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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끌로드 베루에, ‘나는 가을이 오지 않을 여름을 꿈꾼다’

전설의 와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알려진 페트뤼스(Petrus)를 44년간 만든 세계 최고 메를로 전문가 장 끌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가 한국 와인애호가들 및 시니어 소믈리에들과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올해 9월 15일 와인 생산 50주년을 기념한 그는 이제서야 포도 품종, 포도가 자라는 토양과 기후를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시인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낭송하는 시 한편을 듣는 듯 했던 그의 와인 인생이야기와 와인들로 가을날은 서서히 그리고 강렬한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장-끌로드 베루에]

 

페트뤼스 양조 44년, 나는 단지 상승 기운을 타고 있던 페트뤼스에 합류한 운 좋은 사람일 뿐

유난히 냄새 맡기를 좋아했던 장 끌로드 베루에는 그 버릇 때문에 어머니께 핀잔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습성은 그가 위대한 와인 생산가로 자리잡는 데 큰 바탕이 되었다. 1963년 21살 보르도에서 양조학과를 마친 그는 페트뤼스를 소유하고 있던 장 피에르 무엑스를 만난다.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동안 6개월간 이어진 이 만남은 문학, 역사, 음악 등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고 철학과 성품을 살피고자 한 장 피에르 무엑스의 장기 면접이었다. 1964년 9월 15일 22살 장 끌로드 베루에는 페트뤼스 및 무엑스 가문 소유 12개 샤토 와인 생산을 책임지게 된다. 1964년은 보르도 우안에 유리한 해였지만 결코 쉽지 않은 해로 양조장을 통틀어 가장 젊은 와인메이커로서 그는 바로 6일 뒤인 9월 21일 수확을 시작하며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첫 빈티지를 마치고 장 피에르 무엑스는 그에게 2가지 일을 칭찬하게 되는데 하나는 훌륭한 와인을 만든 점, 다른 하나는 나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한 점이었다고. 당시 프랑스에서도 메독과 그라브 와인들을 마시고 뽀므롤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페트뤼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에 사용되며 큰 명성을 얻었고, 이후 존F. 케네디 대통령 내외가 즐기는 와인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외부에서는 페트뤼스가 장 끌로드 베루에와 함께 유명해졌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본인은 상승 기운을 타고 있던 페트뤼스에 합류한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덧붙여 필록세라 대재앙 후 1885~6년 미국산 대목에 접목을 하여 진흙 땅에 메를로 100%로 포도원을 조성한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1979년 페트뤼스 인근 라랑드 뽀므롤에 포도원을 매입하고 자신만의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탄생한 와인이 바로 샤토 사미옹(Château Samion)이다. 그의 첫째 아들은 대를 이어 페트뤼스 양조를 책임지고 있으며, 그는 둘째 아들과 함께 1990년부터 바스크(Basque)지방 이룰레기(Irouleguy)에 포도원을 조성하고 에리 미나(Herri Mina)를 만들고 있다. 와인 양조 50년을 보낸 장 끌로드 베루에는 이렇게 향후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에리미나블랑 2011, 샤토사미옹 2001, 에리미나 2011, 샤토사미옹 2010]

 

와인의 장점은 우리로 하여금 와인이 태어난 고장을 여행하게 한다는 점이다.

“노스탤지아(향수병)”을 의미하는 에리 미나(Herri Mina)는 바스크 지방 이룰레기에서 만들어진다. 바스크 지방은 전통적으로 장남만 고향에 남고 나머지는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해야 했다. 이에 장 끌로드 베루에의 할아버지는 보르도에 정착하여 와인가게를 운영했다. 당시 사람들은 큰 통을 들고 와 와인을 담아 갔는데, 말썽을 부리지 않으면 와인을 덜어 파는 일을 거들 수 있었고, 이 때 통에서 통으로 옮겨지던 와인 향은 어린 장 끌로드 베루에를 와인에 빠져들게 하였다. 바스크 지방은 프랑스어 사용을 거부해 마을 전체가 집단 수용소에 끌려갈 정도로 외지 영향에 대해 배척적인 지역이라 보르도 출신의 장 끌로드 베루에도 포도원을 구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룰레기 지역에서 가장 큰 와인생산자였던 브라나 가문의 도움으로 이룰레기 포도원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의 명성과 함께 이룰레기 생산지는 전세계로 알려지게 된다.

 

이룰레기는 총 200헥타르의 포도원이 조성된 매우 작은 아펠라시옹이다. 보르도의 큰 샤토 한 곳이 평균 130헥타르 규모를 가지니 비교가 쉽다. 200헥타르 중 22헥타르 포도원에서 10명의 와인생산자들에 의해 화이트 와인이 만들어진다. 마을을 중심으로 이룰레기는 양쪽 언덕으로 세분화되는 데, 토양, 햇빛 노출 방향 및 경사 등에 따라 서로 완전히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 에리 미나 블랑은 그로망생 70%, 쁘띠 끄루비 20%, 쁘띠망생 5%블렌딩와인으로 아주 붉은 색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으며,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아 <이룰레기 지역 포도를 맛보는> 와인이다. 2010년 산은 지금 마시기 딱 좋은 시점에 있으며, 프랑스에서 자주 음용하는 베르벤느 찻잎, 자몽 껍질, 은은한 꽃 향, 핵과의 풍미가 좋은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디캔팅이 추천되며, 2011년 산은 14도 정도로 서빙 추천되며, 파인애플과 수선화 등의 꽃 향기가 압도적이며 신선함과 청량감이 극대인 와인이다. 장 끌로드 베루에는 10년 산의 경우 신선한 파르마햄, 11년 산의 경우 신선한 염소젓 치즈와의 마리아주를 추천한다.

