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필리터리 아이스와인과 한식 디저트의 운명적 만남

한 잔의 달콤한 와인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마주앉아 달콤한 와인을 함께 마시거나, 식사 마지막에 디저트 와인이 준비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식사와 함께 하지 않더라도 피곤한 일상에서 달콤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다. 이런 행복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달콤한 와인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이나 포트와인처럼 포도 자체의 당분을 이용하거나, 소떼른 지역이나 TBA 와인처럼 인위적으로 와인에 곰팡이가 피게 해 당도를 높이는 방법도 발견했다. 또 추운 나라의 사람들은 포도를 일부러 얼려 더욱 달콤한 맛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아내었다. 아이스와인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이름 그대로 ‘얼음 와인’인 아이스와인(ice wine)은 일반적인 포도 수확시기보다 훨씬 늦은 시기인 12월~2월의 매우 추운 날(캐나다의 법으로는 영하 8도 이하) 새벽, 짧은 시간 안에 얼어있는 포도를 수확해 만든다. 물은 얼었지만 과즙은 얼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 포도를 압착하여 과즙만을 얻어내고, 따라서 일반적인 와인에 비해 더 농밀한 달콤함을 지닌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포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스와인의 양은 일반 와인의 1/5에서 1/10 정도 수준이며, 수확 시에 노동력도 많이 든다. 또 아이스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국가도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스와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겨울에는 적당한 저온이면서도 여름에는 포도가 잘 자랄 수 있을 만큼의 햇빛이 들어야 하며, 강수량도 적절해야 하므로 전세계에서 자연적으로 아이스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캐나다,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 정도밖에 없다. 캐나다는 이중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데, 온타리오(Ontario)주에서만 전세계 아이스와인 생산량의 75%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식 디저트 까페 ‘케이디(Kaydee)’에서는 캐나다의 필리터리 에스테이트(Pillitteri Estate) 와이너리의 아이스와인들과 한국 전통 디저트의 페어링이 펼쳐졌다. 필리터리는 1993년 가족 소유 와이너리로 설립된 후 빠른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 캐나다 전체 아이스와인 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아이스와인 생산 와이너리다. 필리터리에서는 지속적으로 아이스와인을 여러 나라의 음식과 매칭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한국 전통 디저트와의 매칭을 시도한 것이다. 행사가 개최된 케이디는 유기농과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한국 전통 방식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필리터리에서 준비한 아이스와인은 총 네 종류였다. 



필리터리 릿지사이드 아이스와인(Pillitteri Ridgeside Ice Wine 2011) 
아이스와인을 양조하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달(Vidal) 품종은 껍질이 두꺼워 추위에 강하고 뛰어난 맛을 지닌 품종이다. 릿지사이드는 비달 100%로 양조되었으며 어여쁜 금빛에 복숭아, 오렌지 등 신선한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향에 나타나는 신선함은 맛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달콤하고 진한 과일 쥬스 한 잔을 마시는 기분이다. 필리터리의 엔트리급 와인으로, 와인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필리터리 캐나디안 드림(Pillitteri Canadian Dream 2007) 
필리터리 아이스와인 중 가장 표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와인으로, 역시 비달 100%로 양조되었다. 시원한 배, 잘 익은 노란 망고, 리치 등의 열대과일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약간의 오렌지 껍질 느낌이 산뜻한 향을 더한다. 집중도 높은 허니의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며, 잘 어우러진 산도와 스파이시한 피니시까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다.
 
필리터리 에스테이트 비달 아이스와인(Pillitteri Estates Vidal Icewine 2011) 
필리터리의 상급 아이스와인으로, 와인 레이블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국내외 많은 와인 평가기관에서 수상을 한 와인이다. 이전 아이스와인에서 느껴지던 시트러스, 열대 과일, 신선한 노란 과실 향이 다가오며 좋은 떼루아에서 나오는 흙의 뉘앙스도 받을 수 있다. 한층 복잡한 레이어가 뛰어난 구조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이스와인임에도 불구하고 13.5%라는 알코올 도수로 인해 강렬한 달콤함과 집중력을 보여준다. 필리터리의 모든 아이스와인은 스테인레스 스틸 숙성만 진행하는데, 이 와인은 마치 좋은 오크통에서 숙성을 한듯한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겸비하고 있다.
 
