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아이돌 그룹에는 비밀과 전략이 있다. 그룹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이 다른 법. 리더의 역할, 가창력 담당, 비주얼 담당, 애교를 보여주거나 성숙미를 보여주는 멤버, 그리고 수많은 매력으로 팀의 중심에 선 멤버까지, 각기 다른 특성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그룹을 이룬다. 그렇다면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와인메이커는 어떤 마법의 구성원을 선택할까? 구조감을 담당하는 일부분, 농염한 과실향을 유감없이 표현하는 밭의 와인, 그리고 입안에서 와인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부드러운 탄닌감을 지닌 밭의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법. ‘칠레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돈 멜초의 와인 또한 그렇다. 지난 10월 15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는 돈 멜초의 블렌딩과 떼루아가 지닌 비밀을 시원하게 풀어주기 위해 ‘돈 멜초 와인의 비밀 – 7 개의 밭(The Secret of Don Melchor – 7 Parcels)’이라는 주제로 와인메이커 엔리케 티라도(Enrique Tirado)와 함께 하는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은 그들의 비밀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들려준 세미나 현장으로 가보자.
[돈 멜초의 와인메이커 엔리케 티라도]
인정! 칠레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돈 멜초
혜성처럼 등장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멜초의 탄생 이면에는 사실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1986년, 콘차이토로(Concha Y Toro)는 와인 생산자로서 칠레 와인의 위상을 높이고자 세계적인 와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을 선보이기로 결정한다. 이들의 목적은 ‘대중적 와인 산지’라는 칠레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신세계(New World)와 구세계(Old World)를 아울러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으로 ‘칠레 떼루아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돈 멜초 탄생 이후 30여 년의 세월 동안 그들이 이루어낸 업적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대하다. 그 중 몇 가지 예를 든다면, 2005년에 평가된 2001년 빈티지의 와인과 2006년에 평가된 2003년 빈티지의 와인은 2년 연속으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Top 100 와인 리스트의 총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해당 리스트에 6번이나 선정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록은 칠레 와인들 중 돈 멜초가 유일하다. 또한 2014년 5월 와인 스펙테이터에는 최고의 칠레 와인(Top Wines of Chile)과 가장 가성비가 좋은 칠레 와인(Top Values of Chile)을 선별하는 테이스팅 리포트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콘차이토로의 와인은 무려 5개가 리스트에 올라 돈 멜초와 모기업인 콘차이토로를 제외하고는 칠레 와인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014년 5월, 와인 스펙테이터의 칠레 와인 평가 부분]
돈 멜초를 구성하는 멤버들의 매력을 탐구한 시간, ‘돈 멜초 와인의 비밀 – 7 개의 밭’
돈 멜초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이 있는 곳, 푸엔테 알토(Puente Alto)는 칠레 와인 역사의 중심지로 피르케(Pirque)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포도나무뿌리 진디병인 필록세라(Phylloxéra)가 유럽 와인의 역사를 개편하기 전, 칠레로 건너온 건강한 프랑스 포도 품종이 19세기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곳이다. 푸엔테 알토의 밭은 총 127ha로, 세분화된 구획은 1ha 미만의 밭으로 나누어져 있기도 하지만 특징에 따라서는 크게 7개의 구획으로 나눌 수 있다. 돈 멜초가 생산되는 밭은 모두 충적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각각의 밭은 점토질이 좀 더 많은 곳, 자갈층이 많은 곳,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구획 등으로 나누어져 미세한 기후적 차이와 함께 자신만의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떼루아적 차이로, 같은 와인메이커가 같은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해도 각 밭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와인이 만들어진다.
[돈 멜초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 구획]
세미나는 와인메이커 엔리케 티라도와 함께 1번부터 7번 구획의 밭에서 생산된 돈 멜초 2013 빈티지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돈 멜초를 만드는 주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이며 1번부터 6번까지 구획에서 생산되고 있다. 소량의 블렌딩에 이용되는 까베르네 프랑 품종은 7번 구획의 밭에서 생산된다. 또 7번 구획의 밭에는 아직은 어린 메를로(Merlot) 품종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돈 멜초는 1995년 처음으로 메를로 3%를 첨가하는 블렌딩을 시도했으나 이후에는 메를로를 사용하지 않았고 당시 블렌딩에 사용되었던 포도나무는 제거되었다. 엔리케 티라도의 설명에 따르면 메를로 품종은 2006년, 새롭게 식재되어 성장하고 있으며 충분히 무르익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돈 멜초의 블렌딩에 다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돈 멜초를 만드는 7개 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
Block 1 Cabernet Sauvignon
체리를 비롯한 산딸기 등 붉은 과실류의 아로마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탄닌감과 실키한 질감이 인상적인데, 와인메이커는 이러한 달콤한 느낌의 탄닌(Sweet Tanin)이 와인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최종 블렌딩에 포인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복합적이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느껴진 구획이다.
