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란 이스테이트 오너, 빌 할란]
진정한 컬트 와인, 할란 이스테이트
우리가 종종 듣는 ‘컬트 와인(Cult Wine)’이란 단어는 마케팅 목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그 사용에 대한 특별한 법적 규제가 없어 최근 많은 와인들이 저마다 컬트 와인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그 의미가 조금은 희석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컬트 와인으로 불려온 와인들은 저마다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소량생산의 희소성과 지속적인 품질 유지, 저명한 와인평론가나 전문매체로부터의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의미에 비추어 보면 할란(Harlan)이 컬트 와인으로 불리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1990년 빈티지를 첫 출시로 지금까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로부터 100점(1994, 1997, 2001, 2002, 2007 빈티지)을 다섯 번이나 기록하고,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매년 극찬을 받고 있으며, 품질관리를 통해 한 해 2만병 이하의 소량만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할란 외에도 빌 할란(Bill Harlan)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본드 이스테이트(Bond Estates) 와인들은 나파 밸리 와인의 우수성과 각 지역별 특징이 잘 묻어난 와인들로 생산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종로에 위치한 탑클라우드33에서는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s)의 아시아 총괄 디렉터인 발렌틴 부리에(Valentine Bourrie)가 방한해 빌 할란에 대한 숨은 이야기와 와이너리의 탄생 배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할란의 새로운 아시아 담당자로 한국을 찾은 그녀는 미슐랭 3스타 장 조르쥬(Jean George) 레스토랑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보르도 와인 무역회사인 FICOFI 그룹에서는 구매 및 파트너쉽 매니저로 활약했다. 또 프랑스 와인명가 샤토 꼬스 데스뚜르넬(Chateau Cos d’Estournel) 아시아 세일즈 담당자로도 5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작년 9월 할란 이스테이트에 합류했다.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 등 유럽 와인이 테루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편이라면, 미국 나파 밸리 와인은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관점에서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선구자라면 빌 할란은 나파 밸리 와인을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74세가 된 그는 대학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오토바이를 타고, 운동이나 여행을 즐겼다. 그는 취하기 위한 알코올 음료 중 하나로 와인을 즐겼을 뿐 처음부터 와인을 만들겠다는 결심은 없었다. UC버클리대 인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퍼시픽 유니온(Pacific Union)이란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하여 큰 돈을 벌었고, 1975년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프랑스 샹파뉴, 보르도, 부르고뉴 지역의 와이너리를 여행하면서 와인에 대한 꿈을 펼친다. 그리고 1978년, 동료들과 함께 나파 밸리의 세인트 헬레나(St. Helena)에 위치한 허름한 와이너리를 구입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포도밭의 토양이 너무 비옥하고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곳을 나파 밸리 최고의 리조트로 탈바꿈 시킨다. 그곳이 바로 현재 나파 밸리의 럭셔리 리조트인 메도우드 리조트(Meadowood Resort)이다.
[세인트 헬레나에 위치한 메도우드 리조트]
지금도 매년 6월이면 이곳에서 열리는 ‘나파 밸리 와인 경매’는 그가 1981년 처음으로 유치한 것이다. 나파 밸리 와인 경매는 그 당시 미국 전역의 부자와 미식가, 고급 와인을 수집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 이곳의 가장 큰 와인 행사로 자리잡게 된다. 이후 그는 경매 준비를 위해 유럽의 특급 와이너리들을 여행하며, 다시 한번 나파 밸리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와인생산자의 꿈을 키운다. 그리고 1984년 마침내 그는 부르고뉴의 경사진 언덕에 조성된 포도밭을 떠올리며, 러더포드와 오크빌의 경사면에 위치한 배수가 잘되고 화강암 토양을 가진 최적의 장소를 찾게 된다. 그 당시 대부분의 나파밸리 포도밭은 평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빌 할란의 시도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1986년부터 1987년 사이, 그는 미셸 롤랑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70%, 메를로(Merlot) 2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8% 그리고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2%의 비율로 포도나무를 심고, 1990년 보르도 스타일로 만든 첫 번째 와인을 생산했다. 그는 단위 면적당 포도 수확량을 제한하고, 잘 익은 포도알만을 선별하여 와인을 만드는 등 수익보다는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할란을 탄생시켰다.
[할란 이스테이트 와이너리와 포도밭]
그는 첫 와인이 생산된 뒤 바로 출시하지 않고 6년이 지난 1996년에서야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로버트 파커를 불러 첫 빈티지인 1990년부터 1994년까지의 와인을 평가 받았고 1994년 빈티지가 100점을 받으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할란은 처음에는 보르도 블렌딩으로 만들어졌으나 계속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거의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만 만들어지며, 전세계 42개국에 수출이 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가장 큰 수출 시장은 일본이다.
