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만화 <소믈리에르>에서 포트 와인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된 적이 있다. 주인공 이츠키 카나를 좋아하는 한 남자가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와인을 소재로 접근한다. 카나가 순수하게 마음을 열기 시작할 무렵 그가 꺼낸 한마디.“우리 집에서 포트 와인 한 잔 하고 갈래?” 돌아온 대답은 작렬하는 따귀 한 대. 그 말의 함의가 한국식 표현으로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요?” 와 같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위 에피소드에서도 은근하게 드러나지만, 포트 와인은 주로 저녁식사 후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발효 중인 와인에 77%에 달하는 무색무취의 포도 증류주를 넣어 만드는 포트는 일반적으로 약간의 단맛과 20% 전후의 높은 알코올을 지니기 때문에 식후,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가볍게 한 잔 즐기기 알맞은 술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포트 와인을 꼭 이렇게만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포트는 한 가지로만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크게는 컬러에 따라 화이트(White), 루비(Ruby), 토니(Tawny)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하며 이는 곳 숙성 방법에 따른 구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단독 빈티지 여부, 빈티지와 밭의 블렌딩, 숙성 기간 등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지닌 포트가 탄생한다. 이런 스타일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포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에서 열린 와인 디너에는 그라함 포트(Graham’s Port) 아시아 지역 대표 조르지 누네스(Jorge Nunes) 씨가 참석하여 음식 매칭을 포함한 포트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라함은 포트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지닌 시밍턴 패밀리(Symington Family)가 소유한 대표적 포트 생산자 중 하나. 특히 올드 토니 등 프리미엄 급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도우로 밸리의 전경(좌)과 그 경사진 포도밭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사람들(우)
포트가 생산되는 포르투갈의 도우로 밸리(Douro Valley)는 와인 산지 중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힌다. 포도밭은 도우로 강 양 옆으로 펼쳐진 가파르고 복잡한 산악지형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급경사에 모자이크를 이룬 포도밭 위에 도열한 포도나무들은 사진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다. 포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모두 토착품종들. 특히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틴타 바로카(Tinta Barroca), 토우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 틴타 로리츠(Tinta Roriz, 원어로는 ‘틴타 호리쉬’에 가깝다.) 등 네 가지가 주를 이룬다. 국제 품종들과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이 품종들은 도우로 밸리의 독특한 떼루아와 함께 포트 와인의 독창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최근 그라함의 올드 토니는 고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틀 모양과 포장을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와 유사한 스타일로 변경했다. 변경된 디자인의 투명한 보틀에 담긴 그라함의 올드 토니는 루비 빛 감도는 매력적인 앰버(amber) 컬러가 유감없이 드러나 매력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누네스 씨는 포트가 단지 식후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임을 강조하며 애호가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즐기는 방법을 찾아 나가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겨울 밤의 추위를 녹여줄 뿐 아니라 주말 오후의 간식과 함께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는 와인, 그것이 바로 포트다.

그라함 포트가 제시한 세 가지 포트 음용법을 소개한다.
칵테일로 즐겨라!
Port-tonic (Graham’s Extra Dry White Port로 만든 칵테일)
그라함 화이트 포트와 토닉 워터를 1:1 혹은 1:2의 비율로 섞은 뒤 얼음, 레몬 슬라이스, 민트를 약간 첨가하는 것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칵테일. 드라이하지만 약간의 잔당감을 지닌 그라함 화이트 포트와 쌉쌀한 토닉워터의 풍미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그 자체만으로도 하루의 피로를 모두 날릴 수 있는 기분 좋은 상쾌함을 드러내며, 가벼운 핑거푸드와 함께 마시기에도 제격이다. 최근 제철인 석화와도 좋은 궁합을 보였다.
차갑게 아페리티프로!
Graham’s 10 Years Old Tawny Port
프랑스 등 일부 유럽에서는 토니 포트를 10도 정도로 차갑게 칠링해서 아페리티프(Aperitif)로 즐긴다. 10년이나 숙성된 올드 토니이지만 호박색이 곁들여진 영롱한 루비-가넷 컬러에 가볍게 말린 달콤한 붉은 과실 아로마가 제법 잘 살아 있다. 하지만 역시 은근하지만 특징적인 너티 뉘앙스와 카라멜 시럽, 그리고 어필하는 감초 풍미는 토니 포트의 캐릭터를 넉넉히 드러낸다. 특유의 고소함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프아그라(foie gras)와도 좋은 매칭을 이루었다.
다이제스티프로, 혹은 디저트와 함께!
포트를 가장 일반적으로 즐기는 방식인 다이제스티프(digestif). 가벼운 달콤함과 적당히 높은 알코올로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특히 고혹적인 올드 토니 혹은 농축적인 빈티지 포트는 파인 다이닝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제격이다.
Graham’s 20 Years Old Tawny Port
루비 뉘앙스와 오렌지 림이 드러나는 앰버(amber) 컬러. 탑 노트부터 견과 향과 함께 칡, 도라지, 감초와 토피, 생두, 스파이스 등 고혹적인 부케들이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미감을 타고 흐르는 붉은 베리의 첫 터치. 하지만 아몬드, 호두, 헤이즐넛 등 풍부한 너티 캐릭터들이 은근한 검은 과실 풍미와 함께 뒤를 받치며, 캬라멜과 연유, 정향 풍미와 어우러져 달콤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구수함을 만들어낸다. 리치한 느낌과 함께 산뜻한 산미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올드 토니. 2013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도 이름을 올린 그라함 올드 토니 레인지의 플래그십이다. 오픈 후에도 2-3개월 정도 음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디저트용 글라스 와인으로 활용하거나 가정에서 음용하기도 알맞다. 크림 브릴레(Creme brulee)와의 환상적인 궁합은 꼭 한번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Graham’s Vintage Port 2011
대단히 진한, 바닥이 비치지 않고 림도 거의 없는 검보라빛 컬러. 투명한 스피릿이 20% 정도 블렌딩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원액의 농도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첫 느낌은 순수한 포도쥬스. 어린 블루베리와 블랙베리의 풍미가 잡미 없이 순수하게 느껴져 초반엔 높은 알코올 도수 조차 감지되지 않을 정도다. 정신을 차릴 즈음 하늘하늘하게 피어오르는 방순한 바이올렛과 가벼운 스파이스, 알로에 뉘앙스. 대단히 실키하고 쥬이시한 미감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구강 안쪽에는 타닌들이 촘촘하게 달라붙어 있다. 풀바디에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 느껴질 듯 느껴지지 않는 적절한 잔당감과 산미. 2011년에 생일을 맞은 아기들에게 축복이 될 만한 빈티지 포트. 그 자체 혹은 초콜릿 등의 디저트와 함께 하길 권한다. 물론 최소 10년쯤 셀러에 눕혀 둔 후에. 2011년 빈티지 포트는 세계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그라함 빈티지 포트에 19점(20점 만점)의 높은 점수를 주었다. 5-60년 이상 숙성 가능한 힘과 구조를 겸비한 빈티지 포트이다.

자료제공: <사진제공> 그라함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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