 

에리 미나 루즈는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들어진다. 메를로 마스터인 장 끌로드 베루에가 카베르네 프랑을 만드는 이유는 어찌 보면 무척 단순했다. 카베르네 프랑은 매우 오래된 품종으로 바스크 지방에서 보르도, 이후 르와르 밸리로 뻗어나갔다. 오래된 품종으로 아주 많은 교배를 이뤘는데, 소비뇽 블랑과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었고, 마그들렌 데 샤랑트(Magdelaine des Charente)와 메를로를 탄생시켰다. 보르도 우안 카베르네 프랑 중심의 슈발블랑, 라플레르처럼 카베르네 프랑으로 남성적이지만 선이 가늘고, 지속적이며, 매우 향기롭고 우아한 그리고 20년, 50년 이상의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니는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장 끌로드 베루에는 품종과 테루아가 지니는 특성을 최대한 병으로 옮기기 위해 오크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2010년산, 2011년산 공통적으로 두드러지는 미네랄, 은은한 꽃 향을 지니며 긴 여운의 끝으로 갈수록 산뜻해지는 느낌이 신비로운 와인이다. 잔 향으로 카카오와 카라멜 향이 올라와 잔을 비운 후에도 한없이 즐겁다.

 


[에리미나 레이블]

 

에리 미나 레이블은 상징성이 크다. 장 끌로드 베루에가 직접 고안한 레이블로 와인 잔, 바람개비처럼 보이는 바스크 지방 십자가, 보르도를 뜻하는 성,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져 있다. 4개의 알파벳 B는 이룰레기에 포도원을 일굴 수 있도록 도와준 브라나 가문과 베루에 가문을 뜻한다. 그리고 그림 주변으로 “나는 가을이 오지 않을 여름을 꿈꾼다”는 시인의 문장이 담겨있다. 여름이 상징하는 영원한 젊음과 행복, 즉 와인생산자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와인과 함께 꿈 꾸는 “영원(Eternity)”의 의미가 담겨있다.

 


[샤토사미옹 2009, 1999, 1989]

 

메를로 마스터, 메를로의 따뜻함과 관능을 사람들에게 전하다.

보르도에서 양조학을 공부할 당시부터 장 끌로드 베루에는 장기 숙성력에 대해 메를로가 우세하다라고 주장해서 놀림을 당한 적이 많다고 한다. 그는 메를로가 메독, 그라브의 자갈 토양에서는 본연의 자질을 발취하지 못하지만, 뽀므롤과 쌩떼밀리옹에서는 타닌이 풍부해지며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하리라고 믿었다. 태양을 많이 쪼이면 잼 같은 느낌이 나는 메를로는 태양이 적고 습도가 많은 지역에서 강하다. 보르도 우안이 대표적이며, 스위스 테센 그리고 이탈리아의 피에몬테는 메를로가 번성할 수 있다. 총 800헥타르 규모의 뽀므롤은 토양에 따라 4곳으로 세분되는데 페트뤼스처럼 진흙인지, 피작이나 슈발블랑처럼 자갈이 섞였는지, 자갈과 모래가 함께 섞였는지에 따라 와인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샤토 사미옹(Château Samion)이 자리한 라랑드 뽀므롤은 숙성 초기 뽀므롤보다 훨씬 단단함을 지니며, 숙성된 와인에서는 공통적으로 감초, 가죽, 바이올렛, 오일 같은 감촉과 완전히 녹아 든 타닌을 특징으로 지닌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미세산소공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 길지 않은 한 시간 정도의 디캔팅을 통해 와인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길 추천했다. 1989년 산은 더운 해에 만들어졌다. 25년이 지난 와인은 아주 은은한 감초, 말린 대추, 미네랄 풍미에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 아직도 생생한 산미, 여운에 느껴지는 스파이시함이 매력적이다. 1999년 산은 아주 향기로우며, 다양한 가향차가 든 Tea Box를 연듯한 느낌을 준다. 두드러지는 미네랄 풍미, 감칠맛, 담배와 시가박스, 말린 육류 향이 일품이다. 2001년 산은 굉장히 따뜻하고 둥근 느낌으로 감초 향과 잘 익은 붉은 과실 향이 좋은 집중도를 지니며 녹아있다. 매우 관능적인 와인으로 쉽게 빠져 들어 헤어나기 힘든 마력을 지녔다. 잔 향은 마치 커피 잔을 비운 듯 전해지는 은은한 원두 향이 압권이다. 2009년은 1989년처럼 더운 해였다. 잘 익은 파프리카, 자두와 체리, 카시스 향이 좋으며, 두드러지는 여리지만 분명하고 우아한 미네랄 특성이 좋다. 세련된 질감과 스파이시하며 긴 여운이 좋은 데 송로버섯, 감초, 구운 아몬드, 카시스 향이 함께 한다.

 


[에리미나블랑, 루즈, 샤토 사미옹 2009, 1999, 1989]

 

와인 만세! 와인애호가 만세!

3번째로 한국을 찾은 장 끌로드 베루에는 와인생산자로 와인애호가들을 만나는 더구나 자신의 와인으로 만난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고 말한다. 그가 만드는 샤토 사미옹 와인들은 1.7헥타르, 연간 7200병 수준으로 매우 귀하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만나게 될 와인애호가들과 시니어 소믈리에들을 위해 샤토 사미옹 올드빈티지 1989, 1999, 2001를 직접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 와인애호가들이  “이래야만 한다”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오롯이 와인과 독대하는 나날들을 많이 가질 수 있기를 기원했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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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4.10.29 13:51수정 2014.11.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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