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뱅앤조이 주최로 스페인의 라만차(La Mancha)와 페네데스(Penedes) 지역 와인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디너와 함께 필자의 강의가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뜨거운 여름을 닮은 스페인 와인의 독특하고 강렬함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 와인
세계 최대 포도 재배 면적에, 생산량 3위를 자랑하는 스페인은 풍부한 일조량과 강한 햇빛으로 타 지역에 비해 파워풀한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기원전 1,000년 페니키아인으로부터 시작되어 로마인에 의해 본격적인 포도 재배가 이뤄졌으며 200여 종이 넘는 품종을 재배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품종은 레드의 경우 템프라니요(Tempranillo), 가르나차 틴타(Garnacha Tinta), 그라시아노(Graciano), 모나스뜨렐(Monastrell) 등이며 화이트 품종은 아이렌(Airen), 비우라(Viura), 말바시아(Malvasia), 가르나초 블랑코(Garnacho Blanco), 베르데호(Verdejo) 등이다. 스페인은 현재 71개의 DO와 3개의 DOC, 15개의 비노 데 파고(Vino de Pago)가 존재하며 와인 생산지역은 크게 아래와 같이 7개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스페인의 주요 와인산지 (출저: Winesfromspain)]
1. 그린 스페인
스페인 최북단, 해안선을 따라 발달하여 선선하고 강우량이 많아 습하다. 리아스바이사스, 리베이로 DO 지역에서 질 좋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며 바스크의 생선요리와 궁합이 일품이다.
2. 까스티야 이 레온
스페인 옛 왕국에서 유래된 중세 사원과 유적이 많은 지역으로 무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가 특징이다. 토로, 루에다, 리베라 델 두에로 등의 대표적인 산지가 레드, 화이트 와인의 명산지로 유명하다. 전설적인 와이너리 보데가 베가 시실리아(Bodega Bega Sicilia)가 이곳에 위치해있다.
3. 메세타
스페인 중심 고원지대로 무더운 여름과 매서운 추위가 특징이다. 넓은 포도산지로 마드리드, 라만차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4. 안달루시아
스페인 반도 남부에 위치해 지중해와 접점을 이루며 아랍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중해성 기후로 헤레스 델라 폰떼라, 말라가 등이 셰리 명산지로 유명하다.
5. 북중앙 스페인
스페인 동북부에 피레네 산맥과 프랑스 경계에 위치해있다. 대륙성 기후와 함께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붉은 토양이 특징이다. 대표산지로 리오하(스페인 최초의 DOC)에서 세계적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6. 까딸루니아
피레네 산맥 남쪽으로 예로부터 지중해를 통한 무역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지중해성 해양기후로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최상급 생산지 프리오라또 DOCa 및 페네데스, 타라고나 DO, 까바 DO가 이곳에 위치한다.
7. 발렌시아/무르시아
이베리아 반도 중동부 지역으로 무더운 기후가 특징이다. 중심도시 발렌시아, 무어인의 수도 무르시아 지역에 DO가 위치해 있으며, 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돈키호테의 땅! 라만차 & 최고의 까바 생산지 페네데스
1. 라만차
스페인에서 가장 큰 와인산지로, 벌크 와인을 주로 생산했다. 그러나 꾸준한 품질관리로 2013년 와인엑스포에 참가하는 등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진출에 힘쓰고 있으며 와인의 품질도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라만차는 평균 해발 600m 이상 중남부 고원지대에 위치하며, 광활한 대지와 붉은 석회암 토양이 특징이다. 대륙성 기후로 겨울에는 영하 15도, 여름에는 35도까지 오른다. 뚜렷한 계절과 큰 일교차 덕분에 다양한 아로마가 생성되고, 특히 연간 3,000시간 이상의 일조량이 와인의 숙성을 촉진한다. 강수량이 연간 300~400mm로 낮아 건조한 편이며 이를 관개시설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전체 면적의 반 이상이 와인 재배 지역이며 크게 4개 구역(알바세테(Albacete), 시우다드레알(Ciudad Real), 쿠엔카(Cuenca), 톨레도(Toledo))로 나뉘며 구역 내에 현재 9개의 DO가 있고 4개의 피노 데 파고가 존재한다.
