다음 끓이는데, 이 때 보글보글 끓이지 않도록 약한 불로 20분 동안 데워 주는 것이 맛있게 만들기 위한 포인트다. 너무 오래 또 세게 끓이면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단, 알코올 성분을 날리고 싶을 경우에는 좀 더 끓여도 된다. 마지막에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썩어 단맛을 낸다. 맛이 밋밋한 느낌이 들면 럼주를 약간 넣어 보자.
보관할 경우, 과일을 건져내고 와인만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건져낸 과일은 곱게 썰어 설탕을 추가해서 쨈을 만들고 토스트에 올리거나 요구르트에 넣고 먹으면 맛있다. 또는 돼지고기 구이에 곁들여 색다른 과일소스로서 먹어도 좋다.

하나 더 다른 방법은 한국에서 매실을 담 듯, 재료를 모두 병에 담아 1주일 정도 냉장고에 놔뒀다가 마시기 전에 먹을 만큼 데워서 마시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만들면 과일의 엑기스와 스파이스의 향이 천천히 와인에 옮겨져 더욱 풍미가 진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용량이 많아짐으로 처음 병에 재료를 담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만든 뱅쇼는 스페인의 산그리아와 거의 비슷하여,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 대신에 얼음을 넣고 시원하게 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뱅 쇼는 레드 와인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화이트 와인 산지에서는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뱅 쇼 블렁(Vin Chaud Blanc)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알자스 지방이다. 만드는 방법은 같지만, 화이트 와인이 레드보다 산미가 강하므로 넣는 과일은 오렌지나 레몬 같은 감귤류를 되도록 피하고 대신에 사과, 배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뱅 쇼를 맛있게 먹는 비결은 “추위” 이다. 따뜻한 곳에서 몸이 충분히 따뜻할 때 먹으면 그 맛의 진가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추운 날에, 추운 곳에서, 몸이 차가울 때….. 그럴 때 먹으면 최고 맛있게 느껴진다. 스포츠관람, 낚시, 캠프 등 야외 활동할 때 한잔의 뱅쇼는 각별할 것이다. 추위가 심한 올 겨울, 적국적으로 눈이 자주 내린다. 하얗게 싸인 눈을 구경하며 겨울이 아니고는 즐길 수 없는 따뜻한 와인의 맛을 음미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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