할란이 첫 생산되었을 당시에는 와인 라벨이 결정되지 않는 상태였다. 출시일정을 미루고 병입 숙성이 진행되는 동안 빌 할란은 그가 좋아하는 19세기 유가증권 인쇄 기술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음각 그림을 그려 넣어 라벨을 완성했다.
[왼쪽 할란, 오른쪽 할란 세컨드 와인 더 메이든]
할란은 나파 밸리 컬트 와인으로 매년 2만병 이하만 만들어져 그 진귀함이 높게 칭송 받는다. 빈티지별 기복이 적고 매년 일관되게 농축되고 풍부하며 복합적인 캐릭터와 우아함, 섬세함을 동시에 갖추었다. 배수가 좋은 화산암 토양으로 단위면적당 소출을 매우 낮게 제한해 얻은 농축된 과실을 일일이 낱알 선별한다. 할란의 세컨드 와인으로는 더 메이든(The Maiden)이 있다.
***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2010 스페셜 테이스팅 노트: 흙과 으깨진 돌 향이 짙게 농축된 검은 베리류 향이 말린 허브, 말린 감초, 타르, 말린 꽃, 스모크 향 등과 함께 피어 오른다. 풍만한 풀 바디의 와인이지만 놀랍도록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화려하지만 묵직하며 비범하고 중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크빌에 위치한 본드 세인트 이든 포도밭]
빌 할란의 또 다른 도전, 본드 이스테이트
사실 빌 할란은 할란 이스테이트가 설립되기 전부터 당시 양조설비 시설만 갖춘 메리베일(Merryvale) 와이너리에서 후일 할란의 와인메이커가 되는 밥 리비(Bob Levy)와 함께 나파 밸리의 60개 이상 상급 포도원으로부터 포도를 매입해 와인을 양조했는데, 그 중 5곳이 뛰어난 빈야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오랜 후 할란 이스테이트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그는 가슴속에 남몰래 품고 있던 그 빈야드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싱글 빈야드 와인를 만들고자 결심했다. 그는 단순히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테루아를 ‘하나의 철학, 하나의 팀, 하나의 상표’라는 상위 콘셉트로 융화하고자 했다. 이것이 본드 이스테이트의 탄생 배경이다. 본드(Bond)라는 이름은 ‘유대, 결합’을 의미한다. 와인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화합, 그리고 개별 포도밭 소유주들과 빌 할란이 공유하는 비전과 정신적 유대뿐만 아니라 본드가 공유하고 있는 한 뿌리와 철학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이름이다.
[할란과 본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양조팀]
본드 와인의 라벨 역시 할란과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빌 할란은 은행이 만드는 지폐 인쇄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자신의 독보적인 와인과 연결시키기로 했다. 화폐의 음각 인쇄기술을 통해 제작된 라벨은 5가지의 색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정교한 디자인과 각기 다른 종이질을 통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가짜 와인을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라벨에는 상단에 빈티지가 적혀 있고, 아래 두상 조각 주변에는 우정, 개성, 의무(Friendship, Character, Duty)란 단어가 쓰여 있다. 그리고 중간에는 나파밸리와 각각의 의미를 지닌 와인 이름을 넣었다. 이렇게 장식적이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은 본드 와인의 특별한 철학을 표현하는 라벨로 탄생했다.
본드 이스테이트는 현재 100% 까베르네 소비뇽(일부 1~2%정도 타 품종이 블렌딩 되기도 함)으로만 양조되며 5가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보르도 1등급에 견줄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진정한 그랑 크뤼’급 와인을 만들고자 제각기 다른 높은 언덕 부지의 싱글 빈야드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고 있다. 1999년 멜버리(Melbury)와 베씨나(Vecina)를 시작으로 2001년에는 세인트 이든(St. Eden), 2003년에는 플러리버스(Pluribus) 그리고 2006년에 퀠라(Quella)를 출시했다. 현재 5가지의 모든 본드 와인들은 할란이 신규 양조장을 짓기 이전에 사용하던 구 양조장에서 할란의 양조팀에 의해, 할란을 만들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2008년에 새롭게 구매한 빈야드의 와인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본드 와인들을 수입하고 있는 나라셀라의 신성호 이사는 이 와인을 "보르도 품종에 부르고뉴 정서를 담아 만든 나파 밸리 와인이다"라고 설명했고, 아시아 총괄 디렉터 발렌틴 부리에는 “할란의 세컨드 와인이 아닌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가진 빌 할란의 미래가 될 와인이다”라고 말했다.
