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와인산지를 방문해 카스티야 & 레온(Castilla y León)지역의 중소 규모의 와인생산자 단체인 클럽 비노실(VINOCYL)이 주최한 트레이드 테이스팅에 참여한 것은 스페인 와인들을 더욱 잘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지난 2015년 2월 2일부터 4일간 각 지역별로 진행된 이 트레이드 테이스팅에서 느낀 점은 오랜 포도밭과 와인 양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이지만 본격적으로 상업화 대열에 뛰어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설립되어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와이너리들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와인 생산자들도 많았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자료도 별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지역인 까닭인지, 가격 측면에서도 꽤 매력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참가자들의 평가였다.
특히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 덕분에 익숙한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의 와인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외에도 이를 능가하는 지역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토로(Toro DO) 지역에 매우 훌륭한 가격대의 와인들과 맛깔스러운 중저가 와인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굳이 비싼 와인을 찾지 않고 매일 음식과 함께 하는 부담 없는 가격대의 와인을 찾는다면 앞으로 주저하지 않고 토로의 와인들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문제는 이 지역 와인들을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다는 것인데 조만간 많이 소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루에다(Rueda DO) 지역의 경우, 마시기 편한 스타일의 푸루티한 화이트 와인들이 인상적이다.
카스티야 & 레온 지역의 와인들은 잘만 고른다면 숨어있는 진주, 혹은 제2의 베가 시실리아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스페인 와인들은 생산자에 따라 와인 스타일과 품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좋은 스페인 와인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도 중요하다. 카스티야 & 레온의 와인들은 마치 스페인의 신대륙 와인들을 만나는 느낌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생산자나 테루아의 차이에 따라 그 성향과 품질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좋은 가격의 숨은 진주와도 같은 와인들도 있었지만 우리의 취향과 맞지 않는 와인들도 있었다.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고 열정적인 자세로 이들 산지를 누비다 보면 꽤 매력적인 와인 생산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테이스팅 여행을 계기로 스페인의 북서부에 위치하는 카스티야 & 레온이 커버하는 와인 산지들을 알아보았다. Arlanza(DO), Arribes(DO), Rueda(DO), Toro(DO), Bierzo(DO), Tierra de León(DO), Tierra del Vino de Zamora(DO), Cigales(DO), Ribera del Duero(DO), 그리고 Valles de Benavente(VCPRD)와 Valtiendas(VCPRD) 지역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테이스팅 행사를 통해 접했던 와인 지역들을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또로(Toro DO)
카스티야 & 레온의 자모라(Zamora)주에 위치한 와인DO(Denominación de Origen)이다. 이 지역은 티에라 델 비노(Tierra del Vino), 바예 델 과레냐(Valle del Guarena) 그리고 틴타 데 또로(Tierra de Toro)로도 불린다. 총 8,000헥타르의 면적에 5,500개 정도의 포도생산자들이 있다. 와인 메이킹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탐험가 콜럼버스는 또로 와인을 가지고 여행하면서 1492년에 미국 대륙을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모래 토양이므로 포도나무에 치명적인 필록세라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역으로, 프랑스가 필록세라로 인해 포도밭이 황폐해졌을 당시 프랑스로 포도나무를 수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또로 지역의 포도나무들은 필록세라 이전 시대의 꽤 오래된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나무들로, 틴타 데 또로라 불린다. 이 품종은 스페인의 대표품종인 템프라니요와 같은 계열이지만 차별화된 특별한 품종이다. 이외에도 또로 지역에서는 레드 품종으로 가르나챠(Garnacha)가, 화이트 품종으로는 베르데호(Verdejo)와 말바시아(Malvasia)가 생산된다.
1987년 또로가 DO 등급 지역으로 책정되면서 또로의 와인들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만난 대다수 와인 생산자들의 설립 연도는 2000년대 이후가 많았으며,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 와인들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보여주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한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또로의 와인들은 힘이 센 느낌으로 풀바디의 묵직한 와인들이었으며 그만큼 숙성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와인들이 많았다.
