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파스타와 와인

소싯적 내가 듣기에는 오로지 스파게티만 존재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라면도 아닌 국수는 스파게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그 것이 단지 파스타 면의 한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 내 입에서는 스파게티 보다는 파스타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게 들린다. 초기에 파스타를 요리할 때에는 나도 요리법을 몰라 푹 삶아 먹어보기도 했고 덜 삶겨서 오독오독하게 알덴테도 아닌 것이 거의 과자처럼 먹은 적도 있으며, 링귀네(넓은 면)을 너무 잘 못 삶고 수분 조절을 못해서 떡 진 상태로 완성한 적도 있었다.
 
 
어느덧 나름의 노하우를 깨치게 되어서 지금은 내 입에 먹을 만한 파스타를 하고는 있지만 언제나 파스타 면을 삶는 과정은 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우며, 함께 볶아 넣는 재료들은 고민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함께 마시는 와인이 주는 즐거움은 피자가 주는 즐거움을 뛰어 넘어 섹스와 같은 관능적 즐거움을 준다. 매끈한 파스타 면을 입 안에 돌돌 말아 감아 넣고 입 안에 씹으면 면에서 오는 탱탱한 질감과 함께 입 안에서 끊어지면서 전달되는 면의 묘한 식감, 그리고 이와 함께 올라오는 이탈리아의 질 좋은 올리브유 느낌, 그 풍미는 모든 관능을 자극한다. 게다가 짭조름하면서도 입 안을 자극하는 해산물의 소금기나 라구 소스의 뭉근하면서도 푸근한 느낌은 식감 이외의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내 생각에 파스타의 핵심 요소는 1번이 면이고 2번은 마늘과 잘 어우러진 올리브유에 있으며 세 번째는 와인이라 본다. 면은 어느 경우든 타협이 불가능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적절히 잘 삶겨져서 탄력과 질감을 잘 살리고 있는 간이 잘 배어든 파스타 면은 어지간한 단점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라 본다. 요즘은 생면 파스타를 하는 레스토랑도 많은데 그 경우에도 부드러우면서도 찰기 있는 파스타면은 핵심이라 볼 수 있다. 그 면과 함께 질 좋은 올리브유, 뜨거운 열에 잘 익혀져서 버무려진 소스의 균형감은 파스타의 중요한 요소라 본다. 면을 과도하게 지배하지 않으면서도 프라이팬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이 소스와 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느낌을 준다면 최고의 파스타라 생각한다.
 
 
이 각각의 요소들이 나름의 결여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면 피클을 내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왠지 설명되지 않는 숙성되지 않은 느낌 때문에 맛을 정리할 뿐, 맛을 조화롭게 해주는 느낌은 없다는 기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때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와인이라 생각한다. 파스타의 조리법, 종류, 역사, 레스토랑 추천은 온라인에 산재된 수많은 글에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종류에 따라서 와인 매칭을 해 보자면 역시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략적인 분류를 하자면 다음과 같이 나누어서 생각하면 수월할 것 같다.
 
 
파스타에는 이탈리아 와인을: 설렁탕의 최고 친구는 깍두기에 깍두기 국물일 것이다. 슴슴하니 굵은 파가 잔뜩 들어간 국물에 밥을 말고, 고기 한 점에 잘 익은 깍두기는 최고의 마리아주를 선사한다. 이처럼 파스타에도 최고의 궁합이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 와인이다. 내 경험에 미디엄 보디의 이탈리아 와인이라면 모두 다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키안티의 보디감이 상당히 높아지기는 했지만 가벼운 느낌의 키안티라면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 피치니(Piccini)의 키안티라면 좋은 선택이 된다. 제대로 된 것이라면 리카졸리(Barone Ricasoli)의 브롤리오(Brolio)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고급스런 느낌을 가지고 싶다면 피에몬테 지역의 네비올로 달바(Nebbiolo d’Alba)가 좀 더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 피오 체사레(Pio Cesare)의 것이나 비에티(Vietti)의 것이 아주 좋은 느낌을 준다.
 