[본드 이스테이트 그랑 크뤼급 와인 5가지]
본드 이스테이트 그랑 크뤼급 와인들
멜버리(Melbury)는 러더포드(Rutherfod)의 동쪽 언덕에 위치한 헤네시 호수(Hennessey Lake)의 북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으며, 포도밭의 주인이 살았던 런던의 한 지역명을 따서 만들었다. 진흙으로 구성된 고대 퇴적토로 동남향에 위치해 있으며, 고도는 348~522피트(105~159m)다. 7에이커(2.8 헥타르) 정도의 언덕부지로 헤네시 강을 내려다보고 있어 아침에는 충분한 햇살과 오후에는 강의 영향을 받는 온난한 기후다. 1999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으며 레드 커런트, 체리 등 붉은 과일 향과 스파이스 노트, 그리고 제비꽃 향이 일관되고도 아름답게 표현된다. 우아하고 유연한 질감을 뽐내며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섬세하고 세련된 느낌을 가진다.
‘베씨나(Vecina)’는 스페인어로 ‘이웃’이란 의미로, 실제로 세계적인 할란 이스테이트의 포도밭과 이웃하고 있다. 오크빌(Oakville) 서부 구릉지대에 펼쳐져 있으며, 화산성 토양으로 11에이커(4.5 헥타르)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결이 고운 충적토가 걸쳐진 기반암으로 221-330피트(67-100m) 고도이다. 정동향에 위치해, 이른 아침의 햇살을 충분히 받고 동시에 산 파블로(San Pablo)만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와인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형성시켜준다. 베씨나는 1999년 첫 빈티지 출시 후 파워풀하고 높은 응집력을 보여주며 할란과 스타일 면에서 가장 유사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블랙베리, 숲 속의 짙은 흙 냄새, 미네랄이 돋보이며 수려한 검은 과실 풍미와 초콜릿, 에스프레소, 알맞게 그을린 나무의 풍미가 드러난다.
*** 본드 베씨나(Bond Vecina) 2009 스페셜 테이스팅 노트: 2009 빈티지는 검붉은 과실 향이 충만하며 레드베리, 민트, 꽃, 흙, 삼나무, 모카, 타바코 향 등을 특징으로 한다. 2008 빈티지보다 더 밝으며, 꽃 향의 화사한 향이 강조되지만 와인의 골격이 커서 우아함과 파워를 함께 겸비한다. 풍만한 타닌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놀랍도록 긴 여운을 선사한다.
오크빌 교차로 북쪽 근처에 위치한 작은 둔덕의 포도밭으로 11에이커(4.5 헥타르)의 면적에서 생산된다. 붉은 바위가 많은 토양은 바카(Vaca)산에서 흘러 들어왔으며 ‘이든(Eden)’이란 이름은 19세기 지도에 표기된 지역명을 따서 만들었다. 토양은 산사태로 파쇄된 철분성의 화산암으로 구성되었고 북향에 고도는 145-188피트(44-57m)이다. 2001년 첫 출시되었으며 높은 집중력과 달콤하고 화사한 향이 특징이고 크렘 드 까시스, 다크 초콜릿, 로스트 허브 등의 향과 풍부한 미네랄이 입 안에 퍼진다. 와인의 잘 정제된 타닌과 응축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플러리버스(Pluribus)’는 라틴어로 ‘여럿(many)’을 의미하며, 훌륭한 와인을 탄생시키는데 결부된 여러 요소들 즉, 태양, 땅, 기후, 인간의 노력 등을 상징화한 이름이다. 포도밭은 스프링 마운틴(Spring Mountain) 지역의 북동쪽과 남쪽의 가파른 언덕에 위치하고, 7에이커(2.8 헥타르)의 화산 암반 토양을 가지고 있으며, 포도밭 주변은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여있다. 고도는 1,137-1,327피트(347-404m)로 매우 높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아름답게 표현한 와인으로 단단하고 풍부하며 응축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2003년이 첫 빈티지로 검은 자두, 로스트 커피, 삼나무, 제비꽃 등의 느낌과 으깨진 돌과 같은 인상적인 토양의 향으로 가득하다.
나파 밸리의 심장부 세인트 헬레나가 내려다보는 동쪽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9에이커(3.6 헥타르)의 밭이다. ‘퀠라(Quella)’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태초의 근원’, 또는 ‘아르투아의 대수층(지하수를 품은 지층)’에서 유래했다. 고대 강바닥에서부터 쌓여온 자갈과 바위가 마지막 화산 활동에 의해 융기되어 조성된 곳으로 화산재의 석회화가 함께 뒤섞여 있다. 2006년이 첫 빈티지로 검은 과일류와 흑연, 트러플, 타바코, 미네랄 향 등이 화려하며, 생생하면서도 섬세한 여운이 특징이다. 남서향에 위치하며, 고도는 433-595 피트(132-181m)이다.
*** 본드 퀠라(Bond Quella) 2009 스페셜 테이스팅 노트: 몸집이 크면서도 섬세한 스타일로 검은 과실 풍미가 입안을 꽉 채운다. 베리 향, 감초 및 부서진 바위, 스모크, 그을린 흙 향 등이 감지되며 말린 허브의 풍미도 느껴진다. 깊이 있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과실의 선명한 순도를 보여준다. 부드럽고 섬세한 타닌과 세련되고 정제된 여운을 가진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