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어의 계절 침이 고인다

페이스북을 보면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이웃들이 많다. 그 중 으뜸을 꼽자면 전직 기자였고 지금은 사진작가로 멋지게 직업을 전환한 손현주 작가님, 그리고 먹거리 기사로는 국내 최고의 지식과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말로 잘 쓰는 김성윤 기자님,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 이웃이며 음식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임선영 님이라 생각한다. 이분들의 글을 읽으면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기보다 음식이란 정말로 맛깔스런 것이고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배만 부르게 해 주는 것이 음식은 아니지 않는가?
 
얼마 전 필자에게는 테러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배가 고픈 시간에 김성윤 기자님의 전어와 관련된 글을 보았고 넋이 나간 채로 글을 다 읽었다. 그리고 퇴근을 한 뒤 집으로 왔는데 다시 방송에서 하동의 가을 전어 이야기가 나왔다. 방송에 나오는 PD는 한 웅큼 신선한 전어를 입 안에 덥썩 물고는 환상적인 표정을 짓는다. 이런 것을 소위 테러라 하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치명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니 테러가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당시 필자의 손에는 김밥만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전어에 대한 갈망보다도 나의 뇌는 이미 낮에 중독되어버린 그 치명적인 전어 이야기에 마비가 되어 있었다. 음식만 나를 살아있게 북돋워주는 것이 아니라, 맛깔스런 먹거리 글이야 말로 우리의 영혼을 아주 소화가 잘 되게 만들어 주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글은 독자들에게 와인 생각 간절하게 만들어줄지 모르지만, 적어도 앞서 언급한 분들의 글을 보면 정말로 먹거리에 대한 감상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전어에 대해서 우선 식욕을 극상으로 올리고 싶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해서 식욕을 한껏 고취시키자.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03/2014090302646.html) 필자는 서른 후반까지 부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전어의 명산지인 부산 명지 역시 익숙하고 가을이면 늘 전어를 즐기고는 했다. 부산 명지의 전어는 기사에도 나오듯이 등이 훨씬 푸르며 육질은 단단하고 뼈도 대단히 고소하다. 그래서 뼈 채로 썰어 내는 소위 세꼬시라는 것이 보편적이다. 갓 짜낸 구수한 참기름에 통깨, 그리고 마늘과 된장을 설설 저어서 전어를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묘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잘 삭혀진 초고추장에 전어를 넉넉히 적시고 마늘 하나 청양고추 하나 깻잎 위에 얹어서 입 안에 넣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당연히 와인 칼럼이니 이즈음 되면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것이다. 바로 전어에 맞는 와인이다. 전어는 아주 향이 강하고 구수한 재료들(마늘, 청양고추)랑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와인을 매칭하기가 아주 어려울 수 있다. 서울의 요리사들은 전어의 조금은 투박한 맛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손질을 한다. 그렇지만 필자에게 전어는 좀 더 투박한 모습이 더 친숙하다. 투박한 맛에 의외의 조합이 있으니 바로 리슬링이다. 그것도 비싼 리슬링이 아닌 QbA급 리슬링이다. 고가의 리슬링은 오히려 단 맛이 도드라지거나 신 맛을 적게 드러내기 때문에 오히려 전어랑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저렴하며 신 맛이 잘 나타나는 트로켄이 제격일 것 같다.
 
다음으로는 뉴질랜드산 피노 그리 역시 아주 훌륭한 조합을 만들어낼 것으로 본다. 전어는 기름기가 많고 뼈에서 고소한 맛을 선사하기 때문에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는 주류(소주와 같은)가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유질감이 있는 피노 그리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뉴질랜드 피노 그리는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 프랑스 알자스 피노 그리에 비해서 좀 더 유연하고 단 맛이 잘 드러나는 특성이 있다. 아울러 열대과일의 복합미와 유질감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에 전어와 같이 고소하고 거친 맛을 품고 있는 요리에 제격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와인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화이트 와인들이다. 이 지역의 거칠지만 묘하게 잘 다듬어진 지역 품종이 전해주는 맛은 아주 뛰어나면서도 어떤 요리와도 멋진 궁합을 선사한다. 특히 바닷가 지역에서 나오는 돈나푸가타의 앤실리아, 리게아, 리디아와 같은 멋진 화이트도 훌륭한 맛을 선사하겠지만 에트나 화산 지역에서 나오는 비앙코들은 환상적인 궁합을 선사할 것이다. 레 비녜 디 엘리(Le Vigne di Eli)의 것이나 테뉴타 델레 테레 네레(Tenuta delle tere Nere)의 화이트는 기묘한 조화력을 보여줄 것으로 본다.
 
만약 이 모든 와인들을 맛본 이들이라면 이 와인들의 공통점을 하나 알 수 있는데 약하게 느껴지는 유질감의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다. 기름기가 많고 뼈와 같이 세지만 고소한 맛을 내어주는 요리에는 약간의 유질감이 있는 와인들이 좋은 조합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필자도 전어가 먹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마침 필자의 본가는 경남 사천, 역시 기사에서 나온 전어의 명산지다. 필자가 이 가을 전어를 지나치면 사람 된 도리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그 것에 맞는 와인이라니, 금상첨화 아니던가? 전어다 전어.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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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4.09.16 15:06수정 2014.09.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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