2. 페네데스
스페인 동북부, 바르셀로나 남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씨에라 데 몬트세라트 산맥이 찬 바람을 차단해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를 갖고 있다. 늦봄에 내리는 많은 비와 풍부한 일조량 등 양질의 포도를 재배하는 데 적합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스페인 최대 와이너리이자 세계적 규모의 보데가 미겔 토레스 와이너리가 이 지역에 위치해 있다. 최고의 스파클링 생산지로 손꼽히고 있으며, 최근 20세기에 들어 시장성을 고려해 기존의 파워풀한 레드 와인에서 화이트와 스파클링 와인 생산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현재 최고급 까바를 비롯해 전체 까바 생산량의 95%가 페네데스에서 나오고 있으며, 그 밖에 다양한 스틸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페네데스는 크게 3개 구역(바익스 페네데스(Baix Penedes), 알트 페네데스(Alt Penedes), 메디오 페네데스(Medio Penedes))으로 나뉜다. 바익스 페네데스는 해안가의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페네데스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이다. 가르나차, 까리네냐, 모나스트렐 등을 기반으로 한 풀바디의 레드 와인이 유명하다. 알트 페네데스 지역은 샤도네이, 리슬링, 게브르츠트라미너, 파레야다 같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품종이 유명하며 스페인에서 가장 훌륭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중 하나다. 강수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메디오 페네데스는 페네데스 DO의 중앙에 위치하여 가장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한다.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템프라니요와 같은 레드 와인 품종과 마카베오, 파레야다, 자렐로와 같은 까바의 재료로 쓰이는 포도를 공급하며 기후는 위 두 지역의 중간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시음와인 & 와이너리
이날은 라만차 지역의 로메로 데 아빌라 와이너리, 핀카 로스 알리베스 와이너리의 와인들과 페네데스 지역의 핀카 에멘디스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시음했다. 시음기와 함께 와이너리를 간략히 소개한다.
1. 로메로 데 아빌라(Romero de Avila)
1960년 설립되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이다.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와인 저장고인 티나자(Tinajas)를 사용하고 토착품종과 국제품종을 함께 재배하며 두 품종들간에 다양한 블렌딩을 시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 다른 타입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오크 숙성을 하지 않거나 3개월간 짧게 오크 숙성을 하는 로블(Roble), 최소 6개월 오크 숙성을 하는 크리안자(Crianza), 최소 20개월의 오크 숙성을 하는 블렌딩 와인인 테스티고(Testigo)가 그것이다.
1) 포르텐토 로블즈(Portento Robles) 2011
100% 템프라니요 품종으로 양조한다. 라만차 DO에서 생산되며 14.5%의 높은 알코올을 가지고 있다. 아메리칸 오크에서 3개월간 숙성한다. 약간의 퍼플 빛이 감도는 농도 짙은 루비 컬러의 와인이다. 잘 여문 라즈베리, 자두 등의 아로마가 오크의 향과 잘 어우러진다. 힘차지만 부드러운 탄닌과 높은 알코올을 받쳐주는 산도가 조화를 이루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다.
2) 본다드 베르데호, 비노 블랑코(Bondad Verdejo, vino blanco) 2013
비노 데 라 띠에르 등급의 와인으로 100% 베르데호 품종으로 양조하며 약간의 녹색 빛이 감도는 옅은 레몬 컬러의 와인이다. 바나나, 망고, 리치 등의 열대 과일 향이 느껴지며 뒤를 이어 상쾌한 허브 향이 느껴진다. 입에서는 스톤 계열의 미네랄도 감지되며 풍부한 과일 향 뒤로 상당한 수준의 산미가 뒷받침되어 다양한 음식과 매칭할 수 있는 훌륭한 와인이다.
