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들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말벡’ 하면 ‘아르헨티나’를 떠올린다. 수수께끼처럼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이 품종은 원래 보르도를 포함한 프랑스 남서부 전역에서 오랫동안 블렌딩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 이민자들이 말벡을 아르헨티나로 들여온 후, 멘도자(Mendoza)의 기후 조건과 완벽한 궁합을 이루며 곧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이 되었다. 벨벳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야성적이면서도 단정한 면모를 두루 갖춘 이 품종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그 열기가 어느 정도냐면, 말벡 품종이 아르헨티나에 처음 심어진 날인 4월 17일을 ‘말벡 월드데이’로 지정하고 세계적인 축제를 열 정도다.
지난 4월 17일은 어느덧 제4회를 맞이한 ‘말벡월드데이’였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인 말벡의 매력을 즐기는 이 행사는 무려 44개국 55개 도시에서 개최되었다. 물론 향기로운 축제에 우리도 빠질 수 없다. 국내에서는 23일,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12개 수입사의 참여 아래 16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브랜드의 아르헨티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국내에 수입, 유통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더욱 뜻깊었던 시음회장으로 가보자.
[제4회 월드말벡데이 슬로건]
비단 말벡 품종뿐 아니라 국제적인 품종들 모두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그만의 특별함을 담고 있다. 그것은 아르헨티나가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비롯되는데, 그 중 중요한 요소가 바로 ‘청정함’이다. 아르헨티나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오염과 공해에서부터 완벽히 분리되어있는 자연환경이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건조한 기후는 병충해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건강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포도원의 평균 고도는 900m 이상이며, 우수한 포도원들은 해발 700m에서 1,400m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사실 이러한 고도는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이다. 기후가 뜨겁지만 높은 고도로 인해 큰 일교차가 생성되어 포도를 천천히 익게 하고, 덕분에 깊은 색상과 풍미를 지닌 와인이 생산된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멘도자는 세계 8대 와인 산지의 하나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멘도사의 기후(상)와 평균 강수량(하)]
보데가 베네가스, 후안 베네가스 말벡 2011 (Bodega Benegas, Juan Benegas Malbec 2011)
보데가 베네가스 와이너리의 와인 양조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3년, 아메리카 대륙 와인 산업의 3대 선구자 중 한 사람인 티부르치오 베네가스(Tiburcio Benegas)는 현재의 엘 트라피체(El Trapiche)가 된 포도밭을 구입한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품질 향상을 위해 그는 홀로 안데스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가 견문을 넓혔으며, 프랑스 와인 메이커를 아르헨티나로 초빙해 아르헨티나 와인의 세계화와 품질 향상을 도모했다. 그의 이러한 도전 정신은 세대를 거쳐 전해져 그의 아들, 그리고 또 그 아들의 조카인 페데리코 베네가스 린치(Federico Benegas Lynch)까지 이어졌다. 2002년, 엘 트라피체의 상임이사직을 사임한 페데리코 베네가스 린치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바로 보데가 베네가스 와인을 출시한 것이다.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Michel Rolland)과 합작해 만든 이 와인에는 선조들의 도전 정신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데가 베네가스의 와인들]
보데가 베네가스, 후안 베네가스 말벡 2011은 말벡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밝고 강렬한 가넷빛에 말벡 와인이 지닌 특유의 보랏빛이 살짝 감돈다. 잘 익은 딸기와 자두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노트가 느껴지며 이내 제비꽃 향기가 밀려들어온다. 실키하면서도 풀바디의 감미로운 와인이다.
안델루나, 알티튜드 말벡 2011 (Andeluna, Altitud Malbec 2011)
멘도자 투푼가토(Tupungato)의 해발 1,300m 고지에 위치한 안델루나 와이너리는 2003년 최고 품질의 아르헨티나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유명 와인 메이커인 마뉴엘 곤잘레스(Manuel Gonzales)와 미셸 롤랑의 힘이 더해진 이곳의 와인은 그들이 기울인 노력만큼 쾌거를 거두었다. 안델루나의 와인은 디캔터(Decanter), 와인 에드버케이트(Wine Advocate),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등과 같은 세계적인 와인 매거진으로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안델루나 와이너리 와인들]
안델루나 와이너리의 포도밭은 고도에 의한 기온차로 진한 향과 맛을 담은 포도가 자라며 집중도가 높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된 안델루나, 알티튜드 말벡 2011은 12개월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8개월간 병숙성 후 출시된다. 바이올렛 꽃내음을 비롯한 꽃향기와 산딸기와 까시스 등의 아로마가 느껴지며 뒤이어 과하지 않은 바닐라와 초콜릿의 노트가 은은하다. 부드러운 탄닌감과 균형 잡힌 바디감을 지니고 있다.
까테나 자파타, 까떼나 알타 말벡 2010 (Catena Zapata, Catena Alta Malbec 2010)
현재 까테나 자파타(Catena Zapata)의 소유주이자 창업자의 손자인 니콜라스 카테나(Nicolás Catena)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세계 와인 시장에 아르헨티나의 말벡 와인을 알렸다. 그는 특히 품질 고급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당시 아르헨티나에 생소했던 개념인 떼루아에 적합한 품종을 찾고, 고도에 적합한 생장 조건을 가진 클론(Clone)을 매칭하는 연구도 끊임없이 해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까떼나 자파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펴낸 ‘세계의 가장 위대한 와이너리(The World’s Greatest Wine Estates)’에 남미 지역 와이너리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3년 연속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들었으며, 영국의 디캔터(Decanter)로부터 ‘세계 50대 레드 와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까테나 자파타 와인들]
까테나 자파타, 까떼나 알타 말벡 2010은 깊은 바이올렛 컬러를 띄며 살짝 푸른빛이 감돈다. 라벤더를 비롯한 마른 허브의 노트와 잘 익은 검은 과실의 풍미가 압도적이다. 뒤이어 가죽과 모카, 바닐라, 향신료와 가죽을 비롯한 다양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힘차면서도 부드러운 탄닌감을 자랑하며 까시스를 비롯한 블랙베리류의 긴 후미를 남긴다. 밸런스가 좋고, 경쾌하게 느껴지는 산미가 매우 인상적이다.
자료제공: 사진 출처_www.winesofargentin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