 
해산물에는 가비(Gavi) 아니면 소아베(Soave): 이 사과향과 미디엄 라이트 보디, 관조적이고도 여성적인 섬세함을 가진 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는 해산물 파스타에 더 이상 답이 없게 만든다. 알리오 올리오와 같이 마늘과 올리브유를 곁들인 섬세한 맛의 파스타에는 가비 이상의 와인을 쉽게 찾기 어렵다. 최고로 꼽는 것은 라 스콜카(La Scolca)의 가비로 보나 현재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으며, 그 다음으로는 빌라 스파리나(Villa Sparina)의 가비가 있다. 가장 구하기 용이한 것은 미켈레 키아를로(Michele Chiarlo)의 것이 있으며 관록의 포도원이니 좋은 맛을 선사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베네토 지역의 소아베가 있다. 최고의 선택으로는 이나마(Inama)의 포스카리노(Foscarino)를 꼽는다. 가격은 좀 나가지만 그 이상의 느낌을 줄 것이다.
 
 
묵직한 라구 소스, 혹은 고기가 곁들여지면 피노 네로(Pinot Nero) 계열을: 국내에는 소량 수입되어 있으나 지니(Gini)의 피노 네로는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르나 다른 지역의 피노 누아르와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좀 더 동물적인 아로마와 약초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독특한 느낌을 주지만, 파스타의 소스와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는 정말로 잘 선택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지역의 피노 누아르도 좋은 느낌을 준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준다면 가티나라(Gattinara) 혹은 스포르자토 디 발텔리나(Sforzato di Valtellina)의 네비올로 품종 와인들도 좋은 느낌을 전달해준다. 국내에 일부 수입되어 있거나 오래된 숍에 일부 남아있는 경우가 있으니 잘 찾아본다.
 
 
크림 소스는 강한 레드가: 생크림이나 계란 흰자가 들어가는 카르보나라 같은 파스타는 입 안에 기름기를 많이 제공한다. 당연히 강한 힘이 필요하다. 나는 요리할 때 이 기름기 있는 느낌을 제어하려 면을 삶을 때 청양고추와 다시마를 넣고 삶은 다음 그 국물을 소스에 첨가하고 청양고추를 같이 볶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힘 좋은 키안티 클라시코 계열의 리제르바급이 좋다. 리카졸리의 로카 기치아르다(Rocca Giucciarda)가 정말 좋은 느낌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외에 피에몬테에서는 바르베라나 돌체토 품종도 좋은 느낌을 준다. 이 경우는 정확하게 지정한다면 로베르토 보에르치오의 돌체토 달바(Roberto Voerzio Dolcetto d’Alba DOC)가 아주 멋진 궁합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한다.
 
 
짤막한 파스타 조리법: 쉽고 빠르며 저렴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파스타 조리법을 하나 소개한다. 일반적인 스파게티를 삶아두되 링귀네를 삶아두어도 좋다. 시금치를 잘 씻어두고 다진 양파, 그리고 편으로 썰어둔 마늘, 이탈리아 페페론치노(혹은 청양고추도 좋다)를 다져둔다. 이전에 계란 두 개 정도를 후라이 해 둔다. 뜨겁게 가열한 후라이팬에 올리브유와 다진 양파, 페페론치노를 두고 잘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시금치를 얹고 잠시 뚜껑을 덮어 시금치의 힘을 뺀다. 힘이 빠지면 파스타 면을 넣고 소금과 굵은 후추를 갈아 넣는다. 면이 살짝 노란 느낌을 주면 그릇에 낸 다음 계란 후라이를 얹어 낸다. 계란 후라이의 노른자와 파스타면의 조화가 후추의 매운 맛과 잘 어우러질 것이다. 와인으로는 가비를 추천한다.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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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02.16 08:40수정 2015.02.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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