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에게 100점 와인이란 어떤 것인가요?

나는 바쁘고 고달픈 업무를 보다가도 비는 시간에 와인 생각을 하면 근심이 사라진다. 잠시 나의 비즈니스 영역이 아닌 다른 곳으로 피신을 와서 오로지 와인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와인을 지인들과 마시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즐겁지만, 와인이라는 것을 홀로 집중해서 생각하고, 그 데이터들을 수집하며 정리하고 나의 의견을 붙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다. 그리고 길을 걷다 문득 좋은 칼럼 주제가 떠오르는 순간도 나에게는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행복한 순간이다.

 

 

2015년 1월 21자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정기 평가 뉴스레터인 “Wine Spectator Insder”는 2012년 빈티지 보르도 특급 와인들의 1차 평가 점수가 게재되었다. 간략하게 살펴본다면 르 팽(Chateau Le Pin)과 페트뤼스(Petrus)가 각각 96점을, 마고(Chateau Margaux), 무통로쉴드(Chateau Mouton-Rothschild)가 95점을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가 94점을 기록하고 있다. 샤토 팔메(Chateau Palmer), 트로프롱 몽도(Chateau Troplong Mondot)는 93점, 코스테스투르넬(Chateau Cos-d’Estournel), 린취 바쥐(Chateau Lynch Bages), 피숑 롱그빌 라랑드(Chateau Pichon, Longueville Lalande)는 92점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은 생떼밀리옹(Saint-Emilion) 지역이 메독(Medoc)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섣부른 판단일 수는 있으나 메를로의 작황이 더 좋았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2012년 빈티지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지역에 따라서 잘 만든 연도였지만, 위대했던 2009년 2010년의 연속 빈티지의 90점대 중반 이상의 평가에는 많이 미치지 못한다. 로버트 파커의 빈티지 차트에 따르면 2012년은 포므롤(Pomerol) 지역이 92점을, 생테밀리옹 지역이 89점을 받았으며 상대적으로 그라브 지역이 89점으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참고로 포므롤은 2009년 98점, 2010년 95점을 받았으며, 생테밀리옹 지역은 2009년 93점, 2010년 94점을 받았다) 이런 결과는 2012년 와인 스펙테이터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서 포므롤 지역의 와인인 르 팽과 페트뤼스의 점수들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와인들의 점수가 100점이냐면 그렇지 않다. 100점 와인의 요소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와인 스펙테이터에 나온 2012년산 르 팽과 페트뤼스의 가격은 각각 1,599달러와 2,150달러다. 이 와인들의 가격이 국내에 수입되면 어느 정도의 가격에 거래가 될지는 짐작하기 어려우나 분명 엄청난 가격에 거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가격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면 당연히 고가의 와인이 100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로버트 파커의 100점을 받은 와인이라고 해서 수 백 만원을 호가하지는 않는다. 물론 일부 와인들 중에서는 100점 획득 이후에 가격이 수직상승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와인 메이커와의 불화 혹은 내부 문제가 있을 경우 품질이 요동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의 점수는 가격과는 큰 연관성이 없게 움직인다. 사람들이 점수에 국한되어 와인을 구매하게 된다면 오히려 저렴한 와인들 중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례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는 와인 중 하나인 에세조(Echezeaux)의 점수를 살펴보면 80점대는 거의 없으나 90~95점 사이에 오고 간다. 엄밀히 말하면 90점~93점 사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물을 것이다. 그 점수대의 와인을 마시려고 그렇게 비싼 돈을 지불하게 되느냐고 말이다.

 

 

나는 와인이란 평가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와인을 물질과 자본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며, 또 하나는 그 와인에 대해서 마시는 순간 느끼게 되는 영혼의 교감이라는 것이다. 와인의 점수는 지극히 기계적인 관점에서 아로마의 복잡다단함, 입 안의 피니시, 보디감, 숙성 잠재력, 풍성함과 산도의 구조감, 알코올의 부드러움에 이르기 까지 입이 느끼는 그 자체의 기준을 많이 따른다. 그러기에 영혼의 영역은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평가할 때에는 그러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별로 받는 와인에 대한 느낌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연인과 즐겼던 데일리 와인 한 병이 잊을 수 없는 100점을 선사할 수도 있고, 고뇌와 이별을 잊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따버린 고가의 와인은 설령 그 점수가 100점이라 하더라도 감정의 점수가 –100점이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물리적 와인의 점수는 눈에 보이지만 내 마음의 점수는 언제나 변화무쌍하기에 어느 시점에는 10점을 더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10점을 뺄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양조한 와인일수록 이 더해지는 점수의 폭이 넓고 많아지기 때문에 더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과학으로 증명이 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만든 와인, 그리고 양조자의 철학이 담긴 와인이라면 이 부분의 울림이 커서 마시는 이에게 좀 더 깊은 감정의 깊이를 전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부르고뉴의 와인들이나 잘 만든 피노 누아르 품종의 와인들이 실질적인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고가에 거래되는 것이 바로 이 마음속 울림의 점수가 높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속 울림의 점수는 직접 사서 마셔보면 안다.) 물론 로마네 콩티나 페트뤼스의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와인들도 과거에는 지금처럼 수 백 만원의 가격이 아닌 비교적 저렴한(?) 수 십 만원의 시대도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아는 와인의 점수는 분명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100점을 채워주는 요소는 늘 내 마음속에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마시는 와인 한 잔에 깊은 애정과 교감, 그에 상응하는 함께 마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스한 마음이 한께 한다면 어느 와인이든 100점이 아닐까 싶다.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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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01.26 08:53수정 2015.01.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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