훌륭한 품질에 좋은 가격대로 형성된 또로 지역 와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미개척 분야의 와인산지이기에 수입사들이 좋은 생산자를 찾을 기회도 많아 보였다. 또로의 와인들은 묵직한 풀바디이지만 균형감을 잘 보여주는 와인들이 많았으며, 적절한 오크 사용으로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은데 특히 크리안자급 와인들이 매력적이었다. 그 외에도 적절한 단미가 있거나 드라이하지만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로제 와인들, 베르데호 혹은 말바시아를 주품종으로 한 과실 향미가 좋으면서도 갈증을 없애주는 맛깔스러운 화이트 와인들이 생산된다.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들
- QUINTA QUIETUD, Toro DO
- BIERMU, Toro DO
- BODEGAS VEGA SAUCO, Toro DO
- MARQUES DE PENAMONTE, Toro DO
- VALBUSENDA, Toro DO
- BODEGAS Y PAGOS MATARREDONDA, Toro DO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DO
2000년이 넘는 와인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1982년 DO로 책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베가 시실리아의 우수한 품질로 인해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동시에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 와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지난 30여 년간 300개에 가까운 와이너리들이 생겨났다. 대부분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하며 템프라니요가 주종인데 이 지역에서는 틴토 피노(Tinto Fino) 혹은 틴토 델 파이스(Tinto del Pais)로 불린다. 강건한 타닌을 갖춘 구조감과 다양한 베리류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부케들이 잘 표현된 것이 특징이며, DO 규정을 따르기 위해서는 75% 이상의 템프라니요를 사용해야 한다. 베가 시실리아가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의 블렌딩으로 와인의 균형감을 보여준 선례를 남겨 많은 생산자들이 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화이트 품종으로는 유일하게 알비요(Albillo)가 있으며 가르나챠와 같은 로컬 품종은 묵직한 레드 와인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블렌딩하거나 로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들
- O. FOURNIER, Ribera del Duero DO
- BODEGAS BALBAS, Ribera del Duero DO
- BODEGAS Y VINEDOS RAUDA, Ribera del Duero DO
- BODEGAS LAMBUENA, Ribera del Duero DO
- BODEGAS LLEIROSO, Ribera del Duero DO
- SENORIO DE CALERUEGA, Ribera del Duero DO
- BODEGAS VALPARAISO, Ribera del Duero DO
루에다(Rueda) DO
1980년 DO로 책정된 루에다는 총 72개 지방자치단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급 화이트 와인을 압도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1세기부터 수도원에서 포도가 생산되었지만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화이트 품종인 베르데호를 독점적으로 생산해오고 있다. 그 외에도 비우라(Viura),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등이 함께 생산되며 레드 품종으로는 템프라니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와 가르나챠가 소량 생산된다. 전반적으로 루에다의 화이트 와인들은 날카롭지 않고 마시기 편하면서도 싱그럽다. 대다수는 부드럽고 편한 스타일로 열대 과실과 같은 특징들이 잘 표현된 와인들이지만 일부는 약간 달콤한 와인도 있는데 와인 초보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라 생각된다. 가끔 선보이는 소비뇽 블랑은 흔히 생각하는 뉴질랜드나 칠레와는 또 다른 개성이 느껴지며 상대적으로 소박한 느낌이다. 음식과 함께 하기 좋을 것 같은 와인들이었다.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들
- Ayre Verdejo - BODEGAS VERDEAL, Rueda DO
아를란자(Arlanza) DO
두에로와 아를란자 강 사이에 와이너리가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에 아를란자 DO가 제정되어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에 부여하고 있다. 틴토 델 파이스, 멘시아(Mencia), 가르나챠, 까베르네 소비뇽 그리고 화이트 품종으로는 알비요와 비우라가 생산된다. 이 지역에는 현재 총 26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들
- GRAN LERMA - FINCA EL BORRO, Arlanza DO
- DOMAINE DE MANCILES, Arlanza DO
비에르조(El Bierzo) DO
레온(Leon)에 위치하며 23개의 마을들이 여기 속한다. 1989년에 DO로 책정되며 알려지기 시작했고 약 50개의 와인생산자가 있다. 주요 레드 품종들은 지역 토착 품종인 멘시아와 가르나챠 틴토네라(Garnacha Tintorera)가 있고, 화이트 품종들은 도나 블랑카(Dona Blanca), 고델로(Godello), 팔로미노(Palomino)로 일부는 실험적인 교접 품종들이다.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들
- CARRACEDO - Bodegas Del Abad, Bierzo DO
- LA BIENQUERIDA, Bierzo DO
자모라(Tierra del Vino de Zamora) DO
카스티야 & 레온의 자모라주에 위치한 와인DO다. 총 700헥타르 면적으로 필록세라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이라 전반적으로 오래된 포도나무 수령을 자랑한다. 210개의 생산자들이 있으며 대체로 오래되지 않은 와이너리들이 현대적인 기술로 와인을 만든다. 레드 품종으로는 템프라니요가 가장 많이 생산되며 가르나챠와 까베르네 소비뇽도 생산된다.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는 말바시아와 베르데호, 모스카텔(Moscatel)이 있다.
기타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들
- HEREDAD DE URUENA, Castilla y Leon
- SINFO - BODEGAS SINFORIANO, Cigales
- PARDEVALLES, Tierra de Leon
* 참고: 지난 4일간 약 400-500종이 넘는 와인들을 테이스팅 하며 가장 인상 깊었고 좋았던 와인들의 라벨 이미지를 사진모음을 통해 소개합니다. 테이스팅을 위한 자리라 사진의 품질이 떨어짐을 양해 바랍니다.