필리터리 에스테이트 까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Pillitteri Estates Cabernet Franc Icewine 2011)
캐나다는 비달 품종 외에도 여러 포도 품종을 이용하여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품종을 아이스와인으로 양조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과 적절한 기후가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아직까지 까베르네 프랑으로 아이스와인을 양조하는 나라는 캐나다밖에 없다고 한다. 이 와인은 매우 매혹적인 색으로 먼저 눈을 유혹하는 와인이다. 비달 아이스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던 딸기와 크랜베리의 향긋한 베리 향이 강하게 다가오며 제비꽃 같은 은은한 꽃 향기도 느껴진다. 풍족한 당도, 산도의 밸런스와 함께 우아한 풍미가 와인의 수준을 더한다. 마지막은 스파이시한 피니쉬로 마무리 된다. 
 
각 아이스와인은 케이디의 다양한 한식 디저트와 매칭되어 선보였다. 준비된 디저트는 다음과 같다.



단호박란 
찐 단호박을 유기농 설탕에 졸여 만든 부드러운 란. 일반적으로 디저트의 당도보다 와인의 당도가 더 높을 때 조화로운 매칭이 되는데, 부드러운 호박에 강한 단맛이 있어 상대적으로 당도가 더욱 강한 캐나디안 드림 아이스와인과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유기농 다식 
유기농-친환경 건식재료를 지리산 토종꿀로 반죽하여 다식판으로 찍어낸 과자. 통밀, 아몬드잭살, 석류, 팥, 새우, 검정깨 등 총 6종류가 준비되었고, 각각 원재료의 맛을 잘 표현하면서도 약간의 단맛이 있어 다양한 매칭이 가능했다. 그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재료는 아몬드잭살이었다.
 
밤초 
공주산 밤으로 밤초를 만들고 지리산 토종꿀과 유기농 설탕으로 겉을 코팅해 익힌 디저트. 밤 자체의 당도에 더하여 꿀과 설탕의 당도가 상당히 강해, 가장 강한 당도의 와인인 필리터리 에스테이트 비달 아이스와인과 멋진 하모니를 이루었다.
 
은행 단자 
쌀가루에 공주산 은행을 넣어 찐 후, 거피팥에 버무린 떡. 상대적으로 가장 당도가 적은 디저트와 아이스와인을 매칭하니, 밋밋하게 느껴질 법한 디저트에 와인이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했다.
 
유기농 약과
안동소주로 발효한 유기농 밀가루에, 국산생강과 지리산 토종꿀로 풍미를 더한 수제 약과. 약과 자체의 달콤한 맛과 끈적한 느낌, 그리고 고유의 식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 곧 아이스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호두정과 & 유기농 잣박산
호두를 삶아 당으로 졸여 튀겨낸 한과인 호주정과와 친환경 가평잣만의 고소함과 바삭한 식감이 돋보이는 잣강정인 유기농 잣박산은 모두 견과류의 고소함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는데, 까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의 미묘하고 복합적인 맛과 함께 좋은 매칭을 이루었다. 고소함과 달콤함의 절묘한 하모니는 입안에서 오랫동안 맴도는 듯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과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은 기대이상으로 훌륭하게 어울렸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필리터리 와이너리의 앨리슨(Allison) 씨도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이런 행사를 진행했지만, 한국 음식과의 매칭이 특히 인상적이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디저트 와인과 매칭을 시도하는 디저트들은 초콜릿이나 치즈 등 대부분 서양 음식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한국식 디저트와 보여준 좋은 매칭은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큰 화두 중 하나인 한식과 와인과의 매칭에 해답을 제시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프로필이미지유민준 객원기자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13.11.07 09:15수정 2019.11.27 15:00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이벤트 전체보기

최신 뉴스 전체보기

  • 조지아 인스타그램 배너
  • 5월 책갈피 <바베트의 만찬>
  • 탭샵바 6월 와인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