Block 2 Cabernet Sauvignon
검은 과실의 아로마가 지배적이며 질 좋은 양담배와 다크초콜릿의 아로마도 나타난다. 1번 밭에 비해서는 조금 더 탄탄한 구조의 탄닌감이 느껴진다.
Block 3 Cabernet Sauvignon
집중도가 매우 뛰어난 밭으로 향신료와 신선한 허브를 짓이긴 듯한 노트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느껴졌다. 1, 2번 밭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오는 탄닌감이 인상적인데, 와인메이커는 이곳이 상대적으로 토양에 자갈이 많이 섞인 척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곳과 차별화된 개성을 지닌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징으로 3번 밭에서 생산된 와인은 최종 블렌딩에서 중심 축이 되는 구조감을 담당하게 된다.
Block 4 Cabernet Sauvignon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와 산딸기 등의 아로마가 지배적이다. 4번 구획은 산도와 탄닌 사이의 뛰어난 균형감과 기나긴 후미가 인상적인 밭이다.
Block 5 Cabernet Sauvignon
딸기와 같은 붉은 과실의 농익은 아로마와 정향, 후추 등의 향신료가 특징적이다. 또 신선한 느낌의 산도가 와인에 균형감을 더해주며 부드러운 탄닌의 질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5번 구획은 상대적으로 토양에 석회질이 많이 포함된 밭이다.
Block 6 Cabernet Sauvignon
복합미, 우아함, 균형미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으며 밀도가 느껴지는 텍스처와 바디감이 인상적이다. 6번 구획의 밭은 상대적으로 진흙토가 많이 섞인 곳이다.
Block 7 Cabernet Franc
7번 구획의 밭에서는 7개 구획 중 까베르네 쇼비뇽 외에 유일하게 블렌딩으로 사용되는 까베르네 프랑이 생산된다. 이 품종은 와인에 섬세함과 우아함, 그리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세미나에서 시음한 7개 구획 돈 멜초 와인들]
뀌베 서울 2013 Cuvée Seoul 2013
각 밭에서 생산된 와인들을 테이스팅 한 후 와인메이커는 직접 블렌딩을 해, 참석자들과 함께 테이스팅 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뀌베 서울 2013’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 와인의 블렌딩은 각 구획이 지닌 밭의 면적 대비로 이루어졌으며 1번 구획 22%, 2번 구획 4%, 3번 구획 13%, 4번 구획 17%, 5번 구획 20%, 6번 구획 17%, 7번 구획 7%가 블렌딩 되었다. 완벽한 균형과 조화, 우아하면서도 유혹적인 아로마를 지닌 2013 빈티지 와인은 2016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뀌베 서울을 직접 블렌딩 하는 엔리케 티라도]
세미나가 끝난 후 식사와 함께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돈 멜초 2009, 2010 빈티지를 시음했다. 특히 2010 빈티지의 돈 멜초 와인은 레이블이 변경되었는데, 어느 국가에서건 레이블을 보고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레이블을 교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험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와인메이커는 이제 돈 멜초를 찾는 소비자들은 익숙한 레이블이나 콘차이토로라는 이름이 없어도 ‘돈 멜초’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음악, 미술, 영화 혹은 그 어떤 분야이건 최고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는 늘 공통점이 있다. 각각의 작은 요소들이 모여 만드는 완벽한 조화와 균형감이 바로 그것. 돈 멜초 와인이 칠레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성장한 비결도 바로 그 놀라운 균형감에 있다고 생각된다. 와인메이커는 돈 멜초 2009, 2010 빈티지는 지금 소비하기에도 좋지만 앞으로 약 25년간의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7개의 밭이 무르익는 과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현재 시장에 출시되어 유통되고 있는 돈 멜초 2009,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