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와인 초심자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라면에 어울리는 와인이 있을까요”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무엇일까? “네, 있습니다.”다. 이런 답이면 어떨까 싶다. “우선 주변의 아무런 데일리 와인이나 남는 와인을 하나 잡으십시오. 그리고 라면이랑 함께 드십시오. 아, 그 라면이 무엇인지도 중요할까요? 아닙니다. 짜장이냐, 매운 비빔계열이냐, 혹은 매운 계열이냐, 순한 계열이냐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떤 와인이기만 하면 됩니다. 팩와인이면 더 좋겠죠. 그러나 너무 비싼 와인은 피하세요. 복잡다단한 맛이 오히려 라면의 맛을 해치는 수가 있습니다.”
라면이 와인과 완벽한 마리아주는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을 먹으면서 목을 축여주는 역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즉, 아로마가 너무 강하거나 복잡다단하다면 오히려 라면의 맛과 섞여서 이상한 맛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라면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것이라면 라면에 맥주가 어울리는지, 소주가 어울리는지, 혹은 꼬냑이나 위스키가 어울리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일반화시켜 생각한다면 라면에 어울리는 주류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 하다.
나는 “라면에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질문의 요지는 “마리아주”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어울리는”의 개념은 무엇인가 하는 것도 잘 생각해야 한다. 내가 와인자리에서 주변의 이들에게 자주 제안하는 것은 “음식과 와인을 함께 입에 넣어보세요, 그래야 와인의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마리아주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음식을 삼키고 와인을 시음한다는 것이다. 정작 와인과 음식이 만날 사이가 없는 셈이다. 이런 개념으로 본다면 라면은 국물과 함께 즐기는 요리이기 때문에 와인과 만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물이 많은 라면과 같은 면 종류의 요리는 와인과의 마리아주를 ‘음식을 삼킨 뒤 얼마만큼 정리를 잘 해주느냐’에 초점을 지워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마리아주의 본디 의미에는 완벽하게 합치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어려운 질문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종종 극단적인 경우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어 한다. 모든 경우를 생각하고 모든 경우에 대한 실험 및 그 결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신의 물방울에서 나온 김치와 와인의 마리아주다. 그 당시 많은 이들이 지적한 문제점으로 ‘김치 하나만’ 먹고 와인과 마리아주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한식은 김치와 여러 가지 요리가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경우기 때문에 김치 하나만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 당시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과학실험에 있어 평가라는 것은 주변의 변인들을 최대한 배제하여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이 방법은 과학적이기는 하나 마리아주에는 맞지 않다고 본다.
조화라고 하는 것은 그 때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조건을 내밀어서 그 것에 맞는 것을 명시적으로 결정하고 답을 얻는 것은 과학적이기는 하지만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라면과 어울리는 와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가령 매우 더운 여름에 매운 라면을 다 먹고 난 다음 시원한 리슬링 한 모금이나 소비뇽 블랑 한 모금은 입 안의 기름기를 제거하기에 제격일 것이다. 만약 짜장과 같은 비빔 계열인 경우에도 약간의 단 맛이 나는 차게 칠링이 된 남은 와인 한 잔이라면 물 한 모금보다 훨씬 더 좋은 청량감과 마무리를 줄 것이다. 당연히 이 와인이 스파클링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라면에 김치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면 김치와 라면은 최상의 마리아주를 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조합에 와인이 들어가서 더 좋은 맛을 만들어낸다면 마리아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라면의 맛을 완벽하게 죽이거나 이상한 맛이 난다면 이 경우는 제대로 된 마리아주가 아닐 것이다. 교과서적인 마리아주는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공식화 되어 있다. 그러나 진정한 마리아주는 나의 끊임없는 경험에 의해 완성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마리아주에 국한되지 말고 나만의 마리아주를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라면에 어울리는 와인은 정확한 답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이 마리아주의 진정한 매력이다고 본다. 마리아주는 언제나 무엇이든 모든 것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결혼”과 같은 것이기에 그 하나하나의 만남이 소중하고 그 하나하나의 경험은 그 때 마다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당신은 어떤 마리아주를 기억하고 만들고자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