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마찬가지로 와인에게도 첫 인상이 있다. 어떤 와인은 첫 모금에서 그 스타일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반면, 어떤 와인은 수줍은 듯 몸을 움츠리고 곁을 내어 주지 않는다. 이 와인은 심플한 것이 매력이고 요 와인은 복잡미묘해서 흥미롭다. 11월 14일 서울 더 케이 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우첼로에서 만난 프라텔리 폰테(Fratelli Ponte)의 와인들은 복합적인 풍미와 우아함이 전반적으로 포근한 인상을 지닌 와인들이었다. 가볍게 스친 인연에도 긴 여운이 남는 첫 인상이랄까.
프라텔리 폰테는 피에몬테(Piemonte)에서 3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2차 세계대전 직후 1대인 카를로 폰테(Carlo Ponte)가 작은 바르베라 포도밭을 마련하면서 시작된 와이너리는 2대인 쥐세페(Guiseppe)와 그의 아내 지오반나(Giovanna) 대에 본격적으로 확장되어 연 생산량이 40만 병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는 쥐세페의 네 자녀인 마시모(Massimo), 이반(Ivan), 레나토(Renato), 그리고 메리(Mery)가 가족들과 함께 포도의 재배와 수확부터 양조, 와인 출시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프라텔리 폰테를 대표하는 와인은 바르베라 다스티 슈페리오레(Barbera d'Asti Superiore)와 로에로 아르네이스 ‘돈나 셀바티카’(Roero Arneis ‘Donna Selvatica’). ‘로마노 레비 컬렉션(Romano Levi Colections)’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와인들은 최고의 포도만을 골라 한정 생산한다. 또한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레이블은 지역의 유명인사이자 그라파(Grappa) 장인인 로마노 레비(Romano Levi)가 직접 그려 준 것. 특히 2000년에 그려진 바르베라 다스티 슈페리오레의 레이블은 폰테 와이너리 전경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하고 있어 더욱 각별하다. 두 와인은 모두 톡특한 개성과 넉넉한 풍미를 지닌 와인들로 국내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라텔리 폰테의 개성있는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Fratelli Ponte, Prosecco Extra Dry NV
은은한 금빛 액체에서 힘차게 피어오르는 버블. 농익은 핵과와 사과 향기에서 달콤한 여운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드라이하지 않은 과실의 여운이 정제된 산미와 어우러져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선사한다. 베네토(Veneto) 근방에 보유한 프로세코 지역에서 글레라(Glera) 100%로 양조한다.
Fratelli Ponte, Roero Arneis “Donna Selvatica Selection Romano Levi” 2012
자스민, 노란 꽃, 라임, 아카시아 꿀과 벌집, 향긋한 이스트와 고혹적인 산화 뉘앙스. 처음부터 복합적인 향들이 풍성하게 올라온다. 자두와 살구를 씹는 듯 생생한 과육의 느낌에 파인애플 힌트. 미디엄 바디에 산미가 높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드러나며, 하늘하늘한 질감에 섬세하면서도 명확하게 이어지는 피니시가 일품이다. 와이너리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와인.
Fratelli Ponte, Barbera d'Asti Superiore "Selection Romano Levi" 2011
바이올렛, 삼나무, 매콤한 스파이스와 후추, 라즈베리, 검은 체리, 가벼운 토양 힌트. 입에 넣으면 커런트, 블랙베리, 블루베리 풍미. 미디엄풀 바디에 둥근 타닌의 매끈한 질감, 정제된 산미와 달콤하고 구수한 뉘앙스. 오렌지와 시나몬 캔디의 여운이 오묘한 여운을 더하는 우아하고 고혹적인 와인. 아직 어린데도 다층적인 레이어를 지닌 복잡미묘한 와인이다.
Fratelli Ponte, Nebbiolo d'Alba 2011
말린 장미꽃잎,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바닐라와 감초. 꽉 차는 타닌과 적절한 산미, 살짝 드러나는 알코올이 밸런스를 이루며 커다란 구조감을 형성한다. 블랙베리, 프룬 등 검은 과일풍미가 크리미한 뉘앙스에 실려 순수하게 표현되며 타르 미네랄이 더해져 남성적인 인상을 준다. 아직 어린 느낌으로 2-3년 후에는 훨씬 즐겁게 마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Fratelli Ponte, Barolo 2010
말린 장미 꽃잎, 플로럴 허브 티, 잘 담근 간장의 섬세한 향기. 입에 넣으면 라즈베리, 블랙베리, 프룬 등 검붉은 과일 풍미에 바닐라와 발사믹(balsamic) 뉘앙스가 더해진다. 고전적인 느낌을 풍기지만 코어는 모던한 스타일. 미디엄풀 바디에 촘촘하지만 무두질된 타닌은 부담스럽지 않으며 약재, 버섯 힌트, 숙성 뉘앙스가 우아하고 격조높은 풍미를 선사한다. (국내 미수입)
Fratelli Ponte, L'Amni Ice Wine NV
오렌지 껍질, 조청, 말린 살구 풍미가 방순하고 밀도높게 올라온다. 입에 넣으면 상쾌한 산도가 제법 높은 단맛을 깔끔하게 제어하며 매끈한 질감과 상쾌한 피니시는 단연 압권. 잘 익은 모스카토(Moscato)가 포도나무에 매달린 채로 얼어붙은 후에 손으로 수확 후 양조하여 6개월 간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다. 산뜻한 맛으로 디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국내 미수입)


두 로마노 레비 컬렉션 와인의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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