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모젤 리슬링의 정수, 프리츠 하그

 오후 7시 막히는 퇴근길, 서둘러 참석한 프리츠 하그(Fritz Haag) 와인메이커스 디너. 처음으로 제공된 와인은 놀랍게도 달콤함이 두드러지는 아우스레제(Auslese)였다. 일반적인 리셉션 와인은 아니기에 조금 의아했는데, 일과를 마치고 급하게 달려오느라 지친 참석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스위트 와인을 선택했다는 와인메이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프리츠 하그 아우스레제의 코끝을 간질이는 아로마는 신의 음료인 넥타처럼 향긋하고, 입안에 감도는 단맛은 마치 감로주처럼 그윽했다. 와인 보다는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프리츠 하그의 오너&와인메이커 올리버 하그 3월 5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식당 산호에서 독일 중부 모젤(Mosel)의 명가 프리츠 하그의 와인 디너가 열렸다. 와인메이커 올리버 하그(Oliver Haag)는 시종일관 참석자들을 배려하며 호쾌한 언변과 시원한 웃음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와인을 시음하고 음식과의 궁합을 확인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의 한 수’였던 리셉션 와인을 시작으로 와인 서빙 순서도 음식에 맞추어 직접 조정했다. 와인의 개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프로페셔널의 자부심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올리버 하그는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후 남아공과 독일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5년부터 프리츠 하그에 합류했다. 합류한지 3년 만인 2008년 미식과 와인 전문지 ‘고미요(Gault Millau)’로부터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되었으며, 매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등 유수의 와인 언론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모젤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독일 우수와인양조협회) 회장을 역임한 그의 아버지 빌헬름 하그(Willhelm Haag) 또한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된 적이 있으며 그의 형은 슐로스 리저(Schloss Lieser)를 소유한 토마스 하그(Thomas Haag)로 대를 이어 이름을 떨치는 와인 집안이다.

 

 프리츠 하그의 근거지인 브라우네베르그(Brauneberg) 마을의 유퍼(Juffer)와 유퍼 존넨우어(Juffer Sonnenuhr) 포도밭은 풍화된 점판암(slate) 토양에 정남향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어 리슬링을 재배하기에 최적지다. 밭 이름의 유래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18세기 마을의 지방관이 포도밭의 품질에 반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포도 재배와 양조에 매달린 세 딸에게 화가 나 그 포도밭을 노처녀라는 뜻의 ‘유퍼’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인정받은 떼루아라는 사실을 은근히 과시하는 이야기다. 해시계라는 의미의‘존넨우어’가 붙은 ‘유퍼 존넨우어’는 100년 전에 세워진 해시계 주변의 별도 구획이다. 해시계는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위치에 세우기 때문에 특히 더 완숙된 포도로 응집된 풍미의 와인 생산이 가능하다.

 

프리츠 하그 포도밭 전경과 토질

 

 이 자리에서 소개된 여덟 종의 와인은 모두 명성에 걸맞은 높은 품질은 물론 리슬링 품종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한정된 지역에서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이 이렇게 다양한 표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그러면서도 모든 와인을 관통하는 생기 넘치는 산미와 영롱한 미네랄리티는 순수하고 단아한 모젤 와인의 개성을 잘 표현한다. 모 오디션 프로그램의 표현에 빗대어 말하자면‘과실 반, 미네랄 반’이랄까.

 

 

시음한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Fritz Haag, Brauneberger Juffer Sonnenuhr Riesling Auslese 2011 새콤달콤한 시트러스 아로마에 앞서 향긋한 자스민과 단정한 미네랄이 코끝을 간질인다. 은근한 생강 스파이스와 잘 익은 핵과의 달콤한 꿀 뉘앙스가 신선한 산미와 어우러져 넘치는 생기를 드러낸다. 미디엄풀 바디를 관통하는 깔끔한 단맛이 발군이다. 아직 간난아기라고 할 만큼 어리지만, 깔끔하고 산뜻한 인상 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주는 와인이다. 최소 2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Fritz Haag, Riesling 2011 광천수를 마시듯 상쾌하게 톡 쏘는 미네랄이 은은한 라임 향과 어우러져 개운한 인상을 선사한다. 가벼운 바디에 적당한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아름다운 파인헤르브(feinherb) 스타일로 안주 없이 아페리티프로 마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Fritz Haag, Brauneberger Riesling Troken 2011 봄 들판에 놓은 쥐불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허브 향 섞인 미네랄. 직전의 파인헤르브보다 핵과의 맛과 바디, 구조감이 조금 더 어필한다. 드라이 스타일이지만 과실의 단맛이 가볍게 느껴지며 잡채 등 간장소스를 쓴 한식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Fritz Haag, Brauneberger Juffer Riesling 2011 시냇가의 조약돌처럼 섬세한 미네랄, 우아한 엘더플라워, 상큼한 레몬라임, 신선한 배 아로마가 만들어내는 가늘고 곱지만 명확한 라인. 미디엄라이트 바디에 하늘하늘한 순백색 레이스처럼 이어지는 산미는 순수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Fritz Haag, Brauneberger Juffer Sonnenuhr Riesling GG 2011 다른 와인들과 차별되는 금빛 감도는 옐로우 컬러. 밀도 높게 올라오는 잘 익은 매실, 천도복숭아의 응축된 아로마에 시원한 허브 향과 패트롤 뉘앙스가 살짝 곁들여진다. 미디엄풀 바디에 견고한 구조, 실키한 질감. 과실과 산미, 알코올의 환상적인 밸런스는 즉흥적인 즐거움과 숙성 후의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드라이한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리슬링이 될 것이다. GG는 그로세스 게벡스(Grosses Gewächs)의 이니셜로 공인된 최고 등급 밭에서 생산되는 드라이한 와인의 레이블에만 표기된다.

 

Fritz Haag, Brauneberger Riesling Kabinett 2011 개운한 라벤더, 상큼한 시트러스, 달콤한 서양배, 잘 익은 복숭아 등 신선한 아로마와 알싸한 미네랄 느낌이 풍성하게 피어난다. 적당한 단맛과 신선한 산미, 그리고 피니시에 가볍게 드러나는 쌉쌀한 뉘앙스가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카비넷 급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군계일학의 품질.

 

Fritz Haag, Brauneberger Juffer Riesling Spätlese 2011 카비넷과 비슷한 계열의 풍미, 하지만 조금 더 정제된 과실 풍미와 다듬어진 산미로 단아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 풍미의 응집도와 함께 피네스(finesse)도 상승한 느낌. 품격이 느껴지는 스패트레제로 스위트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Fritz Haag, Brauneberger Juffer Sonnenuhr Riesling Auslese 2003 특징적인 페트롤과 어우러지는 고혹적인 향나무와 흑연 내음이 천상에 오르는 기분을 선사한다. 은은한 자스민과 흰 꽃 아로마, 신선한 레몬라임과 달콤한 백도 풍미는 아직도 어린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영롱하고 우아하며 가벼워 보이지만 은근한 힘을 지닌 와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미뢰를 파고드는 단맛은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풍미의 한 단면으로 보자면 잘 우려낸 동방미인차(東方美人茶,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마시고 감탄했다는 고급 차)가 연상되기도 한다. 아직 완벽하게 진화하지 않았기에, 숙성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양시키는 와인.

 

프리츠 하그 와인메이커스 디너에 소개된 와인들 (국내 미수입 포함)

 

자료제공: <사진자료제공> 길진인터내셔날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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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3.03.10 15:02수정 2013.03.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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