3) 테스티고(Testigo) 2008
템프라니요 70%와 까베르네 소비뇽 20%, 10%의 쉬라가 블렌딩된 와인이다. 비노 데 라 띠에라 등급으로 알코올은 14.5%이다.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를 블렌딩해 20개월 동안 숙성시킨 고품질 와인이다. 2013년도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골드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을 만큼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와인이며, 짙은 루비 컬러로 검은 과일의 향이 주로 느껴지는데, 블랙 커런트, 블랙 체리 등의 향이 특징적이다. 후추를 연상시키는 향신료의 향과 작고 붉은 꽃 향 또한 감지된다. 오크 숙성에 상당히 공을 들여 토스트와 바닐라 향이 과하지 않게 와인을 감싸고 있으며 탄탄한 구조감까지 지닌 복합성 높은 와인이다.
2. 핀카 로스 알리베스(Finca Los Aljibes)
스페인 중부, 라만차의 알바세테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와이너리로 연간 30만 병 이상의 와인을 생산한다. 유기농 생산을 지향하며 현대적인 양조기술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1) 라갈라나 틴토레라(La galana Tintorera) 2012
비노 데 라 띠에라 등급으로 프렌치 오크에서 10개월간 숙성했으며 알코올은 12.5%이다. 가르나차 틴토테라(Garnacha Tintoera)라고 하는 다소 생소한 품종으로 양조된다. 다른 말로는 알리칸테 부쉐(Alicante Bouschet)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가르나차와 쁘띠 부쉐 품종의 교배로 탄생했다. 흰 가루병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소출량이 적다. 퍼플 컬러에 잘 익은 다양한 베리류의 향이 느껴지는 매우 프루티한 와인이다.
3. 핀카 에멘디스(Finca Emendis) 와이너리와 와인들
에멘디스는 와이너리에 거주하던 숙녀의 이름으로 와이너리의 전통과 역사, 신화를 유지하고 계승하려 노력한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신생 와이너리지만 다양한 와인 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며 특히 까바 생산에 최적인 마그네슘이 많이 포함된 점토질 토양을 가지고 있다.
1) 에멘디스 까바 브룻 네이처(Emendis Cava Brut Nature)
50%의 자렐로, 25%의 마카베오와 파레야다 품종으로 양조한다. 약간의 녹색 빛이 감도는 라이트 골드 컬러의 와인으로 버블의 지속력이 좋으며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과 흰 꽃 향들이 다양하게 느껴진다. 비스킷을 연상시키는 효모향 또한 기분 좋게 느껴지며 특히 입안에서 느껴지는 버블의 질감이 매우 섬세한 높은 품질의 까바이다. 알코올은 11.5% 이며 18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2) 에멘디스 까바 로제(Emendis Cava Rose)
트레파트(Trepat) 품종 100%로 양조된다. 12개월 숙성을 거치며 알코올은 11.5%이다. 밝은 체리 컬러의 와인으로 부드러운 버블의 지속성이 훌륭하다. 크랜베리를 비롯한 붉은 과일 향과 더불어 스파이시한 풍미가 특징적이다.
3) 에멘디스 마터 메를로(Emendis Mater Merlot) 2006
페네데스 DO 와인이다. 100% 메를로로 양조하며 알코올은 14.5%이다. 루비 컬러의 와인으로 완숙한 자두와 딸기 등 전형적인 메를로의 아로마가 특징적이고 바닐라, 시나몬, 코코아 등 오크 숙성에서 오는 부케와 과일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풀바디의 실키한 질감으로 부드러운 탄닌과 산미가 긴 피니쉬를 선사한다. 연간 1만 1700병만 생산한다.
그동안 라만차 지역의 와인들은 저가의 테이블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품질 개선의 노력과 국제품종을 도입하고 현대적인 양조기술을 도입하는 등 스페인에서 가장 발전이 빠르고 역동적인 생산지로 변모 중이다. 페네데스 지역 또한 까바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와인이 적었지만 지금은 까바 뿐 아니라 일반 스틸 와인들의 품질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 라만차의 새로운 와인들과 페네데스의 스틸 와인들이 많은 관심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